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5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50화
스페이스 흥신소(1)
초월체인 상태로 부모님을 만나러 가볼까 생각한 적이 있다.
관리자 주광철.
아버지는 우주 중앙에서 다른 행성들을 관리하시는 거로 알고 있다.
예전 지구가 겪었던 열병처럼.
다른 행성들에도 시스템을 전파하고 던전과 퀘스트라는 시련을 주고 계시겠지.
‘그와 동시에.’
리그의 정보를 더 수집하고 계실 게 분명했다.
「룰북」만 봐도 느껴졌다.
아버지는 본인의 안위보다도, 오직 아들의 생존만을 바라며 버티고 계신다.
하지만.
주동훈은 굳이 그곳에 가지 않았다.
그 어떤 초월자든 우주 중앙에 접근할 수 있지만, 그게 주동훈이라면 말이 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그곳에 잠들어 있는 일곱 신(神) 때문.
김진아에게도 이 부분을 상담해 보았는데, 역시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만, 대계를 위해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나?
틀린 말 하나 없었기에, 인정했다.
문제는.
그 대화를 우연히 네달람이 들었다는 거다.
“차라리 내가 가 보는 건 어떠한가, 주동훈.”
초월체 상태로 우주를 거닐던 중, 빠르게 접근한 네달람이 다짜고짜 건넨 말이었다.
“예?”
“그때 감사단이 떴을 때 분명 봤었다. 네 아버지가 관리자였던 걸. 당연히 네가 신경 쓰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야 하는데,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미안하다.”
“……그걸 네달람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죠.”
“어쨌든.”
네달람이 슬며시 미소 지었다.
“내가 잠깐 들러서 확인하는 것은 별 의심 사지 않을 거다. 아까 말했다시피 감사단 때 보기도 했었고, 일단은 네 후원자이니까. 그냥 관심 있어서 왔나 보구나 하겠지. 베팅러가 후원자 정보 캐고 다니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잖나.”
오.
확실히 그럴듯했다.
“그럼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그냥 잘 계신지만 확인하는 거로.”
“물론이다.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나. 나는 앞으로 네 대계를 위해 충성으로 따를 생각이라고.”
맞다.
권탐지 앞에서 그랬었지.
‘그리고 난.’
은혜를 입으면 그냥 넘기지 않는다.
원한은 10배로 갚지만, 은혜는 최소 2배 이상으로 갚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네달람.”
“응?”
“여기 받으시죠.”
주동훈이 따로 준비한 함을 내밀었다.
“……이건.”
“16만 정수입니다.”
원래 받았던 711만 정수에서 마계와 천계에 지원했던 495만 정수를 뺀 차액 216만 정수.
주동훈은 그중 16만 정수를 그에게 내밀었다.
“일레오르에게 들었습니다. 그때 당시 꽤 큰 정수를 들여 천신의 날개를 샀다고. 소소하지만 그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이건…….”
네달람이 거절하려 하길래, 주동훈이 딱 잡아 말했다.
“고작 이거로 놀라시면 안 됩니다. 앞으로 절 따르기로 한 이상, 지금의 정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거예요.”
그는 그 당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걸었을 거다.
그에 비해 주동훈은 가진 것의 1%도 걸지 않았다.
네달람이 전혀 부담 가질 필요 없었다.
“게다가 네달람은 우주의 4대 무신입니다. 정수만 많다면 그 활용 능력은 보장되어 있다고 봐도 되겠죠. 종국에는 다 저를 위한 것이니 그냥 잔말 말고 받으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한다면 감사히 받겠다.”
네달람이 소중히 함을 받아 들었다.
***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김진아는 마계와 천계를 전담했고, 주동훈은 스켈레톤에 신경을 썼다.
백무흔부터 어르신까지.
그들은 이제 지구의 랭커들을 가르칠 여력이 안 된다.
능력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라, 시간이 안 됐다.
수하인 스켈레톤들이 속성을 부여받은 이후,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뼈다귀2.
즉, 태양창을 예로 들어보자.
태양이는 스켈레톤 마스터(EX급)다.
지금은 성운급 존재이지만, 정수만 부여된다면 언제든 초월자가 될 수 있는 위치다.
그런 태양이에겐 스켈레톤 엠페러(SSS급) 10개체가 있다.
이들 역시 성좌급이지만, 차츰 화(火)의 힘을 키운다면 이들도 초월체가 되겠지.
또한 그 10개체 모두가 자아가 있다.
태양이가 살던 고대 사막 세계에서 그를 추종했던 인간들로, 상관인 태양이를 충성으로 따르는 자들이다.
엠페러뿐만 아니라 킹(SS급), 로드(S급) 등 그 아래 스켈레톤들도 모두 자아가 있다.
드문드문 과거를 기억하기도 하며, 대화 소통도 가능하다.
이들에게 태양창이란 하나의 절대적인 왕(王)이었다.
당연히 주동훈은 왕이 섬기는 신(神)이고.
이는 태양창뿐만이 아니다.
모든 스켈레톤들이 그랬다.
즉, 김진아가 말했던 것처럼 지역만 있으면 이들만의 국가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본질은 스켈레톤이다 보니 다른 생명체처럼 생식(生殖)은 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
스윽.
그 시각.
백무흔이 조용히 검을 들어 올렸다.
한때 검신(劍神)이라 불렸던 그의 앞에는 총 열의 수하가 있었다.
“들어라.”
“예.”
백무흔이 살던 세계의 무림인들이었던 스켈레톤 엠페러들이 일제히 답했다.
“우리는 주군께 수(水) 속성을 받았다. 그에 따라 우리가 알던 신공도 웬만하면 수(水) 속성에 어울리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인지했습니다.”
“또한 알려주십시오. 집중하여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그 세계에서는 백무흔이 최고의 천재였다.
고금을 통틀어 그를 넘길 수 있는 자가 없었고, 유일하게 혼자 힘으로 거성(巨星)에 도달했던 게 바로 백무흔이니까.
그렇기에 성장한 지금에도 그들은 백무흔의 조언을 듣고 그것을 통해 단련했다.
“가르침은 천천히 내리겠다. 다만.”
백무흔이 말했다.
“나는 너희에게 욕구와 동기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욕구…….”
“동기 말씀이십니까?”
엠페러들이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과거,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이 있다지만, 그들은 결국 스켈레톤이다.
상관이 시키면 따를 수밖에 없는 언데드.
그런 그들에게 무슨 욕구와 동기가 필요할까.
“알다시피 주군께서는 신(神)이 되고자 하신다.”
신(神).
엠페러들은 본능적으로 그게 검신(劍神)이나 무신(武神) 같은 별호가 아님을 느꼈다.
말 그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
“우리는 언데드. 생명에 대한 본능적인 갈망이 있지.”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폴리모프로 모습을 바꾸는 것 말고, 진짜로 생명을 느끼고 싶습니다.”
폐가 없기에 신선한 공기를 느끼지 못하고, 신경이 없기에 촉감을 느끼지 못한다.
주군의 최측근인 스켈레톤 마스터들이야, 오감을 흉내 내고 있다지만…….
말 그대로 흉내일 뿐이다.
진짜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주군께서 계획하신 전쟁이 끝나고, 승리하게 된다면…….”
살짝 뜸을 들인 백무흔이 다시 말을 이었다.
“스켈레톤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초월체로서 꿈에 그려왔던 삶을 선사받을 수 있을 거다.”
“……저희가 말입니까?”
“너희뿐만 아니라, 너희 아래 수하들 모두.”
아마 가능할 것이다.
신(神)이니까.
모두가 다시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는 거다.
“……!”
“……!”
엠페러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정말.
정말로 살 수 있다는 말인가?
주군이 가는 길의 끝에는 우리들의 생(生)이 있다는 말인가?
“그리하려면 너희가 강해져서 주군의 힘이 되어야겠지.”
당연한 말이다.
그들도 리그를 경험했고, 세상 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의 자신들의 힘으로는 우주의 먼지 한 톨조차 못 되는 걸 알고 있다.
‘힘을 기르자.’
‘훈련하자.’
‘시켜서 하는 게 아닌……. 진심으로 주군께 도움이 되기 위해 하는 거다.’
엠페러들의 눈에 일종의 열망이 한가득 깃들기 시작했다.
백무흔이 싱긋 웃었다.
“내공을 다스려라. 무학을 더욱 깊게 파고들어라. 모르는 게 있다면 직속상관에게 묻고, 그 직속상관이 모른다면 그다음 직속상관에게 물어라. 알겠느냐?”
“예!”
“예!”
엠페러들이 일제히 답했다.
일종의 사기 진작.
물론, 백무흔만 이러고 있는 게 아니었다.
태양창도, 엘드린도, 카덴도, 아린도, 드미르도, 다나도, 유이사도, 무각도, 어르신도.
각자 위치와 상황에 맞게 수하들의 갈망을 증폭시켰다.
그들의 훈련은 지금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
지구의 티어는 아직 다이아몬드다.
저번 이벤트 매치에서 3위를 기록하는 바람에, 현상 유지인 것이다.
즉, 이제 다음 리그를 준비해야 한다는 건데.
“부길마.”
“예?”
김진아가 답했다.
“저번에 드러누웠던 거 있잖아요?”
“예, 아직 깨어났다고 기사 안 냈는데……. 슬슬 내보낼까요? 다음 리그는 길마님이 활약하셔야죠.”
“아뇨.”
주동훈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계속 드러눕는 거로 합시다.”
“음?”
살짝 생각하던 김진아가 손뼉을 쳤다.
“아, 지구 배당 좀 올리려고요? 하긴, 길마님이 끼면 배당으로 재미 못 볼 테니까요.”
“그것도 있긴 한데, 사실 네달람한테 들은 얘기가 있어요.”
지난번.
네달람이 귀띔해 줬다.
사실, 배당으로 버는 건 애들 장난 수준이라고.
진짜는 ‘후원’에 있다고.
이제 아예 수하를 자처한 네달람은 본인이 주동훈을 후원하면서 얼마의 정수를 벌어들였는지 낱낱이 고했다.
이는 실로 충격이었다.
주동훈은 그것을 김진아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런 게 있었군요. 와아, 그렇다면.”
역시, 김진아.
확실히 눈치가 빠르다.
“길마님이 빠지는 대신, 팀장들한테 후원 장사를 하면 되겠네요?”
“빙고.”
따악!
주동훈이 손가락을 튕겼다.
“네 팀장이랑, 광전사, 그리고 플로아. 이렇게 여섯을 전부 우리가 후원하는 겁니다.”
“우리 차명계좌들로요?”
“네.”
그다음.
팀장들이 기여도만 확보해 주면?
모든 기여도가 주동훈 쪽으로 들어오게 된다.
“근데, 이미 팀장들 후원 칸 세 개 다 차 있지 않아요? 그걸 어떻게 없애죠?”
“이제부터 그걸 알아봐야죠.”
***
아린이 우주 지식의 보고라면, 일레오르는 리그 지식의 보고다.
거의 리그 초창기부터 활동해 왔기에, 일레오르가 모르는 건 없다고 보면 된단다.
“후원 장사라…….”
스릅.
일레오르가 입맛을 다셨다.
원래 주동훈을 후원해서 꽤 재미를 보고 있던 차라, 계획을 듣고 나서 내심 안타까운 탓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계획이 실패하게 되면 죽음이요, 성공하면 총합의 5%를 받는다.
이제부터 굳이 계산적일 필요가 없었다.
“복잡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야.”
“오, 그런가요?”
“알다시피 플레이어가 이미 지정한 후원자를 철회하는 방법은 없어. 그런 시스템이 있다면 후원자가 억울하잖아?”
맞는 말이다.
후원자 입장에서, 정수 써가며 후원해 줬더니 맘에 안 든다고 냉큼 철회해 버리면 분통 터질 테니까.
“그러니, 후원자가 직접 철회해야 해.”
“……직접.”
“후원자가 관리자에게 이 플레이어 비전 없어서 안 하겠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철회가 가능해. 다음에 공지가 올라오지. 그때 다시 새로운 후원자를 입찰하는 거야. 아마 지구에도 후원 철회한 놈들 몇 있을걸?”
…….
그건 몰랐네.
요즘 통 바빠서 지구의 랭커들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일레오르가 왜 복잡하다고 했는지 이해가 가네요.”
“후후, 그렇지.”
일레오르가 빙긋 웃었다.
“팀장들을 후원했던 초월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그들을 설득해 후원을 철회시켜야 하니까……. 제법 까다로운 일이야. 더군다나 너희 팀장들. 이번 경기에 활약 좀 했잖아? 기여도 정수 맛 좀 봤다면 더더욱 철회 안 하려 할 거야. 누가 봐도 노다지거든.”
허.
맞네…….
“……그럼 혹시 후원자 이명 명단 가져오면, 어떤 초월자인지 알아봐 줄 수 있어요?”
“그 정도야 쉽지.”
일레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페이스 흥신소를 이용하면 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