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5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54화
스페이스 흥신소(5)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고, 덕분에 살았습니다. 살려주신 것도 감사한데, 이렇게 빼앗긴 정수까지 복구시켜 주시니…….”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상인들이 한마디씩 하며 행성을 벗어났다.
우주의 잔혹함에 대해 확실히 느낀 그들은 아마 당분간 본인의 행성에서 몸을 사릴 거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이 행성에는 다섯 존재만이 남아 있었다.
럭원, 럭투, 럭스 삼형제와 일레오르와 주동훈이었다.
꿀꺽.
럭투가 침을 삼키며 대답을 기다렸다.
당연히 불안했다.
눈앞의 존재들은 그저 숨결 한 번만으로 자신 형제들을 이 우주의 먼지로 소멸시킬 수 있는 자들이다.
심지어 흥신소주라는 뒷배조차 무시할 정도로 뒤가 없는 자들.
그런 이들이 도대체 왜 자신 형제들을 찾는 걸까?
혹시 찾는 이유가 사사로운 원한 때문은 아닐까?
앉아서 말없이 상인들이 떠나가기만을 기다리던 주동훈이 이내 입을 열었다.
“……당신들. 지구의 플레이어들에게 후원하셨지요?”
“헉, 그걸 어떻게 아셨……. 아.”
“예, 후원 목록에 이명이 기록되니까요.”
언제부턴가.
잭 스미스, 하세라, 소피아, 델라일라.
이 네 팀장의 후원 목록에 저 이명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밤의 중재자] [마법 공학의 대가] [유랑 법사]“그럼 저희를 찾으시는 이유가…….”
럭투가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쩐지.
황금알 낳는 암탉을 너무 쉽게 구했다 싶더라니.
역시 정수 많은 거물들이 눈여겨보고 있었던 플레이어들이었나?
사실 럭 형제들은 초기 지구 투자자였다.
배치고사 때 우연히 눈여겨보고, 큰 정수를 만질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지구의 상위권 플레이어들에게 모두 후원 러브콜을 던져보기로 한다.
그 결과, 한밤의 중재자 럭원이 잭 스미스의 후원자가 되었고, 엄청난 기여도 보상을 손에 얻게 된다.
그런 그들은 당연히 지구의 가능성을 보게 되었고, 딴 정수를 그대로 과감하게 투자했다.
각 팀장을 후원했던 자들에게 막대한 정수를 주고, 그 후원을 인수한 거다.
참고로.
플레이어가 총 셋의 후원자를 두는 것처럼.
초월자 역시 총 셋의 플레이어를 후원할 수 있다.
세 형제는 자신들이 가용할 수 있는 선에서 알뜰하게 후원자를 지정해 놓았다.
‘당연히 지구의 대장인 주동훈도 알아보려 했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무신(武神)은 정중하게 거절했고.
두 번째 후원자인 창조룡 일레오르는 엄청난 거물이라 들었다.
감히 찾아서 얘기를 꺼내볼 수조차 없는 위치의 존재이기에 패스.
세 번째 후원자인 ‘미지의 초월자’는 베팅장 주변을 돌며 아무리 수소문해 봐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쨌든.
저들이 자신 형제들을 찾았던 이유는 단 하나다.
“저희에게 후원 권한을 인수하기 위함이로군요.”
“맞습니다. 값은 심심치 않게 쳐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럭 형제들이 당황했다.
이는 당연하다.
‘쟤들 후원해서 뽑아먹는 기여도 보상이 얼만데.’
‘특히나 요즘 주동훈은 아예 드러누워서 오히려 팀장들 가치가 더 높다고.’
‘그걸 그냥 꿀꺽 먹으려 해? 이거 완전, 상 양아치들 아니야?’
속이 탔지만, 눈앞에서 대놓고 말할 순 없다.
목숨은 하나이며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이니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여태껏 합쳐서 쓸어 담은 정수만 셋이 합쳐 30만 정수이지 않던가!
이대로 챌린저까지 쭉쭉 간다면 거의 100만 정수까지 뽑아 먹을 수 있을 터였다.
물론, 팀장들이 지금처럼 활약해 준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값을 쳐준다면……. 얼마를.”
럭투가 조심스레 물었다.
“럭투!”
“형님, 설마 그것을 진짜 팔 생각이십니까?”
럭원과 럭스가 기겁했다.
“조용.”
럭투가 그들을 자제시켰다.
그러고는 다시 주동훈을 바라보며 양해의 눈빛을 보냈다.
절대 눈앞의 자들을 자극하면 안 된다.
“모두 다 넘긴다는 조건으로 50만 정수.”
“헉, 그건.”
날강도다.
아무리 생각해도 날강도가 따로 없었다.
‘게다가 50만 정수면.’
아까 딱 크라슈 잡고 나온 그 정수량 아니던가!
주동훈이 다시 말을 이었다.
“대신, 아까 말했던 그 의뢰 있죠? 그거도 해드릴게요.”
“……아무리 그래도 50만 정수는 좀.”
유랑 법사, 럭스가 우물쭈물 조심스레 말한 것은 그때였다.
“게다가 저희가 판단한 그 의뢰의 가치는 딱 10만 정수 짜리였습니다…….”
“그 10만 정수 짜리 의뢰 맡기려다가 목숨을 날릴 뻔하셨죠.”
“헉.”
럭스가 딸꾹질했다.
저 말의 저의가 뭘까?
목숨값을 쳐달라는 걸까?
아니면, 목숨을 살려줄 테니 50만 정수에 싹 다 넘기라는 말일까?
주동훈이 웃었다.
“잘 생각하셔야 해요. 어차피 다이아몬드를 넘어 마스터 티어 이상으로 가면 지구가 어떤 활약을 할지도 모르고, 더는 지금과 같은 판이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주동훈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어떻게든 얻어내야 한다.’
그래야 리그를 이용해 제대로 판을 키울 수 있다.
‘저들에겐 미안하지만.’
비싸게 주든, 협박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어낼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 우주에 도의(道義)란 없으며, 힘이 곧 논리다.
또한 주동훈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과 싸우려면 마음 독하게 먹어야지.’
털 수 있는 상황이 오면?
확실하게 털어야 한다.
그런 주동훈의 눈빛을 읽었을까.
“……좋습니다.”
럭투가 재빨리 인정했다.
“럭투!”
“형님!”
럭원과 럭스가 기겁해 외쳤다.
럭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형님들. 아시지요? 죽으면 어차피 후원 목록에서 자동으로 빠집니다. 저분들은 우릴 그냥 죽이고 곧바로 후원 입찰 진행하면 되는 상황이에요. 거물이시니, 입찰 과정에서도 유리할 거고요……. 즉, 저분들은 편하게 갈 수 있는 상황에서 50만 정수라는 커다란 정수까지 얹어주신다는 말입니다.”
‘호오.’
주동훈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저 럭투란 자.’
크라슈를 상대할 때도 느꼈는데, 아부 실력이 상당하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 적 없는데도, [어, 그런가?] 싶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또한 눈치도 제법이다.
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으면, 하고 싶을 정도.
“너무 억울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들 말고 다른 후원자들 것도 싹 다 거둬들일 예정이거든요.”
“싹 다라……. 어디 회사라도 운영하시나 보군요. 하긴, 정수도 많으시니…….”
말했다시피 초월자당 세 플레이어를 후원할 수 있으니, 한 존재로는 네 팀장을 모두 후원할 수 없다.
꽤 많은 초월자가 필요할 텐데, 그러려면 회사……. 아니, 정확히는 계약으로 묶여 있는 직원들이 필요했다.
실제로 그렇게 후원 장사하는 자들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혹시 조건을 하나 더 걸어도 되겠습니까?”
럭투가 조심스레 물었다.
“조건이요?”
“예.”
“들어보고 결정하죠.”
“다름이 아니라, 저희 셋은 그릇 공방을 운영합니다.”
“그릇 공방……. 이요?”
그게 뭐지?
주동훈이 고개를 갸웃하자, 지켜보던 일레오르가 벌떡 일어났다.
“호오, 그릇 공방?”
“아세요?”
주동훈이 고개를 갸웃하자, 일레오르가 귀에다 속삭였다.
“김진아가 초월자가 될 수 있게 알아봐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 몸체를 만드는 자들이다. 제법 까다롭고 어려워서 이 우주에 몇 없는 장인들이지.”
“아?”
그래?
또 그런 직업이 있었어?
무슨 또 이런 우연이?
오늘 이 여정으로 얻는 게 참 많다.
흥신소를 알게 되었고, 팀장들의 후원자를 구했으며, 그릇 제작사도 만났다.
“그래서 그릇 공방을 운영하는데요? 마저 말해보시죠. 조건.”
“이렇게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저희를 좀 보호해 주십시오. 아시다시피 이 우주에 그릇 공방이 얼마 없어서 저희가 맘 편히 제작하지 못합니다. 우주 외곽 어디엔가 숨어서 소량 만들어 경매장에 내다 파는 식으로 운영하지요. 원래라면 여러분께도 말씀드리면 안 되는데……. 크흠, 그냥 느낌이 믿어보고 싶었습니다.”
럭투는 눈앞 존재들이 비교적 선하다고 생각했다.
본래 초월자들은 자신 손에 정수가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나오지 않는다.
방금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초월자들이었다면, 상인들에게 뺏긴 정수를 돌려주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저들은 돌려줬다.
이 척박한 우주에 보기 드문 초월자이면서 강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믿어보고 싶었다.
“보호라.”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릇 공방이라.
이거 옛날 드미르 공방이랑 비슷하면서도 제법 사업성이 있겠는데?
“좋습니다. 그 조건 받아들이죠.”
오히려 땡큐다.
이번에 몬드라 죽이고 남은 잔해들이랑, 흥신소, 그리고 그릇 공방까지.
하나둘 수하들에게 인수시키면서 몸집을 한번 키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정말이십니까?”
“그렇고 말고요. 자, 일단 여기 받으세요.”
주동훈이 빈 계약서와 50만 정수를 건넸다.
동시에 빙긋 미소 지었다.
“받으시고 따라오세요.”
“예? 어디를…….”
“본격적인 계약을 시작해야죠.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분이 있습니다.”
***
끼익!
거대 함선의 문이 열렸고 다급한 표정의 초월자 하나가 들어섰다.
“타르켈 님! 비상입니다!”
“비상? 무슨 일인가.”
작은 방에서 기괴하게 생긴 그림을 보고 있던 타르켈이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답했다.
“3구역 함선의 정기 보고가 끊어졌습니다!”
우렁차게 대답하는 초월자는 마치 신병처럼 바짝 들어 있었다.
반면 흥신소주 타르켈은 아직도 뒷짐 진 채 여유를 부리는 중이었다.
“흠, 정기 보고가 끊어졌다라…….”
흥신소 분점은 일정 기간에 한번 본점에 신호를 보내야 한다.
우주 외곽이 워낙 무법지대라, 각자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확실하느냐?”
타르켈은 이것을 굉장히 중요히 여겼다.
연락이 없으면 비상이며, 즉각적으로 출동시키곤 했다.
혹여 누군가가 흥신소를 건드렸다면, 곧바로 응징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우리의 권위가 살고, 애매한 놈들이 귀찮게 안 하지.’
한마디로 뒤를 봐주는 것.
그 덕에 각 흥신소 분점은 원활하게 수금 활동을 할 수 있어 좋고, 본점은 그 수수료를 떼어먹을 수 있어 좋다.
총 18구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덕에 타르켈의 체급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예, 확실합니다. 심지어 1시간 전쯤 거래 장터로 수금하러 간다는 보고가 들어왔었습니다. 만약 문제가 생겼다면……. 거기서 생겼을 확률이 높습니다.”
타르켈은 정기 보고를 엄중하게 다룬다.
혹여 아무 일 없는데, 실수로 보내지 않았다?
여태껏 벌었던 모든 정수를 토해내게끔 하고 처형시킨다.
그렇기에, 100% 문제가 생겼다고 장담하는 것이다.
“좌표는?”
“찍혔습니다.”
“비활동 중인 함선은?”
“총 12 함선이 대기 중입니다. 나머지는 고객 의뢰 진행 중입니다.”
“흐음.”
스윽.
타르켈이 마침내 등을 돌려 초월자를 응시했다.
턱을 잡는 타르켈의 얼굴에는 웬일로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끌끌, 내가 왜 웃고 있는 줄 아느냐?”
“어……. 잘 모르겠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참, 이 우주가 넓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의 미소가 더더욱 짙어졌다.
“웃기지 않느냐? 흥신소를 건드렸던 놈들을 그렇게 잡아 족치고 온 우주에 공표까지 했는데도, 아직도 흥신소를 건드는 놈이 있을 줄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 심심했는데 잘됐어.”
스릉!
그가 검을 뽑아 올렸다.
“대기 중인 12 함선에 일러라.”
“예!”
“지금부터 찍힌 좌표를 포위하고 샅샅이 수색해라. 3구역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낱낱이 파악하고 보고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명 받들겠습니다!”
후다닥!
보고한 초월자가 뛰어나갔다.
‘과연 어떤 놈의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을까.’
타르켈은 궁금했다.
‘이번에는 직접 가 봐야겠군.’
그게 누가 되었든.
거물이든, 뭐든.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이다.
살고 싶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