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72)
미친놈은 피하는 게 상책 (1)
온 나라가 뒤집어졌다.
또다시 발생한 랭커 시스템 갱신.
[협회 조사단 조사 착수! 랭킹 변경 사유는 720위, 프랑스 출신의 섀도우 워커(Shadow Walker)의 죽음으로 추정!]예전.
더 다이아몬드(The Diamond)의 죽음 이후로.
또 한 번 랭커가 죽은 것이다.
게다가 죽은 장소도 똑같다.
세계 2위의 헌터 강국, 대한민국.
때문에 인터넷이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 미친, 또 한국임? 다른 나라들은 조용한데 왜 우리나라만 바람 잘 날이 없냐.
– 흠, 그만큼 해외 랭커 유입이 많다는 건가?
– 그래서 이번엔 또 어떻게 된 건데? 저번엔 테러 집단이었잖아. 설마 이번에도?
– 일단 내가 알기로 섀도우 워커면, 오성 그룹 쪽임. 만약 억울한 죽음이면 오성 쪽에서 나서지 않을까?
– 오! 그러게?! 오성은 빨리 입장 발표해라! 궁금하다!
시선이 잠깐 오성 그룹 쪽으로 돌아섰지만.
그럴 필요 없었다.
딱 그 시점에 기소율의 입장 발표가 있었기 때문.
[암제 기소율 충격 선언! “섀도우 워커는 내가 죽였다!”]기소율은 재빨리 기사를 통해 사정을 밝혔고.
암살 사주로 의심되는 오성 그룹에게 유감을 표했다.
– 켁.
– 미친. ㄷㄷ
– 씨발, 오성 그룹 새끼들……. 내가 언젠가 저럴 줄 알았다. 뭔 21세기에 대기업이 일반인한테 암살 사주야?
– 개새끼들. 거기 원래 양아치 기업으로 유명하잖아.
– 하, 중립기어 박으려 했는데, 이건 뭐……. 증거 자료까지 빼박이네. 하여간 해외 랭커 새끼들이 문제라니까? 자기네 나라에나 박혀 있을 것이지, 굳이 여기까지 와서 테러에, 국부 유출에…….
– 기소율 언니, 예쁘다.
암살이라는 말도 안 되는 행태에.
네티즌들이 불같이 성화를 냈다.
수많은 악플들이 달렸으며, 추측성 기사 역시 거미줄 치듯 퍼져 나갔다.
– 오성 그룹 거 이제 안 쓴다. 무서운 기업이었네.
– ㄷㄷ, 나 예전에 오성 그룹 리뷰 별점 낮게 주면서 테러한 적 있는데……. 이러다 암살당하는 거 아니야?
– 뒤가 구린 기업 물건은 안 쓰는 게 맞음.
– 오성 공방? 거긴 솔직히 줘도 안 쓰지ㅋㅋㅋ
– 윗놈들 전부 곧 교통사고 당할 듯. ㄷㄷ.
– 기소율 언니, 멋지다.
사람들이 점점 더 달라붙었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정보들이 편집되어 전달되었으며.
오성 그룹에 대한 대중의 악감정이 미역 불어나듯 커졌다.
콰앙!
결국, 오성 그룹 신주용 회장이 책상을 강하게 내려쳤다.
회의실엔 그룹을 이끄는 간부들과 사장들이 모여 있었고, 신주용은 주름진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어떻게 그룹의 랭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런 행동을 벌인단 말인가!”
“그, 그게! 저희도 잘……. 현재 조사하고 있습니다.”
신주용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드미르 공방?
몇 번 듣기는 했다만, 그뿐.
다른 사업에 신경 쓰느라, 관심조차 주지 않던 공방이었는데.
‘뭐?’
랭커?
그것도 자신이 고용했던 섀도우 워커가 공격했다고?
게다가 그 공격 대상이 기소율이란다, 기소율.
“세상 어떤 천치가! 암제한테 암살 시도를 한단 말이냐!”
“그러게 말입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그런 천치는 없겠지만……. 사실, 의심되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뭐? 그게 누군데!”
“그, 그것이…….”
간부 하나가 대답을 망설였다.
신주용이 엄한 눈으로 그를 응시할 때에야, 간신히 입을 뗐다.
“그…… 신종오 이사가 말입니다.”
“종오가?”
손자의 이름이 나오자, 신주용의 입술이 비틀렸다.
“……크흠, 최근 들어 드미르 공방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있긴 했습니다.”
“그래……?”
신주용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따닥! 따닥!
동시에, 두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춤을 췄다.
생각이 깊어질 때 나오는 제스처였다.
‘종오라.’
아픈 새끼손가락 같은 놈…….
그가 양아치처럼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함부로 손댈 수 없었다.
‘아들들.’
본래 피도 냉혈(冷血)일 것이라 불릴 정도로 차가웠던 자신의 성격 때문에.
과거의 자신은 모든 아들들을 호적에서 파고 내쳤었다.
조그마한 실수에도.
조그마한 의지박약에도.
평가에 용서란 없었다.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내가 일궈낸 이 기업도 내 새끼와 마찬가지니까.’
기업도 하나의 인격체다.
법인 등록 할 때, 법적인 등록번호도 부여받지 않던가.
그런 소중한 것을, 멍청한 자에게 맡길 수 없었다.
말년에 후회하기 전까지는.
온몸이 노화되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기 전까지는.
그렇기에 손주들이 엇나간다 할 때도 지켜볼 뿐, 건들지 않았었다.
오히려 프로젝트를 내어주고, 소중히 다뤘다.
“종오 그 녀석이 그랬다는 게 확실한가?”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만, 정황상 가능성이 크긴 합니다.”
“음.”
사실, 안 봐도 비디오긴 했다.
대기업의 총수로 살아가다 보면, 직접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게 있었다.
더군다나 드미르 공방과 사이까지 안 좋았다면?
불 보듯 뻔했다.
“어쨌든,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섀도우 워커가 거주하던 호텔에도 찍힌 기록은 없었고, 알리바이도 나름 있었습니다.”
“……그런가.”
기록은 얼마든지 지울 수 있으며.
알리바이는 얼마든 만들 수 있다.
원래 이 세상은 뭐든 할 수 있다.
돈만 있다면.
“그럼, 우리도 서둘러 입장 발표하게.”
“뭐라 발표하면 되겠습니까?”
“억울함을 표시해야지. 거기에 만약 증거도 없이 모함한 것이라면…… 대가를 받아내야 하지 않겠어? 그 상대가 아무리 랭커라고 해도 말이야.”
“괘, 괜찮겠습니까?”
“강하게 나가야 할 땐, 강하게 나갈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야. 그래야 쉽게 못 건드리거든.”
아마.
늙긴 늙었나 보다.
실리보다 자존심이 앞서는 걸 보면.
본래 같으면 그냥 사과하고 끝냈겠지만.
“쉬고 있는 그룹 소속 랭커들도 전부 본사로 불러들여. 무력시위로 맞선다.”
“알겠습니다……!”
그는 반항을 택했다.
* * *
[특보! 묵묵부답이던 오성 그룹, 마침내 입장 밝혀!] [암살 사주한 적 없다는 신주용 회장,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유포죄로 고소하나?] [드미르 공방, 그리고 파랑 길드에게는 유감. 사과 없으면 강력히 대응할 것!]헌터 게시판에 다시 한번 난리가 벌어졌다.
– 뭐야, 뭐야! 누구 말이 맞는 건데?
– ㅋㅋㅋ 누구 말이 맞겠냐? 솔까 드미르 공방이나 기소율이나 오성 그룹 건드려서 좋을 게 뭐야. 진짜니까, 사실이니까 건드렸겠지.
– 그럼 오성 그룹은 왜 저래?
– 그냥 힘으로 붙어보자는 거지. 요즘 세상에 누가 법으로 싸움? 주먹으로 싸우지.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암. 오성 그룹 랭커들 하나둘 본사로 모이고 있다더라.
– ㄹㅇ? 미쳤네.
– ㄷㄷㄷ 무섭다. 우리나라도 이제 무법지대야?
– 무법지대라기보단 헌터낭만시대라 불러주라고ㅋㅋㅋ.
– 캬, 바람처럼 스쳐 가는 정열과 낭만아~
– 기소율 언니, 사랑스럽다.
오성 그룹이 인정을 안 했고.
사건은 점점 더 격양됐다.
문제는.
사건이 오성 그룹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는 점.
“회, 회장님!”
오성 그룹 회장실로 사장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뭔가.”
“기사 보셨습니까?”
“음?”
눈살을 찌푸린 신주용이 스마트폰을 켰다.
그러자 포털 사이트 일면에 떡하니 개시된 기사가 보였다.
[천마신교, 흑검대 대장 이선아. “기소율은 거짓말할 성격이 아냐.”]“이선아?”
랭킹 509위, 흑검(黑劍) 이선아의 기소율 변호.
그 밑으로는 수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
– 캬, 천마신교까지 나섰어?
– 천마신교면 우리나라 탑 아니냐……? 오성 그룹 어떡하냐.
– 그래도 교주, 하세라가 직접 나선 건 아니잖아.
– 솔직히 하세라 나오면 게임 끝이지ㅋㅋㅋ 세계 랭킹 3위에 국내 일인자인데. 그건 논외로 하고……. 흑검 정도만 해도 오성 그룹은 좀 부담 아니냐?
– ㅇㅈ. 고립되는 거지.
기사는 그뿐이 아니었다.
[랭커 유상돈, “오성 측 암살 사주에 경악! 성스러운 상권에 썩은 뿌리는 뽑혀야 할 것.”]– 와, 백돈까지 나섰어?
– 우리 오성 그룹……. 국내 왕따 기업이었누.
– 야, 백돈이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 상련회 부회주잖어. 오성 그룹은 백돈이 제일 무서울걸?
– 근데 쟤네들 다 서울 오성(五星) 아니냐? 오성(五星)이 오성 그룹을 까니까 좀 웃프긴 하네.
– 기소율 언니, 인싸시다.
– 위 기소율 빌런 또 나타났냐?
콰앙!
신주용이 책상을 또 내려쳤다.
“백돈, 이 새끼가……!”
기가 찼다.
이선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백돈이 하는 말은 황당 그 자체였다.
“어처구니가 없구나. 우리보다 더러우면 더러웠지, 절대 깨끗한 놈은 아닐 돈 귀신 새끼가 뭐? 썩은 뿌리를 뽑아?”
꿍꿍이가 보였다.
이 기회에 경쟁자 하나 쳐내려는 거겠지.
“저, 저기, 회장님.”
“왜!”
“사실, 그 둘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또 뭐가 문제인데!”
신주용은 이제 불안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을까?
온몸에 식은땀이 맺혔다.
괜히 세게 나섰나?
그냥 내부에서 일벌백계하고 사과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살짝 스치듯 생겼지만, 이내 고개를 털었다.
이미 자존심을 세운 이상,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여기서 사과하면 그야말로 끝.
지금은 배수진을 친 상황이었다.
“그, 그게…… 본사 연락처로 장대웅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장대웅…… 역시 그놈도 움직였나.”
신주용이 이를 갈았다.
만약 서울 오성(五星)이 진짜 작당이라도 했다 치면, 그 마지막에는 장대웅…… 광전사(狂戰士)가 있을 터.
장대웅은 좀 빡세긴 했다.
하지만 장대웅이 아무리 서울 오성이라 하더라도, 본인과 관계없는 일에 나설까?
본래 랭킹이 높을수록 엉덩이가 무거운 법.
더군다나 여론이라는 게 있다.
높은 랭커들끼리 모여 한 집단을 명분 없이 핍박하면,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법.
“금마가 뭐라는데?”
“그게…… 자기가 드미르 공방에 300억 원어치 무기를 의뢰했는데…… 우리 때문에 날아갈 뻔했다면서 그 대가를 치러줘야겠답니다.”
“뭐? 대가?”
“예……. 1시간 후에 본사 건물 터뜨린다고, 민간인들 다 빼내라는데요?”
“……뭐?”
신주용은 경악했다.
아무리 랭커라지만, 그건 전쟁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국내에는 협회 법이라는 게 존재한다.
랭커들끼리 합의 하 결투로 해결을 보는 거면 몰라도, 막무가내로 재산을 파괴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더군다나 민간인에게 피해가 갈 소지가 다분한 경우에는.
“건물이 300억 정도 하지 않냐면서…….”
“그것보다는 당연히 더 비싸지!”
“그게……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다 보니.”
“그 새끼 미친놈 아니야?”
신주용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미친놈…… 맞는데…….”
회장에게 브리핑하던 사장이 개미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중얼거릴 때였다.
“……김 사장?”
신주용이 엄한 눈빛으로 김 사장을 노려봤다.
“예, 회장님.”
“이 상황에. 자네 지금 나랑 말장난하나? 분위기 파악 못 해?”
“죄, 죄송합니다.”
“후.”
부들부들.
신주용은 떨리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일단, 다들 대피시켜! 상황은 그다음에 파악한다!”
일단은 어쩔 수 없었다.
상대는 광전사.
그야말로 미친놈이다.
그리고 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