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83)
뼈칠이
“으음.”
눈을 뜨자, 어느덧 던전 밖이었다.
인천 검단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토당산 중부 능선.
낯익은 하늘이 시야에 성큼 들어섰다.
“으으…….”
“끄으으.”
주변에는 흑검대원들의 신음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김진수도, 강유정도, 강지후도.
모두 목숨을 구했다.
끔찍하던 불사 군단의 군세에 살아남았다.
“하하.”
부팀장, 강지후가 웃었다.
“하하하, 우리 산 겁니까? 진짜로?”
“흐윽, 다행이에요. 정말.”
강유정의 눈가에 결국 눈물이 맺힌다.
“저 때문에 다 죽는 줄로만 알았는데…….”
아픈 건 둘째치고.
본인의 실수로 모두가 죽을까 심리적 부담이 엄청났겠지.
“스켈레톤 킹.”
옆에서 피로에 찌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검, 이선아의 모습.
그래.
확실히 그녀는 랭커였다.
나 역시 그녀가 없었으면 죽었을 것이며, 그녀 역시 내가 없었으면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빚을 졌다.
그나저나.
“흐음, 흑검 님……?”
“……?”
“솔직히 로드까지는 그럭저럭 참을 만했거든요……?”
“예?”
이선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말을 이었다.
“근데 킹이라는 호칭은 진짜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입니다. 으으, 닭살 돋아.”
킹(King)!
왕(王)!
한 나라의 군주이자 임금을 뜻하는 대표적인 단어.
뭔가 랭킹 1위 정도는 찍어줘야 들을 수 있는 이명 같잖아?
“저는 원래 이명이 존재하는 사람은 이명으로만 부릅니다. 킹.”
“……진짜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
이선아의 입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서울 오성(五星)의 멤버들에게도 이명을 불렀고, 나에게도 ‘주동훈’이라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왜요?”
“습관이랄까요? 뭐, 자세한 건 비밀입니다.”
“……?”
뭐야, 이 사람.
본인을 대주라 부르는 건 끔찍이도 싫어하지 않았나?
“하여튼, 스켈레톤 킹 덕분에 살았습니다. 진짜 삶 통틀어 최고의 전투라 생각될 만큼 대단한 전투였어요.”
“하하, 맞습니다! 대단하시더군요. 세상을 뒤덮는 스켈레톤 군단의 위용이라…….”
부팀장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흑검대원들 역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특히 강유정은 팔을 잃었음에서도 절도를 잊지 않는 기개를 보였다.
“……뭐, 저 역시.”
나는 그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의도가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는 나를 위한 던전이었다.
나를 평가하는 던전이었고, 결국 각성한 것도 나였다.
그에 비해 이선아는 선천지기를 사용했고.
강유정도 팔을 잃었다.
“…….”
그냥 헌터도 아닌, 검사로서 팔을 잃는 기분이 어떨지는…….
나로서는 감히 떠올릴 수 없었다.
내 감정을 읽었는지,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클리어 보상이 도착합니다!] [보상을 확인해 주세요!]‘맞다, 보상!’
나는 눈동자를 치켜올렸다.
보상 대다수는 뼈다귀들의 능력치 상승이었다.
전체적으로 스탯이 올랐고, 몇몇 스킬 레벨 상승도 있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보상은.
‘드디어 뼈칠이의 봉인이 풀렸다는 것.’
나는 본능적으로 뼈칠이의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 뼈다귀7] [기력 : 200/200] [고유능력 : 스켈레톤 나이트] [클래스 : 힐러] [등급 : A] [힘 : 40] [민첩 : 40] [체력 : 40] [마력 : 40] [기술 : 40] [보유 스킬]-‘중급 힐링’(Lv.1)
-‘리커버리’(Lv.Max)
-‘스켈레톤 소환’(Lv.Max)
“……?!”
내 눈알이 빠르게 굴러갔다.
정보를 훑었다.
‘힐링? 리커버리? 힐러 클래스?’
나는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원래 힐러라는 고유능력은 네크로맨서보다도 더 희귀하다.
지금껏 던전 다니면서 힐러 한 번 못 봤던 것만으로도 그것을 방증한다.
‘언데드가 힐러라니…….’
원래 언데드한테 힐링 닿으면 오히려 악효과인 거 아니었나?
‘힐링’이라 하면, 무언가 언데드와 반대되는 성스러운 느낌이니…….
‘게다가.’
나는 굳이 힐러가 필요 없다.
내 스켈레톤들은 기력만 있으면 언제든 회복 가능하니까.
‘하지만, 지금만큼은.’
지금만큼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스킬 : 중급 힐링] [레벨 : 1] [설명 : 상태를 급속도로 회복시킵니다.] [효과1 : 상처를 봉합, 지혈하고, 염증을 완화시킵니다.] [효과2 : 스켈레톤의 경우, 뼈를 맞추고 회복시킵니다.] [효과3 : 기력 10을 사용합니다.]‘허어.’
효과1과 효과2를 읽어보면.
헌터뿐만 아니라, 스켈레톤에게도 효과가 있는 특수 스킬인 듯했다.
‘그다음, 리커버리는?’
[스킬 : 리커버리] [레벨 : Max] [설명 : 육체 상태를 이전으로 되돌립니다.] [효과1 : 신체를 24시간 전으로 되돌립니다. 단, 이미 죽은 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효과2 : 재사용 대기시간 – 30일.] [효과3 : 기력 50을 사용합니다.]“와!”
여태껏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내 입술이 처음으로 벌어졌다.
자동으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거 개 사기잖아?’
힐러라길래, 기껏해야 회복 조금 해주는 수준인 줄 알았다.
‘미친.’
근데 이건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미친 수준이었다.
‘신체 상태를 과거로 되돌린다라…….’
즉, 상황에 따라 죽기 직전까지 다친 사람을 완전히 회복시킬 수도 있다는 말.
오랜 지병을 앓고 있거나.
아니면…… 다친 지 하루 이상 지난 사람을 회복시킬 순 없겠지만.
‘전투 한정으로는 개사기 스킬이 맞지.’
이게 어느 정도냐면.
이 스킬 하나로만, 전국 모든 길드의 콜을 받을 수도 있을 거다.
그냥 랭커 뒤만 따라다녀도 랭커 목숨 배터리 역할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비록 쿨타임 한 달이라는 페널티가 있었지만.
그 페널티가 무색할 만큼 강력한 스킬이었다.
“……?”
주변에는 아직도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내 갑작스러운 감탄사에 다들 의아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킹?”
“혹시 뭐 생각나신 거라도?”
그래, 궁금하겠지.
하지만, 조급해하지 마라.
천천히 알려줄 테니.
나는 씩 웃으며 아직도 팔을 부여잡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강유정 씨?”
“예?”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잠깐, 팔 좀 줘보시겠습니까?”
내 기억상.
아직 그녀가 다친 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 * *
‘팔…….’
강유정은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게 어떤 감정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도 몰랐다.
슬프기도 했고, 믿기 힘들기도 했으며, 또 생각보다 담담하기도 했다.
지금 느끼는 감정들이 뒤죽박죽 얽혀서 마치 고장이 난 것 같았다.
‘……매번 기사에 나오는 던전 사고의 주인공이 내가 될 줄이야.’
소름이 돋았다.
데스나이트의 차갑고 매서운 검이 자신의 어깨를 쓸고 지나갈 때의 그 감각.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감각과 통증이 떠올랐다.
팔은 아직도 욱신거렸다.
‘외팔이의 삶.’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숨이 막혀왔다.
일상의 불편함은 둘째치고, 팔이 없으면 중심이 잘 안 잡힌다.
걸음걸이도, 스텝도, 검술도 전부 부자연스러워진다.
어색해진다.
두 팔이 멀쩡할 때도 고작 A급이었는데.
S급, 그걸 넘어 랭커까지 가려면 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걸까?
아니, 가능이나 한 걸까?
“…….”
그녀는 낙담했다.
아마 헌터 생활은 접어야겠지.
천마신교에서도 나가야 할 거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육자의 삶으로 넘어가야 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A급 헌터였는데, 먹고 살 수는 있지 않을까?
그렇게 잡생각하고 있을 찰나.
“강유정 씨?”
주동훈, 그 사람이 자신을 부른다.
‘주동훈.’
처음엔 B급이라길래, 그저 기믹을 풀기 위한 존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그저 그런 B급이 아니었다.
‘B급은 무슨…….’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적어도 S급 이상이어야 말이 됐다.
아니, 솔직히 랭커라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침착한 판단과 순간 대응 능력.
그리고 세상을 해일처럼 뒤덮었던 그 스켈레톤 군단을 통솔하던 모습.
‘그게 어떻게 B급이야……. 그건 진짜 말도 안 되지.’
고개를 한번 털어낸 그녀가 대답했다.
“예.”
“잠깐, 팔 좀 줘보시겠습니까?”
“팔이요?”
팔?
왼팔을 말하는 걸까, 오른팔을 말하는 걸까…….
왼팔은 이미 없는데…….
그런데 왜일까?
그의 웃음과 확신에 찬 표정을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기분이 피어올랐다.
‘기적.’
그는 분명 기적을 보여주는 사람이었으니까.
“팔은 왜요?”
강유정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냐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후웅!
그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후두두둑!
동시에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하얀 스켈레톤의 모습.
그 스켈레톤 역시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주동훈이 그 스켈레톤을 굽어보며 말했다.
“뼈칠아, 힐링.”
삐걱!
스켈레톤의 지팡이가 천천히 올라와 스윽! 강유정의 어깨 위에 닿았다.
“힐링?”
부팀장이 경악했다.
“정말 힐링이라 했습니까, 킹?”
랭커인 팀장님 또한 입을 떡 벌렸다.
강유정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팔을 바라봤다.
‘세상에, 힐링을 쓰는 스켈레톤이라니.’
[세상에 이런 헌터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섭외 일 순위이지 않을까?우우웅!
스켈레톤의 지팡이에서 나오는 새하얀 빛이 강유정의 왼팔을 부드럽게 감싼 것은 그때였다.
욱신거리던 통증이 사라지고, 피가 완전히 아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붉은 절단면에 새살도 돋았다.
‘하지만.’
그뿐.
없던 팔이 되살아날 수는 없는 거다.
그래, 그건 말도 안 되는 기적이겠지.
“흠, 힐링으로는 무리네.”
주동훈의 입가에서 옅은 한숨이 새었다.
그 역시 낙담하는 걸까?
‘역시.’
하지만, 괜찮다.
이것만으로도 자신은 큰 복을 받았다.
목숨을 구했고, 고통도 사라졌지 않은가!
“저는…….”
강유정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팔이 떨어졌지만, 많은 헌터들이 겪는 던전 사고 중 하나잖아요…….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우리 팀이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진심이에요.”
그녀의 어투는 잔잔하면서도 침착했다.
“그저, 이렇게 신경 써주는 것만으로도…….”
“잠깐 기다려 봐봐요. 아직 한 발 남았으니까.”
그가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외쳤다.
“리커버리!”
그때였다.
주동훈의 말 한마디에.
스켈레톤의 지팡이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더욱 하얘졌다.
더욱 성스러워졌다.
스윽!
신묘한 기운이 자신의 팔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스킬, ‘리커버리’가 당신의 육체에 닿습니다.] [당신의 신체 상태가 24시간 전으로 되돌아갑니다.]“허어?”
쏟아지는 기운들이 점차 강유정의 몸을 뒤바꾸고 있었다.
시간이 거꾸로 흘렀다.
회복되었던 팔에 다시 피가 흘렀으며.
종국에는 점차 뼈가 돋기 시작했다.
그 위로 살이 솔솔 솟아나고 혈관이 감싸고 신경이 만들어지고…….
마치.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아아…….”
생생한 팔이 다시 자라났다.
느껴지지 않던 왼팔의 신경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봐도.
분명 자신의 팔이 맞았다.
“이게…… 무슨…….”
충격받은 강유정이 입을 쩍 벌렸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주동훈을 올려다봤다.
그녀 주변에 흑검대원들도 전부 경악한 상태였다.
세상에, 신도 아니고.
어찌 잘린 팔을 복구해 낸단 말인가!
“이번에 새로 얻은 스킬, 리커버리랍니다. 다행히 먹히네요.”
“…….”
강유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감정이 북받쳐 말 대신 눈물을 뚝뚝 흘릴 뿐.
‘이게 실화인가?’
‘정말로 팔이 재생한 거야?’
‘나 다시 싸울 수 있는 거야?’
만약 그런 거라면.
그가 바로 본인의 은인이었다.
생명의 은인이 아닌, 그보다 더 위의 가치.
꿈을 지켜준 은인이었다.
“정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강유정은 이날.
기적을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