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27
제127화
“나머지 두 명은 계속 돌아다니거든. 혹시나 중간에 들키면 모든 게 무산되잖아.”
그랬다.
난이도가 높은 건 흑마법사들을 제압하는 게 아니라 바로 이거였다.
“이제 두 놈이 우리에게 올 거라고 했지?”
“맞아.”
“저놈들 아닐까?”
이자벨이 손을 들어 저 멀리에 서있는 둘을 가리켰다.
산책하듯 걷고 있는 둘은 겉으론 아침 산책을 나온 평범한 중년 부부 같았다.
“맞는 거 같아.”
“쫓아가서 잡아야 하나?”
“아니. 안 도망 가. 오히려 저들이 우리를 잡으려 할 걸?”
“그래?”
“우리가 뺏은 마석을 가지고 있으니까.”
7개의 마석.
하나하나가 최고급이고, 마석 안에는 작은 마법진까지 새겨져 있었다.
이 마법진이 마석에서 마력을 흘러나오게 하는 거였다.
마석 자체도 귀하지만 마법진을 새기는 것도 꽤나 힘든 일.
저주를 다시 작동시키려면 흑마법사들도 데리고 와야 하지만 마석도 필요했다.
마석은 새로 구하는 것보다 우리에게서 뺏는 게 좋다.
또 저주를 멈춘 존재니까 다시 작동시킬 때에 가장 걸림돌이 될 것도 우리였다.
‘그러니까 우리를 꼭 잡으려 하겠지.’
예상대로 약 100여 미터까지는 무관심한 듯 걸어오더니 여기서 돌변해 정체를 드러내려…
타앙! 탕!
두 발의 총성이 광장에 울려 퍼졌다.
어제 저녁에 막판에 두 명의 흑마법사와 어떻게 싸울까 잠깐 고민했다.
둘은 샤이아와 비교하면 약하지만 그렇다 해도 최소 4서클에서 5서클은 될 거라 생각했다.
흑마법사는 일반 마법사들보다 1서클은 높게 잡아준다.
전투력이 뛰어나니까.
때문에 최소 5서클에서 6서클의 실력을 가진 마법사와 싸워야 한다는 얘기였다.
물론 싸워서 질 거 같지는 않지만 굳이 요란스럽게 싸워야 하나 싶었다.
저들이 쓰는 건 일반 마법이 아니라 흑마법이니 각종 저주도 퍼부어댈 테고, 죽은 자를 일으켜 세울 수도 있고…
흑마법의 타켓이 나와 이자벨에게만 그치는 게 아니라 주위에 있던 자들도 신경 쓰지 않고 마구 펼칠 테니 이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그냥 총으로 쏴버리자.’
사정거리 내라면 거의 음속에 가까운 탄환.
이걸 피할 자가 있을까?
‘드레이크도 못했잖아? 흑마법사 중에 제일 강한 샤이아도 안 될 거 같은데?’
그래서 나와 이자벨이 쓸 거로 총 2정을 준비했다.
드레이크를 저격할 때에도 썼던 바로 그 총이었다.
다만 탄환은 강화하지 않았다.
두 발의 총성 후에는?
철퍼덕! 철퍼덕!
둘은 신음소리도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둘 다 정확히 이마에 구멍이 났으니까.
바로 헤드샷!
갑작스런 총성에 광장에 있던 모두가 나와 이자벨을 주목했다.
쓰러진 둘을 보며 비명을 지르는 여자도 있었다.
‘총을 쓰니 단점이 있네.’
뭐냐고?
저 둘을 따라다니며 지키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지금처럼 광장 안의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선 찾아낼 수 없다는 거.
이럴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그래도 나와 이자벨 그리고 광장에 있는 많은 이들의 안전이 중요했다.
‘이 상황에서 정체를 숨기는 건 의미가 없겠네.’
그렇지 않아도 저주 때문에 뒤숭숭해진 백성들을 안심시키려 내가 깨어났고, 아무 문제가 없음을 밝히려 했다.
결심이 섰기에 흑두건부터 벗었다. 그리고 시체가 된 둘을 향해 걸어갔다.
죽은 둘의 품을 뒤져 마석 2개를 찾아냈다.
이제 저주는 완전히 클리어!
9개의 보석은 파괴하는 게 아니라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잠시 후에 광장으로 달려온 병사들은 날 알아보고 크게 놀라며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헛! 쓰러져서 정신을 못 차리신다고 들었는데 어찌 여기에…”
“나았으니까 나온 거겠지? 여기 시체를 들고 따라와라.”
“네!”
총으로 죽인 두 명의 시체만 아니라 이자벨과 함께 죽인 7명의 흑마법사와 이들을 지키던 수십 명의 시체도 함께 수거했다.
모두의 품을 뒤졌는데 신분을 알아볼만한 건 하나도 없었다.
그냥 보아선 내가 무고한 시민들을 죽인 거 같았다.
하지만 저들에게서 얻은 마석이 숨길 수 없는 증거였다.
시체는 불태우고, 타고 남은 재는 강에 뿌리도록 했다.
설마 이렇게 하고도 되살아나는 건 아니겠지?
재가 바다까지 흘러가 사방으로 흩어졌으니 죽은 자를 일으키는 마법으로도 불가능했다.
“이자들이 전부 저주를 건 흑마법사들이라고요? 앞으로 수도의 경계를 철저히 해야겠습니다.”
윈터의 말이었는데 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안 해도 된다.”
화들짝.
“네? 어떻게 안 합니까!”
“해도 못 잡는다. 괜히 일반 백성들만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딱 맞는 경우였다.
철저하게 몸을 숨기는 자들을 발견하려고 얼마나 많은 피해가 생기겠나!
“그리고 적발을 해내도 문제다.”
“왜요?”
눈을 똥그랗게 뜨며 이해를 못했다.
“적발 당한 순간에 흑마법사는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아마 검문하는 병사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이들이 많이 죽을 거다.”
“아!”
“긁어 부스럼이란 말도 있지 않나. 그냥 둬도 된다.”
“하지만 저주는요?”
“저주가 있을 거 같으면 내가 다시 해결하겠다.”
안심이 되는 건 번영의 토템이 있어서 다시 대저주를 거는 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바로 죽는 자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
이걸 믿기에 나도 여유를 부리는 거였다.
샤이아도 멍청하지 않으니 같은 일을 또 벌일 리도 없었다.
“그보다 아픈 자들은 어떻게 되었나?”
“아! 그게 아직 알아보질 못했습니다.”
“후우, 직접 가보겠다.”
집에서 치료를 하는 자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신전 앞에 자리를 깔고 누운 자들도 있었다.
난 세 명의 아내를 데리고 신전으로 갔다.
직접 가려는 건 내가 정상이라는 걸 모든 이들에게 더욱 확실히 알리기 위해서였다.
광장에서 본 이들이 있긴 하지만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또 혼자서 가지 않은 건 이만큼 백성들에게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비유를 한다면 국가 행사에 대통령만 아니라 영부인도 함께 가는 그런 거다.
신전에 도착하니 많은 이들이 날 보며 놀라워했다.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타났으니까.
아픈 자들부터 살폈는데 저주가 사라지며 모두 기력을 회복하고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난 모든 이들 앞에서 건재함을 알리고 아팠던 자들을 위로하고 위로금으로 10골드씩 하사했다.
아픈 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으니 지출이 꽤 되지만 그래도 이 일로 분위기는 확실히 바꿔놓았다.
나에 대한 충성도도 크게 올랐고 말이다.
[도시에 저주를 거는 흑마법사 집단을 제거했습니다.보상:포인트 100점.]
보상은 포인트였다.
기쁘기도 하면서 씁쓸하기도 했다.
포인트는 다방면으로 쓸 수 있으니 좋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단계에선 S급 아이템을 얻길 원했다.
‘슬슬 아이템을 맞출 때가 되었는데…’
***
“시, 실패?”
성공을 의심치 않았던 샤이아는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했다.
“민주크에 잠입한 9명 모두 죽었습니다.”
“스타크인가?”
아직 스타크에 대한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샤이아는 미리 짐작하고 물었다.
“네.”
“하! 가짜였군.”
아마 쓰러진 직후에 저주가 풀렸을 거라 짐작했다.
‘내가 방심했어.’
악마의 하수인 중에 저주에서 예외인 이는 없었다.
이들의 후손도 마찬가지.
때문에 스타크에게 치명적일 거라 예측했고, 쓰러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걸 사실로 받아들였다.
“피해가 크구나.”
이번에 죽은 흑마법사 9명은 그동안 중간위치로서 조직을 이끄는 자들이었다.
저들이 사라지면서 갑자기 중간이 확 비어버리게 되었다.
“스타크가 마지막 둘을 죽이는 걸 본 목격자가 있습니다.”
“우리 쪽 사람? 몇이나 살아남았지?”
“3명입니다.”
“후우, 고작 3명? 적구나. 너무 적어. 그럼 저주로 죽은 자는 얼마나 되지?”
“없습니다.”
화들짝.
“없다고?”
아까 실패했다는 말보다 더 놀랐다.
“무슨 말이냐. 저주로 죽은 자가 없어? 정확히 알아본 것이냐?”
샤이아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저도 거듭 확인했습니다만 저주로 죽은 자가 없는 건 확실합니다.”
“절대 그럴 수가 없는데? 이건 뭔가 도시를 보호하는… 그래!”
뭔가 생각났다는 듯 샤이아가 소리를 질렀다.
“분명 도시를 보호하는 성물이나 가호 같은 게 있는 게 분명하다. 저주를 막을 만큼 아주 강력한 거야.”
“으음. 저주를 다 막은 거 같진 않습니다. 아픈 자는 무척이나 많이 나왔는데 다만 죽지만 않았으니까요.”
“하여튼 뭔가가 있는 거다. 그걸 찾아야 한다.”
“2진을 투입시켰는데 그들에게 찾으라고 할까요? 1진이 발각되며 경계가 삼엄해질 것을 대비해 빠르게 침입했습니다.”
“안 돼! 지금 당장 연락해서 모두 나오라고 해라.”
방금 전에 찾으라고 하더니 샤이아는 돌변해서 딴 소리를 했다.
“작전을 취소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어설프게 행동하면 피해만 커진다.”
“알겠습니다. 그럼 찾으라고 하신 건…”
“그것도 취소다. 취소!”
“그런데 군대는 어떻게 합니까?”
유제프가 드레이크의 죽음에 분노하고, 그의 복수를 하겠다는 명분으로 끌어 모은 3만 명이나 되는 군대.
당연하겠지만 총지휘관은 샤이아였다.
사실 샤이아는 지휘관 스타일은 아니었고, 지금도 부지휘관인 알비온 제2기사단의 단장이 참모인 부단장과 함께 실질적인 지휘를 맡고 있었다.
“후퇴하는…”
버럭.
“무슨 소리!”
발끈한 샤이아가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스타크도 살아있고, 저주도…”
말끝을 흐렸지만 ‘드레이크처럼 죽으면 어떻게 합니까?’ 하는 말이 숨어 있었다.
“난 맹세를 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나?”
지켜지지 못한다면 죽음이었다.
저주의 마법진 위에서 한 맹세였기에 리치로 바뀐다 해도 생명을 유지하는 라이프베슬이 100% 깨질 거다.
‘후우, 이 따위로 내 발목이 잡힐 줄이야.’
“전부 소환하라.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소환하라는 건 흑마법사.
“어떻게 하시려는 건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간단하다. 군대를 제물로 삼아 적을 친다. 3만 명의 제물이라면 충분히 적을 압도할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래도 됩니까? 3만 명을 다 죽이는 건…”
피식.
“내 맹세에 군대 따위는 들어가지 않았다. 어차피 저들은 전쟁을 이기기 위한 도구다.”
3만 명의 생명 따위는 샤이아의 안중에도 없었다.
“시간이 없다. 소환 마법진을 만들어야 한다.”
3만 명을 제물로 받치고 지옥에서 악마를 소환할 계획이었다.
최소 군단장급으로.
‘3만 명이면 부족할 리 없다.’
***
얼굴이 허옇게 질린 아라가 날 찾아왔다.
“저, 전하! 무, 무서워요!”
“무슨 일이냐?”
“아, 악마를 보았어요. 악마가 나타났어요!”
아라는 자신이 본 환상을 설명했다.
듣고 난 난 바로 욕을 내뱉었다.
“이런 미친 새끼가!”
“네?”
“아, 아니. 너에게 한 말 아니다. 악마를 소환한 새끼에게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