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28
제128화
아라가 말한 환상에는 소의 머리와 꼬리를 가진 거대한 악마가 나왔다.
소머리라는 말에 처음 떠올린 건 미노타우로스.
‘하지만 악마잖아.’
그래서 다시 생각하니 모라크스였다.
‘군단장급을 소환했군.’
게임에서도 여러 종류의 악마가 등장한다.
지옥으로 내려가서 깨는 퀘스트도 존재하니 거기서 본 악마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건 후반 중에서도 후반에서의 일이다.
‘모라크스를 불러내려고 자기편을 다 죽이다니.’
사실 죽였다고 보기에 애매할 수 있긴 했다.
그저 베르게르 공국의 병사들과 싸우도록 놔두었을 뿐이니까.
이번에도 우리는 총을 썼고, 수많은 적병들은 우수수 쓰러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샤아아아.
죽은 자들이 있는 땅에서 솟아오르는 핏빛의 마법진.
마법진의 크기가 엄청나 수 킬로미터에 달했다.
이렇게 큰 마법진을 만들기 위해 샤이아는 흑마법사들을 전부 소환한 것.
잠시 후,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갈라지고, 그 밑에서 죽은 적병의 피를 제물로 마신 악마 모라크스가 소환되어 나타났다.
그 다음은 모라크스에 의한 일방적인 학살.
아라의 환상에서 아군이 쓸려나갈 때에 내가 저항하며 싸웠지만 아주 짧은 시간(1분)만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
그 후에 난 죽었고, 전장의 아군도 남김없이 죽는다.
‘결국 마지막에 웃는 건 샤이아가 되었군.’
아라의 얘기를 듣고 난 후에 깊은 고민에 들어갔다.
‘모라크스는 총으로 상대 못해.’
데미지를 아예 안 주는 건 아니지만 너무 약하다.
비유를 한다면 모라크스는 전차 중에서도 중전차.
2차 대전으로 친다면 독일의 유명한 전차 티거!
단 1대일뿐이지만 총을 아무리 많이 쏘아도 뚫리지 않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
+7로 강화한 탄환도 안 된다고?
아! 이건 될 거다.
하지만 한 발로는 어림도 없고, 아마 10발로도 힘들 거다.
수십 발로도 될까?
일단 모라크스는 급소가 없다.
뭔 소리냐고?
상대는 악마다. 일반 생명체가 아니다.
심장? 뇌? 있겠지만 여기 맞는다고 죽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데미지가 누적되면 죽는다.
이 세계의 기반은 게임이잖아.
게임 시스템에서 악마가 심장 맞는다고 죽어?
뇌 맞는다고 죽어?
그런 게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아니다.
게임이라도 인간, 고블린, 오크, 오우거 등은 급소가 있고, 여길 맞으면 죽는다.
왜냐고 묻는다면 이 게임에서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어쩌면 +7로 강화한 탄환 수십 발이면 해치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게임에서 모라크스를 해치운 경험으로 말한다면 못해도 100발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10발 만드는데도 백만 골드가 들었고, 탄환 수만 개를 날려먹었다.
100개를 만드는 데 돈은 얼마나 들지, 탄환은 몇 십만 개를 날려먹을지 알 수가 없었다.
나 개인의 성장으로 비벼보는 것도 당장은 한계가 있었다.
‘아라의 환상에서도 버서커와 빅자이언트를 쓴 내가 간신히 버틴 게 1분.’
실력을 키우면 더 강해지겠지만 사실 현재 스탯은 거의 완성 상태였다.
감응력이 S로 올라서며 오러를 쓸 수 있긴 하지만 아직 소드 마스터급의 오러와는 거리가 멀었다.
현재 상태에서 더 큰 데미지와 더 큰 방어력을 얻으려면 아이템을 바꿔야 했다.
이건 게임에서의 흐름을 보아도 정석적인 이야기였다.
초반에는 특성을 맞추며 스탯 중심으로 올린다.
전사 계열이면 피지컬, 마법사 계열이면 감응력부터.
중반에는 아이템을 세팅한다.
부위별로 자신에 맞는 가장 강한 걸 하나씩 마련한다.
후반에는 세팅된 아이템을 강화하여 성장을 완성한다.
지금 내 경우에 초반 단계가 끝났고, 중반으로 넘어가야 할 상태였다.
‘하지만 아이템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
당연히 강화도 없고.
들려오는 정보에 따르면 샤이아가 군대를 끌고 오는데 국경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고 했다.
이 기간이면 우리도 얼른 준비하고 국경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결국 아이템을 구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었다.
강화는 돈으로 바르는 거니 하루나 이틀이면 된다.
‘끄응. 상점표로 세팅할까?’
상점에서 파는 아이템은 최상은 없다.
그냥 중반에서만 통할 정도?
그렇다고 가격이 싼 것도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강화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7로 강화한 탄환 10개를 얻는 데 들어간 돈이 수십만 골드.
에이, 얼마 안 들었는데?
맞다. 이 정도면 아주 적게 들어간 거다.
그런데 탄환이었으니까 이 정도로 끝인 거다.
‘상점표라도 아이템을 부위별로 +7로 만들려면 수백, 수천만 골드가 아니라 수억 골드는 있어야 할 걸?’
이게 무슨 소리냐고?
아이템은 강화하다가 실패하면 깨져서 사라진다.
탄환은 헐값이다.
+7짜리 10개 만들 때도 수만 개는 깨져서 사라졌다.
하지만 탄환이기에 부담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상점표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은 아이템을 +7까지?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부위별로 전부?
진짜 수억 골드는 있어야만 가능할 얘기였다.
제국의 수도를 털며 수천만 골드를 벌었지만 이걸 다 강화에 쓴다는 건 바보짓이었다.
이제 난 한 영지의 주인이 아니라 한 나라의 주인이었다.
돈 쓰는 단위가 달라졌다.
‘흐음. 아이템 강화는 돈 때문에 안 된다.’
그래서 찾은 방법은?
대포!
총으로 안 되면 대포로 쏘면 될 거 아닌가!
‘그런데 대포를 만들어도 맞추지 못하면 말짱 꽝인데.’
아무리 강력하면 뭐하나.
헛발질만 한다면 아무 소용도 없는 거였다.
‘그래도 준비는 하자.‘
어차피 총 다음 순서로 제작할 건 대포로 잡고 있었다.
총이 세상에 나왔는데 대포가 없다는 것도 좀 그렇기도 하고, 총을 봤는데 누구든 대포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남들이 만들기 전에 만들자는 것도 있었다.
물론 대포가 뚝딱 나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미 강철을 생산하는 용광로가 있으며, 총을 만들던 노하우도 있었다.
후장식 대포를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속이 뻥 뚫린 관? 같은 걸 만드는 거였다.
다만 청동 대포나 주철 대포가 아니라 강철 대포였다.
처음이니 청동 대포부터 만들까 생각도 했지만 강철이 있는데 굳이?
그래서 바로 강철 대포를 제작하기로 했다.
물론 화약폭발에 의해 쪼개짐을 피하기 위해 일정 길이마다 마디를 만들기도 해야 하고, 뒤쪽도 좀 더 두텁게 해야 하고 등.
나름 대포의 노하우가 필요한 건 알지만 다 무시하고 일단 만들도록 했다.
시간이 급했으니까.
마차의 바퀴를 떼어다 대포에 끄는 장치를 만들도록 대충 그림을 그려서 주었다.
이렇게 해서 급히 10문의 대포를 제작했다.
그런데 힘든 게 있었다.
바로 대포알!
둥그렇게 돌을 깎아야 하는데 이게 난이도가 높은 거였다.
그래도 이곳에서 남는 게 사람 아닌가!
이 세계라 하더라도 돌을 깎아 동상도 만들고 하기에 이런 석공들을 죄다 부른 후에 갈아 넣어 100개를 만들었다.
대포와 대포알을 강화하는 것도 생각을 해봤지만 하나라도 깨져서 사라지면 강화를 안 한 것보다 나을 게 없기에 그냥 두었다.
‘설마 대포알에 먹히지 않는 건… 아니겠지?’
만일 그렇다면 전장에서 급하게 강화를 할 계획이었다.
여기까지 했으니 끝?
그럴 리가!
실제로 쏴봐야 했다.
그래서 대포에 필요한 화약의 양이 얼마인지, 사거리는 어느 정도인지, 대포가 날아가는 궤적은 어떻게 되는지 등.
알아야 할 정보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편 대포는 제작에 들어갔어도 이걸로 모라크스를 없애는 건 힘들다고 봤다.
왜냐하면 아까도 말했지만 정확도 때문.
운 좋게 맞추면 좋겠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높았다.
모라크스가 놀라운 속도로 움직일 텐데 그걸 따라다니며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때문에 다른 무기를 더 준비하기로 했다.
당연하겠지만 화약을 이용한 거였다.
답부터 말한다면…
총!
엥? 총은 안 통한다면서?
현재 총은 안 통한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건 대전차용 총.
이걸 생각하고 처음 든 생각은 ‘난 바보다.’였다.
‘드레이크와 싸울 때에 만들면 됐잖아!’
그땐 강화만 생각했다.
모라크스를 전차라 생각하면서 대전차총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만일 이전에 이 생각을 했다면 +7의 강화를 하겠다고 백만 골드를 쓰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아시모프를 부른 후에 기존 총보다 길이는 2.5배.
총구의 크기도 2.5배나 되는 총을 만들라고 했다.
“네? 그렇게 큰 총을요? 그럼 탄환도 새로 만들어야겠네요?”
“맞다. 이 총만을 위한 탄환을 만들어야지.”
“이건 화약을 얼마나 쓰는 건가요?”
“2.5배에서 3배?”
갸우뚱.
“그럼 총이 버틸까요? 잘못하면 폭발할 거 같은데요?”
끄덕끄덕.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내 나름대로 대책이 있었다.
바로 대전차총의 강화!
강화하다가 사라질 위험이 있는데도 하려는 이유가 파괴력 증가 목적이 아니라 폭발 위험을 막기 위함이었다.
강화 실패를 생각해야 하기에 최소 10정은 만들고 싶었다.
“이 총을 한 달 안에 몇 정까지 만들 수 있을까? 되도록 많아야 하는데? 아! 크기를 키운 탄환도 마찬가지.”
“지금 지시하신 대포도 만드는 중인데요?”
“대포는 중단해도 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대포 제작을 위한 틀을 다 마련한 상태라서요.”
항상 새로운 걸 만들고 싶어 하는 아시모프는 대포 제작에도 열정이 있었다.
“이 총을 최소 10정은 만들어야 하는데 가능하겠나?”
“가능… 합니다. 기존 총에서 크기만 커진 거니까요.”
그래서 출전 전에 대전차총이 10정 만들어졌다.
탄환은 1,000개가 제작되었고.
10정을 가지고 강화를 시도했으며, +2가 나왔을 때에 멈췄는데 8정이 파괴되고, 2정이 남았다.
숫자가 좀 재밌었다.
딱 2정이라니.
‘이번에도 이자벨과 함께 쏴야 하나?’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자벨을 제외한 두 아내와 아이들은 데려가지 않으려 했다.
이자벨을 데려가려는 건 저격에 있어서만큼은 나보다 나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하인리히를 놔두고 가야 하는 부분에서 이자벨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아라가 본 환상을 말해줬잖아. 악마가 나타난다고!”
“악마라도 이길 수 있다며?”
“쉽지 않아.”
“그래도 이길 거잖아.”
“그래.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 더구나 악마도 있고, 샤이아를 비롯해 흑마법사가 몇 명이나 나타날지 몰라.”
“악마를 소환해서 불러내기 전에 흑마법사들을 먼저 없앨 수는 없어?”
이건 나도 생각해본 거였다.
물론 되면 좋다.
‘하지만 샤이아가 어떤 놈인데. 그리고 흑마법사들도 숨는 거라면 이골이 난 놈이지.’
때문에 성공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여겼다.
설명을 해주니 이자벨도 끄덕이며 납득한다.
“전장에 있다가 하인리히가 저주에 걸릴 수 있어.”
“당신 피를 받았으니 이미 저주는 걸렸겠지.”
“끄응. 새로운 걸로 걸릴 수도 있잖아.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지. 안 그래?”
“저번에도 위험했지만 함께 했잖아.”
“그때랑은 다르다고. 드레이크는 명예를 아는 귀족이니까 설사 내가 죽더라도 아내와 아이는 건들지 않을 거 같았어. 하지만 이놈은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