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69
제169화
아나이스가 레아와 이자벨의 눈치를 보았다.
마치 에이츠는 안 되니까 뒤므리에나 하인리히가 결혼하면 어떠냐는 눈빛이었다.
“뒤므리에는 빼주세요.”
“하인리히도요.”
“저도 에이츠는 좀…”
결국 셋 다 싫다는 거였다.
‘끄응. 그렇게 안 봤는데 셋 다 시어머니 노릇 톡톡히 하겠어.’
내가 자식 결혼을 걱정해야 하다니.
30대에 불과한 데.
세 아들을 불러서 현재로선 결혼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너희는 평범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건 알고 있지?”
끄덕끄덕.
“결혼도, 연애도 너희가 원하는 상대와 하도록 해주고 싶다. 하지만 아빠는 제국의 황제니까 제국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봐야 해.”
“…..”
셋 다 침묵하며 얼굴이 어두워졌다.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셋 다 곧 황성으로 떠날 거야. 갈 때에 여자친구랑 갈 수 없어. 그러니까 헤어지기 전에 얘기 잘 해서 문제 없도록 해라.”
“…..”
세 아들의 얼굴을 보기 힘들어 내가 먼저 자리를 피했다.
어찌어찌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엘프 왕에게 그동안 좋은 대접에 감사한다고 인사한 후에 각자 여친과 애절한 헤어짐으로 슬퍼하는 세 아들을 데리고 황성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세 아들과 면담을 했는데 먼저 음악에 관한 것부터 물었다.
혹시나 별 관심이 없다는 대답이면 다른 특성으로 바꿔주려고 했다.
그런데!
“음악은 너무 좋아요.”
“아빠. 새로운 곡을 배우고 싶어요.”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셋 다 음악에 완전 푹 빠져 버렸다.
음악 자체는 나쁠 게 없는데 문제는 이 세계는 즐길만한 음악이 많지 않다는 것.
나에게 새로운 걸 가르쳐달라는 데 솔직히 나도 기타로 칠 줄 아는 게 렛잇비랑 꽃의 눈이 전부였다.
한때 인터넷의 꽃의 눈을 기타로 치는 영상에 완전 반해서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어서 죽어라 연습했었다.
렛잇비는 하나만 너무 몰입한 거 같아서 다른 거 해보려고 찾아서 연습했던 거였다.
‘끄응. 어쩌나…’
“아빠가 만들고 있는 곡이 있기는 한데 기타 연주는 안 했고, 완성도 아직이야. 멜로디만 있는데 그래도 들어볼래?”
“네!”
세 아들이 합창하듯 한 목소리로 외쳤다.
난 기억하는 유행가 몇 개를 들려주었다.
유행가의 전 부분을 들려준 건 아니고 각 곡의 히트했던 멜로디와 가사였다.
“이걸 완성할 시간이 없으니 너희가 마무리를 해봐라.”
나중에 세 아들이 완성을 해가지고 왔는데 좀 다르게 해석되어 완성된 유행가였다.
색다른 맛도 있고, 고친 게 나은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놀라운 건 다른 데에 있었다.
‘헉! 성장했어!’
세 아들의 특성인 음악이 B등급에서 A로 모두 바뀌어 있었다.
작곡, 작사를 하면서 한 단계씩 성장한 거였다.
D급에서 C급으로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급성장을 하다니 믿기질 않았다.
뿐만 아니라 셋 다 작사를 룬어로 했다.
뒤므리에는 직접 썼고, 하인리히는 옆에서 좀 도와줬으며, 에이츠는 대부분을 내가 해줬다.
어찌 되었든 룬어로 가사를 썼는데 노래를 부를 때에 마법이 생겨났다.
뒤므리에가 만든 건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는’ 이었는데 노래를 부르니 눈이 내렸다.
다만 꽃의 눈에서와 같이 아름답지는 않았다.
하인리히가 만든 건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노래를 부르니 향긋한 꽃내음이 주변에 퍼졌다.
에이츠가 만든 건 ‘축제의 밤’이란 노래였는데 노래를 부르니 어디선가 축제의 나팔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세 아들은 재미가 들렸는지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
“이제는 직접 해라.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아빠를 이용해서 이루려고 하지 말고. 걸작은 창작의 고통 속에서 나오는 거야. 아빠는 할 일이 많다.”
매몰차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미 한 번 도와주기도 했고, 하고 싶은 건 스스로 해야 하는 게 답이기도 했다.
세상 어느 작곡가가 부모에게 매달려서 창작을 대신 해달라고 하나!
음악만 아니라 미술도 그렇고, 문학도 마찬가지다.
창작의 고통은 창작자가 직접 해야 한다.
얘기를 마치고 끝내려는데 하인리히가 홀로 남았다.
“왜? 할 말이 있니?”
“틸리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다녀와도 될까요?”
“…혼자?”
“네.”
대단한 용기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밍구가 태워줄까?”
“아리아와 함께 다녀오는 건…”
“아리아는 너무 어리다. 네가 함께 한다고 해도 안 돼.”
“그럼… 혼자서라도 어떻게든 가보겠습니다.”
하! 여기서 거기까지 거리도 거리지만 가는 동안 만날 수많은 역경들.
“밍구를 타고 가서 짧게 느껴졌나 본데 가는 시간은 대략 2년에서 3년을 잡아야 한다. 또 체르니아 왕국까지는 치안이 괜찮다 치더라도 거길 지난 이후에는 산적들과 몬스터들이 끝없이 널 괴롭히고, 죽이려 들 거다.”
“그래도 가고 싶어요.”
하인리히는 고집을 꺾으려 하지 않았다.
“…생각 좀 해보자.”
너무 적극적인 태도에 안 된다는 말은 못했다.
마음이야 안 된다고 하고 싶었지만…
얘기를 듣고 이자벨이 방방 뛰며 화를 냈다.
“이 미친 새끼가! 거기가 어디라고 간다는 거야!”
“이자벨. 아들한테 미친 새끼라니.”
하인리히가 딱히 사고를 친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것뿐인데.
“왜 생각해본다고 했어! 왜!”
“흥분 좀 가라앉혀.”
“어떻게! 어떻게 흥분을 안 해!”
이자벨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데 그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왜?
하인리히는 이자벨에게 전부였으니까.
하인리히에게 거는 이자벨의 기대와 소망이 어느 정도 큰지 알기에 이런 반응도 반발심보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자벨? 하인리히는 컸어. 곧 성인이야.”
“그래서 뭐?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데 그냥 두라고?”
“그럼 따라가게?”
“가야지!”
이자벨이 눈을 부라리며 말하는데 진심인 걸 알 수 있었다.
‘미치겠네. 그냥 밍구를 태워서 데려다주고 올까?’
솔직히 하인리히가 틸리와 함께 한 시간은 많지 않았다.
하인리히는 현재 사춘기.
독립에 대한 의지, 자아 성립, 첫사랑(?)…
진짜 첫사랑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자신을 이성으로 좋아하는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처음으로 만든 곡을 들려주고 싶다는 순수함 등.
여러 가지가 섞여 있었다.
틸리 아니면 안 돼!
이런 거 아니었다. 만일 그랬다면 엘프 왕국에서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렸겠지.
이자벨이 분노하는 것도 하인리히가 혼자서 죽음을 무릅쓰고 2년이 걸릴 수도 있는 여행을 한다는 거였다.
‘그래. 심각하게 몰고 가지 말자.’
하인리히를 불러서 내가 밍구를 타고 데리고 가주겠다고 했다.
“고마워요. 아빠.”
“그래. 둘이서 좋은 시간 보내도록 하자.”
하인리히를 돌려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뒤므리에와 에이츠가 찾아와 따라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 다 가자.”
누구는 허락하고, 누구는 막는 것도 좀 그랬으니까.
가자고 했지만 하고 있는 일도 있고, 예물도 준비해야 하고 하느라 시간이 걸려 일주일이 지나서 출발할 수 있었다.
세 아내, 세 아들, 세 딸까지 함께 했다.
예정에 없던 방문이지만 종족 친밀도가 100이었기에 방문은 흔쾌히 허락되었다.
세 아들이 오자 세 명의 엘프 공주도 한걸음에 달려와 맞이했으며, 꽤나 기뻐했다.
세 아들은 각자 만든 음악을 들려주었다.
“와아! 대단해요.”
“멋져요!”
“당신의 음악은 너무 아름다워요.”
반응이 뜨거우니 세 아들도 좋아하는 게 눈에 보였다.
‘흐음. 허락하고 싶긴 한데…’
시어머니들이 문제였다.
엘프 왕을 만나 예물을 건넸다.
이번 건 평범하게 보석.
전에 북 알비온의 수도를 털면서 챙긴 것 중에 일부였다.
며칠에 걸쳐 엘프 왕국에 있다가 돌아오려는데 엘프 왕이 나만 따로 불렀다.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요즘 몬스터들이 심상치가 않네요.”
번쩍.
순간 머리에 떠오른 건 몬스터 웨이브 이벤트였다.
‘이맘 때였나?’
게임에서 이벤트가 발생한 때 말이다.
‘북쪽이 먼저 시작하지 않던가? 하긴 랜덤이긴 하지.’
몬스터 웨이브는 대륙의 동서남북의 각 방향에서 일어나는데 순서는 랜덤이었다.
단지 북쪽이 좀 경우의 수가 많다. “수백 년마다 한 번씩 수도 없이 많은 몬스터들이 왕국에 밀려오는데 지금도 꼭 그럴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제가 돕겠습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이벤트였다.
보상 때문에.
“오호, 정말요?”
“그럼요. 저만 아니라 군대를 보내서…”
도리도리.
엘프 왕이 고개를 젓는 모습에 말을 하다가 말았다.
“마음은 고맙지만 이곳에 많은 인간이 오는 건 부담이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지금 이곳에 온 인원 정도라면 좋겠네요. 어린 딸들은 제외하고요.”
나, 세 아내, 세 아들. 그러니까 7명이었다.
“그리고 마법을 쓰더라도 불에 관련된 건 안 썼으면 좋겠군요. 나무를 태우고 싶지 않으니까요.”
이 말을 들으니 화약도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끄응. 화약을 써야 쉬운데. 조건이 까다롭네. 이런 거 게임에서 있었나?’
아마 난이도가 올라간 탓이 아닐까 싶다.
‘으음. 아내와 아들이라… 좀 위험한데 빼고 지휘관들을 넣을까?’
내가 게임 난이도를 극악으로 했기에 몬스터 웨이브 때에 몰려올 몬스터의 숫자도 수십만에서 백만…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었다.
도리도리.
‘하지만 팀웍을 생각하면 세 아내가 필요한데.’
레아는 힐러로서, 아나이스는 서브 탱커로서, 이자벨은 딜러로서.
사실 총을 쓰니까 탱커, 딜러 구분은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백만 마리가 달려들면 전장식 총으로 연사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세 아들은 자신들도 싸우겠다고 하겠지.’
사랑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여친이 위험에 빠지는 걸 두고 보기만 할 리가 없지 않는가.
‘내가 안 된다고 말려도 듣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하인리히만 해도 자기가 만든 노래 들려주겠다고 2년이 걸릴 수 있는 여행도 혼자 가겠다고 나설 정도니…
‘흐음. 이제라도 탄피를 만들어야 하나…’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현대식 총알 말이다.
이게 보기엔 쉬워보여도 탄피도 만들어야 하고, 뇌관도 만들어야 하고, 대량생산을 위한 기계화를 해야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 중에 수작업으로 총알을 만드는 것도 있기는 한데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따라하는 게 쉬울 수가 없다.
지구에서라면 필요한 공구는 사버리면 되지.
하지만 여기선 모든 걸 새로 만들어야 한다.
대단한 거 아니라 작은 나사 하나까지도 말이다.
나라고 총알 만들고, 돌격소총에, 기관총까지 만들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복잡하고 힘드니까 현재 단계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합의된 상태가 지금의 총인 거였다.
퍼커션 캡까지가 내가 개발하려던 단계였고, 뇌홍을 만들었으니 후대에 누군가는 분명 발전을 시킬 거라 보긴 했다.
‘지금은 좀 늦었고… 준비는 시키자.’
황성에 돌아가면 아시모프를 불러서 총알 생산을 위한 것들을 만들라고 지시하기로 했다.
뭐가 필요한지는 한스를 불러 잠재의식 속에 있는 기억을 꺼내서 알려줄 생각이었다.
과거에 총알 만드는 과정에 대한 영상은 본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