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70
제170화
‘아니면 신기전 같은 거 만들면 어떨까?’
하지만 신기전…
기록이 상실되어 복원도 되지 못한 상태였다.
인터넷을 통해 복원하는 영상을 보기도 했는데 그게 엄청 복잡했고, 정확한 것도 아니었다.
‘아~, 피곤해. 그냥 총 쏘다가 감당 안 되면 검 들고 싸우자.’
극한 상황이 닥치면 그땐 화약을 쓰기로 했다.
설마 엘프가 다 죽게 생겼는데 나무가 상했다고 뭐라 하진 않겠지.
설사 그런다 해도 내가 살고 볼 일이 아닌가.
엘프와의 친밀도가 0이 된다 해도 세 아내와 세 아들이 죽는 건 절대 못 보지.
엘프 왕은 만일 비상 상황이 발생되면 연락을 하겠다며 나에게 흙으로 빗은 화분에 심긴 작은 묘목을 주었다.
“이 나무에 달린 잎이 모두 시들면 위험이 시작된 거네. 이때 와주게.”
마법 수정구 같은 거 주려나 했는데 새로운 방식이었다.
게임에서는 그냥 메시지가 나타나 몬스터 웨이브의 시작을 알려줬었다.
“알겠습니다.”
묘목을 받은 후에 아공간 주머니에… 못 넣었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살아있는 건 넣을 수 없으니까.
그냥 두 손으로 들고 가야 했다.
***
황성에 돌아와서 아시모프를 불렀다.
“아시모프. 긴장했나?”
“폐하께서 절 찾으실 때마다 뭔가 새로운 걸 요구하시니까요.”
“흐흐. 그래서 싫은가?”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도 있습니다.”
이해는 된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걸 만들라고 하니까.
“오늘 그대에게 만들라고 하는 건 이거다.”
쓰윽.
종이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총알이었고, 총알을 자른 단면도 따로 있어서 구조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한참 바라보던 아시모프가 입을 열었다.
“뒷부분은… 퍼커션 캡? 겉은… 금속인가요?”
“황동이다. 다만 퍼커션 캡은 구리니까 아래쪽에 구멍을 만들어서 퍼커션 캡을 끼워 넣어야지.”
정확하게는 퍼커션 캡이 아니지만 그냥 이해하기 쉽게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고 이걸 만들려면 기계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생산을 위한 기계들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다.
“퍼커션 캡이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면… 총의 구조도 바뀌겠네요?”
“그렇지.”
“끄응. 폐하. 총을 또…”
“아시모프? 기술 개발은 쉬지 않고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새로운 게 세상에 나오면 적들은 금방 쫓아오니까.”
“뇌홍은 쉽게 따라오지 못할 텐데요?”
“대비는 해야지.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첩자들이 얼마나 난리를 치는데 말이야.
자식을 낳지 않았다면 뇌홍 정도에서 멈출 수도 있겠지만 세 아들과 세 딸의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다음 단계인 후장식 총과 금속탄피는 필수였다.
‘자동소총과 기관총까지 갈 건지, 말 건지는 좀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아시모프에게 기계에 대한 설명까지 하고서 보냈다.
개발을 마치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기다릴 시간은 충분했다.
아직 적들 중 누구도 뇌홍을 만들지 못했으니까.
며칠이 지나지 않아 남과 북 알비온 제국에서 사자가 찾아왔다.
양측은 휴전을 원하고 있었다.
내 관심사는 나와 휴전하는 게 아니라 서로 간의 휴전이었다.
“남측과 휴전은 10년이나 했기에 더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측과 휴전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둘 다 한 판 거하게 붙으려는 거 같았다.
‘원래라면 강한 자를 먼저 잡고 서로 붙는 게 맞는데…’
나는 강해도 너무 강하다고 여기는 걸까?
서로 붙어서 힘을 빼겠다면 나야 감사한 일이지.
때문에 흔쾌히 휴전을 하겠다고 했는데 기간이 좀 걸렸다.
“10년이라…”
당장 엘프 왕국의 몬스터 웨이브가 있을 테지만 1년 안으로 끝날 거 같았다.
다음은 북쪽이든, 남쪽이든, 서쪽이든 일어날 테지만 세 방향 모두 3년 안으로 끝날 테고.
결론적으로 4년 안이면 대륙에 일어나는 1차 몬스터 웨이브는 끝이 난다.
‘동쪽은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을 테지만 나머지는 방관했다가 위험해지면 나서야지.’
남북이나 다른 왕국의 수많은 인간들이 죽을 테고, 이걸 지켜만 보는 건 미안하긴 하지만 남북이나 다른 왕국에서 보내는 첩자를 생각하면 당해도 싸다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남북은 나를 노리고 있지 않나.
‘잠깐. 저들은 몬스터 웨이브에 대해서 모르겠네?’
서로 붙어서 싸울 기간을 주어야 하는 데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면 이거 수습하느라 싸울 정신도 없을 게 분명했다.
‘아니지. 순서가 남쪽부터면 북쪽에선 좋아하고 치겠지?’
반대로 북쪽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면 기회를 노리는 남쪽에서 북쪽을 칠 테고.
서쪽이라면 양쪽이 동일하게 영향을 받으니 전쟁이 중단되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끄응. 고민이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이전에 휴전도 10년이었는데 이번에도 10년이라면 너무 긴 거 아닌가?”
이건 북측에 말한 거였고, 남쪽에는 이전에 휴전이 11년이었다고 말했다.
“그럼 몇 년을 원하십니까?”
“5년이면 되겠군.”
서로 싸우든 안 싸우든 그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일단 5년이면 1차 몬스터 웨이브는 끝나니까 약해져 있을 테고, 이때가 바로 기회를 노릴 때라 여겼다.
“너무 짧은데 8년이면 어떻습니까?”
“그럼 6년. 더 늘리는 건 안 되겠다.”
협상이라는 게 양보도 좀 해줘야 하고, 추가 1년이면 그다지 바뀔 것도 없다고 여겼다.
“알겠습니다. 그럼 6년으로 하시죠.”
북 알비온과 6년으로 휴전협정에 사인했다.
남 알비온도 조금이라도 기간을 늘리려 했는데 결과는 똑같은 6년이었다.
‘설마 휴전을 깨지는 않겠지?’
그런데 내가 살짝 걱정하는 그 일을 남북은 하려고 하고 있었다.
남북의 국경지대에서 만나고 있는 건 다리우스와 이지크.
이건 나에게 휴전하자고 제의를 하기 몇 달 전이었다.
서로 간단하게 인사한 후에 이지크가 먼저 본론을 시작했다.
“북쪽은 베르게르 제국과 휴전이 이미 끝났죠?”
“남쪽도 끝난 걸로 아는데요?”
“맞습니다. 그래서 북쪽은 이후에 어떻게 하실 건지 알고 싶어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긴요. 전쟁에 잘 대비해야죠.”
“방법은 있으시고요?”
“열심히 하는 수밖에요.”
“으음. 어렵게 만났는데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시죠? 저희 남쪽은 대책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게 저들이 가진 화약이니까요.”
갸우뚱.
“총이 아니라요?”
“총도 무섭지만 대포가 더 무섭죠.”
“대포… 무섭긴 하지만 딱히 비밀 무기도 아닌데요?”
“그건 모두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대포라는 게 화약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갑니다. 베르게르 제국은 화약을 만드는 양이 다르잖습니까.”
양측 모두 똥밭의 비밀을 알아냈고, 대량으로 초석을 만들고 있음에도 베르게르 왕국에 비할 바가 못 되었는데 이유는 몬스터 사체에 있었다.
내가 대량으로 잡아온 오우거, 나가, 나기니까지.
또 정기적으로 북쪽으로 토벌대를 보내 몬스터를 잡아서 사체를 똥밭에 쓰고 있었다.
총을 대량으로 팔기는 했지만 이전에 엄청난 수량을 가지고 있던 건 베르게르 제국이었고, 막대한 수의 총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토벌의 규모도 다른 곳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토벌을 나가면 몬스터를 수십만 마리 이상씩 잡았으니까.
총을 대량으로 판매한 이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는데 이유는 기존의 차이가 워낙 커서 아직은 따라잡을 정도가 아닌 것도 있으며, 토벌을 나가서도 새로운 총이 재장전에서 비교할 수 없는 속도를 가지고 있어서 남북이 대규모로 나선다 해도 실제로 잡는 몬스터의 수는 베르게르 제국을 넘어서지 못해서였다.
“그렇죠. 하지만 몇 년이면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지만 현재는 아니죠.”
둘 다 베르게르 제국의 몇 배나 되는 똥밭을 조성 중이었다.
“화약 다음으로는 저들의 새로운 총이죠.”
“아!”
끄덕끄덕.
다리우스도 안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러다가 제국의 영광은 영원히 사라질 겁니다.”
“베르게르 제국이 통일하는 미래라…”
“베르게르 제국은 저희가 치고받으며 싸우길 바라는 게 분명합니다.”
“입수한 정보라도 있으십니까?”
“굳이 정보가 있어야 하나요? 저들은 전쟁 준비를 따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저희 남북끼리 먼저 싸워라 이거 아닙니까.”
“으음.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러니 저희끼리 힘을 합치시죠. 서로 반목하는 셋이 있을 때에는 약한 이 둘이서 강한 자를 먼저 쳐서 이긴 후에 승부를 내는 게 정석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다리우스는 이번에도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뭡니까?”
“둘이 합쳐도 이기기가… 오히려 질 거 같다는 거죠.”
“끄응.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하지만 만일 우리에게 숨겨둔 비장의 카드가 있다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뭐죠? 혹시 소문의 샤이아 공작. 맞습니까?”
크크크.
다리우스가 비열한 표정과 함께 키득거리며 웃었다.
“역시 그쪽도 다 알고 계시군요. 보안에 신경을 쓴다고 쓰는 데도 역시…”
“우리 모두 한 편이었다는 걸 잊으시면 안 되죠.”
“그래요. 아신다니 솔직히 고백하죠. 샤이아 공작이 맞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카드는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한 번 실패했었던 카드니까요.”
“아! 저주에서 스타크가 살아났다는 건 압니다.”
이 정보조차도 이지크는 알고 있었다.
“그래요. 오뚜기처럼 살아났죠. 하지만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건 분명합니다.”
“쓰러져도 금방 정신을 차렸죠. 그러니 저주가 무슨 의미가 있느냔 말입니다.”
“쓰러진 그 순간에 암살을 한다면 어떨까요? 그때만큼은 무방비니까요.”
“하! 그게 쉬울 리가 있습니까?”
절레절레.
이지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부정적인 얼굴이었다.
“쉬운 게 어디 있습니까? 무리한 도박수라도 걸어야 하고, 이런 가능성이라도 있는 게 어딥니까? 달리 방법이 있습니까? 스타크가 살아있는 한 우리끼리 다퉈봤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괜히 자극만 하는 건 아닌지…”
“실패의 위험은 있죠. 하지만 도전 안 해도 저희가 망하는 건 똑같습니다.”
다리우스는 설사 암살 시도가 실패한다 하더라도 스타크가 샤이아 때문에 유제프를 죽이지는 않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이런 얘기까지는 이지크에게 해주지 않았다.
해줄 이유도 없었고.
“후우, 그렇긴 한데…”
“저주의 마법은 저희가 걸겠습니다. 암살은 같이 하시죠.”
갸우뚱.
“같이요?”
“베르게르 제국에 깔아둔 첩자가 서로 많은 거 알고 있지 않습니까? 서로 정보도 공유합시다. 그래서 스타크의 빈틈을 찾자구요. 그 후에 샤이아 공작이 저주를 걸고, 스타크가 쓰러졌을 때에 파견된 첩자 전부에다 저희가 각자 고른 암살자까지 힘을 합쳐 없애는 겁니다.”
“으음…”
다리우스가 힘을 주며 적극적으로 말했지만 이지크는 팔짱을 낀 채로 고민만 하고 쉽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계속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낼 겁니까?”
“후우, 사실 저희는 베르게르 제국과 휴전을 연장하자고 제의하려 했습니다.”
“그래봤자 간신히 생명을 연장할 뿐이죠. 그쪽에는 편을 바꿔 이탈하는 귀족이 없습니까? 아니면 베르게르 제국으로 도망치는 자들은 없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