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11
제211화
만일 이걸 다 터트리면…
아니!
카르카르만 터트려도 아마 두 드래곤의 눈길을 사로잡을 거다.
처음은 우연이라도 다음은 우연이 아니라 여길 테니까.
‘하지만 화산 폭발 중에 드래곤까지 가세할 텐데 이길 수 있어?’
게다가 상대는 하나도 아니고 둘일 가능성이 높다.
타우젠트와 호르킨스 말이다.
절레절레.
‘하나도 벅찬데 둘이라니. 이건 못 이기지. 절대로 못 이겨.’
그럼 화산 폭발을 하지 말아야 할까? 멈춰야 하나?
‘아니! 두 번째까지는 하자.’
왜냐하면 들어오는 포인트의 유혹이 너무 컸다.
이번에 번 게 백만 단위였고, 다음도 아마 그 정도일 듯.
이 정도면 아무리 실패 확률이 높다고 해도 충분히 남은 스탯과 특성도 모두 SS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아마 강화에 며칠은 걸릴 거야.’
포인트를 써서 상점에서 주문서를 산 후에 수도 없이 많이 강화를 시도해야 할 테니까.
왜 수도 없이냐면…
강화 실패 때문에.
성공할 확률은 당연히 희박하다. 하지만 백만 포인트라면 희박함을 뚫을 정도로 많은 포인트였다.
어찌 되었든 방향을 정했기에 내가 둘을 데리고 하늘을 날아서 이동했다.
날다가 힘들면 내려와서 쉬고.
많이 힘들지만 걷는 것보다 이게 더 빠른 이동이었다.
“이거 너무 불편한데? 등에 태우는 건 안 되냐?”
손을 잡고 가거나, 어딜 붙들고 가는 건 힘들기에 서로 밧줄로 묶어서 연결했는데 이게 불편한 말리오가 불평했다.
“등에 타면 날개를 움직일 수가 없어. 너희는 둘이나 되니까.”
내 등판이 작은 건 아니지만 사람을 둘이나 태운 상태에서 날개짓까지 하며 나는 건 무리였다.
목마를 태우는 것도 한 사람만 가능하고.
여하튼 3일 정도 열심히 날아 대륙 서쪽에 있는 카르카르 산에 도착했다.
여기서 던전을 열고 들어갔고, 보스도 처리했으며 똑같은 와이번 날개를 얻어 지그먼트에게 주었다.
“야! 나는?”
말리오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넌 다음에 줄게.”
“그냥 나부터 줘.”
“넌 지그먼트보다 육체능력이 좋잖아.”
버럭.
“야! 그럼 또 밧줄 감고 가라고?”
“지그먼트보단 니가 견디는 게 낫지.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
“그 조금이 얼만데?”
“으음. 일주일 정도?”
“으으. 일주일이나…”
말리오는 신음했지만 지그먼트에게 준 걸 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육체능력은 훨씬 나았으니까.
아니면 소드 마스터로서의 자존심인가?
“설마 이 화산도 폭발?”
말리오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맞아.”
절레절레.
“미쳤구나. 미쳤어. 지난번에 충분히 괴롭지 않았냐? 부족했어?”
“아니, 이미 한 번 하고도 또 한다고? 이건 아니라고 보는데?”
옆에 있던 지그먼트조차 반대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으음. 미안한데 해야 해.”
버럭.
“왜!”
말리오가 소리를 크게 질렀다.
“으음. 설명하기 힘든데… 드래곤을 잡기 위해서 필요해.”
그렇다.
포인트를 벌어서 강해지고, 강해지면 드래곤을 상대하기 쉬워… 아니. 쉬운 건 아니고 좀 나이지고.
“너희는 날 돕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잖아. 그렇지? 그러니 반대하지 말고 따라줘.”
“하! 또 그 얘기냐? 젠장. 말릴 수도 없고…”
“그래. 두 드래곤을 잡는 게 우리가 해줄 일이니… 그래도 우리가 살던 대륙의 화산이 아니니 다행이네.”
이 말은 나도 동감이다.
만일 살던 대륙에서 화산이 연달아 터진다면 제국조차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다.
터지는 걸 직접 보았더니 발해가 화산 때문에 망했다는 설이 이해가 된다.
어찌 되었든 전처럼 화약을 설치하고 던전 밖으로 나온 후에 죽어라 줄행랑을 놨다.
후다다다닥.
방향은 동쪽!
쿠와아아앙!
등 뒤로 들려오는 폭발 소리.
휙휙휙, 휙휙휙…
집채만한 바윗덩어리들이 수도 없이 하늘로 날아올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워낙 덩치들이 큰 바위라 곁을 스치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절릴 정도였다.
셋이서 수십 분이나 열심히 도망을 쳤는데 이번에도 포인트가 무지막지하게 들어왔다.
땅에 내려와선 지그먼트에게 부탁해 이번에도 땅속으로 들어갔다.
재밌는 건 내가 말을 안 했는데도 지그먼트가 먼저 마법을 써서 땅에 굴을 판 것.
그도 드래곤이 두려웠던 것.
***
한편 우리가 땅에 들어갔을 때에 이번에도 두 드래곤이 화산 근처에 나타났다.
“호르킨스? 너는 이번 일도 우연이라 할 건가?”
“전의 화산 폭발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잖아.”
“그러니까 그냥 자연재해다?”
“그래.”
“난 아니라고 봐. 분명 누군가가 일으킨 짓이다.
“하하. 화산을? 누가? 엘프가? 드워프가? 아니면… 설마 인간이?”
“자연을 사랑하는 엘프가 그럴 리는 없고. 땅속에 사는 드워프가 실수로 화산을 막는 무언가를 건드렸을 수 있지만 그게 두 번이나 연속일 수는 없지. 그러니까 남는 건… 인간. 교활하고 영악한 인간!”
타우젠트는 심각했지만 호르킨스는 실실 웃었다.
“무슨 능력으로 인간 따위가?”
“그건… 모르지.”
“인간들이 말하는 대마법사가 8서클? 그런데 8서클 마법사라 하더라도 화산을 폭발시키는 대형 자연재해는 일으키지 못해. 이 정도 일은 9서클이라면 모를까.”
“흠흠. 그건 그렇지.”
이 부분은 타우젠트도 인정했다.
“그러니 그냥 인정해라.”
“뭘?”
“이건 누군가가 일으킨 게 아니라 그냥 자연재해라고. 강가디 산의 폭발이 영향을 주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글쎄. 난 아직 납득이 안 된다. 우리 여기서 이러지 말고 세 번째 화산으로 가서 지키자.”
“우리가 함께?”
“그래.”
“하하. 언제까지? 1년? 2년? 10년? 100년? 1,000년?”
“….그건 나도 모르지.”
“난 싫다. 지키는 것 만이라면 너 혼자서도 충분하지 않아? 혹시 상대가 두렵나? 화산까지 터트릴 정도라서?”
피식.
타우젠트가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눈은…
이글이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날 도발하고 싶은가? 싸우고 싶다면 상대해주마! 우리는 천 년 전에도 붙었었지? 그때 드래곤 로드가 끼어들지만 않았으면 넌 끝장이 났을 거야.”
“흠흠. 우리끼리 싸우는 건 상대를 돕는 거지. 안 그래? 진짜로 화산을 터트릴 놈이 있다면 말이야.”
“흐흐. 피하는 거냐?
“굳이 붙겠다면… 드래곤 로드께 허락을 받고 와라.”
“쳇. 알량한 자존심이냐? 로드께서 허락하실 리 없겠지. 하지만 상대를 돕는다는 말은 인정한다.”
“그럼 난 가겠다.”
“만일 세 번째 화산까지 터진다면 그땐 인정할 거냐?”
도리도리.
호르킨스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이렇게 큰 화산의 폭발은 다른 화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것도 연달이 두 번. 그러니 세 번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끄응. 넌 끝까지… 좋다. 난 세 번째 화산에 가서 지킬 테다. 그리고 증명해주지. 이건 절대 우연이 아니란 걸!”
화가 난 타우젠트는 작별인사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흐흐. 누군지 몰라도 타우젠트를 없애준다면 좋겠군. 저 건방진 놈 면상 좀 안 보게.”
***
[실패, 실패, 실패…]포인트를 써서 구매한 강화 주문서들을 수도 없이 많은 실패 속에 날리기를 며칠째.
열흘 정도 하고서 스탯은 전부 SS로 맞출 수 있었지만 잔뜩 지쳤기에 특성까지 강화는 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 정도였다.
“야! 일주일이면 된다더니. 난 언제 날개를 줄 거야!”
기다리다 지친 말리오의 불만이 폭발했다.
“후우, 드래곤이 두렵지 않아? 지금 화산에 갔다간 엠엑스보다 더 강한 놈을 만날 걸? 블랙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
“흠흠. 더 강해?”
“그래. 어떻게 할래?”
“그, 그럼 참아야지. 그런데 언제까지 참아야 해?”
“앞으로 한 달. 그 정도면 못 참고 딴 데로 가겠지.”
지쳐서 딴 짓을 하고 싶어졌는데 성급한 말리오의 모습을 보니 진정이 되었다.
‘그래. 참자. 참아야 이긴다.’
포인트가 떨어지든, 특성이 모두 SS가 되든 둘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20여일이 지났을 때…
번쩍!
“끝났다!”
두 손을 크게 쳐들고 환호했다.
가진 포인트가 거의 바닥이 날 즈음에 모든 특성을 SS까지 만드는데 드디어 성공한 것.
“이제 출발하자!”
내 선언에 말리오는 환호했고, 지그먼트는 걱정했다.
“거기에 드래곤이 있지 않을까?”
“거의 한 달이나 지났어. 아마 못 참고 떠났을 걸?”
“설마. 잠이 들면 수백 년도 보내는 게 드래곤이잖아.”
“그건 잠이 들었을 때에 얘기지. 성질이 포악한 블랙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은 참을성이 약해. 화산을 지키다 지금쯤 견디지 못하고 이 대륙 곳곳을 서성이겠지. 아니면 바다 건너로 돌아갔던가.”
게임 설정으로 블랙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은 성질이 포악하고, 참을성이 적은 게 사실이었다.
또 실제로 일주일 정도 화산을 지키던 타우젠트는 참지 못하고 이미 이 대륙을 떠난 상태.
다만 화산 주위로 알람 마법을 설치했지만 그 장소가 던전 입구와는 동떨어진 정상 부근이었다.
세 번째 화산인 스스기기 산에 도착하여 주문으로 던전 입구를 열었다.
솔직히 포인트가 더는 필요 없지만 이곳의 화산을 터트리려는 목적은 하나였다.
[드래곤을 열 받게 해서 이 대륙에 계속 머물게 하기.]화산은 이미 2개가 터졌기에 1개가 더 터진다고 그다지 달라질 것도 없다고 보았다.
다만 2개가 터지며 열이 받은 두 드래곤이 인간들이 많이 사는 바다 건너 대륙으로 가서 무슨 깽판을 칠지 알 수가 없는 상황.
세 아내와 자식들도 걱정이 되고, 백성들도 걱정이 되고.
때문에 여기서 확실하게 사고를 쳐서 두 드래곤이 이 대륙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게 내 계획이었다.
‘물론 내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던전은 이전 것과 그다지 다를 게 없었다.
여기선 특이하게 핑크빛이 나는 털의 오우거들이 나왔지만 우리 셋은 이미 초인의 경지에 오른 상태.
특히나 내가 스탯과 특성을 모두 SS로 맞추면서 전보다 1.5배는 더 강해진 상태였다.
앞을 막는 몬스터들을 순식간에 정리하고 보스방까지 직행했고, 보스도 무리 없이 처리했다.
“자! 받아.”
보스가 떨군 와이번 날개를 말리오에게 내밀었다.
“후우, 이제 밧줄에 매달려 갈 일은 없겠네. 육체가 힘든 것도 있지만 솔직히 모양새가 영 그랬는데 말이야.”
갸우뚱.
“모양새?”
“보기가 부끄럽잖아. 소드 마스터가 밧줄에 매달려 날아가야 하니까.”
“흐흐. 바다 건너 대륙이었으면 절대 안 한다고 했겠네?”
“그치. 보는 눈이 많으니.”
말리오는 날개를 받아 바로 착용했다.
“여기도 터트릴 거지?”
질문은 지그먼트가 했다.
“응.”
“꼭 해야 해? 하늘을 봐. 온통 시커멓고, 비도 검은 비가 내린다. 날씨도 처음에 대륙에 왔을 때는 푹푹 쪘는데 지금은 선선해. 이러다 눈 내리는 겨울이 오겠어.”
“에이, 그 정도까지는 될 리가 없지.”
영상 30도가 갑자기 영하로 떨어질 리가 있겠냐고.
“그리고 이미 2개가 터졌는데 1개 더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어. 차라리 이것까지 터져서 이 대륙의 몬스터들 수를 좀 줄이자. 그래야 다니기 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