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17
제217화
“아리아와 밍구 그리고 호위기사겸 밍구를 돌보는 명목으로 그 남자를 딸려서 뒤므리에의 제국에서 6개월, 에이츠의 제국에서 6개월을 보내게 해요. 그리고 1년 후에 결혼은 레아가 주도해서 하도록 하고요.”
갸우뚱.
“레아가 주도해?”
“결혼을 형제가 주도하는 게 말이 되요? 그리고 직접 낳지는 않았지만 사실 아리아는 레아의 딸이기도 하잖아요?”
“어! 그렇네.”
이자벨의 말처럼 부모가 아닌 형제가 결혼을 주도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자! 아리아랑 밍구 그리고 그 남자… 오브? 여하튼 함께 데리고 레아에게로 먼저 가죠.”
“같이?”
“당연하죠. 설마 날 빼려는 건 아니죠?”
“…데려갈게.”
나도 헤어지기 싫거니와 이자벨이 있으면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우선… 준비부터 하고.”
“무슨 준비?”
“당신이 쓸 무기와 장비.”
우선 보호구는 투헤드 오우거의 것으로 강화하지 않은 게 있어서 그걸 입혔다.
이자벨의 것까지 +4로 강화하려면 또 시간을 잡아먹기에 강화를 하지 않은 채로 두기로 했다.
다만 저격총은 준비를 해서 최대한 강화를 하기로 했다.
먼저 뒤므리에, 에이츠, 하인리히에게 연락해서 대전차용 총을 최대한 많이 만들라고 했다.
시간은 6개월.
또 탄환도 최대한 많이 만들게 했다.
“6개월?”
“응.”
“그럼 총을 만드는 동안은 뭐하게?”
“역시 준비지. 바다 건너 대륙으로 같이 가자.”
“대륙을 또 건너가?”
이자벨은 인상을 쓰며 싫은 티를 냈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말해줬기에 다크 엘프의 도움으로 악어를 빌려 강을 따라 밀림을 지난 것과, 바다를 배를 타고 건넌 것도 다 말해주었다.
“거기에 포탈 마법진을 만들었어. 가는 건 금방이야.”
“오호, 진짜?”
“그런데 이거 비밀이야.”
“비밀? 왜?”
“이유는…”
인간들의 욕심과 세 아들의 분란 대해 이야기하니 바로 납득했다.
“하지만 아예 비밀로 하기엔 아깝기도 해서 드워프, 엘프, 놈, 다크 엘프에게는 알려주려고.”
“으응? 그들은 왜?”
“그러니까…”
말리오와 지그먼트에게 했던 말을 반복해서 해주었다.
“이해는 하지만 세 아들에게도 안 주는 곳을 그들에게 준다는 건 쫌…”
“이자벨? 욕심내지 마. 저들은 지금도 인간들로 인해 땅을 뺏기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 뺏길 가능성도 크고.”
“뺏기긴 뭘 뺏겨! 아직 일어나지도 않는 일이잖아.”
“그만.”
“왜 그만?”
“인간만 사는 세상은 삭막해. 다른 종족들은 지켜줘야 해. 인간들은 끝없이 발전하지만 다른 종족들은 계속 그 자리에서 제자리걸음만 할 거잖아.”
지구 역사를 보면 인간들이 이대로 계속 똑같은 삶만 영위할 리는 없었다.
특히나 내가 화약 시대를 열었으니 다른 종족들은 앞으로 더 인간들에게 밀릴 게 분명했다.
‘한 번 화약 맛을 봤는데 이전 시대로 돌아갈 리가 없지.’
어쩌면 화약에 너무 의존해서 마법마저 사라지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마법사가 마법을 써볼 틈도 없이 총에 맞아 죽어버리니까.
총은 개발되면 될수록 사거리와 위력이 늘어난다.
마법사는 시작부터 재능이 있어야 하고, 고서클로 올라가려면 수십 년에 걸친 고난의 세월을 거쳐야 한다.
그러니 누가 봐도 쉬운 총과 마법 중에 무얼 선택하겠나.
물론 전투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총으로 인해 과학도 함께 발전한다.
과학은 또 다른 마법이란 말도 있지 않나.
그러니 과학이 발달하면 마법은 자리를 점점 잃게 된다.
‘후우, 미래를 걱정할 때가 아니야. 일단 나부터 살아야지.’
그래. 나한텐 이 세계에서의 하루하루가 생존이었고, 때문에 화약도 만든 거였다.
마법으로 따뜻해지는 판타지의 낭만적인 뭐 그런 게 아니란 말씀.
“당신의 아들 하인리히를 포함해서 내 자식들 그리고 후손들은 다 잘 먹고 잘 살 거야. 그러니까 더 가지려고 욕심내지 마.”
“후우, 당신 맘대로 해요.”
이자벨과의 대화 후에 엘프 며느리 셋을 불러서 한 자리에서 대화했다.
“원래는 엘프의 숲까지 가서 왕을 만나 뵙고 말을 해야 하는데 시간도 바쁘고 해서 너희들에게 말하려고 한다.”
“네.”
쓰윽.
바다 건너 대륙의 포탈 마법진 중에서 가장 숲이 발달하고, 화산이 터지지도 않은 남쪽 땅에 있는 포탈 마법진의 좌표가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그건…”
설명을 해주니…
쩌억.
셋이서 입을 크게 벌리며 놀라워한다.
“포탈 마법진을 설치한 마법사에게도 입단속을 시켰고, 나도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도 인간에게는 말할 생각이 없다. 내 아들이나, 딸이라도. 또 손주들도. 너희도 순수하게 엘프의 피를 가진 이가 아니라면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설사 너희들의 자식들이라도.”
“왜 그래야 하나요?”
“난 바다 건너 대륙이 인간이 아닌 종족들의 땅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엘프, 드워프, 놈, 다크엘프. 이렇게 4개 종족에게만 포탈 마법진의 좌표를 줄 거다.”
“…..”
셋은 말없이 서로의 얼굴만 번갈아 쳐다보았다.
“내가 바다를 건너가 그 대륙에 설치한 포탈 마법진은 하나가 아니라 다섯 개다. 하지만 여긴 한군데만 적혀 있지?”
“네.”
“일부러 그렇게 한 거다. 한 종족에 한 개씩만 줄 거다. 중앙의 것은 나만 알고 있으려 하고, 엘프의 것은 대륙 남쪽의 것이다. 거긴 다른 곳과 달리 숲이 가장 발달해 있다.”
“아!”
“다른 곳까지 알려주지 않아서 혹시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아니요.”
대답한 건 틸리였다.
“한 종족에 하나씩 주시려는 거죠?”
끄덕끄덕.
“맞다. 서로 충돌 없이 잘 살았으면 한다. 그리고 포탈 마법진이란 거 너희도 알다시피 이동할 곳이 비어있지 않으면 크게 위험하거든. 그러니 한 종족에 하나씩인 게 안전하기도 하고.”
“네.”
다음에는 말리오와 지그먼트와 함께 드워프, 놈, 다크 엘프를 차례차례 만나고 다녔다.
드워프의 땅에선 기술자를 데리고 가서 증기기관을 다시 손봐주기도 했고.
드워프에게는 산지가 가장 많은 대륙 동쪽의 포탈 마법진의 좌표를, 놈 종족에게는 가까운 곳에 사막이 있는 대륙 서쪽의 포탈 마법진의 좌표를, 다크 엘프에겐 대륙 북쪽의 포탈 마법진의 좌표를 주었다.
다들 좌표를 받고 고마워했는데 다크 엘프는 이번에도 거주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전달했다.
“후우, 포탈 마법진 좌표 주는 데도 한 달이 넘게 걸리네.”
“거리가 머니까.”
“드래곤 죽이는 거에 집중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데에 시간을 써도 괜찮아?”
“우리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해? 다른 이에게 맡길 수도 없잖아. 인간에겐 포탈의 좌표를 안 줄 거니까.”
“그렇긴 하지. 그런데 중앙의 포탈 마법진 좌표는 왜 아무에게도 안 주는 거야?”
“굳이 줄 필요가 없어서.”
대륙 중앙에 포탈 마법진이 있다는 얘기는 며느리 셋에게만 해주었다.
돌아올 때는 에이츠가 다스리는 옛 남알비온 제국 땅으로 갔다.
이유는 말리오가 쥬리랑 시간을 보내라고.
여기서 두 사람을 남겨두고 난 레아에게 갔다가 이자벨에게로 돌아왔다.
아내가 셋인데 시간을 골고루 보내주지 않으면 누군가는 삐질 수 있으니까.
***
대전차총과 탄환을 대량으로 만드는 이유는 강화 때문인데 이 두 가지 말고도 강화하려는 게 있었다.
바로 화약!
가루인 화약을 강화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고, 수류탄처럼 던지는 폭탄을 만들어 이걸 강화하려는 거다.
하지만 진짜 수류탄도 아니고, 수류탄처럼 폭발시키는 것도 어려운 거라 내가 만드는 건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비격진천뢰였다.
‘그런데 비격진천뢰로 드래곤을 죽인다는 게… 가능해?’
솔직히 스스로도 이런 무기가 먹힐까 싶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수준에서 만들 수 있는 건 이게 최선이었다.
또 아무리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이런 신무기를 접한 적이 없기에 최소한 한 번은 먹힐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비격진천뢰가 터지면 드래곤만 아니라 우리도 영향을 받는데 그건 어쩌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드래곤의 거대한 몸을 방패로 삼아 숨는 것뿐이었다.
‘흠흠. 블링크 마법이 있어야 하나? 하지만 말리오는 마법을 못 쓰잖아.’
어쩔 수 없이 훈련만이 답이라 여겼다.
시제품인 비격진천뢰가 만들어지자 먼저 말리오와 지그먼트에게 이게 무언지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갸우뚱.
“야, 이 동그란 게 뭐냐?”
“으음. 꽤 무거운데?”
두께를 얇게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가공할 기술력이 없었다.
얇은 금속조각으로는 드래곤의 비늘을 뚫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고.
또 파괴력을 생각하면 안에 화약을 많이 넣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크기가 커져서 농구공 2~3개 크기에다, 무게도 상당해서 두 손으로 겨우 받쳐 들어야 할 정도였다.
“흠흠. 안에 화약이 들어있다.”
“화약… 그게 뭐였지?”
“총 쏠 때 쓰는 거?”
“아! 안다. 총에 화약을 쓰지.”
“불을 붙이면 폭발하지.”
두 사람은 아직도 화약이란 것에 적응이 늦었다.
“흠흠. 이 안에 화약이 가득 들어있어서 불을 붙여서 터트리면 산산이 부셔지게 되고, 겉의 쇠가 조각조각 나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가지.”
“화약이 쇠도 쪼개?”
“으음. 두께가 상당한데 이게 조각조각 날 정도면…”
“백 번 말해봤자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지. 자! 이쪽으로 와.”
그리고 너른 공터에 비격진천뢰를 내려놓고 심지에 불을 붙였다.
“이제 뛰어! 저쪽의 나무 뒤로 숨어!”
후다다닥.
내가 먼저 급하게 뛰었는데 이걸 보고 말리오와 지그먼트도 뒤따라와 나무 뒤어 숨었다.
“으음. 왜 안 터져?”
“불 붙이면 바로 터지는 거 아니었나?”
“열도 넘게 센 거 같은데? 이십 정도 세면 터지나?”
하지만 삼십을 넘게 세어도 터지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기네. 심지를 짧게 해야겠어.’
대략 1분은 넘었을 때에 드디어 터졌다.
쿠와아아앙!
휙휙, 휙휙휙…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과 함께 내 말처럼 조각조각 부셔진 쇳조각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수십 미터 떨어진 우리 셋이 숨은 나무까지 말이다.
‘만일 강화를 +4정도까지 하면 드래곤의 비늘도 뚫으려나? 아니면 +6 정도해야 하나?’
그런데 +4는 몰라도 +6까지 강화를 하려면 수백 개로도 부족할지 몰랐다.
‘후우, 적어도 천 개 정도 만들어야 하나? 그렇게 많이 만들어서 얻는 건 겨우 1개? 이거 가성비가 영…’
하지만 만일 1개라도 제대로 잘 터져서 드래곤의 비늘을 뚫고 상처를 준다면…
‘나쁘진 않지. 고수끼리의 전투는 아주 짧은 틈만으로도 결정이 되니까.’
만일 한 곳에서만 만들면 천 개가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 아들의 세 제국에서 나눠서 만든다면 천 개도 충분히 제작이 가능하리라 믿었다.
때문에 비격진천뢰의 제작방법과 설계도를 세 제국에 전하며 제작을 의뢰했다.
이번에도 대전차총처럼 최대한 많이 만들라고 했다.
처음에 이게 뭔가 하던 세 제국에서는 하나씩 만들어 테스트를 해본 후에 그 파괴력을 보고 총 만큼이나 전장을 뒤흔들 무기임을 직감했다.
때문에 아주 열심히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