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ck at the gate alone RAW novel - Chapter 160
162화. 친구.
내 참전은 총선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난 야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나 연설은 하지 않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여당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발언의 채널은 언론이 아니라, 안젤리나 공주의 너튜브를 통해서였다.
공식적인 의견이라기보다는 내 사견임을 강조하며 은밀한(?) 낙선운동을 벌였지만, 난 바로 공직자의 정보 통신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을 이유로 고발당했다.
“제가 공직자라고요?”
“김 작가님은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계시니까요. 정부의 특별 사절로 임명이 된 상태이십니다. 특정 후보를 지정해서 낙선운동을 하진 않으셨지만, 공직자가 정치중립의무를 어기고 특정당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고발의 사유가 됩니다.”
가진 것은 여권 하나 뿐이고 혜택도 본 일이 없는데, 경찰에 불려가서 꽤 어이없는 말을 들었지만, 원래 선거란 극렬지지자가 생기는 것이기도 하고 많은 이의 장래와 생계가 달려 있기도 해서 그런가 했다.
그래도, 한 대 맞았으니 갚아야 한다.
난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나를 잠시 고민하다가, 현태영 외교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외교부에 강영식 과장이 있었다면 편했겠지만 그는 이미 자리를 옮긴 뒤였다.
“차관님. 김상민입니다.”
-아이고. 작가님. 작가님이 먼저 전화를 다 주시고요.
“일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사실 제가 이번에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했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제가 공직자였더라고요.”
외교부 차관은 내가 고발당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내가 항의 전화를 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난 법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모르거나 착각하고 어긴 법이라도 어겼으면 처벌받는 게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처음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한 거지만, 시험에 합격한 것도 선거에 당선되지도 않은 제가 공직자 여권을 갖는 건 이상하니까요. 반납을 부탁드리려고 연락드린 것입니다.”
차관은 당황했다.
난 특별 여권을 받을 시기인 말리와의 교역에 나섰을 땐 ‘대한민국의 외교사절 김상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한국과 상관없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말로 차관을 더욱 좌절에 빠뜨렸다.
차관의 반응은 나라는 존재의 무게 때문이었다.
그냥 한국인으로만 남아도 감사할 정도로, 명예직이지만, 난 시민권과 동등한 권리가 있는 영국 왕국령의 대표이고 말리의 국가 지도자급이나 마찬가지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난 중국국에서도 2만 명 규모의 도시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한국과 중국은 점점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고, 유럽에서의 국가적 위상도 떨어지고 있었다.
유럽의 지도자들이나 중동의 왕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난 대한민국 외교부에 있어서는 매우 귀중한 존재였다.
-고발 건은 지금 처음 들어서요. 저희 쪽에서 제대로 법리 검토를 해보겠습니다.
“아니요. 경찰분들도 그렇고 변호사를 통해서도 알아봤는데 이미 판례가 있더라고요. 벌금형이 나올 것 같은데, 선고가 나오면 벌금을 내겠습니다. 전 처벌을 피하려고 전화를 드린 게 아닙니다. 원하지 않는 특별사절에서 사퇴하고 싶어서 전화를 드린 거예요.”
차관은 당황하며 전화를 끊었고, 난 바로 변호사와 상의해서 사퇴서를 작성해 외교부에 제출했다.
어쨌거나 고발당한 건을 굳이 알릴 필요가 있나 해서 그냥 조용히 처리하려 했는데, 나를 고발한 쪽에서 자랑스럽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자들이 전화를 해왔고 난 피고발인 조사를 받았으며, 기소가 되어 선고가 떨어지면 처벌을 받겠다고 사실대로 대답했다.
“잘못을 시인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인터넷에 특정 당에 대한 낙선운동을 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은 몰랐습니다. 개별 후보를 특정하지 않으면 괜찮은 것이라 착각했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한 행동이니 처벌을 받겠습니다. 애초에 제가 공직자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알게 돼서요. 이미 사퇴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기자는 내가 외교부의 특별사절을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뭔가 잔뜩 실망한 눈치였다. 그게 내 소극적인 태도인지, 특종을 놓쳤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해줄 이야기라면 있었다.
“자격이 없으니까요. 제가 시험을 합격한 것도 아니고, 선거에 당선된 것도 아니기도 하려니와 지금은 말리와 한국의 특별 동반자 관계도 거의 깨진 것이나 다름없어서요.”
-네?
난 말리에서 한국의 정착촌에 대한 지원과 ODA를 모두 거절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유가 있을까요?
“자국민의 취업이나 거주를 거부하는 나라와 미래를 도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겠죠.”
난 말리가 한국과 특별한 사이가 되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치적으로 중국을 싫어하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하게 교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관계가 되면 됩니다. 서로 필요한 것은 주고받는데 특별 동반자 관계까지 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기자는 한숨을 쉬며, 대통령실장이 한 실수로 너무 크게 엇나가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난 매우 간단하게 이 일을 설명했다.
“한국인이 미국에 입국을 거부당한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겠습니까? 관광객으로는 올 수 있지만, 거주나 취업은 불가능하다면요. 말리와 한국은 다른 대륙에 떨어져 있는 나라이기도 하고, 이전에도 외교 관계가 없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꽤 심각한 일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난민 수용에 대해 너무 기준이 까다롭습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 했습니다. 냉정하고 모진 이웃에게 적선 같은 부탁을 받아주고 무안을 당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내 인터뷰는 큰 반향을 이끌었다.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내 인터뷰가 다르게 해석됐다.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공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치중립 의무를 어긴데다, 나라를 욕하며 공직을 스스로 걷어찬 나를 매국노라 칭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떠날 결심까지 했던 나를 월급 한 푼 주지 않던 특별사절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까지 진행한 여당의 관변단체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제대로 똥볼을 찼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같아. 대통령이나 여당과는 관계없는 단체라고 꼬리 자르기를 해봐야 믿겠냐?”
“너랑 관계된 이야기라서 그런가. 르몽드랑 BBC에, 글로벌 타임즈까지 모두 기사 났더라.”
“그래?”
“어. 되게 신기한 건 이런 일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연락하고 난리더니, 이젠 완전히 우릴 적으로 보는 건지 아무 연락이 없네.”
“뭐. 그럴지도.”
대통령실도 정부도 그저 오해라고 할 뿐, 별다른 대응은 없었다.
뭔가 큰 한 방이 있는 건가?
대규모 세무조사 같은 거라도 하려나 했지만, 대통령실은 조용했다.
* * *
“다했냐?”
“어. 살라만더를 보내야 할 곳이 엄청 많아져서 시간도 꽤 걸리고 사람이 지치네.”
“쉬면서 들어. 김천시에서 제안을 해왔어.”
“새로운 제안이라니?”
“너도 하강면에 있는 농공단지 알지?”
“알지. 전기 시설이랑 도로 다 닦아놓고, 아무도 입주하지 않아서 운전 연수 코스로만 쓰는 데 말이잖아.”
“어. 완공한 지 4년 7개월이나 지났는데, 조건이 맞지 않아서 입주하는 업체가 없대.”
“설마 거기 들어가자고?”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긴 했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데다, 필수 영양소가 모두 갖춰진 즉석식은 수요가 상당했다.
영국과 UAE에 이어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에서도 우리 즉석식을 원했다.
2곳을 늘린 양계장도 찜닭 밀키트의 수요가 계속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서 더 많은 닭의 수급이 필요해졌다.
각종 과일을 위한 패키징 공장이나 제빵과 제과 사업을 위한 빵의 원료 공장도 만들어야 했다.
“농공단지에 입점하자고?”
“어. 김천시에선 통으로 270억에 줄 수 있대.”
“우리가 그 정도 자금이 있어?”
“140억 정도는 있어. 제국에서 가져온 금이랑 보석을 팔면 추가로 60억 정도는 더 들어올 거야.”
“공장들 세우려면 돈이 엄청 들 거 아니야. 애초에 돈이 부족하잖아.”
“시에선 5년 거치, 10년 분할 납부를 해주겠대.”
그 정도면 할만하다.
농장에 입점하는 모든 사업체는 모두 성장세가 상당하다.
5년 후라면 한해 27억 정도의 금액을 납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 이게 대통령실의 화해 제스처일까?”
아!
희택이가 명치를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 아무리 빈 농공단지라고 해도 이 정도면 특혜나 마찬가지이긴 하니까. 난 문현 팜씨티같은 걸 열고 싶었는데, 거기 대통령이 등장할 수도 있겠어. 그래서 서둘렀던 건가?”
난 협박이 통할 대상이 아니다.
그럼 회유라는 건가?
농공단지는 필요했고 딱 적당했지만, 독이 든 홍차를 마실 필요는 없다.
“거절하자.”
“응?”
“당장 하지 않는다고 딱히 문제될 것도 없잖아. 3개월만 미루면 돼. 하더라도 총선 이후에 하자.”
희택이가 날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왜?”
“좀 신기해서. 네가 다른 사정 때문에 지금 필요한 일을 뒤로 물리는 걸 처음 봐서 말이야.”
희택이 말이 맞다.
뒤로 물리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역시 농공단지를 받아야 하는 건가?
그러다 난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냈다.
“효율을 좀 포기하자.”
“응?”
“한 군데 우리 시설을 모아놓는 게 최고지만, 생각해보니 그건 우리 방식이 아니야. 포장박스 공장을 굳이 우리가 전부 운용할 필요가 없어. 우리 디자인을 소화할 수 있는 지역의 작은 포장 공장들을 계약해서 농가에 박스를 공급하자.”
“일이 엄청 복잡해질 텐데.”
“상관없어. 이해를 구하면 돼.”
희택이와 난 지역 대리점을 만들기 시작했다.
계약 농가가 많은 지역에 지역의 작은 택배 사무실과 계약을 맺어, 그곳에서 포장과 배송, as 처리와 cs대응을 하기로 했다.
전체를 망라하는 조직을 만드는 게 아니고, 매우 작은 업체들을 난립시키는 지저분한 방식이었다.
난 총괄 조직을 만드는 대신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사정을 구했다.
“성실히 일하는 작은 업체와 함께하는 게 농장의 방식입니다. 우리 문현 농장 대리점은 계약 농가 여러분들의 불편함을 살필 것입니다. 급하면 무슨 일이든 전화하세요. 병원도 모셔다드리고, 설탕이나 세제, 개사료 같은 것도 사다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택배 사무실이나 지방의 업체들은 해당 조건을 걸고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난 쇼핑몰의 손님들에게도 불편을 끼치게 된 것을 사과했다.
“지역 사무실 개설을 위해서 택배비를 천 원 올리게 됐습니다. 이 점은 부득이하게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농장 쇼핑몰은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을 남기지 않는 구조입니다. 더 많은 물건을 팔고 사들이기 위해선 비용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농장의 생태계가 더 확장될수록 결국은 상품의 가격이 내려갈 것입니다.”
촬영이 끝난 후,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안젤리나 공주가 왜 그렇게 되느냐를 물었다.
“시스템은 구축할 때까지만 돈이 들어. 물류도 운송도 생산도 규모가 커지면 생산가격이 내려가. 난 그걸 파는 쪽과 사는 쪽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줄 거야.”
“그럼, 그걸로 오빠에게 생기는 건 뭔데?”
“친구가 느는 거지. 믿을 수 있고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게 돼. 물론 비싼 돈을 들이면 특품의 과일을 사 먹을 수 있어.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제일 돈이 많은 재벌가 회장님들보다 자두나 사과는 내가 더 좋은 걸 먹을 수 있을 거야. 감자나 닭고기도 마찬가지지. 우린 그걸 기르고 만드는 사람들의 제일 친한 친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