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30
제130화
130화
메인 시나리오 제5장의 보스.
제국의 어둠을 증오하는 자, 밀리안.
‘……틀림없어.’
게임에서 기억하는 복장이나 그녀의 인상이 전체적으로 다른 탓에 한순간 잘못 보았나 싶었지만, 그건 아닐 것이다.
가장 특징적인 모습이 남아 있다.
메이드복과 어울리지 않는 가면과…….
‘오른팔의 저것.’
무기질적인 인조 팔. 철과 톱니와 나사로 이루어진 팔.
그 차가운 인상을 가진 인물이 달리 또 있지는 않을 것이다.
‘확실히 리올레이트가와의 인연이라고 하면 그녀가 나오지 않을 이유는 없을 테니.’
틀림없음을 확신하는 동안, 엘시아와 밀리안 역시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내게 다가왔다.
“시안, 수업에서 돌아온 건가?”
“그런 셈이지. ……이 메이드는? 못 보던 친구인데? 새로 고용했어?”
“오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거냐. 시안. 아무리 그래도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건 좀 아니다 싶다만.”
그런 거 아니야.
뭐, 엘시아도 반쯤 농담으로 말했으리라.
“신입이야?”
“본가에서 파견된 아이다. 내 전속 시종이 바쁜 탓에 평가 기간 동안에만 레이린을 대신하기 위해 왔지.”
엘시아는 천천히 신입 메이드에 대해 설명했다.
“밀리안이라고 합니다. 시안 님.”
“내 이름은 이미 들었어?”
“예. 엘시아 아가씨께는 물론이고, 다른 동료들에게서 이미 들었습니다.”
밀리안.
자신의 이름을 순순히 밝힌 그녀는 조용히 말하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아……. 제 인상이 조금 거슬리실 수는 있겠습니다만.”
자신의 가면과 철의 팔을 만지작거리며 얼버무리듯 말한다.
아니, 거기서 거슬린다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겠냐.
나를 무슨 쓰레기로 만들려고?
“상관없어. 나도 별의별 사람을 다 본 터라 그다지 기억에도 남지 않으니 신경 쓰지 마.”
악마라든가 갑옷 입은 해골이라든가……. 그 외에도 기타 등등.
……어라?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내 인생은 참으로 개성이 넘치는 인선들뿐이네.
“신경 쓰지 마라. 시안은 그럴 사내가 아니다.”
엘시아도 똑같이 말했지만, 어쩐지 살짝 안도한 듯한 모습이다.
정확히는 내가 밀리안에게 그리 모난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파견된 메이드치고 서로 꽤 잘 아는 거처럼 보이는군.”
“본가에 있을 적부터…… 아는 사이였다.”
어쩐지 대충 얼버무리듯 말수를 줄이는 엘시아.
그녀는 어서 이 화제를 돌리고 싶은 듯했다.
“내일이 중간 평가의 시작이니 여유가 없겠군. 용건이 있다면 다음에 다시 듣도록 하지.”
그러고는 내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엘시아는 다른 곳으로 서둘러 향했고, 밀리안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 뒤를 따른다.
“그럼 다음 기회에 또 뵙겠습니다. 시안.”
“그래……. 다음 기회에.”
흘리듯 남기는 인사에 나는 적당히 어깨를 으쓱였다.
(살벌하네.)
에밀리의 말대로 저 밀리안이라는 시녀가 나를 가늠하는 낌새에 묘하게 날이 서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혹시 어디에서 본 적이라도 있니?)
‘그건 아닐 거야……. 적어도 나랑은 아직 접점이 없어.’
굳이 따지자면, 메인 시나리오 제5장의 보스인 밀리안은 리올레이트가와 악연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하필 저 밀리안이 리올레이트가의 시종이라고? 그것도 본가의? 무슨 개소리야.’
(그게 이상하니? ……네 미래의 지식에서?)
‘이상해. 적어도 내가 아는 밀리안은 리올레이트가를 증오하는 인물이어야 해.’
5장의 보스 밀리안.
메인 시나리오 5장.
제국 귀족 테러 사건.
에타니올 제국의 귀족, 특히 고위 귀족가와 관련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사건.
밀리안은 본래 그 사건의 범인으로 주인공과 싸우게 되는 역할이다.
제국 귀족계의 어두움을 알리고 증오를 부르짖으며 폭주하다가 말로를 맞이할 인물.
‘본래는 엘시아 리올레이트와 충돌해야 하는 역할일 텐데.’
(충돌? 오히려 사이가 좋아 보이던데? 아니, 정확히는 그 아가씨가 쩔쩔매는 것처럼 보이지 뭐니.)
‘……이유는 일단 짐작은 가.’
그 이유 역시 메인 시나리오 5장과 엘시아 리올레이트의 공략 스토리에서 암시되기에 의문을 품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귀족을 증오하다 못해…… 테러까지 일으켜야 할 인물이 하필 리올레이트가의 시종이라니…….’
무언가 상황이 변했거나.
혹은 이것도 게임 시나리오에서는 보이지 않은 운명의 일부이거나.
‘어쨌든 이건 확실하네.’
밀리안의 조기 등장.
그리고 어쩐지 조금 분위기가 묘한 엘시아의 언동.
그것만으로도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내 목덜미를 쿡쿡 찌르는 것 같아.
‘아무래도 실기 평가에서 일어날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모양이야.’
혹은 더욱 어렵게 바뀌든가.
아마 이 예측은 맞아떨어질 것이다.
마치 그것을 확신시키듯.
《메인 시나리오의 성립 조건에 일부 변동이 발생합니다.》
《결과가 발생합니다.》
《메인 시나리오 2.5장》
《변경된 시나리오와 퀘스트가 적용됩니다.》
《악의 시험》
《목표 : ???》
《해당 시나리오의 목표는 비공개 상태로 진행됩니다.》
‘데올킨 리올레이트의 수작이겠지.’
그가 말한, 내게 굳이 신경 쓸 의미가 없다는 뜻.
그것은 더 골치 아픈 일을 꾸미고 있다는 뜻이었다.
사건은 일어난다.
‘시험 매우 어렵겠네.’
* * *
“엘시아 아가씨, 저 소년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을 겁니까?”
“……이야기할 리가 없잖아. 밀리안. 시안은 어쩌다 보니 여기에 있게 된 손님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했을 텐데.”
시안에게서 거리를 두며 엘시아는 밀리안을 나무라듯 말했다.
“그에게는 쓸데없는 말 하지 마라.”
“아가씨의 바람을 위해 끌어들인 인재라고 여겼습니다만.”
“그건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내 뜻대로 제어되지 않을 것이다.”
당해내지 못한다고 단언한 것이다.
“꽤 높게 평가하고 계시군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방해가 된다면 제거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만.”
“밀리안!”
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쪽은 엘시아였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대체 무엇을 기대하는 것이냐!”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가씨……. 아니, 엘시아.”
지금은 보는 이도 없겠다 싶었는지 밀리안은 조금 전까지의 순종하는 분위기를 거두었다.
기분 탓인지 그녀의 오른쪽 얼굴 반을 가린 가면의 눈구멍에서 기이한 빛이 머무는 것 같았다.
분노.
“엘시아, 네 바람은 리올레이트가를 넘어서서 정점에 도달하는 거잖아? 그럼 착한 척은 집어치워.”
메이드로서의 밀리안이 아닌.
엘시아가 기억하는 밀리안으로서.
한때는 어릴 적의 친구
그리고…….
리올레이트가의 관례에 의해 희생된 소녀.
“그걸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 하지 않아? 그래……. 네가 5년 전에 그 힘의 제물로 나를 선택한 것처럼 말이야.”
“사고였다! 나는 네게 그럴 생각이…… 없었다.”
“맞아. 의도한 건 네 아버지 데올킨 리올레이트. 그의 수작에 의해 5년 전 불타서 죽은 친구. 그게 네가 기억하는 나였지?”
“큭…….”
엘시아가 말을 못 하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밀리안이 죽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저주스러운 가문의 관례에 의해 그녀의 능력의 첫 희생양이 된 친구.
그것이 바로 밀리안.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 하물며 네가 본가의 시종이라니! 대체 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어제부터 몇 번을 물었지만, 밀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엘시아의 손목을 붙잡았다.
철제 의수.
그날 엘시아의 힘에 의해 불타 버린 팔 대신 자리 잡게 된 차가운 손.
“윽…….”
“엘시아, 리올레이트가를 넘어서기를 바라지? 잘못된 가문을…… 그것을 용인하는 제국의 귀족들을 단죄하기 바라지?”
“너는 대체…….”
알고 있다.
일부러 그런다는 것쯤은.
지금 밀리안은 일부러 자신의 상처를 보이며 엘시아가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들먹이면서 그녀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제어하기 위해.
밀리안의 의도 혹은 그 뒤에 있는 누군가의 뜻대로.
하지만 알면서도 맞설 수가 없었다.
“사실대로 말할게. 엘시아. 나를 보낸 건 데올킨 리올레이트. 그자의 뜻이야.”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네가 그를 언젠가 무너트리기를 바라고 있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바라는 건 복수야.”
차가워야 할 의수에서 기이한 열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네가 힘을 키워 모든 걸 무너트릴 힘을 얻으면 되는 거야. 그럼 모든 게 바로잡혀.”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
엘시아는 밀리안의 손을 강제로 뿌리쳤다.
“그걸 위해 널 도우러 온 거야. 엘시아.”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냐.”
“별것 아니야. 가르쳐 줄게. 네 그 힘을…… 내 반신을 불태운 그 힘을 키울 기회를…….”
“그 방법이 문제다! 그런 걸 나보고 납득하라는 거냐!”
실은 어제 밀리안에게서 그 방법을 들었다.
데올킨 리올레이트가 먼저 제안하였다는 그것을.
“의식의 재래라니! 무슨 헛소리냐!”
그것을 듣자마자 엘시아는 얼굴에 핏기가 가실 정도로 격한 역겨움과 분노를 느꼈다.
“그렇게까지 하여 뭘 얻겠다는 거냐!”
“알잖아. 엘시아. 너는 제국 귀족계의 정점이 돼야 해.”
밀리안이 요구하는 것은 과거 엘시아가 제대로 못 이룬 각성.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기회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터무니없는 몽상이다! 내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나?”
“해야지. 아니, 해야만 할 거야. 엘시아.”
가면 속의 안광이 차갑게 빛난다.
마치 엘시아를 추궁하듯.
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너는 옳은 일을 할 수 없잖아? 그건 누구보다 네가 잘 알아. 그러니 이젠 옳지 않은 방법을 받아들여야 해.”
“……미친 것이냐.”
“맞아. 미쳐버린 거야.”
너무나도 간단히 수긍한다.
“너를 이용해 그날의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그걸 위해 나는 역겨움을 참고 리올레이트가의 시종의 옷을 입으라는 제안을 따른 거고.”
“그것 또한 그의 뜻대로다.”
“괜찮아. 그의 계획에 따르는 척하면서 엘시아, 네가 더 강한 힘을 얻으면 되는 거야.”
데올킨 리올레이트의 계획 이상의 힘을 얻어라.
“엘시아, 네가 그자가 예측하는 것 이상의 괴물이 되는 거야.”
광기에 휩싸일 것을 재촉한다.
“그게 이 꼴이 된 내가 네게 바라는 유일한 것.”
“……밀리안.”
“싫으면 지금이라도 남은 내 몸의 반을 네 힘으로 불태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밀리안은 엘시아를 재촉하였다.
“엘시아, 네가 후회하는 게 그날 가문을 거스르지 못한 거지? 그럼 네가 더한 괴물이 되어야 해.”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그 피해자가 직접 요구하는 것이다.
“그게 네 책임이야.”
“알았다. ……그것이 밀리안 네가 바라는 거라면.”
“하긴,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인질’이 있는 이상 거스르진 못하겠지만.”
만일을 위해 확실히 말해 둔 것이리라.
이제야 밀리안은 만족스레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는 다시 말투를 바꾸어 시종으로서만 엘시아를 대할 뿐.
“그럼…… 하셔야 할 일에 대해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그래.”
“데올킨 리올레이트가 꾸민 계획에 대해 숙지해 두시길.”
“…….”
“계획의 날 엘시아 아가씨는 각성해 주어야겠습니다.”
진정한 리올레이트가의 후손으로서.
악의 일족으로서.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 모든 것에 복수하는 겁니다.”
* * *
밀리안.
상처 위에 가면과 철의 팔을 덧씌운 채 돌아온 그 소녀는 가엾은 친구의 뒤를 따라 걸으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엘시아, 너는 여전히 안일해. 무능한 데다 약하고 무르지.’
뭐, 이 말을 입 밖에 내더라도 그녀는 밀리안을 나무랄 수 없을 것이다.
‘데올킨……. 그자에게서 제안을 받았을 때는 당장이라도 그놈의 목을 태워 버리고 싶었는데. ……됐어. 지금은 그의 뜻대로 엘시아 너를 감시해 줄게.’
이용하기 위해.
그녀를 각성시키고 손에 넣어 보란 듯이 복수를 완성시키기 위해.
‘너는 내 부탁을 거절할 수 없을 테니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엘시아는 밀리안을 내칠 수 없을 것이다.
이 가면과 팔을 보고 있는 한은 엘시아는 절대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
‘하지만…… 그의 경고대로 그 흑마법사는 신경을 쓰는 편이 나은가?’
불안 요소는 시안이었다.
데올킨의 경고대로라고, 밀리안은 시안을 직접 보고 확신했다.
시안을 제거하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에 엘시아가 반대한 순간, 그녀가 댄 핑계는 도덕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당해 낼 수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건 거슬려.’
데올킨은 가능한 그를 자극하지 말라고 했지만.
‘불안 요소라면 손을 쓰는 게 낫겠지.’
그 작자의 말을 따라 줄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서로 이용하고자 하는 속내를 감추지 않으며 합의를 하였다.
‘건드려 보는 게 더 확실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