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70
제169화
169화
마도서.
그중에서도 진짜라고 분류될 그 진품은 제국에서도 손에 꼽는 보물로 친다고 한다.
당연히 관리하는 곳은 마탑.
마탑에서도 그 마도서를 연구 혹은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열람이 가능한 건 지극히 상위급 마법사들뿐.
‘황제가 멋대로 상품으로 걸어 버렸으니 꽤나 골치 아프겠지.’
세간에는 마탑이 제국에 충성을 다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제국 법으로도 마탑의 재산과 인재는 제국의 것이기에 유사시 황제의 명이 있다면 언제든지 그것을 징발할 수 있다.
요컨대 황제가 상품으로 삼든 재미로 불태워 버리든 그것은 제국 법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그 마도서 한 권이 나한테 올 예정이었다는 거지.”
이전에 황제가 내 역량을 시험하겠다고 멋대로 열어 버린 대회.
그 상품으로 그 마도서를 걸었고, 내가 따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마도서를 받으러 오라는 부름을 받지 못했다.
상품이 오지 않는 상황.
멕젠 학과장의 설명에 의하면, 마탑의 몇몇 놈들이 온갖 핑계를 대면서 수여를 늦추고 있다는 것.
‘사실 괘씸하기는 한데.’
흑마법을 수련하는 내게는 마도서의 비중이 썩 높지 않다.
있으면 적당히 편리하고, 없어도 중요도는 낮은 편.
그야 마도서에는 흑마법이 적혀 있지 않으니까.
‘정 뭣하면 나중에 그걸 핑계로 깽판이라도 쳐 볼까 했는데.’
멕젠 학과장의 중재로 그 문제는 해결될 모양이다.
정확히는 중재라기보다 좀 더 과격한 수단을 쓸 듯싶지만.
그것을 확신한 건 정오부터 기숙사를 찾아온 손님 때문이었다.
“시안. 시간을 내라. 없다면 일정을 취소하라.”
갑옷을 걸친 사내.
이전에 한 번 대면한 적이 있었다.
황제의 기사.
최강의 기사라고 일컫는 에드리올 필렌서.
“간만입니다. 에드리올 경. 오신다고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준비라도 했을 텐데요.”
“대접 따위를 바라는 건 아니니 신경 쓰지 마라. 시간을 낭비할 틈이 없다. 어서 채비하도록.”
“……네? 채비라니?”
“듣지 못했나. ……아니, 하긴 그럴 만하군.”
대체 이 깡통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가.
“지금부터 마탑의 서고로 간다.”
“아!”
듣고 바로 이해했다.
그 서고에 무엇이 있는지 당연히 알기 때문이다.
마도서.
“마도서가 아직 지급이 되지 않았다고 하더군.”
“대체 누구에게…….”
“듣지 못했나? 학과장인 멕젠 리켈드가 폐하께 직언을 올렸다.”
그 아저씨 어떻게 중재를 하려나 싶었는데, 중재가 아니라…….
고발을 한 거였냐?
하기야 학과장, 그것도 힘이 있는 클래스의 책임자라면 황제에게 직접 고발 정도는 할 입장이 되리라.
그걸 진짜 한다는 게 사실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정말로 써먹을 수 있는 건 죄다 써먹는군.
“마법사 놈들의 정치놀음 따위에는 흥미가 없지만 폐하의 명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큰 문제지.”
“그래서 에드리올 경께서 직접?”
“폐하의 명이시다. ‘귀찮은 일 처리해라.’라고 내게 사명을 내리셨다.”
아니, 사명이라기보다 아저씨가 방구석에서 배를 긁으며 명령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왜 에드리올 경께서? 경은 마탑과 무슨 연고가?”
“없다. 있을 리 없잖느냐. 마도서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네.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는 기사. 검과 오러를 다루는 고수니까.
“그러니 필요한 것이다.”
“……예?”
“와라. 보면 안다.”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듯 그는 등을 돌리고 어서 따라오라고 명령한다.
귀찮은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나섰으니 굳이 싫은 소리를 할 이유는 없겠지.
* * *
마탑의 서고는 의외로 마탑 내부에 없다.
허수의 영역에 공간을 펼치고 서고로 삼은 것.
당연히 마탑의 허가가 없으면 물리적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영역이다.
만일의 경우에는 그 공간째 소멸시키기 때문에 유사시 내용물을 소실시킬지언정 절대 반출시키지는 않겠다는 강한 집착이 느껴진다.
“그곳에는 쉬이 갈 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걱정할 필요 없다.”
그가 꺼낸 것은 열쇠.
“마탑의 것은 곧 폐하의 것. 당연히 그 어느 곳이든 폐하의 뜻대로 갈 수 있는 것이 상식이지.”
황제라기보다는 무슨 골목대장 같은 논리로군. 감탄했다. 본받도록 하자.
저 열쇠의 정체는 알고 있다.
제국 법에 의해, 황제는 모든 마탑의 시설을 그의 뜻대로 열람할 수 있다.
요컨대 저것은…….
“서고의 출입 열쇠로군요.”
“그렇다. 폐하께서 내리신 것이지.”
두 개의 마스터키 중 하나.
에드리올이 그 열쇠를 사용하자, 장소가 변한다.
곧바로 서고로 이동한 것이다.
마탑의 서고.
그것도 가장 중요한 서책을 모은 보물고!
“무, 문이 멋대로 열리다니! 대체 누가! 허억?!”
서고 안쪽에서 누군가 튀어나오더니 기겁하며 지팡이를 꺼내 들고는 우리에게 겨눈다.
분명히 이 서고의 사서겠지.
“침입자?!”
“황제 폐하의 것에! 황제 폐하의 명으로 들어왔다! 그런 나를 감히 침입자라고 모욕하는 것이냐!”
에드리올이 살기를 드러내며 열쇠를 내보이자, 그것을 알아본 사서는 이를 갈며 지팡이를 거두었다.
환영하는 눈치는 아니군.
“제국의 기사……. 거기에다 그 검은 머리는? 어째서 마기 따위를 품은 자를?”
“폐하께서 허락하신 자다. 이의는 받지 않는다.”
설명할 필요 따위는 없다는 듯 오만하게 말한다.
제국 법에 근거한 행동. 당연히 저 사서에게 허가 따위를 구할 필요는 없다.
“무슨 용건입니까?”
“마도서를 고르겠다. 안내해라.”
“마도서? ……흑마법사? 설마?!”
그 사서의 시선은 나에게로 꽂혔다.
놀람.
그것은 이내 분노와 적의로 바뀐다.
“네놈이 그 주제를 모르는 흑마법사렷다!”
사서는 에드리올의 앞이라는 것도 잊은 채 적의를 드러내는 게 아닌가.
“허락할 수 없다! 마기를 다루는 자인 주제에 부끄럼도 모르고 감히 마법의 보물을 탐하려 하는가!”
“……음, 그렇다는데요?”
당황할 일은 아니다.
흑마법사에 대한 마탑의 적의와 편견은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굳이 내가 신경 쓸 이유도 없다.
“그 하찮은 목숨이 아깝다면 어서 꺼져라! 흑마법사!”
당장이라도 공격해 올 태세였지만, 나는 대비조차 하지 않는다.
딱히 방심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서고의 사서니까 분명 보통 실력자는 아니겠지.
‘아마 6서클 정도?’
최소한 지금의 나보다는 강할 것이다.
그러나 싸우러 온 게 아니다.
받아야 할 것을 받으러 온 것뿐.
하물며 그걸 해결하는 건 내 일이 아니다.
“그렇다는데요? 에드리올 경.”
“물러나 있어라.”
부탁드립니다. 기사 아저씨.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옆으로 빠지자 그가 나선다.
“제국의 기사? 비켜 있으시오.”
“비켜야 하는 것은 네놈이다. 분수를 모르긴.”
한순간.
에드리올의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더니 사라졌다.
내 지금의 능력으로도 그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친 것.
그리고.
콰아아아앙!
마치 이 서고 전체를 무너트리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의 굉음과 함께 사서가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진다.
“쿠허어억?!”
“……하찮군.”
말없이 걷어찬 다리를 다시 내려놓는 동작을 하는 에드리올.
말 그대로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속도로 걷어찬 것이다.
무예도 뭣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앞차기.
그 한 방으로 무려 6서클의 마법사가 피를 토하며 빈사 상태에 놓였다.
(어머, 무시무시하네.)
‘개인적으로 저거에 맞는 처지가 되고 싶지는 않은데.’
제국 최강의 기사 자리를 거저 맡는 게 아니라는 것.
“무, 무슨 짓이오! 어찌 이런 행패를…….”
“역적을 걷어찼을 뿐이다. 그게 무슨 행패지?”
“여, 역적?”
무슨 봉변이라도 당한 얼굴을 해도 곤란할 뿐이다.
에드리올이 내뿜는 살기는 위협용이 아니다. 진심.
그것을 알기에 사서도 쉬이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이겠지.
“마도서를 건네라는 것은 폐하의 결정. 그것을 실행하지 않은 것은 반역에 가담한 짓이겠지?”
“마, 말도 안 되는…….”
“무엇이 말인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물으며 에드리올은 검을 뽑았다.
이제 보니 말로 해결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그의 목적은.
“명령을 실행하지 않은 지 며칠이 지났지?”
“……그건.”
“하루당 한 명 마탑에 속한 자들을 처형하도록 하겠다. 그것이 죗값이다.”
아, 이건 귀찮을지 모르겠다.
그제야 그가 굳이 나를 데리고 온 본래의 목적을 이해한 것이다.
황제가 떠넘긴 일을 처리하려고 온 게 아니었다.
‘무력으로 경고…….’
나에 대한 일은 핑계이고, 정확히는 마탑을 한번 뒤집어엎을 건수를 잡은 것이다.
(피바람이 불겠네. 후후…….)
‘기뻐할 때가 아니야…….’
(남 일이잖니?)
‘그것과 이건 별개!’
마탑에 딱히 좋은 감정은 없지만, 학살은 별개의 문제다.
그깟 마도서 하나 가져가겠다고 시체 더미를 만드는 건 절대 내 취향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저건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는 점.
분명 설정상 에드리올은 그런 전적이 있는 사내다.
“잠깐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만, 에드리올 경.”
“시안, 네가 말리는 건가?”
“제가 무어라 간섭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지금 여기서 그걸 해 버리시면 그 모든 원망이 저한테 쏟아질 거 같습니다.”
“……말해라.”
“황제 폐하의 뜻은 제게 상품을 주라는 것이지 제게 원한을 주라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죽이려면 나 모르는데서 해라, 라는 말은 꾹 참았다.
“제가 곤란해지니까 결국 폐하의 명에 반하는 일이 아닐까요?”
“……그런가?”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중얼거리는 깡통 기사.
“그렇다면 그때 말해라. 곤란하게 만드는 이들도 처단해 줄 테니.”
“필요 없거든요? 그딴 거?”
거참, 친절한 서비스로군.
감동해서 무심코 본심이 나오는군.
“그게 폐하가 바라는 상황은 아닐 거 같은데요.”
“…….”
“뭣보다 당사자인 제가 요청합니다. 그냥 마도서만 받고 끝내죠.”
“…….”
“그리고 저에게 걸어오는 시비는 제 선에서 밟아 버리고 싶습니다.”
“……알겠다.”
겨우 설득이 먹혔다.
에드리올은 결국 검을 도로 거두었다.
이곳을 가득 채운 살기도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일어나라.”
그가 다시 사서를 가볍게 걷어차자, 사서는 다시 한번 피를 토하며 정신을 차린다.
포션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닐까? 아니, 됐다. 괘씸하니 필요 없겠지.
말리긴 했지만, 이대로 넘어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아, 물론 목숨은 필요 없지만 대신 다른 것으로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리가 있군. 무엇을 바라지?”
“마법사들의 목을 베는 대신 나름의 대가로 대신해야겠죠.”
맨입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게 내 신조.
“마도서를 한 권 더 받아 가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아, 그럼 뒈지시든가요.”
……덧붙이면 저흰 악당이 아닙니다. 황실의 기사 형님과 그를 따라온 풋내기 흑마법사.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뿐이죠.
“내놔. 그럼 살려 줄게.”
아, 본심 나왔다.
“크윽…….”
“아니면 전 돌아가죠. 아, 받기로 한 마도서도 필요 없으니 그럼 그만큼 배로 처벌을 해 달라고 탄원할까요?”
“……이런 말을 하기는 뭣하네만, 그걸로 되겠는가?”
에드리올도 “이건 좀…….” 하고 말을 흐린다.
뭐, 어떤가요. 정의로운 건 이쪽인데.
“잘난 푸른 마나 사상 운운하면서 목숨까지 버릴 각오라면 존중은 해 드리죠.”
그 지경이 되어서까지 구해 줄 의리는 없으니까.
“……알겠다.”
고집스레 피를 토하면서도 버티던 사서가 결국은 받아들였다.
정말로 책 두 권 때문에 죽겠다고 할 리는 없을 테니까.
“당연히 마도서도 제가 직접 골라 가겠습니다. 그쪽에게 맡기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요.”
“모욕하는 건가?”
“모욕은 댁들이 먼저 했고. 하여튼 그렇게 하도록 하죠. 이건 요구가 아니라 당연한 결정이니 반론은 안 듣겠습니다.”
무엇보다 에드리올 역시 내 요구에 별말이 없었다.
그것은 그의 의도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
기회가 있다면 그만큼 맞춰 주면서 챙겨 가면 되리라.
그것이 바로 사회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