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ake over the male lord RAW novel - Chapter 122
122
로이는 아리스와 같이 술을 마실 때 취한 적이 없다. 적당량만 마시고 끝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아리스는 그의 앞에서 종종 취했었다.
“오늘 당신의 취한 모습, 꼭 볼 거예요.”
“이것 참.”
취해야 하나. 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네 병을 제가 다 마시는 겁니까?”
우선 확인부터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자 아리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마실 거예요. 전 한 병, 로이는 세 병 마시세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연인의 날이었다. 아리스가 준비했다고 하니 준비한 것은 모두 다 마실 생각이었다.
“마시고 나서도 안 취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로이의 말에 아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와인 세 병을 마시고도 안 취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준비한 와인은 그것이 다이니 말이다.
“알겠어요.”
그리 말하고 아리스가 얼른 로이의 잔에 술을 따랐다. 아리스가 마실 술은 로이가 따랐다. 서로 잔을 맞바꿔 들었다.
“뭐라고 건배할까요?”
아리스가 물었다. 그러자 로이가 고민하더니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를 위하여. 어떻습니까?”
“좋은 말이에요.”
그들은 건배를 했다.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위하여.”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초콜릿 향이 와인잔에 감돌았다. 생각보다 초콜릿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았다. 술은 많이 달았다.
“달콤해요.”
아리스는 좋아했다.
“달군요.”
“로이 입맛에는 별로겠다.”
“아닙니다.”
로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셨다.
“괜찮습니다.”
아리스가 사 준 술이었다. 입에 안 맞더라도 다 마실 생각이었다.
시녀가 과일 안주를 가지고 왔다.
“맛있게 드세요.”
“응.”
그녀가 나가고 아리스는 과일을 하나 집어 먹었다. 그리고 와인을 바라보는 로이에게 사과를 포크로 찍어 주었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아리스가 직접 준 사과다. 무척이나 맛있어 보였다.
“영지 일은 어때요?”
2주 동안 자리를 비워 영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녀의 질문에 로이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별일은 없었습니다만.”
“네.”
“좀 바쁘긴 했습니다.”
수확을 하는 계절이다. 당연히 일이 많았다. 로이가 영주가 되고 처음 겪은 일이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했던 일을 생각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데이트도 못 했잖아요.”
로이와 아리스는 종종 영지 근처에서 데이트를 했다. 그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지만 가을이 되자 그가 바빠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아리스 역시 로이의 일을 도와주었기에 그가 일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었다.
“아리스가 도와줘서 다행이었습니다.”
아리스는 똑똑했다. 로이가 일하는 것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었다. 나중에 로이가 없을 때 대신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었기에 미리 배울 겸 도와주었다.
“다들 바쁘게 일했어요.”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아아.”
“더윈이 알아서 처리를 했을 겁니다.”
더윈은 서류 작업이 능숙했다. 집사를 하겠다고 하더니 그에 걸맞게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주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은 많았다. 가신들이 한뜻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로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네.”
로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며 아리스가 방긋 웃었다. 그리고 로이의 잔이 아직 비지 않은 것을 보고 뭐라고 했다.
“얼른 마셔요.”
“아리스도 참.”
“빨리 마셔야 해요!”
그녀의 말에 로이가 웃으면서 와인을 마셨다. 알싸한 기운이 밀려오긴 했지만 취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는 자신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많이 마셔도 취한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리스에게 이 말을 하면 시무룩해 할 것 같아 말을 아꼈다.
“그냥 마시니 심심하군요.”
로이는 술을 마시며 말했다.
“그렇죠. 그냥 마시면 당연히 심심하죠.”
그리 말하며 아리스가 방긋 웃었다. 그녀의 웃음이 조금 수상해 보였다.
“또 뭐가 있습니까?”
“빙고.”
그녀는 로이가 들고 있는 잔을 가리켰다.
“한 번에 마시면 좋은 거 해 줄게요.”
좋은 거라. 귀가 솔깃했다.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는 얼른 와인을 마셨다. 마셔도 취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다 마셨습니다.”
“헤헤.”
아리스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이런 거요.”
확실히 기분이 좋아지는 행동이었다.
“또 마셔 봐요.”
그녀의 재촉에 로이가 술을 다시 마셨다. 잔이 텅 비었다.
“이번엔 이거.”
로이의 볼에 그녀가 입을 맞추었다. 말랑말랑한 그녀의 입술에 볼에 닿아 버렸다. 로이는 그녀를 바라보다 키스를 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얼른 그의 입을 막았다.
“안 돼요.”
“왜 안 됩니까.”
“마셔야 하게 해 줄 거예요.”
아리스는 그가 취하는 걸 정말로 보고 싶었다. 그가 자신에게 키스하고 싶어 하는 걸 알았지만 오늘은 그가 취하는 걸 보는 게 먼저였다.
“취하셨습니까?”
로이가 물었다. 아리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녀는 아직 한 잔밖에 마시지 않았다. 정신은 멀쩡했다.
“술을 먹이면 취한 것이라던데.”
로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웃으면서 그의 볼을 두 손으로 꾹 눌렀다.
“취하지 않아도 먹일 수 있어요.”
그녀는 그리 말하고 자리로 돌아가 와인 한 병을 더 가져왔다. 그녀는 병마개를 따고 와인을 로이의 잔에 부었다.
“얼른 마셔 봐요.”
그녀가 유혹하고 있었다. 로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와인을 비웠다. 그러자 그녀가 드디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기쁘죠?”
“네, 기쁩니다.”
하지만 고작 입맞춤이었다. 그는 갈증이 났다. 그녀의 입술 안에 들어가 헤집고 싶었다. 그녀가 신음을 흘리는 걸 듣고 싶었다.
“더 마셔야 해요.”
그녀는 어림도 없다는 듯 말하며 그의 잔에 다시 와인을 따랐다. 그는 키스를 하고 싶었기에 와인을 비웠다. 한 병, 두 병. 빈 와인병이 늘어 갔다. 와인을 마실 때마다 그녀와 키스를 했다. 와인 향이 어우러져 키스 맛이 묘했다.
“하아.”
그녀가 숨을 내뱉었다. 그와의 키스는 길고도 행복했다.
“이제 마지막 잔이 남았네요.”
그녀는 로이를 바라보았다. 아직 취하지 않은 듯 그는 멀쩡해 보였다.
“왜 안 취해요?”
“음.”
그러자 그가 웃었다.
“취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제가 주량이 좀 됩니다.”
“왜 말 안 했어요?”
“그게, 말할 타이밍이 없어서…….”
그랬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남은 잔을 바라보았다.
“이걸 마시면 뭘 해 줍니까?”
키스도 할 만큼 했다. 로이는 다른 걸 바라고 있었다.
“마셔 봐요.”
그녀가 시키는 대로 그가 와인을 다 마셨다. 그러자 아리스가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옷을 벗자 까만 속옷이 보였다. 무척이나 야한 속옷이었다.
“아리스?”
“내가 초콜릿이에요.”
안 그래도 사랑스러운 그녀다. 그런데 검은 속옷을 입고 자신이 초콜릿이라고 말하니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오늘의 메인이에요.”
그녀가 수줍게 고백을 했다. 로이는 당장 일어나 그녀를 침대로 끌고 갔다.
‘어머!’
침대에 누운 그녀가 무척이나 예뻤다.
“오늘은 초콜릿을 먹는 날이니 잘 먹겠습니다.”
“네.”
“아리스.”
이름만 불러도 짜릿하다. 그는 오늘 자신을 위해 수고한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휘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를 갖기 시작했다.
그날 밤은 그가 먹었던 어떤 초콜릿보다 달았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