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establish a family with secret arts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아미파에서의 수행
탕유 일행이 생각지도 못한 환영을 받으며 객잔 한쪽에 자리를 잡자 점소이가 아는 체했다.
“헤헤! 사천 쌍웅께서 저희 객잔을 찾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요.”
당웅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 주고, 점소이도 이처럼 깍듯이 대접해주자 기분이 좋아졌다.
“흐흐! 백주와 고기를 넉넉히 주시오!”
“네. 관장님!”
당웅이 무림에 발을 들인 후, 지금까지 그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해 앞에서는 마지못해 대접해주는 시늉을 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신을 관장님이라 존칭해주고,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환대해주자 평생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또르륵!
항주 객잔에서 시끌벅적 백주를 마시며 놀았던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다섯 개의 술잔을 비워 갔다.
당웅이 술잔을 들고 소림 삼걸을 바라보며 외쳤다.
“우리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영원하기를!”
짠!
술잔을 부딪치고 이내 말끔히 비워냈다.
“캬아! 좋다!”
이제 술맛을 조금 알게 된 천봉이 목을 타고 들어가는 백주의 오묘한 맛에 탄성을 질렀다.
“훗! 누가 보면 술꾼인 줄 알겠네.”
탕유는 천봉이 어른 흉내를 내자 핀잔을 주며 자신의 잔을 당웅 앞에 놓았다.
“한잔 더요!”
또르륵!
“캬! 한잔 더요!”
또르륵!
“캬!”
그렇게 그들은 마지막 밤을 환하게 지새웠다.
다음 날 아침.
“아이구… 머리야…….”
소림 삼걸은 아픈 머리를 쥐어짜며 짐을 챙기고 있었다.
일절이 제자들과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소림 삼걸이 술이 덜 깬 얼굴로 어기적거리며 나타나자, 대사매 진향이 쏘아붙였다.
“소림사 제자들은 사부에게 술부터 배웠냐? 모두 술꾼인데 아미파는 술을 금하고 있어! 괜찮겠어?”
탕유는 어제부터 저 대사매란 여자가 마음에 안 들었다.
탕유는 봇짐을 메고 진향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는 탕유라고 합니다. 대사매 이름은 뭔가요?”
진향은 탕유가 도전적인 표정으로 자신의 이름을 물어오자 탕유가 보통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어제 사부님과 겨루는 것을 보았고 탕유의 무공이 대단함을 알기에 약간 경계했다.
“난 대사매 진향이다.”
천봉이 탕유와 진향의 기 싸움에 끼어들었다.
“저는 천봉이라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대사매 진향 누님!”
천봉이 끼어들자 진향도 한 발 뺐다.
“흠흠… 아미파는 규율이 엄하니 각별히 처신을 삼가야 하네.”
“네. 알겠습니다.”
그나마 천봉이 자신을 깍듯이 대우해주자 진향은 조금 만족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자! 이제 출발하자!”
툇마루에 앉아 있던 일절이 일어서며 출발을 명했다.
“네.”
아미산은 성도에서 남서쪽으로 하루를 걸으면 갈 수 있다.
아미파 장문 일절과 제자들은 급한 일이 아니면 평소에는 말을 타지 않는다.
소림 삼걸은 말을 타고 있었지만, 일절 일행이 걷고 있어서 말 위에 앉아 가는 것이 영 불편했다.
소림 삼걸은 말에서 내려 일절의 뒤를 따라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하루를 걸어 아미산 입구에 도착한 소림 삼걸은 아미산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아미산의 풍광이 소림파가 있는 숭산과 달리 이채로웠다.
아미파 막내 제자 미향이 원장과 도란도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말했다.
“원장! 아미산에는 호랑이가 있으니 조심해야 해! 어흥!”
호랑이라는 말에 원장이 깜짝 놀랐다.
“누님! 정말 호랑이가 있어요?”
원장은 호랑이가 무섭긴 했지만 흥미로웠다.
숭산에는 호랑이가 없었기 때문에 말로만 들었던 호랑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됐다.
“당연하지! 아미파가 있는 곳이 복호사라는 절이야!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 해서 복호사라고 하지.”
“아, 그렇구나…….”
원장은 예쁘고 상냥한 미향 누나가 마음에 들었다.
어릴 때부터 모용언이 잘 챙겨주기는 했으나, 사모님은 늘 어려운 대상이었다.
그리고 탕유는 자신을 친동생처럼 생각해 주었지만, 워낙 드새고 남자 같았기에 상냥한 미향의 부드러움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원장은 미향에게서 잊혔던 어머니의 향수를 문뜩문뜩 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저희는 아미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대사매 진향이 끼어들었다.
“우리가 하는 일과 같은 일을 해야지! 불경 공부하고, 찻잎 따고, 말리고, 덖고, 호랑이 잡고.”
“정말요? 호랑이를 잡아요?”
“호호호!”
아미 제자들이 모두 웃자 원장은 진향이 놀린 것을 알았다.
중후한 일절의 음성이 들렸다.
“너희들도 사부와 사모가 했던 것과 같은 수행을 할 것이다!”
‘사부와 같은 수행을 한다고? 뭐지?’
탕유는 알 수 없는 기대와 흥분을 느꼈다.
날이 어둑해질 때쯤 도착했기 때문에 첫날밤은 고요히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기상!”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아미 제자들은 새벽공기를 마시며 분주히 하루를 시작했다.
소림 삼걸의 아미 수행 체험이 시작된 것이다.
선임 제자가 소림 삼걸을 비롯한 십여 명의 어린 제자들을 세워놓고 지시했다.
“오늘은 찻잎을 딴다. 각자 한 포대씩 채워서 마당으로 가져와 말려야 해.”
“네.”
미향이 포대 하나씩을 탕유, 천봉, 원장에게 나눠주었다.
“날 따라와!”
미향은 탕유, 천봉과 같은 18살이다.
천봉과 원장은 예쁜 미향이 나긋나긋 차분한 목소리로 찻잎 따는 방법을 알려주자, 힘든 줄 몰랐고, 아미에서의 새로운 체험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러나 탕유의 표정은 왠지 뾰로통했다.
그녀는 찻잎이나 따러 아미에 온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엄연히 손님으로 왔는데, 왜 이런 일을 시키지? 난 무공 수련을 할 줄 알았다고…….’
탕유는 형산파와 청성파 도사들과 무공 대결을 하며 짜릿함에 빠져 있었다.
탕유에게 찻잎을 따고, 말리는 일은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일절이 명한 일이고, 대사매 진향이 호랑이 눈을 하고 지켜보는데 도리가 없었다.
천봉은 무슨 심오한 뜻이 있을 거라며 탕유를 달랬다.
그렇게 첫날은 종일 찻잎을 땄다.
둘째 날, 오전 내내 따온 찻잎을 마당에 널어 말렸다.
한숨 돌리고 있는데 미향이 손짓하며 우리를 불렀다.
“놀러 가자! 찻잎은 이제 햇볕이 알아서 말려줄 거야. 오후에는 자유시간이야.”
“아이고! 죽다 살았네.”
원장이 엄살을 떨며 말했다.
“점심 먹고 호랑이 잡으러 가자!”
미향의 농에 원장이 맞장구쳤다.
“좋아요!”
물론 호랑이 잡으러 가지는 않겠지만, 무엇을 하든 일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점심을 먹고, 소림 삼걸은 미향을 따라 아미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야호!”
어느덧 정상에 오른 천봉이 소리치자 원장도 따라 했다.
“야호!”
“아미산 어때?”
미향이 이쁜 눈썹을 들어 올리며 탕유에게 물었다.
“멋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야.”
“그렇지? 지난번에 보니까 너 무공이 대단하더라? 너희 사부님 무공도 그렇게 대단하다며?”
“그럼. 굉장하시지.”
“그건 그렇고, 어떻게 네가 아미파의 구음신장을 할 수 있는 거야? 모두가 그걸 궁금해하더라.”
“그게… 믿기지 않겠지만, 난 무공 대결을 하다 보면 상대의 무공을 저절로 배우게 돼.”
“정말?”
“응.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나도 왜 그런지는 몰라.”
“그거 참. 신기하네.”
“미향! 그런데 아미파에서는 그 많은 찻잎을 말려서 어디다 쓰는 거야?”
“팔지.”
“팔아? 어디다?”
“성도에 가져다 팔아. 찻잎을 말린 다음, 내일부터 덖는 작업을 할 거야. 덖어주고 말리기를 몇 차례 반복하면 차가 완성되지.”
“아. 그렇구나.”
“흐흐! 그 덕분에 가끔 성도 구경도 하고, 좋지. 난 늘 성도 성 갈 일이 있으면 지원했거든.”
미향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여기 아미산에서 평생 살 거야?”
미향은 고개를 갸웃하며 잠시 생각했다.
“음… 모르겠어. 가끔은 세상에 나가고 싶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여기가 내 집이라는 생각도 들고. 이랬다저랬다 해.”
“왜? 너는 아미가 마음에 안 드니?”
“아니. 나도 여기가 마음에 들어. 하지만, 평생 산속에 살 자신은 없어.”
“흐흐! 그건 나도 그래.”
“호호호!”
탕유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단둘이 유랑하며 살았었다.
여태껏 또래 여자아이와 이렇게 속 깊은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었다.
탕유는 미향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와 준 것에 감사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해가 떨어졌다.
“이런! 정신없이 놀다 보니 해가 졌네. 너무 멀리 온 것 같아. 이제 돌아가자!”
미향이 앞장서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날이 어둑어둑하고, 멀리 와버려서 그런지 아미파로 돌아가는 산길이 낯설었다.
그렇게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했더니 반 시진이나 산속을 헤맸다.
겨우 제대로 길을 찾았는데, 앞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어흥!
그것은 호랑이 울음소리였다.
“으… 호랑이가 있나 봐!”
원장이 천봉의 뒤로 숨으며 말했다.
“쉿! 조용히 해봐!”
미향이 몸을 낮추며 발걸음을 멈췄다.
소림 삼걸도 잔뜩 긴장하고 어두운 숲을 주시하였다.
어흥!
코앞에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가 두 눈에 하얀 광채를 뿜어냈다.
탕유 일행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호랑이의 눈은 오히려 한낮에 쏟아지는 햇살보다 하얗게 번뜩이고 있었다.
“어쩌지?”
네 사람 모두 찻잎을 말리다 나와서, 아무도 무기를 챙기지 못했다.
검을 한 자루씩 가지고 있었다면 한번 해볼 만하겠지만, 맨손으로는 호랑이에게 어림도 없었다.
“형… 형님… 어쩔까요? 도망갈까요?”
원장이 벌벌 떨며 말했다.
대낮이라면 화엽비술로 도망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앞이 안 보이는 야밤에 호랑이보다 빨리 달릴 수는 없을 것이다.
탕유는 처음에 두려운 마음이었다.
그러나 하얗게 빛나는 호랑이의 눈을 보고 있으니 오히려 한 번 붙어보고 싶은 욕망이 불타올랐다.
“천봉! 미향! 뒤로 물러서. 내가 상대해볼게!”
탕유가 이렇게 말하고 앞으로 나서자, 미향이 놀라 물었다.
“어쩌려고! 설마 저놈과 싸우려는 거야?”
“저놈이 덤비면 할 수 없지. 싸워야지!”
“말도 안 돼! 맨손으로 어떻게 호랑이를 이길 수 있겠어?”
미향이 손사래 쳤다.
원장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어흥!
호랑이는 서서히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었다.
이러쿵저러쿵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탕유는 내공을 끌어올리며, 며칠 전 일절에게서 흡수한 구음신장을 펼쳐 호랑이를 상대하기로 했다.
“뒤로 물러서!”
탕유가 외치자 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탕유의 뒤로 물러섰다.
어흥!
호랑이는 으르렁대고, 한발 한발 내디디며 탕유를 살폈다.
아마도 탕유를 향해 몸을 솟구칠 기회를 엿보는 듯했다.
어흥!
드디어 호랑이가 포효하더니 탕유를 향해 달려와 몸을 솟구쳤다.
쉭쉭!
탕유는 화엽비술을 펼치며 잽싸게 날아올랐다.
퍽퍽!
탕유가 호랑이 머리를 두 차례 가격하자, 호랑이는 갈고리 같은 발톱을 휘두르며 탕유를 잡아채 올라타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