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ol life that starts with military writing RAW novel - Chapter (12)
12화
“선우린 연습생이요.”
“선우린 연습생이라면…”
김나희의 대답에 리아가 잠시 생각하다니, 이내 생각이 났다는 듯 대답했다.
“아! 그 군대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연습생 맞죠?”
“네, 맞아요. 그런데 저는 왜 쳐다보시죠?”
“크흠, 아니에요.”
입대가 얼마 남지 않은 레오가 투덜거리자, 리아가 바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런데, 제일 열심히 하는 연습생이라고요?”
리아의 말에 모든 트레이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괴물이죠.”
“아니, 진짜 잠은 제대로 자는 건지 모르겠어.”
“UDT 출신들은 다 그런 건가? 레오씨도 UDT로 가는 게 어때요?”
“저는 진짜 바로 쓰러져요. 못해요, 못해. 절대 무리.”
트레이너들이 서로 즐겁게 이야기하자, 리아가 재차 물어보았다.
“아니, 저한테도 설명해 주셔야죠. 자기들만 재밌으면 어떻게 해.”
“아, 그게. 리아씨 X등급 연습생들은 모든 수업에 마음대로 참여할 수 있는 것 아시죠?”
“네, 알고 있어요, 아 혹시?”
“한 연습생이, 겹치는 시간 수업 빼고, 모든 수업에 전부 참여했다면 믿기시나요?”
“하루도 빠짐 없이요?”
“네, 하루도 빠짐없이요. 그러면서 밤늦게까지 따로 남아서 개인 연습까지 하더라고요.”
“와, 그게 가능한가요?”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가 증인이에요.”
보컬 트레이너 이지성이 말하자 모두가 동의하며 한 마디씩 보태 말했다.
“나도 내 눈으로 직접 본 게 아니면 못 믿었을 거예요.”
“더 놀라운 건 그렇게 하는데도 항상 쌩쌩하다는 거지.”
“또 발전하는 게 눈에 보인다니까? 가르치면 바로 이해하니까 가르치는 맛이 있어요.”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빨리 선우린 연습생 영상이 보고 싶네요.”
“그렇게 큰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아요, 아직 기초가 많이 부족하니까.”
다른 트레이너들이 이야기할 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김나희가 리아의 말에 대답했다.
“에이, 여기서 김나희쌤이 제일 기대하고 있는 거 다 아는데.”
“밤늦게 연습실까지 들려서 직접 봐줬다면서요?”
트레이너들의 말에 김나희는 반박하는 대신 침묵을 선택했고, 그런 김나희 모습에 다른 트레이너들이 조용히 웃음을 삼켰다.
“자.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른 연습생들은 어땠나요?”
“X등급이 전체적으로 느낌이 좋았어요. 같이 으쌰으쌰 하는 느낌이랄까? 다들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A등급은 역시 A등급이더라고요. 이미 완성되어있는 연습생도 보이고.”
“B등급도 눈에 띄는 연습생들이 꽤 있었어요.”
“C, D등급 연습생들은 어땠나요?”
리아의 물음에 트레이너들의 표정이 굳었다.
“음, 솔직히 말해서 상위권하고 하위권하고 실력 차이가 너무 심해요.”
“열심히 하려는 의지라도 있었으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텐데, 여기 왜 나왔지? 생각되는 연습생들도 많아서.”
“저는 밑에 등급에는 아직 눈에 띄는 연습생은 없네요, 아니 다른 분들 말씀처럼 조금 실망스러워요.”
부정적인 트레이너들의 반응이었다.
리아는 갑자기 다운된 분위기에 황급히 이야기했다.
“자, 그럼 등급 재평가를 시작해보죠. 먼저 D반 연습생들 영상부터 보겠습니다.”
그렇게 D등급 연습생들의 등급 재평가 영상이 공개되었다.
“이건, 좀…”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중간에 왜 멈추는 거야? 무대에 올라가서도 저럴 건가?”
“못하더라도 열의라도 보이면 칭찬해줄 텐데, 다들 눈에 의욕이 없어.”
D등급 연습생들의 등급 평가는 혹평 속에 끝나고, 이어진 C등급 연습생 평가에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친구는 D등급이 더 맞는 것 같은데?”
“여기도 올라갈 만한 연습생은 안 보이네요.”
실망스러운 연습생들의 모습이 계속 이어지며 심사위원들이 점점 지쳐갈 무렵.
B등급 연습생들의 등급 재평가 영상이 시작되었다.
“이 쌍둥이 친구들은 괜찮은 것 같은데?”
“나쁘지 않네요. 그래도 둘이 같이 있는 게 시너지 면에서 더 좋긴 한데, 기본기 같은 경우는 둘 다 아주 좋아요,”
“부지석, 부지훈. 기억해 놔야겠다.”
몇몇 실력 있는 연습생들이 등장하자, 심사위원들이 한결 열의를 가진 채 영상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강아진, 이 친구는 왜 B등급에 있었지? A등급에 가도 문제없을 것 같은데?”
“아, 저번에 ‘재채기’ 무대 했던 친구네, 그때 노래랑 잘 어울렸었는데. 의외로 이런 곡도 잘 소화하네요?”
“이 연습생은 방송 나가면 누나 팬들 몰이하고 다니겠다. 얼굴이 딱 귀염상이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B등급 연습생들에 대한 평가가 끝이 나고, 그 분위기는 A등급 평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박한휘. 이 친구 레오씨 소속사에 있는 연습생이네요.”
“네, 저희 애들 중에 제일 에이스에요.”
“춤이랑 노래, 둘 다 잘하네요. 뭐 하나가 특출나다기 보다는 전부 다 잘하는 스타일인 것 같네.”
“연습생 생활도 꽤 오래 했고, 혼자 조금씩 공부해서 이제 프로듀싱까지 하더라고요. 저희 소속사여서가 아니라 진짜 괜찮은 친구예요.”
“레오씨, 벌써부터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도 잘하긴 잘하네.”
실력자 연습생들이 한 명씩 호명되기 시작했다.
“우정우 이 연습생은 데뷔도 했던 친구네요.”
“네, 저 기억나요. 이 친구가 메인보컬이었거든요. 성적도 나쁘지 않았는데, 회사 문제인지 제대로 활동을 안 하더라고요.”
“우와 고음이 진짜 깔끔하네요. 딱 메인보컬 감이네.”
“춤은 좀 아쉽긴 한데, 보컬은 진짜 좋네요.”
대부분이 후한 평가를 받으며 A등급 연습생들의 평가 영상도 종료되었다.
“A등급은 이게 끝이에요? 몇 명이지, 8명?”
“음, 생각보다 얼마 안 되네.”
“A등급이 이렇게 적었어요? 이거 큰일이네.”
“일단 마지막 X등급까지 확인하고 다시 이야기하시죠.”
마지막이라는 말에 지쳐있던 심사위원들의 눈빛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X등급은 A등급이나 D등급으로만 갈 수 있는 거죠?”
“이야, 진짜 이런 건 누가 생각한 거야? 잔인하다 잔인해. 잘했는데 한 끗 차이로 D등급으로 가버리면 어떡해?”
“다들 열심히 했는데, D등급은 안 갔으면 좋겠다.”
심사위원들의 걱정 어린 말들과 함께 X등급의 등급 재평가 영상이 재생되었다.
처음 재생된 영상의 주인공은 위천우였다.
“위천우 연습생, 한국에 온 지 겨우 3개월밖에 안됐대요.”
“춤은 원래 괜찮았는데, 이번에 더 좋아진 것 같네.”
“그보다 가사가 제대로 들리는데요? 연습 엄청 열심히 했나 봐요.”
“그러네, 저번 평가 때는 노래 가사가 제대로 안 들렸는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괜찮은데?”
갑자기 좋아진 위천우의 발음에 대해 다들 칭찬할 때. 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진짜, 잘생겼다.”
“뭐야, 방금 나랑 똑같은 생각 했어.”
“네? 제가 방금 뭐라고 했어요?”
“진짜 잘생겼다고.”
“와,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는데, 들켜버렸네요.”
그렇게 위천우의 영상이 끝나고, 다음 차례는 백시현의 영상이었다.
“백시현 연습생, 18살이래요. 그런데 저번에 평가 때보다 훨씬 잘하는데요?”
“이 친구는 관객이 없어야지 본 실력이 나오네, 잘하긴 잘하는데 이러면 다음 팀 평가 때가 걱정되는데.”
“춤은 지금까지 본 연습생 중에 제일 좋은데요?”
“무대에서도 저 정도로 해주면 좋을 텐데.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성장 가능성은 충분한 것 같아요.”
백시현 다음으로는 심성하였다.
“나는 이 친구 좋아요. 그냥 딱 보면 너무 호감이야.”
“그 상견례 프리패스 상이라고 하잖아요. 딱 심성하 연습생을 보면 그 말이 떠올라요.”
“스토리도 있고, 개성도 있고. 이 친구는 실력만 좀 더 늘면 잘 될 것 같은데.”
“그러게 실력이 조금 아쉽네.”
다음으로 유진킴의 영상이 나오자, 다들 아쉬움에 탄성을 내었다.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보이네요.”
“아이고, 많이 아팠나 보네. 얼굴도 좀 야윈 것 같은데.”
전주가 흘러나오고 유진킴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저번에 춤 아예 안 추지 않았었나? 일단 앞부분은 제대로 연습했네.”
그리고 곧이어 노래가 시작되자 다들 탄성을 내뱉었다.
“와, 이 노래를 저렇게 자기 곡으로 소화할 수도 있구나.”
“노래는 정말 평가할 수준이 아니네요.”
하지만 곡이 점점 진행될수록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뒤에는 엉망이네.”
“앞부분밖에 연습 못 한 건가?”
“열심히 하긴 하는데, 너무 힘들어 보이네요.”
그렇게 아쉬운 마무리를 짓고, 유진킴의 영상이 종료되었다.
심사위원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을 때, 김나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들 같은 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아팠다는 건 이해는 할 수 있지만, 평가는 모두가 똑같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확고한 김나희의 말에 다른 심사위원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필 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리아가 김나희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아쉽지만 이건 경쟁이니까요. 자, 그럼 이제 마지막 차례네요.”
“드디어 마지막이라니.”
“빨리 봅시다.”
마지막 순서는 바로 선우린이였다.
영상 속 선우린의 모습이 보이자, 누군가 의아한 듯 말했다.
“어? 뭐지?”
“왜 그러세요?”
“선우린 연습생, 뭔가 영상으로 보니까 더 잘생겨 보이는데요?”
“레오씨도 그렇게 느꼈어요? 저도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화면빨을 잘 받는 건가?”
“이제, 시작해요.”
다들 화면에 비친 선우린에 모습에 조금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내 선우린의 춤이 시작되자 모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에너지가 너무 좋아요. 화면 밖까지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 같네요.”
“춤을 잘 추는 건 아닌데, 각이 딱딱 잡혀있어요. 얼마나 연습했는지 춤에서 연습량이 보이네요.”
“노래가 좀 아쉬운데, 그래도 체력이 워낙 좋으니까 저 어려운 춤을 추면서도 호흡이 일정하네.”
선우린의 영상이 종료되자, 여러 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 이거 너무 어렵다. 기본기는 부족한데 다른 부분이 너무 좋아.”
“연습 과정도 포함시킨다면 당연히 A인데. 영상만 보고 평가하면 A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족하고.”
“저는 결정 못 하겠어요. X등급 이거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다들 한 마디씩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을 때, 리아는 왠지 가만히 듣고만 있는 김나희가 신경 쓰였다.
“김나희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리아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김나희에게 집중되었다.
“그렇지 김나희쌤은 어떻게 생각해요?”
“역시 A는 좀 아니지?”
“자, 다들 조용히 하고 얘기 좀 들어보자.”
어수선했던 장내가 조용해지자, 김나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
“피디님, 어떻게 하실 거예요?”
“잠깐만.”
이준혁 피디는 연습생들의 등급 재평가 결과지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하아, 갑자기 이런 변수가 생길 줄은 몰랐어요.”
“어쩔 수 없지, 이미 결과는 나왔고. 이제 이걸 어떻게 포장해야 하는가가 문제인데…”
“이렇게 되면 유진킴 연습생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건 일단 취소해야겠죠?”
“취소라.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피디는 잠시 고민하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거 어딨지? 저번에 유진킴 아팠던 날. 카메라에 찍혔던 영상 있었잖아.”
“아, 그거요? 편집실에 가야지 있겠죠.”
“지금 가자.”
“네? 지금요?”
이피디는 물음에 대답도 없이 바로 편집실을 향해 이동했다.
“엥?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김피디, 저번에 유진킴 병원 갔던 날, 그때 찍혔던 영상 처음부터 다 보여 줘봐.”
“지금 바로요?”
“그래 당장.”
갑작스러운 주문에 툴툴거리던 김피디가, 이내 자신을 노려보는 선배의 시선에 빠르게 움직였다.
“여기부터 보여드리면 돼요? 방 안에서부터.”
“그래, 빠르게 돌려봐.”
빠르게 돌아가던 영상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피디가 영상을 정지시켰다.
“이 연습생은 누구야? 유진킴 업고 왔던 친구.”
“이 친구요? 선우린 연습생이에요.”
“확실해?”
“네, 제가 그날 그 자리에 있었잖아요. 구급차 올 때까지 유진킴 연습생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것 똑똑히 기억나요.”
“그래? 거기 의무실에 cctv 있어?”
“아마 있을걸요?”
“그것도 가져와 봐. 잠깐만, 그냥 선우린이랑 유진킴이랑 붙어있는 촬영본 다 가져와.”
김피디는 선배의 불타는 눈빛을 보고 한숨을 내쉬고, 빠르게 밖으로 달려 나갔다.
“피디님 뭐 생각나는 거 있으세요?”
이피디는 한참을 등급 재평가 결과지를 노려보다, 이윽고 생각이 정리된 듯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래, 판이 엎어졌으면. 아예 새 판으로 다시 짜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