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ol life that starts with military writing RAW novel - Chapter (87)
87화
콘서트 준비가 한창인 연습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칼같이 움직이는 위어스 멤버들의 모습이 보이고.
“후우… 후우…”
“헥헥.”
이내 음악이 끝나자 가쁜 호흡을 내뱉는 멤버들.
한동안 쉬지 않고 진행되었던 연습에 지쳐 보이는 멤버들을 보며 나는 이야기했다.
“잠깐 쉬었다 하자.”
“네에…!”
털썩-
쉬었다 하자는 내 말을 듣자마자 말 그대로 대자로 연습실 바닥에 뻗어 버린 강아진과 심성하였다.
백시현과 유진킴은 연습실 구석에 기대어 앉았고.
박한휘와 우정우는 의자에 앉아 말없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콘서트를 준비하는 지난 몇 주간 보아왔던 풍경.
하지만 요 며칠간 연습실의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정우형. 저도 물 좀… 헤헤”
“자, 여기.”
심성하가 우정우를 보며 이야기하자 우정우가 약간은 무심하게 의자 옆에 놓인 새 물병을 심성하에게 던졌고.
심성하는 그런 우정우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고는 빠르게 물을 마셨다.
한동안 연습실에는 심성하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소리만 울려 퍼지고.
“아, 살 것 같다…”
눈치를 살피며 작게 중얼거린 심성하의 말과 함께 다시 적막에 휩싸인 연습실 안.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멤버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지…’
분명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똑같이 힘든 연습이었지만 분위기가 이렇게 삭막하지는 않았는데.
그랬던 연습실이 갑자기 이렇게 숨 막히는 분위기로 변한 것은.
바로 우정우와 유진킴 두 사람 때문이었다.
며칠 전 유닛무대를 준비하던 두 사람 사이에 편곡에 대한 이견이 생겼고.
결국 편곡 담당이었던 유진킴의 의견대로 하기로 했지만.
그렇게 결정한 이후에도 우정우는 연습 때마다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그 때문에 서로 약간의 감정 문제가 있었다고…
나는 박한휘를 통해서 전해 들었다.
‘내가 물어보면 절대로 대답을 안 하니까…’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자마자 나도 유진킴과 우정우에게 따로 찾아가 얘기를 해보려고 했지만.
내가 다가가면 입을 꾹 다물고 절대로 말을 하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당연히 그런 두 사람의 문제는 다 같이 단체 연습을 할 때도 조금씩 티가 났고.
유진킴이야 그렇게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심성하와 함께 연습실의 분위기를 주도하던 우정우의 말수가 줄어든 것은 연습실 분위기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앉아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다른 멤버들도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느라 연습실의 분위기가 한껏 가라앉아 있었다.
‘슬슬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이제 콘서트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남은 상황.
가뜩이나 체력적으로도 지쳐가는데 이렇게 서로 간에 감정 문제까지 생기면 연습이 점점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은 그 정도 상황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빨리 해결을…
“린이 형.”
“응?”
내가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우정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순간 느껴지는 뭔가 쎄한 기분.
“슬슬 연습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정우의 말에 시간을 보니 아직 쉬기 시작한 지 5분밖에 되지 않은 것이 보였다.
“벌써? 조금 더 쉬어도 될 것 같은데.”
“지금처럼 하면 밤새도 다 못 끝낼 것 같아서요…”
“그게 무슨?”
내게 그렇게 말한 우정우는 나와 이야기하다 말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우정우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벽에 기대어 앉아있는 유진킴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우정우의 시선을 마주보는 유진킴의 눈빛.
‘잠깐 이거 설마…’
내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황급히 이야기하려 할 때, 나의 말보다 먼저 유진킴의 입이 열렸다.
“미안, 내가 춤 외우는 게 느려서.”
평소보다 10배는 더 차갑게 느껴지는 목소리.
순간 연습실이 꽁꽁 얼어붙은 듯 한여름인 대도 차가움이 맴돌았다.
우정우가 대놓고 먼저 걸어버린 시비.
우리 일곱 명 중에 가장 춤 실력이 떨어지는 게 유진킴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긴 했다.
유진킴도 그걸 알기 때문에 항상 춤 연습 시간에 최선을 다했고.
혹여 유진킴으로 인해 연습이 좀 길어지더라도 모두 유진킴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기 때문에 군말 없이 함께 연습을 이어가던 우리였는데.
‘그걸 지금 이 자리에서 터트린다고?’
우정우가 평소 유진킴에게 쌓인 게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내는 거지? 나는 별말 안 했는데.”
“잠깐!”
나는 비아냥거리듯 말하는 우정우를 보며 빠르게 말했다.
“정우야.”
“네…”
“연습 중에 왜 갑자기 시비를 거는 거야?”
“아니, 제가 시비를 건 게 아니라 연습에 자꾸 방해가 되니까…”
“그만.”
나는 멤버들의 모습을 한번 살펴본 후에 다시 이야기했다.
“정우 너는 잠깐 바람 좀 쐬고 있어.”
“알겠어요.”
내 말에 잠자코 연습실 밖으로 향하는 우정우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박한휘가 내게 눈빛을 보내더니 곧 뒤따라가고.
“유진이는 나랑 얘기 좀 하자.”
“네…”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킴이 먼저 연습실 문을 열고 나갔고. 나는 그런 유진킴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도착한 유진킴의 개인 작업실.
“휴우…”
의자에 앉자마자 한숨을 내뱉는 유진킴의 모습이 보이고.
나는 그런 유진킴과 마주 앉아 말없이 유진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말없이 시간이 흐르고.
서서히 굳어있던 표정이 풀어진 유진킴이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걸었다.
“형.”
“응,”
“눈치… 채신 거죠…?”
“당연하지.”
유진아, 그럼 내가 그런 어설픈 연기에 속을 줄 알았냐?
나는 단번에 굳어지는 유진킴의 얼굴을 보며 짙은 웃음을 지었다.
***
유진킴과 함께 다시 연습실로 돌아오니 우리 두 사람을 제외한 다섯 명의 멤버가 이미 연습실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어쩐지 오늘 카메라가 많더라니.’
평상시에도 연습 장면을 카메라로 찍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연습실 곳곳에 카메라가 꽁꽁숨겨져 있어서 의심했었는데.
‘몰래카메라라니. 아주 재미있는 걸 준비했네.’
처음부터 약간 이상하긴 했었지만, 설마 이 한 번의 몰래카메라를 위해 며칠이나 공들여서 준비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오늘 연습 때 왠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함께. 숨겨져 있던 카메라 그리고 평소답지 않은 두 사람의 행동에 빠르게 눈치채긴 했지만.
‘그동안 내가 걱정했던 것만 생각하면…’
괘씸한 것들.
절대로 이대로 당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물론 이 몰래카메라를 유진킴과 우정우가 아무 이유 없이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
콘서트 때 VCR로 사용하기 위해 제작진의 미션을 받아서 준비한 것.
뭐 이미 내가 눈치챈 이상 미션은 실패지만.
‘어쨌든 몰카만 제대로 하면 되는 거잖아.’
연습실에 들어가자 나를 보는 우정우의 긴장한 듯한 표정이 느껴지고.
우정우가 유진킴에게 작전 실행을 위한 눈빛을 보내는 것이 보였지만. 이미 유진킴은 내게 포섭당한 상태였다.
“자, 다들 모여봐.”
일부러 최대한 무표정한 상태를 유지한 채 멤버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런 내 모습에 아무 말 없이 내 앞에 모이는 여섯 사람.
“우정우.”
“네에…?”
정우야 벌써 그렇게 쫄아 있으면 어떡해.
아마 내가 이렇게 먼저 나서서 얘기할 줄은 생각 못했던 것 같았다.
나는 슬슬 포커페이스가 깨지기 시작한 우정우를 보며,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앞으로 정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자.”
“네… 그게 무슨…?”
“콘서트 때까지 각자 따로 연습하자고. 그게 네가 원하는 거 아니었어? 그럼 아무 문제 없잖아. 아니면 유진이 빼고 우리 여섯이서만 연습할까?”
“형. 자, 잠깐만…”
“아니, 린아 갑자기 왜 그래…”
“그게 맞는 거 같아서요.”
박한휘의 말까지 단호하게 끊어내자 다른 멤버들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변해가는 것이 보였다.
가슴 한구석에 죄책감이라는 것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지만.
성공적인 몰카를 위해 나는 조금 더 미간을 굳혔다.
절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는 것은 아니었다.
“정우가 대답이 없네? 그러면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 유진이 빼고 우리 여섯 명이 연습하고 유진이는 따로 연습하는 걸로.”
“아, 아니에요! 잠깐만요 형! 제가 잘못했어요.”
“뭘 잘못했다는 거지?”
내 말에 우정우가 망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유진킴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보이고.
나는 더 이상 우정우가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유진킴을 향해 신호를 주었다.
“유진아.”
“네.”
“앞으로는 혼자 연습해 알았지?”
순간 적막에 빠진 연습실.
마음 약한 강아진은 벌써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다른 멤버들도 입술을 비틀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유찐이눈… 혼짜 연뜹하기 시로시로…”
순간 적막한 연습실에 울려 퍼지는 유진킴의 목소리.
그리고 약 3초간의 정적.
“푸흡!”
그리고 내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뿜는 순간.
“으어어어어어어!”
“아아…”
“뭐, 뭐야? 몰래카메라에요?”
“와… 진짜 나빴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연습실.
그리고 그런 연습실 안으로 카메라를 든 회사 직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몰래카메라 성공인가요?”
“저… 저희가 생각한 거랑 좀 다르긴 한데… 어쨌든 성공이긴 하네요.”
내 말에 당황한 듯한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나는 카메라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현장으로 이동했다.
“흐흑…흐끅…”
“아, 아진아. 여기 휴지…”
“크흐흥!”
서럽게 울고 있는 강아진의 모습이 보이고.
나는 그런 강아진의 앞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서… 서프라이즈?”
“헝헝허어어어엉!”
“린이형! 겨우 그쳤는데. 더 울리면 어떡해요!”
“맞아요. 진짜 형은 악마에요!”
“뭐, 뭐라고?”
아니, 애초에 몰래카메를 내가 기획한 게 아닌데… 나도 피해자인데…
“선우린은 사과하라!”
“사과하라!”
“아니, 잠깐만… 유진아 정우야? 너희가 몰래카메라 한 거잖아…?”
“그래도 형이 너무 심했어요.”
“그건 맞아.”
순식간에 내가 몰카의 주범으로 몰려 버렸다.
그때, 심성하가 내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린이형은 애교를 보여달라!”
“애, 애교?”
이게 무슨 소리야. 왜 내가 애교를…
“맞아! 그동안 우리 애교 영상으로 그렇게 재미를 봐놓고.”
“형도 한 번쯤은 해야 해요!”
“애교 한번 시원하게 하면 이번 몰카는 봐드릴게요.”
갑자기 만들어진 나의 청문회 분위기.
그리고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도, 도망간다!”
“막아!”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드디어 오늘 8월 27일.
위어스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 첫째 날 당일이 되었다.
“의상체크 다 제대로 한 거 맞아?”
“여기 있던 자켓 누가 가져갔어!”
“스탠바이 5분 전입니다!”
“자 다들 긴장하지 말고…”
바쁘게 움직이는 스텝들의 모습.
그리고.
“후하! 후하!”
“성하야 뭐 하는 거야?”
“이러면 긴장이 좀 풀리거든요. 후하! 후하!”
여전히 평소와 같은 심성하와.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강아진.
“리허설 때처럼만 하면 돼 아진아.”
그런 강아진의 옆에서 들을 토닥여주는 박한휘.
“떨려?”
“조금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얼굴로 서로 이야기하는 유진킴과 백시현.
마지막으로.
“자 다들 신나게 가봅시다!”
오늘따라 더욱 텐션이 높아 보이는 우정우까지.
‘진짜 각양각색이네.’
그렇게 멤버들을 보고 있으니. 이제 무대 위로 올라가야 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해볼까?’
-외모 능력치에 포인트를 투자하였습니다.
-외모 능력치가 S-로 상승합니다.
-특성 ‘찬란한 후광’을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