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요이델 님이다!”
“어디? 우와, 역시 신수님이랑 같이 계셔.”
요이델은 순식간에 수련신관에서 고위신관의 직위를 얻게 되었다.
대신관, 최고위신관 다음가는 직급. 그야말로 파격적인 승격이었다. 아마 지금 성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요이델이 아닐까?
“꾸꾸우!”
가장 유명한 동물은 아마도 플로테스일 것이고.
요이델은 여전히 스트레스 해소로 마구 빗자루질을 했다. 길이 반짝이는 걸 보면 뿌듯했으므로, 이건 그녀의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플로, 조금 무거운데…….”
“꾸웅?”
“아니야, 내가 잘못 말했어. 계속 있어도 돼.”
잠시라도 내려놓으려고 하면 플로는 계속 칭얼거리며 더욱 꼬옥 안겨 왔다.
시험 종료 후, 원래도 요이델이 1등이었던 걸로 밝혀졌다.
결국 플로테스의 선택이 없더라도 요이델은 첫 번째 친구를 지켜 낸 셈이었다.
행복감으로 마음이 뿌듯했으나, 한편으로는 걸리는 것도 있었다. 바로 소속이 동관도 서관도 아닌, 본관이 된 것. 그리고 집이 생긴 것.
‘지금까지는 독채긴 해도 집이 좁았는데,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엄청 넓어졌어.’
새로 받게 된 거처는, 정말 황홀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바로 본관 쪽에 있는 장미 넝쿨이 가득한 건물, 로사리움이었으니까.
로사리움은 이름 그대로 다채로운 장미가 사시사철 피어 장관을 이루는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옛적에는 미술품 등을 전시하거나 보관하는 데 쓰였으나 언제부턴가 쓰이지 않아 그대로 놓아둔 곳이었다.
그곳은 성황의 명을 받고 전부 새로 꾸며져 새 건물 같은 깔끔함을 자랑했다.
삼 층짜리 건물을 통으로 준다니 꿈만 같고 놀라웠다. 그러나…….
‘소박하지만 기거함에 있어 불편함은 없으실 겁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말씀하십시오.’
요이델에게 절실한 건 그의 무관심이었다.
그리고 이 집이 소박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흰색과 복숭아색 석재가 반짝반짝하며 화려한 양각 장식을 뽐내는 건물과 휴식을 위해 녹색과 금색으로 이루어진 벽지와 가구들.
개인 집무실과 도서관 크기의 서재는 얼마나 넓은지 누워서 백 바퀴를 구르고도 남았다.
포근하고 따뜻한 색감의 카펫과 소복하게 쌓인 꽃 장식 등으로 훈기가 감도는 이 배치에는 성하의 손길이 들어갔다고 했다.
요이델만의 공간 옆에는 플로테스의 방이 있었다. 그 덕에 로사리움에는 철저한 결계가 수십 겹으로 덮여 막강한 보안을 자랑했다.
‘하지만 장미꽃은 침묵의 상징이기도 하지.’
한편으로는 이름부터가 비밀을 지키라는 성하의 뜻도 담긴 거처였다.
어쨌든 난생처음 갖게 된 예쁜 방, 예쁜 집이 도저히 제 것 같지 않아 기뻤다.
처음 며칠 동안은 곧 쫓겨나면 어떡하지, 정말 여기 있어도 되는 걸까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안정되었다.
요이델은 작은 앞발로 자신을 쓰다듬어 주는 플로테스를 보고 웃었다.
“그래도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플로가 태어나 줘서 정말 기뻐.”
“꿍.”
“담아. 빨리 아티팩트에 담아.”
스슥.
그때 그들을 따라붙는 어두운 그림자가 느껴졌다. 휴, 또인가. 처음에는 무척 놀랐지만 이제는 익숙했다. 그 정체가 뭔지 알았기에.
“히익, 요이델 님이랑 눈 마주쳤어!”
“이 멍청아. 요이델 님 그런 사람 아니야, 이제.”
그들은 신수와 요이델이 함께 있는 모습을 아티팩트로 찍어 돈을 받고 파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좀 무섭…….”
“너, 요이델 님을 모욕할 작정이야?”
그러자 다른 이들이 그 신관에게 핀잔을 주었다. 둥글게 모여 잔소리 폭격을 하자 의심의 눈초리로 보던 신관은 알겠다며 꽁무니를 빼고 사라졌다.
‘고맙긴 하지만 조금 부담스러워.’
요이델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우선 원로 하일의 인정을 받은 게 그 첫 번째 요인이었다.
‘성하는 하일 님이 결혼을 지나치게 종용해서 싫어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하일은 대내외적으로 무척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까탈스러운 듯 굴었지만, 그는 종종 요이델을 불러내 광물이나 약초에 대해 그녀에게 물어봤다.
그럼 요이델은 일단 알고 있는 대로 대답해 주었다. 그러면 하일은 음흉과 뿌듯 사이의 미소로 그녀와 신수를 바라보고, 잘했다며 달달한 간식들을 퍼부어 주었다.
두 번째로는 시험 때의 일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테오를 구해 온 이야기도 널리 퍼진 데다, 베리로 인해 라크라스 산맥의 길이 열러 사프란을 자유롭게 채집할 수 있게 된 점이 좋은 인상을 줬다.
물론 세 번째, 신수를 깨운 점이 가장 컸다.
덕분에 알 수 없는 호의들이 그녀에게 잔뜩 밀려들었다.
“요, 요이델 님. 플로 님께 간식을 드려도 되나요?”
“플로, 괜찮아?”
“꾸우! 꾸!”
얼른 달라는 뜻이었다. 플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제법 자라 두 팔로 안아야 들 수 있을 만한 크기가 되었다.
비싼 채소를 우물우물 씹어 먹은 플로는 배부른 듯 푸, 하고 숨을 뱉고 요이델의 품 안에서 곯아떨어졌다.
“저, 요이델 님…….”
그때 한 여자 신관이 뛰어와 요이델에게 덥석 무언가를 안겨 주었다. 뭐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자, 신관은 도망가듯 저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요이델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가 주고 간 것을 바라보았다.
“고백 편지?”
이럴 수가. 요이델은 새로운 충격에 놀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음은 고맙지. 너무 고맙긴 한데, 그렇지만…… 어쩌지? 고마운데 고마운, 고, 고마…….’
예상치 못한 충격에 머릿속이 고장 나 버렸다. 사람의 호의는 언제나 감사하지만, 어, 어쩌면 좋을까?
요이델은 그녀가 누구였는지 떠올렸다. 얼마 전, 교육에 지각을 했는지 담을 타 넘던 한 여자 신관을 받아 준 적이 있었다.
그대로 있다간 아래에 있는 넝쿨에 몸이 다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랬구나…….’
요이델은 당혹스러움에 괜히 목덜미를 쓸었다. 생애 첫 고백을 남장 상태일 때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어쨌든 생애 첫 고백 편지였다. 요이델은 하트가 그려진 편지를 품 안에 소중히 넣었다.
팔랑.
그때 허공에서 나비가 나타났다. 나비는 사뿐히 날아와 자신의 귓가에 앉았다.
“전언이 있으니 최대한 눈에 안 띄게 기어서 집무실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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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불러 주세요. 나비가 말을 하니까 무서워요.”
“싫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단칼에 거절당했다. 요이델은 이제 차가운 그의 말에도 면역이 생겼다. 성하는 원래 저렇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부르신 거예요?”
“제가 요이델 님을 불러내는 데에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까.”
율리시스는 서류를 팔락 넘기며 물 흐르듯 말했다. 요이델은 울컥했지만 참았다. 입술을 빼앗은 죄가 이렇게 크다. 율리시스는 요이델을 물끄러미 보고 피식 웃었다.
“변경된 거처는 마음에 드십니까.”
“앗, 네. 엄청요! 너무 좋아서 매일 눈뜰 때마다 꿈속 같아요.”
“당신다운 표현이군요. 한데 진심으로 시종을 단 한 명도 들이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로사리움은 이전의 독채와 비교도 할 수 없이 넓어 관리하기 힘드실 겁니다.”
“저는 괜찮아요!”
누군가가 수발을 들어 줬다간 여자라는 걸 들킬지도 모르니까요.
요이델은 긴장감에 마법 반지를 만졌다.
“아! 그런데요, 성하. 서재에서 신수에 대한 기록들을 봤어요. 성하께서 작성하신 문서인가요?”
“당신 전에 있던 신수 관리자가 수기로 엮은 자료들입니다.”
“이전에요?”
얼핏 듣긴 했으나 예전에 도망간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그 자료들은 방대하고 꼼꼼해서 애정 없이는 도저히 집필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요이델은 그 노력에 감탄했다. 군데군데 꼭 일부러 찢은 것 같은 흔적이 있었지만…….
“그보다 오늘은 요이델 님에게 마땅히 들려 드려야 할 소식이 있습니다.”
율리시스는 사뭇 엄숙하게 손깍지를 꼈다. 그 위에 자신의 얼굴을 살짝 대면서 서 있는 요이델을 부드럽게 올려다보았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어느 것부터 들으시겠습니까?”
“저는…… 좋은 쪽이 좋아요, 성하.”
“좋은 소식은, 당신이 생애 최초 연애편지를 받으셨다는 것. 축하드립니다.”
“그, 그걸 다 보고 계셨어요?”
“좋으셨습니까?”
어쩐지 율리시스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당황스러운 요이델의 얼굴을 본 후엔 재밌다는 듯 눈을 가늘게 좁혔다.
“농담입니다.”
“……성하께서 농담도 하실 줄 아세요?”
요이델이 놀라 바라보자 율리시스는 눈썹을 가볍게 찡그렸다.
“당신의 상상만큼 비인간적이지 않습니다.”
“죄송해요.”
“좋습니다. 진실된 좋은 소식부터 들려 드리겠습니다. 우선, 당신의 부모님께서 당신을 무척 보고 싶어 하신다는 것.”
“제 부모님께서요?”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원작에서 요이델의 부모님에 대해 나온 적이 있던가?
‘요보힐데라고 했지.’
그 성은 이상하게 익숙했다. 요이델은 조금 망설이다가 다시 율리시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어딘지 묘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읽기 위해 지그시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다.
“마지막 하나. 나쁜 소식은.”
요이델은 침을 꿀꺽 삼켰다. 몸의 솜털이 긴장으로 곤두섰다.
“지금 그들이 이미 성국에 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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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중년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돌아보며 웃는 화사하고 다정한 얼굴들. 어머니는 금발에 초록 눈, 아버지는 갈색 머리에 초록 눈을 지녔다.
요보힐데 부부.
인상이 무척 둥글고 좋았다. 서글서글한 웃음이 가득한 모습.
저와 조금도 닮지 않은 외형과 색에 순간 걸음이 멎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족이란 낯선 이름에 마음이 설렜다.
“보고 싶었단다. 어서 오렴!”
그들은 귀빈용 응접 홀의 로비 창가에 서서, 방금 막 달려온 요이델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들이 내 부모님이라는 거구나.’
다정한 목소리에 설레고, 동시에 마음이 간지러웠다. 전생에도 부모님은 가져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핏줄이 이어진 가족이 있다는 게 너무 어색하고 낯설었다.
자신을 찾으러 올 가족이 있다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우리 아이가 엄마 아빠가 예고도 없이 오는 바람에 많이 놀랐나 보군.”
척 보기에도 화려한 옷과 꼿꼿하게 편 등, 곧은 자세와 어투에 흐르는 기품은 그들의 신분이 범상치 않다는 걸 말해 주었다.
‘제국의 공작가라고 했었지.’
놀라운 건, 자신이 무려 제국의 공작가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요이델은 이곳에 오기 전에 율리시스에게 물어 알게 된 소식 몇 가지를 떠올렸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더니 그래서였나 봐.’
게르암 신관과 자신이 친척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무척 놀랐다.
그런 요이델을 이상하게 본 율리시스가 알고도 게르암의 부정을 들춘 거 아니냐고 물었다. 당연히 아니었다.
하지만 아마도…….
‘친척이라는 걸 알았어도 그때 그 상황에서는 게르암 신관의 범죄를 얘기했겠지.’
그러니 결론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할까?
‘만일 게르암 신관이 부모님과 긴밀한 사이였다면 크게 곤란해지셨을 거야.’
그 생각에 더욱더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큰 결례를 저지른 것 같아서 조심스러운 탓이었다.
요보힐데 공작 부부는 팔을 크게 벌렸다. 입에서는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델, 엄마 아빠가 보고 싶지 않았던 거냐?”
“너무나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편지 한 통도 없어 그리웠단다. 이렇게 겨우 만났는데, 우리 아들 덕에 많이 섭섭하구나.”
그들의 말투엔 애정 어린 핀잔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다정하게 쓰다듬는 손길이 조금 이상했다.
“이만 응접실로 들어갈까? 이곳엔 보는 눈이 너무 많구나.”
공작 부부가 조용히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