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145)
그리고 둘째 단서.
아직 종결되지 않은 「초특대 불운의 편지」.
‘「불운」과 「행운」은 항상 얽혔으니까.’
유열과 >위화도 회군>이 그랬고.
백정훈과 어뮤즈 타워가 그랬다.
‘이번에는 그 편지에서 나왔던 게······.’
영화 >생존보험>에 대한 네거티브 공작.
그리고 KJ그룹 자제들의 주가조작 사건.
‘······분명 관계가 있을 거야.’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불확실성을 제거하면.
저 자가 누구인지 알게 될 테고.
[ 그 모든 게 자네 대답 여하에 달려있단 말이네. 그러니까 말해보게. 어느 회사를 원하나? ]종국에는 나의 대답을 결정해야 했다.
쉽지 않은 문제였다.
탐코코를 만난 이후로.
이미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한 날들로 가득했는데.
‘나는 뭘 더 원하지?’
남은 맥주를 입 안에 탈탈 털어놓고.
거실 한쪽 벽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음 10>.
그 걸작을 감상하며.
소리 없이 긴 밤을 지새웠다.
*
추석이라는 고지를 찍고.
시간은 쏜살같이 빠르게 내달렸다.
슬슬 마트에 감과 배가 진열되고.
홈쇼핑과 유튜브 먹방에서 가을 전어 아이템을 꺼내들 무렵.
[ 꿀떡: 언제 한 번 게스트로 나오시죠! 가을 전어 먹방 어떻습니까! ]영화 >생존보험> 제작진들은 서울과 서산반도를 오가며 촬영에 박차를 가했고.
[ 민채연: 오늘 촬영 끝! ] [ 민채연: 우리 오빠 보고 싶어요…♥ ]>갓냥이는 살고 싶어!>는 클로즈 베타까지 마치고, 티저 영상 제작에 들어갔다.
[ 윤준호: 테스터들 반응이 너무 좋다. 요즘 하루하루 살 맛 나서 미칠 것 같아. 진짜 고맙다, 유원아! ]가벼운 캐쥬얼 게임이라 그런지.
난관을 돌파하자마자 개발속도에 제대로 불이 붙었던 것.
그리고.
우리 >카페 어뮤즈>는 그저 탄탄대로.
신촌점, 합정역점, 성수본점에 이어 >HN 여의도>에도 정식 입점을 마쳤다.
특히, 성수본점은 연일 신기록 갱신.
[ 임수정: 으아아ㅏㅏㅏ ] [ 임수정: 사장님! 드디어 일매출 1500 찍었어요! ]일 매출 1500이면.
월 매출 4억 5천, 연 매출 54억.
‘성수에서만 54억······ 미쳤다!’
>HN 여의도> 팝업스토어 신기록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일반 매장으로서는 초대박.
>블루플레이스>, >스타박스> 등 유명 프랜차이즈들의 전국 1등 매장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이유 없는 성공은 아니었다.
고급 디저트 라인업과 3층 스페셜 바 덕분에.
평균 객단가가 다른 매장이랑 비교도 안 되게 높았고.
우리 카페에서 갤러리로 이어지는 코스는 ‘성수 핫플 데이트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거기에, >단미소>에 왔다가 우리 카페와 갤러리 단골이 된 셀럽들까지.
[ yoon.e2e2✓ ] [ 오늘도 빛 좋은 어뮤즈 ] [ #성수라잎 #월드투어 #D-10 #무음 ] [ 좋아요 23,978 댓글 182 ]콜드브루와의 시너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 진예나: 지금 판매량이면 올해 베스트 에디션 한 자리는 맡아둔 셈이죠. ] [ 진예나: 곧 4차 프로모션도 들어가고. ]콜드브루 판매량이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연 매출 90억 추세를 안정적으로 지키고 있었다.
오프라인, 온라인을 합치면.
카페로만 연 매출 200억은 거뜬한 상황.
참······ 이 모든 사업이 홍당무마켓과 작은 컴퓨터 가게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떠올리면.
‘크큭, 진짜 인생 어떻게 될지 몰라.’
절로 실소가 나왔다.
그나저나 >엑싯투>는 요즘 좀 어떠려나.
슬슬 김덕산 성좌님한테 투자 강의도 들어야 하는데.
그런데.
[ 진예나: 그런데 저녁식사 거절한 것도 4번째인 거 아시죠? ] [ 진예나: 자꾸 이러시면 제가 비장의 무기를 꺼내드는 수가 있어요? (윙크) ]······이 양반은 왜 자꾸 이러시나.
비장의 무기, 뭐?
콧구멍으로 레일건이라도 쏘시게?
어쨌든.
그렇게 모두들.
다음 고지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갔고.
내가 선택한 다음 고지는.
바로 >크리스티 서울> 11월 경매였다.
*
크리스티 서울지사.
아트페어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고.
크리스티 최초로 서울 경매를 열기 위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선 경매 참여자 문제부터 말씀드리면.”
고태양 지사장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태극옥션>에서 클라이언트로 모시던 분들이랑 계속 컨택 중입니다.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이라 머릿수가 부족하진 않을 겁니다.”
맞아, 고태양이 >태극옥션> 창립멤버 겸 이사였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런데 머릿수가 부족하진 않다면······.
질적으로는 떨어진다?
나는 김규태와 눈빛을 교환하고는.
고태양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도 주변에 미술에 관심있는 분들이 있어서 더 만나보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김 변호사님도 예전에 큰손들과 자주 일하셔서 도와주시기로 했구요. 그리고······.”
나는 두 명의 이름을 떠올렸다.
날 당황케 만들었던 >지니움> 아트딜러.
허진태.
그리고 제일 좋은 자리를 비워놓으라던.
진성그룹 회장, 진승건.
“······진성그룹이랑 한 번 연락해보겠습니다.”
진성그룹이라는 말에.
고태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성? 역시 대표님이랑 진성이랑 뭐가 있긴 있는 거죠? 너무 좋습니다! 그러면 진성 쪽은 전적으로 대표님한테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좋은 쪽으로 이야기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니, 이 사람이.
나한테 전적으로 맡긴다고?
“아니, 잠깐만요. 고태양 지사장님.”
“넵!”
“본인 일인데 그렇게 접근하시면 안 되죠. 저는 엄연히 고문, 그저 도와드리는 입장인데요.”
“아아······.”
맞잖아, 이 사람아!
“그래도 일단 제가 진성이랑 연줄이 있으니까 이야기는 해보겠습니다. 그 대신.”
나는 잠시 뜸을 들이고.
고태양에게 본심을 전달했다.
“>태극옥션>이 한국 경매회사 중에 제일 큰 걸로 알고 있는데······ 지사장님도 힘 좀 더 쓰시죠. HN, KJ, 지엘, SKK, LT, 우리나라에 재벌이 좀 많습니까?”
“아아······ 예.”
“그분들 싹 다 초대하면 서울 경매 판이 어마어마하게 커지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연락해보죠.”
“예, VIP실도 좀 마련하면 좋겠고요. 대리인이 오는 것보다 경매를 직접 참여해야 뽐뿌가 제대로 올 테니까요.”
그래야 나도 한 명, 한 명 좀 만나보죠.
목소리만 가지고는 도저히 못 찾겠더라고요.
“예, 알겠습니다. 다음은 경매품인데요. 아트페어 이후로 신청 작품이 많아져서 여기도 머릿수는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서이수 작가님은 마음을 정하셨나요?”
>무음> 연작 중에는 무엇을.
>무음> 외에는 어떤 작품을 경매에 낼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뭐, 사실 나한테 독점 판매권이 있어서.
내가 결정하면 되는 문제였지만.
‘그래도 상의는 해야지.’
서이수의 의견도 들어보고, 존중할 생각이었다.
“그건 제가 곧 작가님과 상의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고태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가급적 빠르게 결정해주시면 홍보 전략을 짜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사장님.”
“네.”
“경매사 라인업은 정해졌나요?”
내가 뉴욕과 홍콩에서 경험해보니.
경매사의 영향력이 정말 무시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도리스 파커 씨는 진짜 대박이었지.’
경매사의 순간적인 멘트, 손짓에 따라.
낙찰가는 100만 불, 500만 불을 넘나들었고.
어떤 작품은 유찰되기 직전에 낙찰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한국에도 그런 뛰어난 경매사들이 있을지.
“음······ 아직 정해지진 않았고, 이제 컨택에 들어가야 합니다.”
“주로 >태극옥션>에서 같이 일하셨던 분들이죠?”
“예, 그렇죠.”
“그럼 그분들 경매진행 실황영상 같은 게 남아있으면 좀 부탁드립니다.”
저도 좀 보겠습니다.
우리 경매에 어울릴지.
누가 적임자일지.
“네, 바로 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대표님······ 오늘 조금 부정적인 이슈가 하나 있는데요.”
부정적인 이슈?
“뭔가요?”
“대표님이 직접 한 번 보십쇼.”
고태양은 미술잡지 하나를 내밀었다.
‘>월간 코리아 아트>?’
>월간 코리아 아트>는 한국 미술계에서는 제일 유명한 매거진이었다. 나도 대학 시절에 들어봤을 정도.
그런데 부정적 이슈라니.
무슨 일일까.
나는 얼른 잡지를 받아들었고.
“거기 포스트잇 붙여둔 데 한 번 보십쇼.”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페이지를 펼쳤다.
헤드라인.
[ 10월 회화 평론 ] [ ‘무음’ 연작, 한국 추상회화의 암울한 단면 ]한국 추상회화의 암울한 단면?
헤드라인부터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는 아직 모르니까.
아직은 판단보류.
나는 빠르게 본문을 읽어나갔다.
[ ······그러한 관점에서 미국 현대미술의 전위적인 흐름은 인상적이다. 특히,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멜라니 플로이드는 그 선두주자. ]멜라니 플로이드? 아는 사람이네.
일단 계속 읽었다.
[ 그녀는 예술과 현실의 경계, 그 비좁은 틈바구니에서 끊임없이 고발하고 증언한다. 현대사회의 병폐, 그 가릴 수 없는 그늘에 대하여. ]그 뒤로 계속 이어지는 현학적인 문장들.
‘뭐라는 거야.’
서이수가 나오는 지점까지 스킵했다.
[ ······그리고 다시, 서이수의 >무음>으로 돌아와 생각한다. >무음>의 작품 세계는 과연 얼마나 순수한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는가? 혹시 현대미술의 사조를 그대로 답습한 아류에 불과하지는······ ]잠깐만, 뭐?
답습? 아류?
‘뒤질라고.’
그때부터 읽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 ······세계 미술사에서 오래토록 변방 취급을 받아왔던 한국 미술. >무음> 연작에 쏟아지는 찬사를 갈급하게 소비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렇게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다. 나는 입맛을 쓰게 다실 뿐이었다. ]오랜만에 열이 머리 끝까지 뻗쳤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어쩌고.
>무음>이 미국 미술계에서 각광받은 진짜 이유는 작품 외적 요인에 기인한, 어쩌고 저쩌고.
이래저래 어렵게 빙빙돌려 말하지만.
결국 결론은 간단했다.
‘그냥 마음에 안 든다, 이거지?’
빠르게 글쓴이를 확인했다.
[ 서익종 ] [ 주선대학교 미술사학과 명예교수 ] [ 김진평미술관 학예실장 ]나름대로 잘나가시는 분인가 보네.
접수.
나는 잡지를 턱, 던져놓고.
고태양에게 말했다.
“지사장님, 이거 호재네요.”
“예? 호재라고요? 읽어보셔서 아시겠지만 부정적인 평론에다가 >코리아 아트>면 파급력이 좀 셀 텐데요······.”
고태양은 우려스러운 얼굴로 반문했지만.
나는 자신있었다.
“그러니 호재죠. 원래 빌런이 있어야 히어로가 돋보이는 법이니까요.”
나는 바로 회의실을 나섰고.
두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메랄드빛 맑은 눈의 광인
9시 뉴스부터 일간지.
인터넷 타블로이드지에서 국뽕 유튜브까지.
지난 몇 달간 서이수, 이름 석 자가 가지는 파워는 충분히 입증된 상황.
언론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 ‘무음’을 둘러싼 오리지널리티 논쟁······ 한국적인 미술이란? ] [ “미국 회화를 답습한 아류”······ ‘무음’에 쏟아지는 비판의 목소리 ]나팔수가 우렁차게 나팔을 불어대면.
북채를 쥔 고수도 흥이 나는 법.
서익종도 얼굴을 드러내고, 목에 힘을 줬다.
[ >문화산책> 서익종 교수를 만나다······ “예술은 올림픽이 아니다” ] [ 서익종, ‘무음’ 신드롬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국미술계에 울리는 경종 ]그 여파는 SNS와 커뮤니티로 확대.
불과 두어 달 전, 서이수가 미국 휘트니에서 샛별처럼 떠오르던 때에는 암말도 없던 사람들이 딴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 범작이 걸작으로 둔갑하는 과정.real ] [ 처음부터 쎄했음 ㅇㅇ 뭔 갑자기 천재여 ] [ 천조국에서 빠니까 그냥 좋다고 같이 빠는 거지 천민사대주의;; ] [ 백번 동의. 잭슨 플락으로 대표되는 미국 추상표현주의에 아류에 불과함. 차라리 학부생들 졸업작품들이 더 낳다고 봄. 미대 뒷마당 쓰레기장 가면 저 정도는 널렸음. ] [ 일개 그림쟁이 소신발언하자면, 나는 서이수 전시 보러갔다가 벽 느끼고 현타 왔음… 좋아서 미치겠는데 그런 내 모습이 더 싫었음… 그냥 어나더레벨 맞는데 왜 못까서 안달인지 ]└본인 등판ㅋㅋㅋ
└네 다음 서이수
└누가 미술하랬냐?
└잘 모르면 ㄹㅇㅋㅋ만 치라고 아
[ 아직은 중립기어 시게 박아 봅니다 ]└중립충 ㄷㄷ
└님 인생도 중립기어 박힌 듯
나르시시즘, 스노비즘, 쿨병, 무지성 혐오······.
아주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이수 씨가 이런 데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 다행이지.’
그러나 그 모든 비판 여론의 근원은 하나.
서익종.
그의 평론, 그의 권위였다.
삼인성호라는 말도 있지 않나.
나머지는 그 가짜 호랑이에 줄무늬를 긋고, 으르렁대는 소리를 입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타깃은 하나뿐.
대응법은 명확했다.
‘권위? 진짜 권위를 알려줄게.’
그렇게 두 분을 서울에 모셨다.
서익종보다 더 권위있는, 아니, 그와 견주는 게 실례일 정도로 귀한 분들을.
“머저리 같기는! 이게 말이나 됩니까?”
세계적인 평론지, >아트뉴스>의 편집장.
로버트 존슨.
그는 인천공항에서 나를 보자마자 시뻘개진 얼굴로 분통을 터트렸다.
나조차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미국 추상주의의 아류? 참나······ 이런 사람이 미대 교수라고요? 미치겠군.”
서익종의 평론과 관련 기사들을 번역해서 미리 보내줬더니 비행기에서 다 읽은 모양이었다.
“이 사람, 미국 미술을 알기나 하는 사람입니까? 나는 뉴욕에서 이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아니, >무음>을 감상하고 쓴 비평은 맞습니까?”
“그러니까요. 그런데 이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허······ 불쉿.”
김규태를 통해서 이 편집장이 서이수와 >무음>의 광팬이라는 이야기는 전해들었지만.
‘아주 열렬하시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의 심기를 거스른 건 단순히 팬심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내 생각 끼적인다고 평론이 아니에요. 한 자, 한 자 책임감을 가지고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써야 하는데······ 뻔뻔하기는!”
평론가의 직업윤리.
동업자로서 느끼는 부끄러움도 한몫했다.
“······맞습니다. 우선은 저랑 같이 사무실로 가서 이야기하시죠.”
“그럽시다. 아, 초면에 죄송합니다. 비행기에서 보내주신 글들 읽는데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고도 35000피트에서 혼자 뛰어내릴 수도 없고. 참다참다 터졌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다 옳은 말씀입니다. 그래도 그 에너지, 조금만 더 참았다가 중요한 데서 터트리시죠.”
그렇게 그를 태우고 도착한 어뮤즈타워 8층.
그곳에는 두 번째 권위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위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