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144)
>위화도 회군> 세트장에 보냈던 커피 차도.
성수에서 간발의 차로 수중에 넣은 건물도.
내 입장에서는 정말 과분한 「행운」이었는데.
「초특대 행운」이라니······.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상점》을 열었다.
그리고 ‘무상 지급’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 녀석에 손을 갖다댔다.
──「초특대 행운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허공에 떠오른 반투명 창.
그런데 이번 「편지」는 이전과 좀 달랐다.
‘뭐지?’
현실이 아닌 듯 온통 희뿌연 배경.
‘어디 사무실 같긴 한데······.’
그리고 마치 1인칭 게임처럼.
내가 편지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시야 전체가 위아래, 좌우로 흔들리며 움직였다.
그때.
안개 너머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이구, 우리 손주 왔는가? ]우리 손주?
저 너머에 있는 사람이 우리 할아버지라고?
할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라고는.
월남전에 참전하셨다가 돌아가신 것밖에 없는데.
‘돌아가신 분이 갑자기 나올 리가 없잖아.’
아니면······ 지금 이야기를 듣고 있는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일까.
우선은 다시 귀를 기울여보았다.
[ 나도 늙긴 늙었구나 싶어. 자네처럼 파릇파릇한 친구들을 보면 웃음부터 나는 게. ]자네라고 부르는 걸 보면 우리 할아버지는 아니고. 말에 뭔가 무게감이 실려있는 게 높은 사람 같긴 한데······.
그 사이.
편지의 주인공은 우우우웅- 하는 공명음을 뱉었고, 상대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 그래그래, 안 그래도 신경 많이 쓰고 있네. 여튼, 일전에 말한 선물은 고민 좀 해봤는가? ]선물?
무슨 선물?
그게 「초특대 행운」이랑 관계있는 건가?
주인공은 다시 우웅우웅- 뭐라 답했고.
상대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 어허, 준다고 할 때 받아! 착각하지 말게. 자네가 원해서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해서 주는 거야. 내가 자네를 예뻐해서 주는 거라고. 물론! ]테이블을 탁! 치는 소리.
[ 자네의 대답에 따라 선물은 달라질 거야. ]이건 뭔 소리야.
[ 내 선물이 자네가 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자네 생각보다 큰 걸 줄 수도 있고, 생각보다 작은 걸 줄 수도 있지. ]아, 수수께끼야?
정답! 스핑크스! 아니면 절름발이!
아직 지난밤의 취기가 남았는지.
그렇게 혼자 실실 웃으면서 「편지」를 듣고 있었는데.
[ 그 모든 게 자네 대답 여하에 달려있단 말이네. 그러니까 말해보게. 어느 회사를 원하나? ]일순간.
술이 확 깨고.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어느 회사······를 원하냐고?’
동시에, 홀연히 사라진 반투명 창.
그 어떤 「행운의 편지」보다도 짧았지만.
그 어떤 「행운의 편지」보다도 강렬한 임팩트.
‘······이거 내 얘기 맞아?’
그건 그렇지.
지금까지 「불운의 편지」가 남의 이야기인 적은 있어도, 「행운의 편지」가 남의 이야기인 적은 없었다.
그러면.
말을 하는 상대는 누구이고.
왜 나를 손주라 부를 정도로 예뻐하며.
도대체 무슨 회사를 주겠다는 걸까.
머릿속에 찍히는 무수한 갈고리.
“······필수 형님, 아직 주무세요?”
우선 해장을 해야겠다.
그래야 머리가 돌아갈 것 같았다.
하여튼 대박이었다.
*
다시 평창동.
삐이익──
요란한 벨소리와 함께 주차장 문이 열렸고.
캐딜락 애스컬레이드가 그 안으로 육중한 몸을 집어넣었다.
쿠우우우──
HN그룹 총수의 집에 미국제 밴을 타고 오다니,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짓거리였지만.
“어이쿠, 둘 다 잠시만!”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이 대검찰청의 미친개, 민대건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자신은 그룹 내부 사정과 독립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메시지가 바로 이 차였으므로.
그런데.
“공주님부터. 문 열어드릴게.”
하는 짓은 여지없는 딸바보, 팔불출.
오늘도 미니멀한 원피스로 곱게 차려입은 민채연은 온 얼굴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아빠······ 바깥에서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요.”
“알겠어. 그럼 우리 배우님. 밑에 잘 보면서 내리시고. 옳지.”
“아빠······.”
>HN백화점> 대표, 정우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나랑 연애할 때 같네.’
요 몇 달, 딸과 급격히 가까워지면서 들었던 이야기들. 그동안 딸이 남몰래 느끼고 있던 부담감, 죄책감, 책임감.
그걸 남편에게 전해줬더니.
그 이후로 계속 저 모양이다.
뭐, 못준 사랑 더 주겠다는데 어쩌랴.
정우희는 차 시트에 앉아서 손을 내뻗었고.
“우리 여보도, 밑에 잘 보고 내립시다.”
“네, 서방님.”
민대건의 굵은 손가락을 난간 삼아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민채연을 하트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더 있었으니.
“어? 엄마아빠, 왜 여기까지 내려오셨어요?”
정기현과 그의 아내, 이연수 여사까지 실내화를 끌며 주차장까지 내려왔던 것.
“녀석들, 어서 들어와.”
“우리 연이 왔구나!”
한걸음에 다가오는 둘.
민채연도 환하게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잘 지내셨어요?”
이연수는 바로 민채연을 안았다.
“어이구, 우리 연이는 일주일 전에 봤는데 고새 더 예뻐진 거 같어.”
정우희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채연이가 일주일 전에 왔었다고요?”
“그래, 밤중에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서 왔더라. 할미 감기 걸렸다고 걱정된다고.”
“······그랬어?”
정우희는 민채연을 톡톡 치며 눈으로 물었다.
‘너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엄마랑 얘기할 시간도 잘 안 난다며?’
민채연은 다급히 고개를 돌리고, 할머니에게 다가가 팔짱을 낄 뿐이었다.
“할머니, 그거 비밀이랬잖아요······.”
“그랬나? 할미가 요즘 기억이 깜빡깜빡해, 호호호. 들어가자.”
한편, 정기현에게 깎듯하게 고개를 숙이는 민대건.
“잘 지내셨습니까, 장인 어른.”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때때로 재벌가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기관.
심지어 민대건은 거기에서도 가장 대쪽 같은 인물.
어쩌면 HN 일가와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집안에 이런 사람도 하나 있어야지.
정기현은 민대건의 커다란 등판을 두드렸다.
“자네는 요즘 많이 바쁘지 않나?”
“엄청 바쁩니다.”
“그럼 이번 추석에는 오지 말지 그랬나. 자네가 올 때마다 오금이 저려서 내가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죄송합니다.”
“아냐, 들어가지. 우희야, 얼른 가자.”
그렇게 도착한 안채.
중세 영주의 식탁을 연상케 하는 기다란 테이블 위에 진수성찬이 차려졌고.
정기현이 숟가락을 들었다.
“다들 맛있게 들어. 우리는 아까 푸짐하게 먹어서 시늉만 낼 거야.”
푸짐하게 먹기만 했을까.
사실, 아들놈들에게 욕지거리도 푸짐하게 퍼부었다.
[ 이 썩어빠질 놈들아, 그게 민족 대명절에 혈육끼리 할 소리냐! 이딴 소리나 하고 앉아있을 거면 썩 꺼지거라! 뭐? 효도가 어쩌고 저째? 염병······. 나는 요즘도 수영을 1시간씩 하고, 삼시세끼 건강식만 챙겨먹는다, 이놈들아. 네놈들보다 더 오래 해먹고 살 거니까 다 집어치워! ]그렇지만.
승계 싸움에서 조용히 발을 뺀 막내딸 정우희는, 바라는 거 하나 없이 자주 찾아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가는 민채연은.
정기현 입장에서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자식들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 우리 막둥이 불고기도 먹어보렴. 사르르 입 안에서 녹는 게 일품이더구나.”
“넵!”
이제야 진짜 가족 모임.
이제야 진짜 명절 같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기현이 물었다.
“우리 막둥이는 요즘 영화 찍는다고?”
어쩌다 외할아버지 귀에까지 들어갔을까.
민채연은 잠시 손놀림을 멈췄다가 이내 의연히 답했다.
“네, 연휴 끝나면 촬영 들어가요. 헤.”
“그래.”
무슨 말을 하실까, 당장 그만두라 하실까─
민채연은 갑자기 콩닥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고사리 무침만 조물조물 씹었다.
“그······ 할애비가 잘은 몰라도 사람 사는 곳은 다 매한가지라고, 영화판에도 더러운 놈들, 버릇없는 놈들, 남 등쳐먹는 놈들도 있을 텐데.”
“······.”
“할애비한테 말만 해. 다리몽둥이를 다 분질러놓을 터이니, 클클.”
“······헤엑.”
예상치 못한 반응에.
민채연은 고사리가 식도에 감기는 것 같았다.
“어이구, 천천히 먹어. 체할라.”
“네, 할아버지······.”
“그런 놈들은 없고?”
민채연은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대답 잘못했다가 괜히 피해줄라, 걱정스러운 마음 때문.
“없어요. 다 좋은 사람들밖에 없어요.”
“뭐, 안 풀리는 것도 없고?”
“네, 너무 잘 풀려요. 정말 잘 될 것 같아요, 저희 영화.”
그게 사실이기도 했고.
정기현은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 우희도 그렇지만······ 막둥이도 원하는 대로, 재밌게 살어. 그럼 됐어. 더 바랄 게 없어.”
민채연도 싱긋, 따라 웃었다.
“네, 할아버지.”
그런데.
“요즘 만나는 사람은 없고?”
기습 펀치가 날아왔다.
그와 동시였다.
정우희와 민대건이 빠르게 시선을 교환하고.
25년 잉꼬부부 생활로 터득한 전음을 주고 받은 게.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래, 우리 공주님이 굳이 말하진 않겠지.’
‘그럼! 그런 애가 아니잖아. 일단 내가 끊을게.’
정우희는 입술을 열었다.
그런데 민채연이 빨랐다.
“······있어요. 만나는 사람.”
공적인 자리에서 관계를 숨겨야만 한다는 사실이 항상 미안했기에, 민채연은 다짐했었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절대 그의 존재를 숨기지 않겠다고.
물론, 민대건과 정우희는 기겁했다.
“켁!”
“흡.”
정기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으래?”
“네······ 좋은 사람이랑 잘 만나고 있어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할아버지.”
정기현은 바로 정우희 부부에게 시선을 돌렸다.
“늬들도 뭐 아는 게 있는 눈치다?”
“아뇨, 몰라요, 아빠. 저도 방금 처음 들었어요.”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나한테 그걸 먼저······.”
그때, 정기현의 말을 끊는 이연수 여사.
민채연의 손을 꼬옥 잡으며.
방긋방긋 웃으며.
“우리 연이, 그 사람 많이 좋아하는 눈치네?”
“······네, 할머니.”
“그럼,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거니?”
민채연은 제 부모의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저는······ 되게 진지해요.”
정기현의 미간이 꿈틀댔다.
오늘만 두 번째였다.
빌런이 있어야 히어로가 돋보이는 법
주황빛 어둠이 내려앉은 한강.
속이 다 시원해질 만큼 넓고 높은 거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이었다.
“아······ 좋다.”
나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선 샤워, 후 맥주는 진리지.’
맥주캔이 얼음처럼 서늘했다.
그걸 휙 집어들고, 그대로 소파에 다이빙!
차칵─
콸콸콸!
“캬······.”
온몸에 쌓여있던 피로물질들이 쌉싸름한 알콜에 싸악 쓸려나가는 기분······ 짜릿했다.
이럴 땐 지루한 흑백영화 한 편 틀어놓고, 스르르 잠드는 것도 제맛이지만.
나는 허공으로 시선을 옮겼다.
[ 어이구, 손주 왔는가? ]반투명한 창.
걸걸한 목소리.
다시금 떠오른 안개.
“······보자, 뭐가 달라졌나.”
「초특대 행운의 편지」를 위협하던 ‘미래의 불확실성’이 감소되었다, 그 의미를 파악할 생각이었다.
[ 일전에 말한 선물은 고민 좀 해봤는가? ]확실히 처음과 달랐다.
상대의 목소리가 좀 더 생생하게 들렸고.
온통 희뿌옇던 공간도, 그 일부는 형체를 드러냈다.
‘불확실성이 감소하면 안개가 사라지나?’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벽면에 일렁이는 푸른 물빛과 황금색 거대 물고기.
‘저건 뭐가 저렇게 커?’
뚜렷하게 보이진 않아도.
보통 물고기가 아니란 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 착각하지 말게. 자네가 원해서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해서 주는 거야. ]여전히 보일락 말락, 묘연한 얼굴.
‘흠······.’
처음 봤을 때부터 짚이는 바는 있었다.
선물로 회사를 떼어주겠다고 할 정도면, 재벌이라 보는 게 타당할 테고.
내가 또 무슨 운명을 타고 났는지.
이래저래 엮여있는 재벌가 사람들이 좀 있었으니 말이다.
‘HN, 진성, KJ.’
물론 정배는 HN이었다.
KJ는 악연에 가깝고.
진성과는 이렇다할 깊은 관계가 없는 데 반해.
민채연은 엄연히 HN그룹의 일원이었다.
‘우리 채연이, 벌써 보고 싶네······.’
그런데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내가 채연이와 정말로 미래를 약속하게 된다고 해도, 갑자기 나한테 회사를 떼어줘? 왜?
[ 내가 자네를 예뻐해서 주는 거라고. ]글쎄, 쉽게 단정지을 문제는 아니었다.
우선은.
차근차근 불확실성을 줄여가는 수밖에.
첫째 단서는 저 목소리.
인터넷을 뒤지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약간 늙었는데 크르릉하고 거칠고······ 암튼 하루에 담배 두 갑씩 태우는 사람 같아.’
게다가 >크리스티 서울> 11월 경매에 재벌가란 재벌가는 전부 초청할 생각이었으니 오히려 잘 됐지.
직접 대면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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