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206)
“이동식입니다. 반갑습니다.”
“아, 저는 신유원이라고 합니다.”
“영화 잘 감상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할 말만 딱 전하고.
바로 걸음을 돌리는 이동식.
‘역시 프로시네.’
내가 투자했다고 잘 봐줄 필요 없다, 원래 하시던 대로 해달라, 그런 당부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본부장은 한 번 더 팔을 뻗었다.
“그리고 여기 저희 >월간 코리아 아트> 영화 섹션을 빛내주실 분이 한 분 더 계십니다.”
브라운 체크정장 차림에 이동식보다 연배가 더 있어 보이는 분이었다.
‘······누구?’
나는 눈을 크게 떴고.
상대는 손을 건네며 이름을 밝혔다.
“평론가 박평진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뭐?
박, 박평진?
‘미친······.’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셔츠 안감 재질이 느껴질 정도로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박평진이라면 평점 짜게 주기로 악명이 자자한 분 아닌가.
‘이분한테는 만점이 8점이지······.’
보통 사람과 달리, 8진법의 세계를 사는 분.
아니면 별 4개가 전부인 우주를 살거나.
“아······ 반갑습니다, 신유원입니다.”
“허허, 예. 영화 잘 보겠습니다.”
“예······.”
그렇게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떠나는데.
포토월에서 누가 왔니, 어떤 감독님이 왔니,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뭔가 귀가 멍멍한 기분이었다.
그때, 내 팔을 픽 밀치는 김덕산.
“긴장했냐?”
“아, 좀 그런 것 같네요.”
오랜 시간 준비해온 영화 >생존보험>.
그만큼 애정은 컸지만, 걱정은 없었다.
우리 《찬란한 30대》 시스템이 1000만 영화라고 도장을 찍어줬으니.
그런데 박평진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1000만은 찍은 망작이 되느냐.
1000만도 찍은 명작이 되느냐.
그 갈림길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을.
“답지 않게 뭔 긴장이고. 우리 고 감독, 스탭들, 배우들, 다 기깔나게 잘 끝냈는데.”
“그래도요. 괜찮아야 할 텐데······.”
“맞다, 니 내부시사 안 왔었제?”
오늘 최초시사회는 VIP와 언론공개를 겸한 시사회였고, 이미 내부 관계자끼리 시사회를 치른 바 있었다.
나는 >메디 프리딕트> 인수 마무리한다고 미국에 가있어서 못 봤지만.
“그쵸. 못 갔죠.”
“그때 이미 겜 끝났다. 걱정마라.”
호평이 많았다는 이야기는 채연이를 통해서 들었다. 그치만 원래 팔은 안으로 굽지 않나.
“그래야 할 텐데요······.”
“그래야 할 텐데가 아니고, 이거 아카데미랑 칸 못 가면 이 세상이 트루먼쇼인 거다. 퍼뜩 드가기나 하자.”
VIP 상영관을 향해 손짓하는 김덕산.
그런데.
“아, 저기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와 김덕산을 붙잡았다.
머리에 쓴 헤드셋이나 목에 맨 태그를 봐서는 시사회 진행스탭인 듯.
“예, 뭡니까?”
“혹시 이분 매니저님이신가요?”
“······매니저요?”
김덕산은 퉁명스럽게 반문했고.
스탭은 날 가리켰다.
“여기 배우님이요. 성함 좀 알려주시면 제가 얼른 진행자한테 전달하겠습니다. 진행자가 이 배우님 성함이 기억이 안 난다고 미리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나와 김덕산은 서로 눈을 마주쳤지만.
표정은 극과 극이었다.
“와아······ 세상 불공평하다이.”
“크큭, 뭐가요.”
“니를 착각하는 건 그렇다 쳐도 내 보고 매니저라고? 미치고 팔짝 뛰겠네, 와······.”
스탭은 영문을 몰라 눈만 동그랗게 떴고.
나는 얼른 스탭에게 말을 걸었다.
“저랑 이분은 여기 영화 제작자구요.”
“제, 제작자? 배우님 아니시고요?”
“하하, 사회생활 되게 잘하시네요. 그럼 시사회 끝까지 잘 마무리해주세요.”
“아······ 예!”
스탭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고.
나는 혼자 씩씩거리는 김덕산을 밀었다.
“퍼뜩 드갑시다.”
“알았다, 마.”
여전히 셀럽들의 포토월 행렬은 이어졌고.
[ 여러분, 세계적인 거장 방호준 감독님도 시사회를 빛내러 오셨습니다! 박수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오직 VIP만을 위해 준비된 상영관에.
첫발을 들였다.
“대표님!”
“김 이사님!”
“아, 얼른 들어오십쇼!”
관객석 1열에 앉아있다가 바로 일어나서 우리를 반기는 사람들.
고유택, 배성수, 유열, 임희주, 유시성, 민채연.
반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고생한 내 사람들.
‘다들 되게 반갑네······.’
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다가.
아직 불이 들어오지 않은 스크린을 일별했다.
1000만은 찍은 망작이 되느냐.
1000만도 찍은 명작이 되느냐.
뭐든 상관없었다.
‘어쩌라고.’
내가 엉덩이를 걷어차며 출발시켜.
내 돈으로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쌓아올린.
내 영화.
‘아무리 못 나도 내 새끼야.’
그 처음과 끝을.
두 눈에 오롯이 담을 생각뿐이었다.
가장 먼저 축하받아야 할 사람
푹신한 가죽소파가 2개씩 따로 놓여있는 VIP 상영관.
“어우, 요즘 영화관 좋다이.”
“그러네요······.”
“불편하면 내한테 기대서 봐라.”
“······싫은데요.”
김덕산과 불편한 동침을 앞두고 있던 와중.
마침 김규태가 도착했다.
“죄송합니다. 재판 때문에 좀 늦었습니다.”
나는 후다닥 일어나 그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아니에요,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변호사님이 여기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마, 내랑 안 볼라고?”
구시렁대는 김덕산을 뒤로하고.
바로 옆 2인석, 비어있는 자리에 낼름 앉았다.
이제야 편하게 앉아서 보겠다, 팔을 걸치는데.
내 자리로 스윽 다가오는 인영.
고개를 들어봤더니.
베이지 정장 차림의 임희주였다.
“아, 희주 님.”
“대표님, 여기서 영화가 눈에 들어오겠어요?”
“네?”
그런데 이건 또 뭔 소리냐.
여기가 제일 뒷자리 구석이긴 했다.
제작진, 출연진, 배급사 관계자, 방호준 같은 VIP 셀럽들에게 좋은 자리를 양보하느라.
그래도 극장이고, VIP 상영관인데 영화가 안 보일 리가 있나.
“잘······ 보이는데요?”
무슨 말인가 싶어 되묻자.
임희주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 내가 말을 똑바로 안 했네. 내 자리가 좀 마음에 안 들어요. 스크린이랑 너무 가까워서 눈이 시려. 그러니까 나랑 자리 좀 바꿔줄래요?”
그래?
그럼 안 되지. 제대로 보셔야지.
“아······ 그럼 여기 앉으세요. 옆에 비었어요.”
“아니, 대표님은 저기로 가요. 저기 C열 제일 구석.”
혼자 앉고 싶으신가?
그래, 배려해드리자.
“예, 알겠습니다. 그럼 편하게 보십쇼.”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니.
괜히 큰 소리로 너스레를 떠는 임희주.
“아유, 난 뒷자리가 좋아. 앞에는 눈이 시려서. 대표님, 자리 바꿔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좋으신가.
웃으면서 임희주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대표님······ 여기 앉으시게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2인석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민채연.
‘채연이 옆자리였어?’
이러려고 저 난리를 친 거였나?
그런데 임희주는 우리 사이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최필수에 임수정에······ 모를 수가 없나?’
그래, 차라리 잘 됐다.
어차피 기자들 상영관은 따로 있고, 여긴 측근들밖에 없으니까.
나도 괜히 소리를 높였다.
“예, 희주 배우님이 이 자리에서 눈이 아프다고 하셔서요.”
“그래요?”
“예,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아아, 네······.”
그렇게 자리에 앉고 나니.
뭔가 선덕선덕해지는 마음······.
다른 커플들에게는 진부하디 진부한 영화관 데이트라지만, 우린 처음이었으니까.
‘영화관은 엄두도 못 냈지.’
내 맘대로 말도 못 걸고, 손도 못 잡지만.
이렇게 바로 옆에 앉은 것만 해도 어딘가.
심지어 우리가 같이 참여한 >생존보험>을 같이 본다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때, 넌지시 말을 걸어오는 채연이.
“영화······ 시작할 때 다 됐죠?”
얘 봐라, 겁도 없지.
나는 시계를 일별하며 답했다.
“네, 1분 정도 남았네요.”
“1분······ 휴우.”
“왜요? 긴장되세요?”
“조금요.”
초조한 눈빛, 굳게 닫힌 입술.
기도하듯 잡고 있는 두 손.
‘진짜 긴장했나 보네.’
아침에 통화할 때만 해도 마음 비웠다며, 홀가분하다고 했는데.
하긴, 자기 데뷔작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어딨겠어. 게다가 채연이는 대중들의 시선, 평가가 두렵다고 연기를 포기한 적도 있었으니.
‘내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지.’
임희주는 이런 것까지 다 생각해서 자리를 비켜준 걸까,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걱정마세요. 다 잘 될 겁니다.”
“맞아요, 잘 될 거예요!”
“아, 그리고 너무 긴장되면 잡으셔도 돼요.”
“······뭘요?”
“뭐겠어요.”
웃으며 손을 들어보이는 순간.
철컥──
모든 조명이 꺼지고, 온 극장이 어둠에 잠겼다.
“어?”
“시작하나봐요.”
앞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보이는 건 오직 새카만 스크린뿐이었고.
그 위로.
지난해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어뮤즈 신촌점에서 고뇌하던 유열.
집단 괴혈병에 걸려 가라앉고 있던 >성수픽쳐스>.
‘진짜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
그리고 공개 오디션.
나무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였던 이소연.
그 앞을 가로막은 ‘수아’ 그 자체, 민채연.
>KJ E&M>의 훼방 작전과 >넷플렉스> 화상 미팅, 촬영장에 보냈던 커피차와 최설까지······.
내겐 새로운 경험, 뜨거운 기억으로 남은 이 영화, >생존보험>.
‘후우······.’
비로소 그 방점을 찍을 차례였고.
──퓨퓨퓨퓨!
──코로롤로로롤!
팝콘처럼 하늘로 솟구치는 두 여우 뒤로.
마침내 화면이 떠올랐다.
.
.
.
대학가 주점.
수능이란 족쇄에서 벗어나 성인이 된 자유를 만끽하는 새내기들.
“이거 깔면 금융정보가 다 나온다니까?”
“그러네? 은행별로 잔액도 다 나오고.”
“야······ 우리 엄마가 나 몰래 계좌 하나 파놨음.”
“진짜? 네 이름으로? 얼마 들어있는데?”
“1200······ 미치따.”
“야, 오늘 기혁이가 쏜대!”
“안 돼, 그래도 엄마 돈이야!”
그렇게 왁자지껄한 가운데.
유난히 멍한 눈빛으로 폰만 보고 있는 한 남자. 혹은 소년.
더벅머리, 거북목, 뿔테 안경.
도현이었다.
“도현, 취했냐?”
“아, 아니.”
도현은 깜짝 놀라며 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근데 왜 얼굴이 그르냐?”
“아, 속이 좀 안 좋아서. 나 먼저 가께.”
“벌써?”
“어, 과외 있어서.”
그대로 일어나 커다란 백팩을 매고.
터덜터덜 주점을 빠져나간다.
네온사인이 가득한 대학가.
휙휙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도현은 다시 폰을 꺼낸다.
친구가 알려준 금융 앱을 켜고.
[ 총 자산 270,382 원 ]내 가입 보험 조회를 누른다.
로딩을 알리는 아이콘이 깜빡, 깜빡.
따라서 껌뻑, 껌뻑대는 눈동자 위로 화면이 뜬다.
꿈틀대는 눈썹.
[ ‘최도현’ 님의 가입 보험 총 7건 ]화면을 내려보니 전부 생명보험, 사망보험.
최대 보장금 1억, 3억, 5억, 10억······.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중 하나를 톡.
주르르 뜨는 가입정보.
누가 냈는지 수십 개월째 납입된 보험금.
폰은 사시나무처럼 흔들리다가.
행인의 팔꿈치에 부딪쳐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진다.
도현은 얼른 폰을 집어들고 옷소매로 화면을 닦는다.
잔뜩 금이 간 화면.
거기에 적혀있는 글자.
[ 사망시 수익자: 정은혜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도현의 표정.
“어, 엄마······.”
그 위로 커다란 타이포가 떠오른다.
[ 생 존 보 험 ]페이드 아웃되는 화면.
음울한 음률만이 남아 불길한 춤사위를 춘다.
*
그렇게.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이 이어졌다.
‘후아······.’
시나리오도 읽어봤고, 오디션에서 장면 연기를 보기도 했지만 역시 영화는 종합예술.
완성된 작품은 완전히 달랐다.
잘게 나눠진 컷.
원근과 높낮이를 달리하는 앵글.
시종일관 불안과 긴장을 유발하는 배경음악.
그 모든 것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특히 압도적인 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 ······엄마? ] [ 우리 도현이······ 그동안 혼자 동생들 키우느라 많이 힘들었지? 미안해. 엄마가 다 미안해. ]십수 년만에 집으로 돌아와.
도현을 품에 안는 정은혜.
보통 영화였다면 모자의 감격스러운 재회였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치 굶주린 구렁이가 연약한 토끼를 휘감는 느낌.
그 모습이 위태롭고 불안하기 짝이 없어서.
속으로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안 돼! 도현아, 안 돼!’
그만큼 임희주와 유시성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괜히 국민배우가 아니고, 괜히 월드스타 킬방원이 아니겠지.
그런데 이 서사에서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주인공 도현이 상당한 고구마 캐릭터라는 점.
[ 엄마, 예전부터 물어보고 싶던 게 있었는데······ ] [ 예전부터? 뭔데? ] [ 그······ 아니에요. ]유열의 의도가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유시성이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보는 내내 사람 속을 답답하게 만드는 도현.
그런데 그 즈음.
관객들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캐가 등장하니.
고구마의 화신, 도현을 피식─ 비웃으며.
머리칼을 한갈래로 모아 높게 묶는.
일견 시크하고, 일견 묘연한 눈빛의 소녀.
[ 야, 다시 말해 봐. 아까 그거. ] [ 날 죽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 [ 누가? 누가 니깟 걸 죽이려고 하는데? ]수아였다.
‘채연아······ 왜 이렇게 예쁘니, 연기는 왜 이렇게 잘하고······.’
영화 관계자들의 눈에도 꽤나 충격적이었는지.
민채연의 얼굴과 목소리가 극장을 가득 메우자 동시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와······.”
“호오······.”
그걸 들으며 아빠 미소를 짓는데.
스르르, 손에 와닿는 부드러운 촉감.
‘어?’
고개를 돌려보니.
채연이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다행히 주위도 어둡고, 가림막도 높아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을 것 같았다.
‘괜찮아, 반응 너무 좋아.’
나는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손을 꼭 잡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었다.
채연이 연기력이 터지는 씬은 바로 뒤에 나올 예정이었으니까.
‘오디션에서도 그랬지.’
정은혜라는 난해한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만 가지 얼굴을 뽐내는 임희주.
그 국민배우를 맞상대하면서도 송곳 같은 존재감을 뽐내던 사람이 채연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 박 실장이······ 애인이에요? 꼴에 하트는. ]정은혜와 수아가 으르렁거리는 장면에 이르자.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진 극장.
[ 당장 지워요. ] [ 뭘요? ] [ 방금 찍은 사진. ] [ 뭐 찍은 거 없는데. ] [ 내 딸 같아서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지워요? ]코와 이마를 맞대고.
날 선 눈빛을 주고 받는 두 사람.
[ 내 딸? 미친 년인가. ]그러다 버럭, 소리를 지르며.
정은혜를 완력으로 밀어붙이는 수아.
[ 안 그럼 말이 돼? 니처럼 별것도 아닌 여자가 어떻게 혼자 스무살짜리 남자애를 죽이려고? 그게 말이 돼? ] [ 무슨······. ] [ 그래, 사고로 위장하면 돼. 그건 가능해. 근데 당신. 사람 죽일 깜은 안되잖아. 그것도 지가 낳은 아들을. ]잘 빚은 도자기처럼 매끈한 얼굴.
그래서 오히려 섬뜩한 낯빛.
[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지 새끼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알고 있죠? ] [ ······. ] [ 그거 알고, 그 집에 기어들어간 거죠? ]그 말에.
바닥에 떨어진 장침 하나를 집는 정은혜.
극장 곳곳에서 침음이 흘러나오는 사이.
[ 아, 엄마 왔어? ]수아 엄마의 등장에 정은혜는 집을 떠났고.
방 안에서 둘의 대화를 몰래 들었던 도현에게 수아가 말했다.
] [ ······. ] [ 돈도 궁해 보이더라? 수지침 1번 놓고 5만원. 근데 고객은 딱 10명. 그거 다 합쳐도 우리 과외비 절반도 안 돼. ] [ 알아. ] [ 애인도 있는 것 같던데? ] [ 안다고. ] [ 그래. 그럼 이제 어떡할 건데? ] [ 몰라. ] [ 몰라? ] [ 몰라, 씨발. ]
도현은 급히 가방을 싸더니.
도리어 수아를 쏘아 붙였다.
[ 그리고 우리 엄마한테······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 ]와······ 핵 고구마.
물론 십 년 넘게 엄마를 그리워했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게 인생 목표인 캐릭터라서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시성의 연기 때문일까.
영상으로 보니 10배는 더 답답한 도현.
그런데 역시, 바로 사이다가 찾아왔다.
허겁지겁 방을 나가려는 도현의 뒷통수를 빡, 갈기는 수아.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수아.
[ 야. 애들 좀 모아봐. 어. 한 20명 정도. ]여우처럼 웃는다.
고혹스럽게, 또 음흉하게.
[ 넌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짤리기 싫으면. ] [ 어······ 어? ] [ 아니지, 뒈지기 싫으면. ]그리고 이 장면부터.
>생존보험>의 소용돌이는 급격하게 그 몸집을 키워갔고.
‘우리 채연이가······ 미쳤어요.’
나는 이곳이 시사회 현장이란 것도 잊은 채.
그대로 몰입해버렸다.
*
이야기는 점입가경.
세 인물은 끊임없이 뒤얽히기 시작했다.
십수 년간 사라졌던 엄마에 대한 보상심리.
그러나 지척에서 도사리는 위협에 대한 공포.
두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도현.
그리고.
도현 구하기 놀이가 재미있어 접근했지만, 자신의 엄마에 대한 적개심을 정은혜에게 투영하게 되는 수아.
마지막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인물, 정은혜.
과연 정은혜가 정말로 도현을 죽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도현을 지키려는 것인지.
클라이막스에 이르는 순간까지.
날 포함해 모든 관객들은 갈팡질팡하며 그녀의 뒤를 좇았고.
결국 서산 밤바다, 붉게 물든 청동상을 들고 시체를 바라보는 자는.
[ 엄, 엄마······ 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