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22)
나한테는 이 정도도 정말 과분하지.
그치만 한 번밖에 없는 기회인데······.
‘흐음.’
내가 타본 좋은 차라곤, 그래서 진짜 갖고 싶었던 차라곤······.
‘젠장!’
지하철에서 육성으로 욕이 터져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구지현이 타던 포르쉐밖에 없잖아!’
어쩔 수 없었다.
항상 직접 타고, 바로 옆에서 보면서 갖고 싶었던 게 포르쉐니까.
바로 포르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나의 드림카.
진짜 말 그대로 드림이어서 내가 이 차를 탈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바로 그 차.
[ Panamera Turbo S ] [ 304,900,000 KRW부터 ]파나메라 터보 S.
‘이걸로 하자.’
마음을 굳게 먹고, 지하철에서 내려 피규어 매장으로 향했다.
‘이 피규어가 있어야 할 텐데.’
매장에 도착해 바로 물었다.
“안녕하세요, 여기 자동차 피규어 있나요?”
“예, 있습니다.”
“그러면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S 풀옵션 있나요?”
“풀, 풀옵션이요?”
점원은 사뭇 당황스러워하더니 이어 말했다.
“그 풀옵션이······ 장식장이랑 도료랑 리페어킷까지 같이 사신다는 말일까요?”
아, 내가 포르쉐 홈페이지에 너무 몰입해버렸다.
“아니, 파나메라 있나요?”
“예, 저쪽 코너 돌아서 쭉 가시면 다이캐스트 있는데 그중에 있을 겁니다.”
“옙, 감사합니다!”
점원의 시선을 피해 후다닥 코너를 돌았다.
“오, 있다!”
다행히 매대에 포르쉐 파나메라라고 딱 적혀있었다.
그런데 두 종류가 있었다.
하나는 3만 원짜리.
좀 작고, 덜컹거리게 생긴 것.
다른 하나는 40만 원짜리.
더 크고, 딱 봐도 만듦새가 훨씬 정교한 것.
‘유사도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된댔지?’
40만 원짜리 박스를 집어들었다.
내가 40만 원짜리 피규어를 산다니,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4억짜리를 이 돈에? 개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40만 원짜리 20개면 800만 원.
800만 원이면 경차 한 대 뽑기도 힘든 돈인데!
‘그런데 20개 있어야 되잖아.’
바로 옆을 뒤져봤지만 파나메라 피규어가 하나뿐이었다.
다시 점원에게 돌아가 물었다.
“이거 재고 더 없을까요?”
“얼마나 필요하세요?”
“가능한 많이요.”
점원이 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잠시만 제품 좀 확인할게요.”
박스를 건네줬더니 점원이 제품설명을 읽어보고는 말했다.
“아, 이게 파나메라 터보 S라서 최근에 나온 제품이거든요. 재고가 많이 없긴 할 텐데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
“다행히 딱 어제 들어왔다네요. 4개 더 있는데 다 드릴까요?”
“네, 다 주십쇼!”
그럼 총 5개.
나머지 15개는 어디서 구하지?
결제하면서 점원에게 물었다.
“이걸 더 구하려면 어디로 가면 될까요?”
“정확히 똑같은 모델이 필요하세요?”
“예. 이거랑 완전 똑같아야 돼요.”
“얼마나 필요하세요?”
“15개요.”
“······.”
점원은 대답도 없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김 사장님, 거기 파나메라 터보 S 있나요? 예, 다이캐스트, 1:18, 40만 원짜리.”
그 이후로, 하루종일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돌아다녔다.
서초 국제전자센터, 남부터미널, 분당, 동묘앞, 성신여대, 일산까지.
어느 순간부터는 피규어 박스들을 다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택시기사님을 대기시켜두고 매장에 들어갔다 오곤 했다.
20개를 다 모으고 나니 밤이었다.
‘튜토리얼 제한시간 있으면 큰일날 뻔했네.’
문제는 「양질 전환」할 장소였다.
다른 사람들 보는 앞에서 갑자기 포르쉐가 툭 튀어나오면 단연 특종, 나는 아마 미군 초능력 연구소에 끌려갈지도.
아무도 보지 않는 곳.
CCTV조차 없는 곳.
‘아마 엄청 오래 걸리겠지?’
그러면서도 「양질 전환」 작업시간을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곳.
나는 지도 앱을 열어 적당한 장소를 뒤지다가 기사님에게 말했다.
“기사님, 여기 번지수 찍어드릴게요. 여기로 가주세요.”
*
사리현 근처 야산, 으슥한 산길.
때아닌 야간행군을 했다.
커다란 봉지 2개에 피규어 20박스를 나눠든 채.
행여나 의심을 살까봐, 택시기사님에겐 야산 근처 인가에서 내려달라고 했고.
“멀다, 멀어.”
그 이후로는 산길을 따라 쭉 올라왔다.
‘이쯤이면 되려나.’
이미 관공서 홈페이지에서 CCTV 위치를 확인하고 왔지만 육안으로 한 번 더 체크할 필요가 있었다.
돌아다니는 사람, 없다.
CCTV, 없다.
도로에 주차된 차, 없다.
‘여기로 하자.’
나는 피규어 박스들을 꺼내 도동실 떠있던 탐에게 말했다.
“탐, 20개 구했는데 너 주면 되지?”
빛살을 팔락이는 탐에게 박스를 하나씩 먹였다.
그리고 이내 떠오른 문자열.
──「양질 전환」의 권능이 발휘됩니다.
“예쓰!”
──품목: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S 다이캐스트
──수량: 20
──「합법 복제」가 자동 적용되어 「미리보기」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예상 작업시간은 6시간 30분입니다.
──전환 작업을 시작하겠습니까?
「미리보기」가 없어?
피규어를 닮은 오리지널이 나오는 게 맞나보네?
참, 그리고.
“럭키 스트라이크 쓸게.”
비트코인 자료에 하나 쓰는 바람에 2장밖에 남지 않은 「럭키 스트라이크」이지만, 과감하게 투자!
‘제대로 해야지.’
아까 어떤 사장님한테 이것보다 더 정교한 피규어도 있다고 들었던 터.
그럼 「럭키 스트라이크」를 넣어서 그 간극을 메꾸면 그만이었다.
──「럭키 스트라이크」 쿠폰이 차감됩니다.
──「럭키 스트라이크」가 발동되어 「양질 전환」에 보너스 효율이 적용됩니다.
──「양→질 전환」이 시작됩니다.
6시간 30분의 출고 대기.
나는 텐트나 침낭도 없이 아침에 입고나온 트레이닝복 하나만 입고 도로 옆 풀밭에 누웠다.
4월이라고는 하나, 아직 일교차가 심한 날씨.
땀이 식으면서 몸이 으슬으슬해졌다.
‘버텨보자! 할 수 있다!’
차를 준다는데 이 정도 고생쯤이야.
다른 사람들 차 출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이것조차 개꿀이었다.
그렇다고 잠들 순 없었다.
혹시 사람이나 차가 지나가지 않나 계속 경계하며 6시간을 보냈다.
월월─
크르르르, 컹컹─
잠이 스르르 올 뻔도 했지만, 야산 들개들이 짖어대는 바람에 벌떡 깨곤 했다.
그리고 6시간 30분 뒤.
몸을 벌벌 떨면서 주위를 둘러보던 중.
──「양→질 전환」이 완료되었습니다.
──전환이 완료된 품목을 「소비」해주세요.
──제한시간: 30분
신차 출고 연락이 왔다!
몸이 굳어서 잘 움직여지지 않았는데도 자리에서 후다닥 일어났다.
“어딨어!”
그리고 목도하고야 말았다.
나의 드림카,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S가 새벽 어스름 사이로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을.
“······미친 거 아냐?”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 핸드폰 플래쉬를 비춰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했다.
“이게, 씨, 진짜 포르쉐라고?”
몽롱하던 정신이 확 깼다.
차를 한 바퀴 빙 돌며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어둠을 품은 듯한 블랙.
날렵하면서도 관능적인 쉐이프.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히 들어맞는 만듦새.
······진짜 파나메라였다.
문은 열려있을까, 운전석 도어핸들을 잡아당겼다.
찰칵─
귀부인이 고운 손을 건네듯 우아하게 열리는 도어.
‘으으으.’
차 안으로 고개를 집어넣었다.
부드러운 크림색 인테리어 곳곳에서 엠비언트 라이트가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영롱함, 그 자체.
‘이게 예술인가? 이게 예술품인가?’
운전석에 놓여있는 키를 집어들고 앉았다.
열선 시트의 온기가 굳은 몸을 사르르 녹였다.
시동을 걸어보았다.
부우우우우─
드드드드드드─
환상적인 배기음.
“우와······.”
어릴 때 봤던 포뮬러원 애니메이션이 떠오르는, 마치 심장이 펄떡거리는 것만 같은 다이나믹한 굉음이었다.
당장 악셀을 밟아버리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런데······.’
오늘 내내 가지고 있던 불길한 예감.
등록도 하지 않고, 구매이력도 없고, 갑자기 세상에 툭 나와버린 대포차.
‘제발······.’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는 있었다.
이 스킬의 이름이 「합법 복제」였으니.
나는 조심스레 조수석 글로브 박스를 열었다.
“있다!”
[ 자 동 차 등 록 증 ] [ 자동차등록번호 ** * **** ] [ 차종 : 대형 승용 ] [ 차명 : 파나메라 터보 S ].
.
저당권도 없고, 공식 출고도 불과 몇 달 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핸들에 고개를 계속 박았더니 빠아아앙─ 클락션이 울렸다.
상관없었다.
여긴 아무도 없는데!
──축하합니다!
──《찬란한 30대》 튜토리얼 퀘스트Ⅵ, 《스페셜: 합법 복제》를 완료했습니다.
튜토리얼도 동시에 클리어됐다.
──「양질 전환」 효율이 소폭 상승합니다.
──「양질 전환」 작업시간이 소폭 감소합니다.
──「소비」 제한시간이 소폭 증가합니다.
그리고 이번 보상은 「럭키 스트라이크」가 아니었다.
──퀘스트 보상으로, 「합법 복제」 쿠폰(1회권)이 주어집니다.
합법 복제 쿠폰!
──「양질 전환」에 「합법 복제」 쿠폰을 사용하면 모조품을 진품화할 수 있습니다.
──단, 특정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합법 복제」가 발동됩니다.
──1회권이니 신중하게 사용해주세요.
모조품의 진품화라.
어디에 쓰면 좋을까?
‘이건 진짜 신중하게 쓰자.’
그리고.
부아아아아─
나는 서울의 새벽을 원없이 달렸다.
*
금요일 저녁.
광명 교외에 위치한 한정식 집.
박소정은 식당 앞에 마중나와 커피모임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니!”
“채연아, 어서 와! 오늘 너무 예쁘다! 그냥 연예인이야, 아주.”
민채연은 민망했는지 머리카락를 귀 뒤로 넘기며 답했다.
“아··· 오늘 촬영하고 오는 길이라서요.”
사실, 촬영은 없었다.
“어머,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연예인 같은데? 크크, 내 결혼식때 이렇게 예쁘게 하고 오면 안 된다?”
“언니가 훨씬 이쁜데 무슨 소리예요!”
“말도 그렇게 예쁘게 하면 난 어떻게 사니? 하여튼 먼저 들어가, 내 이름 대면 룸 안내해줄 거야.”
“넵! 유원 오빠는 왔어요?”
“유원이는 아직······ 어? 채연이, 너?”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어, 저기 태준 오빠 같은데?”
그때, 주차장에 들어온 벤츠 한 대.
“······맞는 것 같네요.”
차에서 내린 강태준은 손을 툭 들며 말했다.
“다들 나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하.”
민채연과 박소정은 머쓱하게 웃었다.
“아아, 예.”
“태준 오빠! 오는데 안 힘들었어?”
강태준은 박소정의 물음에는 답도 없이 민채연에게 말했다.
“채연이는 오늘도 예쁘네.”
“······네.”
“같이 들어갈까?”
“아뇨.”
저는 여기 조금만 더 있다가, 라고 민채연이 답하려는 찰나.
부아아아아──
배트카, 아니 검은 포르쉐 한 대가 주차장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박소정은 포르쉐를 눈으로 따라가며 감탄했다.
“와, 나는 저 차가 그렇게 멋있더라.”
“돈 벌어서 사.”
강태준의 퉁명스러운 대꾸에 박소정은 기분이 상했지만, 가까스로 웃으며 말했다.
“에이, 내가 어떻게···. 오빠야말로 저걸로 바꿔 봐. 저게 훨 멋지구만.”
“나? 나는 지금 차도 만족해.”
강태준은 엑싯투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엑싯투에 9억을 날린 사실을 아버지한테 들켜서 거의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
차도 압수하니 마니 하는 걸, 고집을 부려서 억지로 끌고 왔다.
‘어우, 노친네 언제 죽나 몰라.’
그런데.
“저 사람 유원 오빠 같은데요? 아닌가?”
민채연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신유원이라고?”
정말로 신유원이 포르쉐에서 내리고 있었다.
깜짝 놀란 강태준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를 입밖으로 내버렸다.
“······저 새끼가 어떻게?”
그러거나 말거나, 신유원은 느긋하게 걸어와 웃으며 말했다.
“다들 일찍 왔구나.”
강태준이 반사적으로 물었다.
“저거 어디서 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