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51)
이윽고 유럽 최초의 백자가 코코 중앙부에서 반쯤 모습을 드러내더니.
──코로로!
다시 쑤욱 빨려 들어갔다.
코코도 빛살을 팔랑거리며 멀리 날아가버렸다.
“······그래, 잘 가지고 놀아.”
어쨌든 사라지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저걸 팔면 10억은 채우겠지?’
인터넷에 도자기 감정 받고 판매하는 법을 찾아봤더니 금방 나왔다.
[ 한국도자문화감정원 ]여기에 접수하고.
물품 인도하고.
거기서 감정해주길 기다렸다가.
물품과 소견서를 받아오고.
경매에 등록하고.
······꽤 지난하고 복잡한 작업이었다.
게다가 코코가 먹은 골동품은 유럽의 것.
저 기관에서도 ‘한국 도자기’만 취급한다고 명시해두고 있었다.
국내기관에서 감정이 불가하면? 뉴욕에 있다는 국제적인 경매기관, 소더비나 크리스티까지 찾아가야만 했다.
그렇다고 카페 오픈하자마자 외국 간다고 며칠을 비우기도 그랬다. 바로 팔릴지도 불확실했고.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래서 준비해둔 것.
아까 보상으로 뽑은 「조합」 쿠폰을 써먹을 차례였다.
나에겐 감정가를 알아낼 아이디어도, 그걸 실현해줄 멋진 친구도 있었으니까.
“탐! 가즈아!”
감정? 뭐 하러 귀찮게 다른 사람한테 맡겨?
나는 탐한테 맡겨.
──퓨퓨퓨퓨퓨
우리 탐은 만능이라구!
이왕이면 국제적으로다가
지잉─ 철컥.
지잉─ 철컥.
프린터는 쉼없이 돌아갔다.
남대문에서 산 찻잔과 찻주전자의 감정가를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쌍둥이’에서 출발했다.
‘똑같은 작품이 이미 세상에 존재하니까.’
같은 사람이 만들었고, 똑같이 생겼고, 유럽 최초 백자라는 동일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
[ 독일 드레스덴 박물관 ]나는 박물관 홈페이지를 띄워놓고, 그 작품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똑같이 생겼어.’
그리고 인쇄.
지잉─ 철컥.
저 물품이 경매에서 낙찰을 받은 전적이 있을지, 아니면 경매 없이 바로 박물관에 갔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감정은 받았을 거 아닌가.
위작은 아닌지.
생산연대가 유럽 최초가 맞는지.
그게 경제적으로, 미술사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지.
대단하신 분들이 꼼꼼하고 치밀하게 감정을 완료했을 것이다.
내 타깃은 그 쌍둥이의 감정서였다.
따라서 「조합」의 첫째 자료는 유럽 최초로 생산한 백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였다.
‘전부 다 긁어!’
기사, 미술 칼럼, 사진, 영어자료 가리지 않고 전부 다 인쇄했다.
지잉─ 철컥.
지잉─ 철컥.
그러면 「조합」의 두 번째 자료는 감정과 낙찰에 관한 것이 되어야 했고.
나는 세계 최대 경매회사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 소더비 SOTHEBY’S ] [ 크리스티 CHRISTIE’S ]학부 수업에서나 들어본 이름들.
메인페이지부터 압도적이었다.
“우어······.”
최근에는 온라인 경매도 가능해지면서 온갖 미술품들이 현재 최고 비드액과 함께 등록되어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장식예술, 도자 카테고리로 들어가서 등록된 미술품 하나하나 전부 인쇄했다.
지잉─ 철컥.
지잉─ 철컥.
그렇게 두 가지 종류의 정보가 손에 들어왔다.
유럽 최초 백자에 관한 정보.
도자기 낙찰가에 관한 정보.
‘될 거야, 아마. 제발.’
인쇄된 종이들을 한움큼 집어 탐에게 먹였다.
“탐!”
──「양질 전환」의 권능이 발휘됩니다.
──품목: 목휴 A4 용지
──수량: 259.38
──예상 작업시간은 17분 15초입니다.
──전환 작업을 시작하겠습니까?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매의 눈」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경고!!! ‘거짓 요소’ 발견.
──!!!경고!!! 재료가 반환됩니다. ‘거짓 표식’을 확인하세요.
갑작스럽게 「매의 눈」이 발동된 것.
나는 탐에게서 쏟아지는 종이들을 받아서 다시 확인해보았다.
“뭐야, 뭐가 잘못된 거야.”
유럽 최초 백자와 관련된 자료들에 ‘거짓 표식’, 즉 빨간 줄이 그어져 있었다.
“이 싸람들이 말이야. 잘 알아보고 써야지.”
펜을 들고, 종이를 하나씩 집어들었다.
잘못된 정보에 밑줄을 그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니 ‘유럽 최초’라는 수식어에는 전부 빨간 줄이 그어졌다.
“크하하, 호재네?”
결국 저 박물관에 있는 작품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유럽 최초란 소리!
코코가 알려준 사실을 탐이 재확인한 셈이었다.
“탐, 코코! 너희 진짜 대박이야! 미쳤어!”
기쁜 마음으로 전부 다 밑줄을 그어갔다.
웃긴 건, 경매회사 판매품목 중에도 빨간 줄이 종종 그어져 있었다.
‘어이없네.’
왜 잘못된 정보인지는 알 수 없었다.
위작이거나, 뭔가 자잘한 사실 정보를 잘못 적었겠지.
그런데 이렇게 큰 회사에서도 못 찾는 사실을 내가 찾았다는 게 신기했다.
‘내가 감정회사를 차릴까? 경매회사나?’
허튼 생각을 하며 다시 종이를 갈무리해서 탐에게 줬다.
이젠 되겠지?
──「양질 전환」의 권능이 발휘됩니다.
──품목: 목휴 A4 용지
──수량: 225.72
──예상 작업시간은 15분 55초입니다.
──전환 작업을 시작하겠습니까?
“조합 쿠폰 쓸게.”
──「미리보기」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결과물을 선택해주세요.
──A. 목휴 프리미엄 A4용지 118매
──B. 해당 백자 다기의 경매 등록 절차
──C. 해당 백자 다기의 최신 감정보고서 (2013, 아트큐리얼 독일)
······떴다!
“예쓰! 예쓰! 예쓰!”
혹시 「미리보기」가 부실하면 한 장 남은 「럭키 스트라이크」까지 먹일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C옵션, 가즈아!”
──「양→질 전환」이 시작됩니다.
탐의 노랗고 붉은 빛살들이 원을 그리며 돌아갔다. 속도가 점점 붙더니 선풍기처럼 팽그르르!
작업 시간 15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설마 막 500만 원, 이런 건 아니겠지?’
그리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양→질 전환」이 완료되었습니다.
──전환이 완료된 품목을 「소비」해주세요.
──제한시간: 7분
파라락 떨어진 종이들을 주웠다.
역시나 영어로 쓰인 표지 제목들.
[ CERTIFICATE OF AUTHETICITY ] [ CERTIFICATE OF APPRAISAL ]번역기에 돌려보니 진위 증명서와 감정 증명서였다. 그리고 뒷장들에는 온갖 설명들이 적혀 있었다.
‘됐다!’
본문을 전부 번역기에 옮길까 하다가 바로 종이를 빠르게 넘겻다.
챡─ 챡─
나는 금액처럼 보이는 숫자만 찾으면 됐다.
챡─ 챡─
그러다가 그냥 눈에 빡! 들어왔다.
[ ······to be worth around €1,700,000.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170만 유로.
바로 네이버에 쳐서 원화로 바꿨다.
“억······.”
22억. 22억이었다.
2013년 기준이니 물가 상승까지 생각하면 지금은 얼마일지 알 수도 없었다.
“······대박.”
세상이 빙글, 머리가 어지러웠다.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몸을 풀썩 던졌다.
‘······대박.’
오만 생각이 들었다.
22억?
이걸 22억에 팔 수 있다고?
22억으로 뭐하지? 일단 이사부터?
아니야, 모아서 더 불려야 되나?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팔아도 될까?
살 사람이 있긴 한가?
산다고 해도 제값을 주고 사려나?
진짜 외국 경매회사로 가야 되나?
카페 오픈했는데 며칠 비우긴 좀 그런데.
아니지, 아직은 직원들 적응도 하고 매출도 지켜보는 단계니까 여유는 있어.
‘근데 나 해외에 가본 적이 없는데?’
그날 밤.
나는 머리를 싸매고는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
다음날.
카페 어뮤즈의 오후는 오늘도 여유롭고, 적당히 활기찼다.
카운터에 서서 카페를 둘러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이 느낌.
‘여기가 내 카페라고? 흐흐.’
조만간 이불을 가져와서 여기서 하룻밤 자고 싶을 정도였다. 내 카펜데 뭐 어쩔 건데.
그러다 여자 손님 둘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카페 어뮤즈입니다.”
얼굴이 낯익었다.
“여기 주문할게요. 따뜻한 아메리카노 1잔, 따뜻한 카페라떼 1잔이랑······ 너 뭐 먹고 싶댔지?”
“레몬크림 마카롱! 그거 진짜 계속 생각나더라니까?”
“아, 그럼 레몬크림 마카롱 2개랑 크랜베리 다쿠아즈 하나 주세요.”
가오픈 첫날, 임희주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핑크색 머리가 흔치는 않으니까.’
그러나 티는 내지 않았다.
요즘은 점원이 손님 얼굴 알아보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으니까. 손님이 먼저 ‘내가 여기 단골이오’ 표를 내면, 그때 알아봐줘도 늦지 않았다.
“예, 드시고 가시나요?”
“네!”
주문을 끝낸 손님이 자리를 잡고나니 임수정도 내게 다가와 같은 얘기를 했다.
“저분, 첫날 오셨던 분 맞죠?”
“네, 그런 것 같아요. 어머님한테 꼭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확실히 홍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그날, 팬들이 막 1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서 오진 않았을 테니까.
대부분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었을 거고.
맛 때문에 다시 찾는 손님이 있을 법했다.
“넵! 안 그래도 엄마랑 어제 통화했는데 또 오고 싶다 하더라구요?”
“아아, 언제든 찾아주시면 영광이죠!”
그리고 또 한 명의 조력자, 민채연.
민채연의 포스팅을 보고 온 것 같은 손님들도 꽤 있었다.
바 앞쪽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들도 그랬다.
“근처에 소품샵도 있던데 가볼까?”
“지친다, 진짜. 오늘 찍을 만큼 찍었잖아.”
이 근처 주거지역 연령대가 젊은 편이긴 하지만 동네 마실 나왔다가 들른 손님들하고는 복장부터가 달랐다.
SNS에 올리거나 프로필에 쓸 사진을 찍으려고 한껏 멋을 낸 차림이었다.
“야, 힘 주고 나왔을 때 뽕 뽑아야지!”
“얼마나 찍게?”
“목표는 딱히 없는데······ 한 100장? 그래야 몇 장이라도 건지지.”
“미친. 인스타에 살아라, 그냥.”
둘의 대화를 듣다가 웃음이 나려는 걸 겨우 참았다.
고마운 마음에 민채연의 인스타를 열었다.
어제 올린 피드도 확인할 겸.
[ 좋아요 6,197 댓글 39 ]어제는 4천이었는데 지금은 6천.
카페 정보 달라는 댓글도 몇 개나 더 달렸다.
“크으.”
좋은 기류가 흘렀다.
동네 사람들 눈에도 슬슬 들어오는 것 같고, 셀럽들의 도움도 있었고.
‘오늘 확실히 매상이 늘었겠는데?’
포스기를 눌러 오늘 매출을 확인해봤다.
어제 나가기 전에 확인했던 일 매출이 32.
오늘은 아직 오후 4시밖에 안 됐는데 벌써 40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홍보한 적도 없는 구석탱이 쪼매난 카페가 오픈부터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강태준이 하루에 50 정도 나온댔지?’
신촌점으로만 50 뚫는 건 시간문제.
‘좋아, 좋아.’
내일 아침에 사진작가님 오시면 슬슬 SNS에도 시동 걸고.
이따가 저녁에 보조직원 면접보고 새로 뽑으면, 필수정 듀오도 한결 여유가 생길 테다.
‘그럼 이대로 딱 일주일.’
일주일만 경과를 보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풀 악셀을 밟으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자신이 있었다.
우리 어뮤즈의 포텐셜은 끝도 없으니까.
그런데 그때.
“여기 신유원 씨 계십니까?”
기다리던 손님이 찾아왔다.
“제가 신유원인데요. 혹시 변호사님?”
“예, 김규태입니다. 반갑습니다.”
겉보기엔 40대 초중반 정도.
바짝 깎아서 단정하게 넘긴 머리에 굵은 뿔테.
짧게 발검하듯 튀어나왔다가 사라지는 미소.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신유원입니다.”
어젯밤 내내 「양질 전환」과 「매의 눈」으로 2번, 3번, 4번 검증해서 찾아낸 사람이니까.
이런 깐깐하고 딱딱한 느낌? 오히려 좋아.
“음료 뭐 드실래요? 제가 들고 갈게요.”
“물이면 충분합니다.”
“아, 넵. 저쪽 테이블로 가시죠.”
물 2잔을 들고 테이블로 가서 마주 앉았다.
“오느라 힘드시지 않으셨어요?”
“아닙니다.”
김규태는 컵 받침의 각도를 테이블 선에 평행하게 맞추더니 고개를 숙였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현마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김규태입니다.”
그는 절도 있는 손짓으로 명함을 내밀었다.
[ 문화예술 전문 변호사 김 규 태 ]국내 미술품 거래 관련 법률자문, 컨설팅 경험만 수십 회에 영어 통역까지 가능한 인재.
미지의 세계, 온갖 난해한 언어와 기호들로 가득할 여행길을 인도해줄 나의 든든한 가이드였다.
나는 가볍게 운을 띄웠다.
“어제 제가 너무 늦게 연락드렸죠?”
“아닙니다, 저희 일에 밤낮이 어딨겠습니까.”
김규태는 안경을 고쳐 쓰더니 이어 말했다.
“빨리 연락 주신 점이 도리어 좋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죠.”
김규태는 어젯밤 첫 통화인데도 백자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바로 실무 모드로 들어갔었다.
아마 굵직한 국제경매 참여 경력이 없다보니 그에게도 커리어를 쌓을 좋은 찬스였을 터.
나는 그런 적극성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