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10
109화
주철수의 얼굴에 묵직한 주먹이 내리꽂혔다.
퍼억!
“컥…….”
어느새 피떡이 되어 버린 주철수에게 한 번 더 주먹을 날렸다.
쾅-!
“후.”
나는 내가 깔고 앉아 있던 주철수 위에서 일어났다.
내 연타를 막은 주철수의 양팔은 너덜너덜해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내가 말했지? 5분 안에 끝내 준다고.”
“개……새…….”
주철수는 팔다리를 꿈틀거리며 날 죽일 듯이 노려봤다.
눈빛 봐라. 아직 안 죽었다는 거냐?
꽈득.
“끄아악!”
부러진 갈비뼈 쪽을 발로 꾹 밟아 줬다.
이 정도면 당분간 움직이기 힘들겠지.
허리춤에서 송태석 과장에게 받은 수갑을 꺼냈다.
“널 살인 교사 및 수백 가지의 쓰레기 짓을 한 혐의로 체포한다.”
“설마…… 경찰이었나?”
“아닌데?”
“?”
드러누워 있는 주철수를 뒤집은 뒤, 부러진 팔과 손을 붙잡고 쇠고랑을 채웠다.
“윽.”
“변호사는 알아서 선임하고, 묵비권은 행사하기 힘들 거다. 다 불게 할 예정이거든.”
“큭. 흐흐.”
“쪼개?”
주철수는 이제 끝장이다.
사업체는 내가 다 날려 버렸고, 충성심으로 남아 있던 부하들도 바깥에 쓰러져 있을 테니까.
또 몇 달 전 당시, 현직 경찰서장을 납치 살해하려고 한 정황과 증언이 있는 탓에 주철수는 수배자 신세다.
이 상황에선 변호사를 선임해 형량을 줄이기도 힘들 텐데, 지금 웃음이 나온다고?
“실성했냐?”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나?”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지껄이면 뭐가 달라져?”
놈의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어떤 개새끼인지는 몰라도, 주철수와 비견될 쓰레기 새끼인 건 분명한 일.
그놈이 오늘 내가 주철수를 넘겨 버릴 걸 예상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을 노출하지 않고 주철수를 안고 갈 순 없겠지. 그럼 주철수는 결국 버려지게 될 것이다.
“넌 어차피 줄 끊어진 연이야. 일단 무기징역 받고 들어가서 깊게 대화를 나눠 보자고.”
“…….”
주철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자신의 암울한 상황을 자각한 걸까. 희망을 완전히 놓아 버린 표정은 아니었지만, 체념한 얼굴로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물론 주철수가 그럴 리는 없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선 어떤 수단과 방법이든 가리지 않는 놈이니, 어떻게든 탈출할 방법을 찾겠지.
혹시 경찰에 잡힐 때도 대비해 놨을 거다. 당연히 나도 거기에 대비해서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려 놨고.
“슬슬 경찰도 온 거 같은데, 얌전히 가자.”
안 그래도 바깥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송태석 과장한테 경찰 인력을 최대한 흩어 달라고 하긴 했지만, 언제까지나 시간을 끌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장님에게도 만약 이런 상황이 생기게 되면 시간을 좀 벌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경찰 쪽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
바깥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다행히 마찰이 생긴 건 아닌가 보네.
뒤로 수갑을 찬 주철수의 뒷덜미를 질질 끌고 방 바깥으로 나갔다.
부장만 한 덩치에 근육질이라 그런지 묵직하네.
“아니, 이주혁 씨 편 아닙니까?”
“…….”
바깥에 나와 보니 알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비밀스러운 짓 할 때마다 쓰던 복면을 두른 라세흠 부장이 난감한 표정의 송태석 과장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을 게 아니라…… 애초에 전 이주혁 씨를 도우러 온 거란 말입니다.”
“나오면 얘기하도록.”
부장님이 이상하게 변조한 목소리를 내는 걸 더 이상 듣고 있을 순 없었다.
“송 과장님. 오셨습니까.”
“아, 이주혁 씨.”
송태석 과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부장님이 경계하길래 손을 저어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
“해코지할 사람은 아니에요.”
“혹시 모르는 일이지.”
“굳이 제 뒤통수를 칠 이유가 없거든요.”
그래도 라세흠 부장은 경계를 완전히 풀진 않았다.
송태석 과장이 이마를 짚으며 같이 온 경찰들에게 손짓했다.
“쓰러져 있는 놈들 체포해.”
“예.”
송태석 과장의 말에 긴장하고 있던 경찰들이 바닥에 누운 주철수의 부하들에게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주혁 씨. 저분은 직원 맞으십니까?”
“아, 예.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그쪽으로 다가가려고 하니까 죽일 듯이 노려보셔서.”
워낙 경찰 안의 주철수 따까리가 많기도 했고, 우리가 함부로 건들 수 없는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이라 일부러 더 그런 것 같네.
“이놈은 처음 보는 얼굴이고, 이건 8년 전에 성북에서 사람 찌르고 도망갔던 놈이네. 여기 있었구만?”
중얼거리며 쇠고랑을 찬 깡패들의 얼굴을 살피던 송태석 과장이 내가 끌고 온 깡패 수장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 주철수?!”
눈이 휘둥그레진 송태석이 나와 축 처져 있는 주철수를 번갈아 쳐다봤다.
내가 정말로 주철수를 잡을지는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긴가민가했나 보네.
“정말 이주혁 씨가 잡으신 겁니까?”
“예. 때려잡았습니다.”
“허……. 이놈을 혼자서 때려잡았단 말입니까? 주철수도 늙긴 늙었나 봅니다. 절대 바닥까지 내려올 것 같지 않은 인물이었는데.”
하지만 주철수는 바닥을 구르고 있지.
“차갑고 아늑한 방에 넣어 주시죠. 데리고 온 사람들 입단속은…….”
“믿을 만한 녀석들로 데려왔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요?”
주철수는 송태석 과장이 체포한 걸로 되어야 한다.
다른 집단이 개입했다는 정황은 있어도, 확실한 증거가 남아 있으면 곤란하거든.
이 건으로 송태석 과장의 입지를 높이고, 서장 자리까지 올라갈 계단을 만들어 준다.
그렇게 송태석이 서장이 되면, 나는 강남경찰서장이 될 송태석과 미래의 검찰총장이 될 서해결 검사를 내 편으로 둘 수 있게 되겠지.
깡패들은 날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할 거고, 나는 놈들을 때려잡고 바로 감방까지 직행시킬 수 있다.
“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서장이요?”
“예. 일단 상황이 급해서 추궁당하진 않았는데, 결국엔 들통날 겁니다.”
“그럼 뭐, 슬슬 보내 줘야죠.”
내 말에 송태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이내 경악으로 바뀌었다.
하긴, 내 일 처리를 몇 번 지켜봤으니 지금부터 무슨 짓을 할지 예상할 수 있겠네.
“박민구도 터뜨리실 겁니까?”
“그래야죠.”
“몇 주 사이에 강남서 서장만 두 명이 나가떨어지는 건 좀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어쩌겠어요? 그놈들이 평소에 나쁜 짓을 하고 다닌걸.”
비리가 있으면 터뜨리고, 잘못을 했으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법.
끄덕.
“과장님. 혹시 든든한 뒷배 좀 있으십니까? 서울경찰청 들어간 경찰대 선배라든가.”
“음……. 없진 않은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서장이 모가지가 날아가면, 차기 서장으로 유력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관례대로라면 서울청에서 총경급 이상 되는 사람이 오지 않겠습니까.”
보통은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그런데, 강남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형사과의 과장이 서울, 아니. 국내 최대 조직의 수장을 잡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설마…….”
“하셔야죠. 서장.”
순간 송태석의 눈빛이 흔들렸다 돌아왔다.
그래. 욕심이 날 거다. 전생에서도 실적 때문에 날 쪼아 대던 인간이니까.
그래도 이놈이 실적에는 미쳐 있어도 대놓고 나쁜 짓은 안 했기 때문에, 주철수나 정 상무처럼 보내 버리진 않을 거다.
당분간은 말이지.
“음?”
주철수는 어느새 깨어나 말없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과장님. 연행하시죠.”
“예. 주철수. 너를 2006년 1월 26일 오후 2시 3분, 살인 교사, 마약사범 등의 혐의로 체포한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네가 한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 알았어?”
“…….”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를 주철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줬다.
“나도 증인으로 진술할 거다. 취조실에서 다시 만나자고.”
주철수의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아, 그동안 묵은 체증이 싹 날아가는 기분이네.
증언은 열심히 해 줄게. 있는 거 없는 거 다 긁어모아서, 어떻게든 학교 오래 다닐 수 있도록 말이야.
“정의는 승리한다. 이 개새끼야.”
***
그 시각. 예식장 건너편의 건물에서 한 남자가 양팔에 경찰을 달고 끌려가는 주철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남자는 숙이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이건 의왼데.”
주철수가 여기서 당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생각하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여기서 자신이 고민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뚜르르-. 탁.
“선생님. 주철수가 체포됐습니다.”
-……어쩌다.
“꼴을 보니, 누군가와 싸운 뒤 패배한 것 같습니다.”
-놈인가?
“예. 걸린 시간과 상황을 보니…… 이주혁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방금 뒷문으로 빠져나간 걸 확인했습니다.”
선생이라 불린 이가 혼잣말인지 모를 소리로 중얼거렸다.
-역시, 놈이 ‘변수’인가…….
“…….”
-일단 두고 보지. 다른 건?
핸드폰을 든 남자는 주머니 속 점등된 신호기가 붉게 빛나는 걸 확인했다.
“주철수가 긴급 구출 요청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준비시킬까요?”
그 말에 선생이 고민하는 듯 잠시 침묵하더니, 결정을 내렸는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2번’은 폐기.
“예.”
-그리고 ‘4번’으로 진행해. 상황 보고는 1시간 간격으로.
“알겠습니다. 더 지시하실 사항은 있으십니까.”
-없다.
“그럼 보고 마치겠습니다.”
뚝.
전화가 끊겼다.
마스크를 내린 남자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의 입 주변에는 기다란 칼자국이 나 있었다.
“이주혁…….”
아무리 생각해도 제거하는 게 옳은 선택인데, 왜 그냥 두는 걸까.
잠깐 의아함을 가졌지만, 남자는 머릿속의 의문을 지웠다.
그리고 창틀에 놓인 무전기를 들어 채널을 맞췄다.
치직-.
“2번 취소. 복귀해.”
-……예. 알겠습니다.
2번. 혹시 주철수가 체포되는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 둔 미등록 차량을 이용해 경찰차에서 주철수를 빼내는 작전이다.
남자는 2번 작전에 투입된 인원을 복귀시킨 뒤, ‘4번’ 작전을 진행하기 위해 무전기의 채널을 변경했다.
칙.
“4번.”
-……예.
“바로 진행 가능하나?”
-가능합니다. 전달하겠습니다.
“진행해.”
-예.
남자는 지시를 마치고 무전기를 내려놓았다.
조금 전부터 옆쪽 창문 바깥에서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마스크를 올린 남자가 발걸음을 죽이고 창가를 향해 다가갔다.
“…….”
홱!
칼을 꺼내 들며 빠르게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
남자는 창문 아래쪽 외벽에서 로프에 매달려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어.”
외벽의 남자, 백기준이 씩 웃었다.
“X팔.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몰래 와 봤더만…… 여기 쥐새끼가 있었네?”
히죽거리는 백기준을 물끄러미 보던 남자가 칼을 들어 로프를 잘랐다.
“이, X발!”
그와 동시에 백기준이 아래로 쑥 떨어졌다.
“으아악!”
남자는 비명과 함께 사라진 백기준을 뒤로하고 짐을 챙겼다. 여기서 노출되면 좋을 게 전혀 없었다.
타닷-!
“젠장.”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 내려가던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딜 가려고. 이 새끼야.”
아래로 추락한 백기준이 멀쩡한 상태로 계단 아래에서 나타난 까닭이었다.
백기준은 남자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일단 잡아 놔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칼을 꺼내 들었다.
팅!
“너 뭐냐? 주철수 따까리냐?”
“…….”
마스크를 쓴 남자는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자세를 잡았다.
칼을 든 폼이 예사롭지 않은 게, 전문적으로 배운 것처럼 보였다.
미소를 짓던 백기준이 표정을 굳혔다.
‘X발……. 전력을 다해야 한다.’
자세를 잡고 있던 남자가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백기준은 반대 손으로 비장의 수를 꺼내며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족쳐서 고문실 의자에 앉힌다!’
***
경찰이 주철수를 사람들 몇 명이 앉아있는 유치장 안으로 밀어 넣었다.
“들어가.”
“윽.”
철컹.
유치장의 문이 닫혔다.
“X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갈비뼈와 팔이 욱신거렸다. 빨리 처치하지 않으면 불구가 될 수도 있을 만한 부상이었다.
하지만 이 상태인데도 쇠고랑을 채워 놓은 탓에,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재판 시작도 안 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주철수는 욕을 중얼거리며 빈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부러진 손가락이 눈에 밟혔다.
‘이주혁. 어디 특수부대 출신인 거냐.’
강남파에도 특수부대 출신 조직원이 있었다. 그런데 그놈은 수준이 완전히 달랐다.
어디 북파공작원이라도 되는 건지. 이제 와서 느끼는 거지만 이주혁의 전력을 끌어내지도 못한 것 같았다. 놈은 주철수와 달리 마지막까지 여유를 잃지 않았다.
“후.”
그래도 ‘선생’이라는 보험이 있다. 분명 주철수가 체포됐을 때에 대한 대책이 있을 터.
선생이 주철수는 계획의 핵심이라 끝까지 함께 한다고 했으니, 기다리고 있으면 알아서 최선의 상황을 만들어 줄 것이다.
착잡한 표정을 짓던 주철수가 뭔가 의아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
“…….”
유치장 안의 다섯 명이 모두 조용히 주철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전부 조직 생활을 하던 놈들인지, 눈빛에 살기가 담겨 있었다.
뭔가 이상한 기분에 인상을 구기며 노려보자, 모두 시선을 돌렸다.
‘별 같잖은 놈들이…….’
벽에 턱 기댄 주철수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방금 눈이 마주쳤던 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철수를 둘러싸고 있었다.
“뭐야?”
주철수가 벌떡 일어났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자신 말고 다른 사람들은 수갑이 없었다.
얼굴에 큰 흉터가 난 남자가 주철수를 보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무언가를 꺼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주철수! 죽어!”
“이런 X발…….”
그와 동시에, 주철수의 배로 날붙이가 파고들었다.
푹!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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