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45
144화
“끅…….”
베드로가 비명을 내지르며 허물어졌다.
쿵-!
놈의 커다란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부장님 상대로 좀 버틸 줄 알았는데, 이거 영 덩칫값을 못 하네.
부장님도 한 방에 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지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뒤를 돌아보니, 정 목사가 경악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씨익.
“으, 미친……!”
그리고 정면으로 시선을 돌리자, 미간에 주름이 잡힌 성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생각보다 낭패라는 표정은 아니었다.
왜지? 뭔가 믿는 구석이 또 있나?
의문은 제쳐두고, 일단 부장님을 보며 성자를 가리켰다.
“저 새끼부터 잡읍시다.”
“오케이.”
부장님이 성자를 붙잡기 위해 움직이던 그 순간.
“큭.”
“웃어?”
저 새끼가 실성했나.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자, 낄낄대던 성자가 음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크흐흐. 베드로가 그 정도로 당할 것 같나?”
“미친놈. 뭐라는 거야?”
“고작 그 정도로 사탄의 앞에서 쓰러질 겁니까!”
그 말과 함께.
꿈틀.
“……!”
바닥에 처박혀 있던 베드로의 머리가 들렸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맷집이길래 턱과 머리를 정통으로 두 방 맞고도 벌써 회복한 거야?
비틀대며 일어난 베드로가 퀭한 눈빛으로 성자를 돌아봤다.
“서, 성자님. 아, 아파요…….”
“형제님의 고통은 모두 저 마귀들 때문입니다! 저놈들을 죽이면 그 고통은 사라질 겁니다!”
“으아아!”
베드로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머리를 흔들더니, 쿵쿵대며 부장님을 향해 달려들었다.
후욱-!
덩치에 맞지 않는 속도로 놈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빠른데?”
그러나 상대는 그걸 맞을 사람이 아니었다.
부장님은 놈의 묵직한 주먹을 가볍게 피한 뒤, 안쪽 허벅지에 강한 로우킥을 갈겼다.
쩌억-!
소리만 들어도 인상이 찌푸려지는 광경이었지만, 놈은 다리를 붙잡고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부장님에게 태클을 날렸다.
양손을 뻗으며 부장님의 허리를 향해 덮쳐드는 놈. 저 손에 걸리면 나라도 치명상은 피하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턱!
몸을 낮춘 부장님이 놈의 어깨를 두 손으로 막았다.
끼익-!
부장님의 신발이 바닥과 마찰했다.
뒤로 1m 정도 밀려난 부장님이 히죽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런 걸 한두 번 상대해본 줄 아냐?”
“이야.”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아무리 태클의 상대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최소 150kg은 나갈 듯한 거인의 태클을 저리 쉽게 막는 건 정말…….
‘괴물 같은 인간이야.’
태클을 건 베드로도 자신이 막힐 줄은 몰랐는지 이를 악물며 버둥거렸다.
“이, 이익……!”
“야, 힘 하나는 네가 최고다!”
부장님은 슬슬 무게를 실은 힘이 부담스러웠는지, 몸을 낮추며 상체를 뒤로 확 젖혔다.
한쪽 발로 놈의 배를 받치고, 상대가 미는 힘을 이용해 그대로 뒤로 날려버렸다.
“우욱!”
그리고 넘어지던 부장님이 팔로 땅을 짚고, 그대로 튕겨서 다시 일어났다.
쿠웅-!
베드로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땅에 다시 한번 처박혔다.
내가 눈 깜짝할 새 일어난 일이었다.
“부장님. 허리 괜찮아요?”
“어우. 나도 삼십 줄이 넘어서 그런가, 영 뻐근하네.”
그런 거 치곤 너무 잘 싸우시는데.
다시 성자에게 시선을 던지자, 놈이 입술을 꽉 깨무는 게 보였다.
베드로 놈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만하지.’
어지간한 놈들은 저 거인을 이용해 다 묻어버렸을 거다.
그런데 부장님한테 이렇게 처참히 당하니…….
아, 아까 예언했던 올해의 재앙이 이거였나?
품을 뒤적거리던 성자가 작은 케이스 하나를 꺼냈다.
“이 X발……. 정 목사!”
구석에 빠져 있던 정 목사가 성자가 부름에 화들짝 놀랐다.
“왜, 왜!”
“성수를 쓸 거다. 그사이 튀자고.”
“뭐? 이 씨……. 알았다!”
성수? 그게 뭐지?
이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 미간을 찌푸리자, 성자가 땅에 엎어져서 신음하는 베드로에게 다급하게 다가갔다.
그리고 케이스를 열어 주사기를 꺼낸 뒤, 베드로의 목에 쿡 찔러 넣었다.
“설마!”
그걸 보던 부장님이 다급하게 달려갔다.
그리고 성자를 향해 그대로 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끄아악!”
쿵!
그 충격에 날아간 성자가 벽에 부딪혔다.
“서, 성자님?”
어느새 고개를 든 베드로가 멍한 눈으로 축 늘어진 성자를 바라봤다.
부장님은 놈을 보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
“저게 뭔데요?”
“저놈이 성수라고 한 저 주사. 아마 마약일 거다.”
“외국 애들이 쓰는 그거에요?”
“그런 것 같네.”
성자가 말한 성수의 정체는 마약이었다.
해외 용병들은 종종 전투 직전에 모르핀 같은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곤 한다.
부상의 고통에 대한 공포심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성자는 저 거인을 마약에 중독시켜서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럼, 좀 도와드려요?”
내 장난스러운 말에 부장님이 인상을 썼다.
“나 라세흠이야. 이 새꺄.”
“그럼 저놈이랑 성자는 믿고 맡기겠습니다?”
나는 열려 있는 뒤의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 목사가 그새 그리로 튄 건지, 아까 우리가 들어온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걸 확인한 부장님이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휙휙 저었다.
부장님의 시선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나는 베드로 놈에게만 꽂힌 상태였다.
“어, 그래. 넌 그쪽에 합류해라. 여긴 나 혼자 할 테니까. 끼어들면 죽는다.”
“알았어요. 빠져드릴 테니까 혼자 맛있게 드세요.”
저놈은 부장님이 알아서 처리하신다니, 그럼 난 정 목사나 슬슬 쫓아가 봐야겠다.
뭐, 정 목사 그놈은 우리 둘만 온 줄 알고 열심히 도망가는 것 같던데…….
나는 복도로 나가 품에서 무전기를 꺼냈다.
“아, 여긴 이주혁. 다들 문 잘 지키고 있냐?”
-여긴 배상훈. 뭐라도 있을 줄 알고 왔는데 하는 일이 문지기라 X같다. 오바.
-백기준. 이하 동문이다. 오바.
“다들 닥치시고, 1층으로 손님 한 명 가신다.”
-손님?
배상훈의 물음에 나는 씨익 웃으면서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어. 어디로 갈진 모르니까, 제대로 맞이해줘.”
우리 정 목사님. 그동안의 의리가 있으니, 특별 대접을 또 해드려야겠어.
***
이주혁이 방을 떠나고, 넓은 방에는 세 사람만이 남았다.
기절한 성자. 정신을 차린 베드로.
그리고 몸을 푸는 라세흠까지.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베드로가 라세흠을 보며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이제 안 아프다…….”
라세흠은 아까부터 느끼던 위화감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 살짝 모자란 놈인가?’
말투도 그렇고, 생각하는 게 성인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삼사십대는 되어 보이는 세숫대야랑은 너무 달랐다.
잠시 생각하던 라세흠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일단 눕히고 보자.’
탓!
놈이 반응하기 전에 달려든 라세흠이 베드로의 턱을 향해 발을 올려 찼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놈은 고개를 젖혀 라세흠의 발차기를 피했다.
라세흠은 당황하지 않고 이어서 몸을 띄운 뒤 회전했다.
그리고 베드로의 얼굴에 돌려차기를 꽂았다.
쾅-!
베드로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땅에 착지한 라세흠이 곧바로 이어 놈의 몸통을 연타했다.
퍼버벅!
그러나.
“으아!”
베드로는 그걸 맞고도 버텨내며 라세흠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씨…….”
아까 맞은 주사의 진통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 건지, 놈은 침을 질질 흘리며 다시 한번 태클을 날렸다.
‘이건 맞으면 위험하다!’
빠르게 판단한 라세흠이 수직으로 높이 점프했다.
이어 상대의 얼굴을 박차려던 순간.
덥석!
순식간에 움직인 베드로의 손이 라세흠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땅을 향해 내리꽂았다.
후웅-! 콰앙!
“큽!”
베드로가 다시 한번 라세흠을 번쩍 들어 올린 뒤, 다시 땅을 향해 내려쳤다.
“죽어……!”
“이 새끼가!”
이대로 한 번 더 당하면, 아무리 라세흠이라고 해도 부상을 입는다.
라세흠은 그대로 베드로의 팔을 단단히 붙잡은 채 몸을 비틀었다.
그러자 라세흠에게 잡혀 있던 팔도 꺾였다.
우득!
하지만 진통 효과 탓인지, 베드로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라세흠을 들어 올리려 했다.
하지만….
“어?”
“들릴 리가 없지, 새끼야. 관절을 박살 냈는데.”
아무리 통증이 없다 해도 같은 인간의 몸.
물리적으로 파괴해버리면 고통과 별개로 무력화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울상을 짓던 베드로가 표정을 구기며 땅에 내려온 라세흠에게 주먹을 날렸다.
후웅-!
엄청난 파괴력과 속도에, 라세흠은 이를 꽉 물며 상체를 틀었다.
라세흠은 주먹을 피하고 한 손으로는 소매, 한 손으로는 베드로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허릿심을 이용해 2m가 넘는 거구를 그대로 메쳐버렸다.
콰앙-!
단단한 바닥이 울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황소처럼 돌진만 하던 베드로도 눈을 찢어져라 뜨며 숨을 내뱉었다.
“크학!”
땅에 부딪히며 폐와 장기에 충격이 갔기 때문이다.
라세흠은 곧바로 붙잡고 있던 팔을 다리 사이에 끼우며 암바를 시전했다.
원래는 상대의 팔꿈치를 꺾어 고통을 줘 탭을 받아내는 그래플링 기술이지만, 상대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선 한 가지 용도로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약발 끝나면 많이 힘들 거다.”
콰직!
베드로의 왼쪽 팔꿈치가 가동 범위를 벗어났다.
“끄윽!!”
양쪽 팔이 모두 못 쓰게 된 베드로가 당황하며 바닥에서 버둥거렸다.
덩치가 워낙 커 두 다리로만은 자세를 바로잡기 힘든 탓이었다.
라세흠은 어떻게든 일어나려는 베드로의 뒤를 잡고, 그대로 팔을 목에 휘감았다.
무릎을 꿇고 있던 베드로가 악에 받친 소리를 내며 저항했다.
하지만 두 팔이 모두 망가진 상황에서 부장님의 조르기를 벗어날 순 없었다.
베드로의 눈이 점점 뒤집히고,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끄……으…….”
“좀 자라!”
꽈득.
라세흠이 팔에 힘을 더 주자, 붙잡고 있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베드로가 의식을 잃은 걸 확인한 부장님이 기술을 풀었다.
축 늘어진 베드로의 몸이 옆으로 쿵 쓰러졌다.
“후……. 질기다, 질겨.”
충격에 욱신거리는 근육을 주무르던 라세흠이 무언가를 눈치채고 굳었다.
쓰러져 있던 성자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뭐야. 그새 어디 갔어?”
성자 놈이 들어왔던 문이 열렸다면, 아무리 전투 중이라고 해도 라세흠이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다른 곳으로 도망갔는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성자가 있던 자리 주변을 살펴보니, 왠지 찬장이 수상했다.
직감이 가리키는 대로 허리를 숙여 찬장을 열어본 라세흠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허. 이 새끼 봐라.”
문 안쪽에는 찬장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었다.
성자는 라세흠과 베드로가 격전을 벌이는 사이 이쪽으로 몰래 몸을 빼낸 게 분명했다.
“술래잡기를 하자는 거지?”
라세흠은 큰 덩치를 구겨 찬장 안쪽에 집어넣었다.
“윽.”
안쪽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다닐 만한 높이는 되는 공간이었다.
게다가 어두운 통로는 얼마나 긴 건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주변을 살피던 라세흠이 땅을 박차고 달렸다.
‘무조건 잡는다!’
혹시, 만약에라도 성자를 놓치면 이주혁이 얼마나 갈굴진 뻔한 일이었다.
이건 교관으로서의 자존심이 달려있는 문제였다.
라세흠은 살기가 담긴 눈빛으로 속도를 더 높였다.
타닷-!
***
복도로 나오니, 정 목사는 이미 멀리 도망갔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 몸으로 잘도 튀네.”
사발 그놈도 발 하나는 빠르던데, 아무래도 사기꾼들은 다들 도주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만약 피해자들한테 잡히기라도 하면 그대로 뒈진 목숨이거든.
어디로 도망갔나 해 바닥을 살펴보니, 정 목사의 다급한 신발 자국이 바닥에 남아있었다.
선명하진 않았지만, 구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차피 팀원들이 알아서 못 빠져나가게 막아줄 테니까.
‘천천히 가볼까?’
난 정 목사가 이동한 방향으로 가볍게 뛰며 추적했다.
그러던 중.
“음?”
깨끗한 복도에 떨어진 수첩 하나를 발견했다.
올 땐 못 봤던 거니까, 아마 정 목사가 급하게 도망가다가 흘린 것 같은데.
스윽.
가까이 다가가 수첩을 주워 확인해 보니, 정 목사가 기도원 주소를 알려줄 때 꺼냈던 수첩과 똑같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난 지체하지 않고 수첩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발견한 건.
‘계좌?’
끝도 없이 나열된 수많은 계좌번호였다.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이렇게 많은 계좌를 수첩에 적어놨나 싶던 그때.
가장 아래쪽.
내 시선을 잡아끄는 글귀 하나가 있었다.
[매주 월요일 나눠서 송금]그 글귀를 본 나는 정 목사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진하게 미소 지었다.
씨익.
‘이거, 조만간 검사님 한 번 더 찾아봬야겠는데?’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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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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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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