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99
198화
“이번엔 홀수지. 짝수만 연속으로 세 번이 나왔으니까.”
탁.
라세흠은 칩을 홀수라 적인 베팅 구역에 올려 뒀다.
솔직히 이번엔 무조건 홀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양심적으로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그럼, 주사위 오픈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딜러가 주사위가 든 통을 들었다.
“가자! 가자-! 홀수!”
팟.
라세흠의 표정이 순식간에 실망으로 물들었다.
“2, 4입니다.”
“에이, X팔……. 4연속 짝수는 좀 아니지 않나…….”
딜러가 칩을 가져가는 걸 허망하게 쳐다보던 라세흠이 뒤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슬롯머신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쩝.”
라세흠은 자리에서 일어나 구경이나 할까 싶어 슬롯머신이 놓인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둘러싼 그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따라라란-!
“맙소사, 또 잭팟이야?”
“엄청난 행운아군.”
“10번 돌려서 3번이 잭팟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잭팟을 세 번이나 터뜨렸다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기계 앞에 앉은 사람을 확인했다.
와르르-.
“미친.”
아까 슬롯머신을 한다고 갔던 이주혁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쏟아진 칩을 웬 보따리 같은 데 쓸어 담고 있었다.
“땡큐. 땡큐.”
자신을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일어나던 이주혁이 라세흠을 발견했다.
“어, 뭐예요? 왜 벌써 일어나셨어요?”
“쯧. 별로 재미없더라.”
“그래요? 너무 단순했나?”
부장님한테 딱 어울리는 거였다는 말을 삼킨 이주혁은 묵직한 보따리를 마치 산타처럼 어깨에 멨다.
“야. 근데 어떻게 잭팟을 세 번이나 터뜨린 거야?”
“글쎄요. 솔직히 저도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운이 좋았죠.”
“부러운 새끼. 다른 게임도 할 거냐?”
“당연하죠. 카지노까지 왔는데 슬롯만 돌리고 가긴 좀 그렇잖아요?”
“그럼 뭐 하게?”
슥.
카지노 내부를 한번 둘러본 이주혁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저기 테이블에 앉은 파란 정장을 입은 배상훈이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저희도 홀덤이나 해 봅시다.”
* * *
툭.
패를 오픈한다.
툭.
공개된 내 패는 하트 7과 하트 6.
그리고 공유 카드의 하트 4, 5, 8을 합치면 스트레이트 플러시.
나의 승리다.
“축하드립니다.”
딜러의 선언에 옆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악! 미친 새끼! 이게 말이 돼?!”
고작 투 페어를 들고 베팅을 따라오던 배상훈이 지랄 발광을 했다.
“이 사기꾼 대표야! 너 여기 딜러 매수했지?”
“실력이다. 실력.”
나는 귀를 만지작대며 히죽 웃었다.
내 뒤에서 게임을 구경하던 부장님이 감탄하며 물었다.
“야. 근데 어떻게 딸 때 못 딸 때 다 구분하면서 들어가는 거냐? 신기하네.”
“그것도 실력이죠.”
애초부터 질 수가 없는 판이니 말이야. 가면남도 필리핀으로 넘어왔더라고.
그의 조작 덕분에 쏠쏠하게 벌고 있다.
우리가 신나서 떠들고 있자, 같은 테이블에 있던 외국인들이 곱지 못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봤다.
웬 동양인이 와서 자기네들 돈을 다 털어먹는 게 불만스러운 모양이었다.
히죽 미소를 지어 주자 녀석들이 고개를 돌렸다.
꼬우면 잘하던가.
드륵.
“슬슬 일어납시다.”
“어? 가게?”
“네. 재밌었네요.”
내 말에 배상훈이 맛탱이가 간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버, 벌써 간다고?”
“그래. 할 만큼 했잖아?”
“좀만 더 하자. 본전은 찾아야지!”
“됐고 일어나. 어차피 알아서 찾아올 테니까.”
“어?”
그렇게 환전소 쪽으로 움직이려던 때, 카지노 직원 하나가 다가와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저, 손님?”
“네?”
“즐거운 시간 보내셨습니까?”
“아, 예.”
내가 어리둥절한 듯 묻자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칩을 많이 따신 손님들을 위한 VIP룸이 안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거기로 안내해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거긴 뭐가 다릅니까?”
“네. 음료와 음식도 제공해 드리고, 칩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도 많습니다. 시간 괜찮으시면 한번 둘러보고 가시는 건 어떠십니까?”
언뜻 보면 제안처럼 들리지만, 직원 놈 뒤에는 덩치 둘이 서 있었다.
여기서 내가 보통 금액을 따 가는 게 아니니, 저쪽으로 끌어들여 먹은 만큼 뱉어 내게 만들 생각인 거다.
척 봐도 관광객처럼 보이는 내가 이대로 환전해서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카지노는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물론 카지노의 총수익에 비하면 새 발의 피겠지만.
‘외국인 상대로 하는 전형적인 수법이지.’
내가 돈 많은 부자나 권력자면 도박이나 마약에 중독시켜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게 할 거고, 별거 없는 개털이라면 적당히 빼먹다가 결탁한 범죄 조직을 이용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릴 수도 있다.
조사해 본 결과, 이 솔라 카지노를 운영하는 게 그 마테오라는 놈이었으니 말이야.
카지노도 하고 마약도 파는 놈이니, 당연히 저 VIP룸이란 곳에선 마약까지 제공할 게 분명하다.
듣기만 해도 온갖 불법적인 게 가득할 것 같은 제안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바로 갈 수 있는 건가요?”
“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우리 일행들도 같이 가도 될까요? 저만 가긴 조금 부담스럽네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야. 가자.”
내가 눈빛을 보내자 배상훈도 대충 눈치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갑시다.”
“네. 이쪽으로.”
나와 부장님, 배상훈은 직원을 따라 어딘가로 이동했다.
.
.
.
“여깁니까?”
“네. 마음껏 즐기시길.”
직원이 물러가고, 우리는 VIP룸이라 불리는 장소를 둘러봤다.
척 보기엔 아까 있었던 게임장과 비슷한 형태였다.
하지만 룰렛 같은 공용 기계는 보이지 않았고, 테이블에 앉아 딜러를 끼고 즐길 수 있는 게임들만 있었다.
그리고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원탁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샴페인을 마시는 게 보였다.
“흠.”
대충 확인해 보니 샴페인은 그냥 주는 것 같고, 시가나 담배도 원하면 받아 갈 수 있는 모양이었다.
“좋네. 샴페인이나 한잔할까요?”
내 말에 부장님이 조용히 물었다.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거야? 괜찮은 거 맞냐?”
“즐기다 보면 누가 찾아오겠죠.”
저벅.
샴페인이 놓인 곳으로 가 자연스럽게 한 병을 집어 들었다.
뻐엉-.
속이 뚫리는 소리와 함께 샴페인이 열렸다.
꼴꼴꼴.
“음. 맛있네.”
“나도 한잔만.”
배상훈도 다가와 샴페인을 쭉 마셨다.
나는 대충 게임판의 분위기를 살폈다.
‘판이 크네.’
확실히 VIP룸이라는 이름답게, 조금 전 있었던 바깥과는 달리 베팅 금액의 단위가 달랐다.
아까는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여긴 정말 돈이 많은 사람을 위한 장소라는 느낌.
그럼 나도 질 수는 없지.
“지금부터 둘은 구경만 해요.”
“뭐? 왜?”
“판을 키울 예정이거든요.”
“키운다고?”
“그리고, 그 키운 판에서 엄청나게 잃을 겁니다.”
부장님은 이해가 안 되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잃는다고? 얼마나.”
“글쎄요. 한 10억 정도는 잃어 줘야 저쪽에서 절 호구로 보겠죠?”
“10, 10억?”
씨익.
“총알은 많거든요. 아, 혹시 배고파도 음식은 먹지 마세요.”
“왜. 약 탔을까 봐?”
“가정이지만요.”
달달한 샴페인을 한잔 더 마시고 테이블로 향했다.
지금부터 나는 초심자의 행운에 혹해 판돈 높은 곳으로 넘어온 호구다.
“같이 해도 될까요?”
한 테이블에 다가가 묻자, 앉아 있던 외국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종목은 아까완 달리 카지노 테이블 포커.
쉽게 말해 딜러가 심판 격으로 있던 홀덤과는 달리, 이건 딜러와 여러 플레이어들이 각자 1대1을 하는 형식이다.
즉, 딜러가 이기면 그 돈은 그대로 카지노 쪽에 넘어가는 거다.
내가 가진 돈을 카지노에 털어 버리기 딱 좋은 게임이었다.
턱.
자리에 앉아 딜러가 건네는 카드를 받아 확인했다.
다이아몬드 3과 하트 2. 똥패였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꼬라박을 거니까.
“베팅하시겠습니까?”
딜러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첫판이니까 크게 가 볼까요?”
* * *
이주혁 일행을 안내한 카지노 직원, 톰은 고개를 저으며 한 남자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아까 슬롯머신에서 잭팟을 터뜨리던 남자. 그가 홀덤에서 엄청나게 따는 걸 보고 VIP룸으로 옮겨 줬다.
돈도 많고 게임도 곧잘 하는 것 같길래 데려온 건데, 막상 큰 판에 오니 상태가 영 이상해졌다.
“아, 젠장!”
또 잃었다. 이번엔 10만 불을 한번에.
사장님에게 도움이 되는 인물이면 올려보내려고 했는데, 지금 보니 바깥에 있는 호구들보다 못해 보였다.
‘쯧. 영 글렀나…….’
아무래도 정말 단순히 초심자의 행운이었던 모양이다.
‘그냥 작업이나 쳐야겠군.’
그래도 부자인 것 같으니, 도박과 약에 중독시켜 돈이나 털어먹어야겠다.
그리 생각한 톰은 이주혁에게 다가갔다.
이주혁은 톰을 보더니, 남은 칩을 확인하고 말했다.
“여기, 10만 불만 더 줘요.”
“손님. 게임이 잘 안 풀리시는 것 같은데, 잠시 휴식하시는 건 어떤가요?”
“휴식이라면, 무슨?”
내 물음에 이주혁 옆에 있던 남자가 말했다. 꼬박꼬박 카지노를 들리며 돈을 써 주는 호구 중 하나였다.
“뭐긴. 이거지, 이거.”
남자는 한쪽 코를 막으며 뭔가를 빨아들이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에 이주혁도 알아들었는지 톰을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코카?”
“네. 여기 계신 손님들도 각성 효과 때문에 다들 애용하십니다.”
그 말을 들은 이주혁의 표정이 묘해졌다.
“전 괜찮습니다. 그런 거에 기댈 순 없죠.”
“네. 그럼.”
그리고 한 시간 후.
“이런 젠장!”
쾅!
또 잃은 이주혁이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톰은 그걸 보며 상사를 호출했다.
벌써 저 남자가 잃은 돈이 벌써 50만 불이 넘어가고 있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남자의 광기를 멈춰야 했다.
결국 중간 관리직까지 이 일에 관한 연락이 닿았다.
마테오의 수족 중 하나, 필립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다가왔다.
“저 사람이야?”
“네. 맞습니다.”
“쯧. 일단 오늘은 돌려보내야겠네.”
저벅저벅 다가간 필립이 남자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리고 뭐라 말하기 시작했다.
잠시 지켜보던 그때,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울상이 된 표정으로 얼마 남지 않은 칩을 챙겨 환전소로 향했다.
톰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필립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되긴.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온대요?”
필립은 담배를 꺼내 물며 씩 웃었다.
“내일은 꼭 본전 되찾아서 가겠다네. 큭.”
“불가능한 일이네요.”
턱.
연기를 훅 내뿜은 필립이 톰의 어깨에 두드렸다.
“야. 근데 어떻게 저런 대형 호구를 낚아 왔냐?”
“그러게요. 솔직히 별 기대는 안 했는데, 운이 좋네요.”
톰은 축 처진 어깨로 나가는 남자와 그의 일행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저 남자는 운이 없었지만요.”
* * *
“운이 좋네.”
첫날부터 돈을 거하게 잃는 데 성공했다.
옆에서 따라오던 배상훈이 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운이 좋다고? 너 오늘 얼마나 잃었는지 아냐?”
“꽤 많이 잃긴 했지.”
“아까는 잘하더니, 막상 큰 판 가니까 다 빨리네. 내가 다 아깝다. 아까워.”
“나도 솔직히 그렇긴 해. 그래도 앞에서 많이 따 놨으니 엄청 손해는 아니다.”
“돈 많아서 좋겠다. 이젠 어떡할 거냐?”
“내일 다시 오랬으니 또 가야지.”
필립이랬나? 그놈이 아마 카지노의 중간 관리자인 것처럼 보이던데.
그놈이 움직일 만큼 주의를 끌었으니, 이제 슬슬 작업을 시작할 때가 됐다.
“또 가서 잃게?”
“글쎄다. 일단 카지노 안에 마약이 돈다는 걸 알았으니…….”
씨익.
“그게 들어오는 구멍부터 막아 버리자고.”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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