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중산무역.
겉으로는 평범한 무역회사를 가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삼합회 청도지부의 주요 사업체다.
중산무역은 회사 소유의 선박을 이용해 마약을 유통하며 조직 운영 자금을 벌어들였다.
그런 중산무역의 사장, 루성은 며칠째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젠장할! 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짓을……!”
중산무역이 그동안 저질러왔던 불법적인 행위들이 갑작스럽게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그 때문에 뒤를 봐주던 이들이 등을 돌렸고, 경찰도 점점 수사망을 좁혀 왔다.
이대로 마약 판매 및 유통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루성은 그대로 잡혀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이다.
“젠장. 젠장!”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는 전부 출처, 소속 없는 지라시일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구체적으로 중산무역의 범죄 사실이 유포된 이상 경찰도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노릇.
거기다 중산무역의 실체를 알고 아니꼬워하던 사람들은 이때다 싶어 약점을 물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나름 친하다고 할 수 있는 홍콩지부장, 장쉬안에게 연락해 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개자식, 감히 날 버려?’
실상은 그도 자신의 회사에 발생한 일을 해결해야 했기에 연락할 여유가 없던 것이지만, 이성이 반쯤 마비되기 직전인 루성은 그딴 거 알 바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르신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이런 일에 도움을 주실 분도 아닐뿐더러, 제대로 물린 터라 어떻게 손을 쓰기도 이미 늦은 상태다.
사실상 ‘중산무역’은 끝장났다는 의미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수익 모델 중 하나일 뿐인 중산무역이 끝장났다고 삼합회 청도지부까지 끝난 건 아니다.
어떻게든 살아날 구멍은 있지만, 이대로 자신만 안전하게 빠져나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삼합회는 실패자에게 관대한 곳이 아니니까.
루성은 지끈대는 머리를 굴린 끝에 사무실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조추성! 밖에 있나!”
“예. 지부장님.”
조추성이라 불린 강직한 인상의 남자에게 루성이 말했다.
“조추성. 넌 나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나?”
그 말에 조추성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지부장님.”
“지금 우리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예.”
“책임지고 자수해라. 네 가족은 내가 평생 책임져 주마.”
조추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이내 예상했다는 듯 체념한 얼굴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장부를 넘겨줄 테니, 네가 횡령을 저질렀다고 하면 된다.”
“그런데 지부장님. 그럼 마약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음?”
횡령이나 비리는 몰라도, 중국은 마약 관련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루성은 미소를 지으며 조추성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설마 내가 충성을 다하는 너를 죽게 놔둘까. 어차피 마약은 심증밖에 없으니 처벌을 받을 일은 없을 거다.”
“……예.”
루성 입장에서도 충직한 부하를 감방에 평생 처박을 생각은 없었다.
이 위기를 피해 가는 게 우선인지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뿐.
달칵.
루성에게 서류를 받아 든 조추성은 사무실을 나섰다.
그는 무섭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탁.
“제기랄…….”
조추성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감옥에서 몇 년 썩는 것까진 괜찮았다.
가족도 책임져 준다고 했고, 실제로 루성에게 충성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제 받은 한 가지 메시지 때문에 그의 갈등은 커져만 갔다.
‘대체 이놈은 누구냔 말이다!’
익명의 사람에게서 전송된 메시지의 내용은 간결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루성이 마약에 손댔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누군지도 모르고, 이 내용이 사실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으로 조추성은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자수했는데 이런 증거가 나오기라도 하면…… 난 끝장이다.’
청도지부가 다룬 마약은 양이 적지 않다.
그대로 총살당해도 할 말이 없단 소리다.
조추성의 생각엔 사형 따위 없었다.
자신이 죽으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된단 말인가.
그렇게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조추성에게 메시지 하나가 더 도착했다.
삐빅.
“……또 뭐야.”
조추성은 그 내용을 확인하곤 눈을 크게 치떴다.
[선택해. 마지막 기회다.]그 문구에 조추성은 바로 이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이대로 충성을 다해 감옥에 대신 간 뒤, 마약 혐의를 뒤집어쓰고 죽을지.
그게 싫다면…….
“…….”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린 조추성이 핸드폰을 들었다.
꾹. 꾹.
* * *
한편, 루성은 드디어 홍콩지부장 장쉬안과 연락이 닿았다.
“장 형!”
-자네도 당했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설마 장 형도?”
장쉬안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걸 들은 루성이 노발대발했다.
“대체 어떤 새끼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거요!”
-나야 모르지. 그런데…… 이쪽과 다르게 자네는 상황이 심각해 보이더군.
“그렇소. 장 형은 해결이 된 거요?”
-그리 심각하진 않아 어떻게든 수습했지.
잠시 고민하던 장쉬안이 말했다.
-이건 내 생각이네만…… 이번 일을 저지른 자들은 자네를 노리는 것 같네.
“나를 말이오? 면식도 없는 놈들이 날 왜 공격한단 거요?”
-자네에게 원한이 있는 게 아니면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지 않나?
“끄응…….”
루성은 자신에게 원한을 가졌을 만한 사람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마땅히 생각나는 이는 없었다.
생각나는 사람이 너무 많은 탓이었다.
“장 형. 무슨 방법이 없겠소? 이대로면 꼼짝없이 당할 것 같소.”
-으음. 그래도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면 빠져나갈 수 있지 않나?
“공안이 문제가 아뇨. 어르신의 신뢰가 문제지.”
-그것도 그렇군.
“나 좀 도와주시오.”
그 말에 장쉬안이 난감한 듯 침음성을 냈다.
-도와달라고 해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네.
“어떤 놈이 이런 짓을 꾸민 건지 찾아낼 거요. 장 형 회사도 당했다면, 그놈이 장 형도 노릴 수 있는 거 아니겠소?”
인정하긴 싫지만, 확실히 명운제약은 중산무역보다 급이 높다.
그러니 어떤 도움이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꺼낸 말이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나도 해 줄 수 있는 게 마땅치 않네.
“장 형.”
-일단 몸 사리고 있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잠잠하질 테니.
“……알겠소.”
루성은 속에 쌓이는 불만을 느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약 관련 문제는 없겠지?
“조사가 들어올 수도 있긴 한데, 일단 증거가 될 만한 건 다 폐기했소.”
-그래. 그 문제까지 터지면 수습은 불가능하니 조심하게.
“그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소.”
-계속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볼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말고.
탁.
통화를 종료한 루성은 이를 부득 갈았다.
“이 개자식. 내가 뒤를 얼마나 닦아 줬는데 이렇게 보답해?!”
루성은 분노에 차 책상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 던졌다.
쨍그랑!
“X발!”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물려던 루성이 멈칫했다.
그리고 이내 손아귀에 힘을 줘 담배를 뭉개 버렸다.
“다른 방법도 생각해 둬야겠어.”
조추성이 자수한다고 했으나, 그를 완전히 믿을 순 없었다.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감옥에 갇히는 건 자신이 될 테니까.
그러던 루성은 한 가지 묘수를 떠올렸다.
‘그래. 조추성을 굳이 살려 둘 필요가 있나?’
그가 살아 있으면 혹시라도 입을 열까 계속 불안할 것이다.
루성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조추성. 네 가족은 내가 확실하게 책임져 주마.’
* * *
“회장도 자네를 좋게 보더군.”
스가와라의 말에 미소가 지어졌다.
“선생을 처리하기도 했고, 당신 목숨도 구해 줬으니 당연한 거겠죠.”
“그렇지. 내가 적극적으로 자네를 옹호하기도 했으니.”
내 생각대로, 스가와라가 속한 스미요시카이는 나를 좋게 평가하는 것 같았다.
전대 회장을 암살 시도했던 놈을 내가 제거했다는 게 크게 작용했겠지.
거기다 현재 회장의 신임을 받는 스가와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적극적으로 돕기도 했다.
“스미요시카이는 나에 대한 공격을 명백한 적대적 행위라고 판단해 삼합회 청도지부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어떻게?”
“우선 정식으로 항의 문서를 보내겠지. 우리도 삼합회와 교류가 없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그쪽에게 보상을 요청할 거다.”
“보상이라.”
“물론 삼합회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정도로 말이지.”
“당연히 보상해 주지 않겠군.”
그럼 이쪽으로선 먼저 공격한 삼합회의 청도지부를 칠 명분이 생긴다.
정당한 복수가 된다는 소리다.
이걸 막았다간 큰 규모의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기에, 삼합회도 쉽사리 중재하지 못한다.
그리고 현재 청도지부의 사업체인 중산무역의 이미지는 나락을 달리는 중.
중산무역 사장의 수하에게도 약을 치고 있으니, 아마 조만간 반응이 오겠지.
씨익.
내 여론몰이에 당한 순간, 이미 그놈은 반쯤 망한 거나 다름없거든.
이제 상황이 아주 재미있게 돌아갈 거다.
나는 미소를 띤 채로 부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창 운동 중이었는지, 부장님이 살짝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 왜?
“해외 출장이 또 하나 잡혔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그 질문을 들은 부장님이 코웃음을 치며 되물었다.
-야. 내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라고 할 것 같냐?
“무조건 간다?”
-아니.
히죽.
-물어볼 걸 물어보라고. 인마.
* * *
그 시각, 야쿠자들의 본거지에 잡혀 있던 한 남자가 눈을 떴다.
“…….”
남자의 이름은 장룡.
삼합회 홍콩지부장 장쉬안의 양아들이자 오른팔이다.
지난번엔 좁은 곳에서 쫓긴 탓에 잡히고 말았지만, 지금은 방 안에 혼자 묶여있는 상황.
어떻게든 탈출한다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뿌득.
“크으……!”
로프로 묶인 손의 엄지 관절을 탈구시켜 손가락을 빼내고, 손목을 유연하게 꺾어서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뒤로 묶여 감각으로 더듬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꽤나 지체됐다.
“후…….”
상체를 풀어낸 장룡은 발목과 다리에 묶인 로프까지 벗겨 냈다.
뚝. 뚜둑.
장룡은 굳은 근육과 관절을 풀다가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갈비뼈 너덧 대가 부러지거나 금이 갔고, 손톱도 대부분 뽑혀 나갔다.
관절은 성한 데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빈민가에서 먹고 살던 시절부터 고통을 견디는 건 익숙했다.
그렇게 장룡은 걸레짝이 된 몸을 억지로 움직여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끼익-
다행히 지키는 사람의 실루엣은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나만 처리하면 되겠군.’
그리고 저 옆에 있는 창문을 통해 나가면 될 것이다.
스윽.
장룡은 기척을 숨기고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갑자기 바깥 문 쪽에 있던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
“나왔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적어도 그의 얼굴은 기억할 수 있었다.
“네놈은.”
그의 정체는 병원에서 장룡이 병실로 침입하는 걸 끝까지 틀어막았던 야쿠자, 유토였다.
“가만히 있었으면 목숨은 부지했을 텐데, 기어코 명을 재촉하는구나.”
장룡은 일본어를 할 줄 몰랐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다만 일전의 싸움에선 확실히 우위에 있던 이 남자를 빠르게 제압할 생각뿐이었다.
탓!
유토는 달려드는 장룡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날 아주 멍청이로 아는군.”
양손에 사시미를 뽑아 든 유토가 번개같이 칼을 휘둘렀다.
퍼퍽-!
그러자 장룡이 피를 뿜으며 뒤로 물러났다.
“크윽……!”
“그때 한번 이겼다고 만만하게 생각했나 본데…….”
척.
“그 꼴이 된 너한테까지 질 것 같나?”
후욱!
유토가 달려드는 걸 본 장룡이 반격을 위해 발차기를 날렸다.
‘탈출을 시도하면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셨지.’
유토는 이를 악물고 팔을 움직였다.
“흐읍!”
유토의 복수심을 담은 칼날이 장룡의 아킬레스건을 깊숙이 갈랐다.
붕- 촤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