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0
039화
인천항 세관을 통과한 컨테이너 트럭이 큰길로 나왔다.
난 그 차를 따라가며, 내 차로 모인 덩치와 돼지에게 물었다.
“컨테이너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쉽게 통과했다고?”
“예. 행님. 세관에 뇌물을 먹인 긴가……. 대충 쓱 훑어보드만, 바로 통과하던데예.”
그럴 리가 없는데.
새벽에 세관 공무원과 인천항 관계자들을 매수해서 밀수품을 가지고 오는 경우는 있어도 지금처럼 햇볕이 짱짱한 오후에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못 한다.
모든 공무원과 감시원들이 이 시간에 주둔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전부 뇌물을 먹일 수는 없으니까.
‘합법적으로 통과시킬 만한 상품이라…….’
뒤를 쫓으며 컨테이너 안에 뭐가 들어 있을지 궁금증이 솟았다.
주철수가 마음을 다잡고 갑자기 합법적인 물건을 들일 리는 없다.
그것도 애꾸가 된 한인석 변호사와 주철수의 심복인 마종석 이사까지 붙었었는데, 그럴 리가 있나.
게다가 여기에 서울 3대 세력 중 하나인 서울광목파까지 합류해 있다.
절대 작은 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 행님. 저 트럭, 저거 청과물점으로 들어가는데예.”
“…….”
“우리 헛물켠 거 아입니까? 과일 같은 거 수입한 거 아니라예?”
“아니. 절대 아니야.”
주철수가 머리에 총이라도 맞았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열대 과일을 수입해서 일반적인 도매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는 피도 눈물도 없는 그 인간은 절대 그럴 리 없다.
“덩치야. 돼지야. 너희들은 청과물점 주변을 돌아봐라. 저 컨테이너 안에서 뭘 꺼내는지. 그것만 확인하고 돌아와.”
“예. 알겠슴니더.”
둘이 차에서 내리고 청과물점 주변으로 달려갔다.
청과물점 주변으로 담이 쳐져 있지만, 볼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덩치는 주차된 차에 몰래 올라가 안을 들여다보았고, 돼지는 상가 옥상으로 올라가 그곳을 염탐했다.
그러고는 10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차로 돌아왔다.
“행님. 진짜로 우리 잘못 짚은 거 같은데예.”
“어? 왜?”
“과일을 수입했으예. 그……. 뭐더라. 몇 번 본적이 없어가 잘 기억이 안 나네. 돼지야. 저 과일 저거 뭐꼬?”
“니는 그것도 모리나? 아보카도 아이가. 아보카도.”
“!!”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눈이 화들짝 커졌다.
동시에, 핸들을 주먹으로 쾅! 하고 쳐 버렸다.
“젠장!”
“해, 행님. 와그랍니까?”
“X…… 발……. 마약이야.”
“예? 마약예? 아보카도가 마약입니꺼? 과일이 마약이었으예?”
당연히 아니지. 아보카도는 그냥 열대 과일이지.
“아보카도는 열대에서 자라는 과일이야. 문제는 그 안이지.”
“안이 와예?”
“원래 아보카도 안에는 동그란 씨앗이 있어. 씨앗이 있어야 하는 그 자리에 마약을 넣은 거야. 그리고 당당하게 청과물이라고 신고하고 밀수한 거지.”
“예? 그게 가능해예?”
“가능해. 충분히.”
본 적이 있는 밀수 방식이다.
마약의 천국인 콜롬비아나, 멕시코에서 하는 치밀한 방법.
아보카드 과육 안에 탁구공만 한 걸 집어넣고, 그 공안에 코카인 같은 마약을 숨겨 두는 거다.
‘이건 2010년대에나 들어오는 방식인데…….’
주철수, 이 개X끼는 마약이라는 달콤한 돈 덩어리를 놓치지 않았다.
마약 유통에도 손을 대고 있었고, 그건 2010년대에나 휘하 조직을 통해 이뤄졌다.
원래는 그래야 했는데…….
‘나 때문에 바뀌었어.’
내가 주철수가 가진 자산을 빨아먹고, 하는 사업마다 태클을 걸었기 때문에 미래가 바뀐 거다.
그 새끼가 원래 계획했던 건, 자신의 빵빵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고기 방패들을 영입해 서울을 접수하는 것.
그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자금력을 내가 갉아먹으니, 주철수는 다른 선택지를 고른 거다.
서울광목파와 손을 잡고 마약 유통에 기존 역사보다 빠른 5년 먼저 손을 댔다.
그것도 아보카도라는 열대 과일을 이용해 치밀하게.
만약, 저 컨테이너 가득 아보카도가 실려 있다고 가정하고, 그 안에 코카인이 채워졌다고 한다면, 엄청난 물량의 마약이 들어왔다고 봐야 한다.
최소 몇백 kg.
그 정도면, 2,000만 명이 동시에 투여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양이었다.
“행님. 그라면, 이제 우째야 됩니까? 갱찰에 연락할까예?”
“…….”
“행님. 와 말이 없슴니꺼? 갱찰한테 마약 저거 압수하라고 해야지예.”
“잠시만 있어 봐.”
시가로 따지면, 최소 5,000억이 넘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마약이다.
그 정도 규모를 밀수하는 데 경찰과 짝짜꿍하지 않았다는 보장이 있을까?
아니. 내 생각엔 분명 경찰도 관련되어 있다.
주철수는 주도면밀한 놈이다.
거기다, 한인석 변호사라는 빠꼼이와 마종석 이사라는 거물이 끼어들어 있다.
수많은 경우의 수에 대비해 뒀을 테고, 거기엔 경찰과 검찰이 개입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경찰에 신고해도 허위 신고로 출동도 안 할 거야.”
“예? 그게 무슨 말임니꺼? 우리나라가 얼마나 마약에 치를 떠는 나란데. 당연히 와 가꼬 저것들 다 잡아넣겠지예.”
“지도 마, 같은 생각임니더. 다른 건 몰라도 마약만큼은 한국에서 안 봐주잖아예. 와서 저놈들 다 처넣고, 마약도 회수해 갈 겁니더.”
덩치와 돼지가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나도 그러면 좋겠다.
너희들 생각처럼, 경찰이 나서서 처리해 주면 좋겠는데…….
“밑져야 본전이니까 해 보자.”
“……?”
“덩치야. 저 멀리 공중 전화 가서 여기 청과물점에서 마약을 수입하는 거 같다고 말해 봐. 자세하고 상세하게 말하고 최대한 차분히 말해라. 사투리는 쓰지 말고.”
“예. 알긋슴니더.”
“사투리 쓰지 말라니까.”
“아……. 네. 그렇게 하겠읍니다.”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알아듣기 힘든 통영 사투리를 쓰는 것보다는 낫겠지.
“가 봐.”
“예!”
덩치가 한 블록 너머에 있는 공중전화로 향했고,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를 이어 나갔다.
누가 신고를 하든 간에, 마약과 폭발물은 우선 출동하고 본다.
그게 경찰 매뉴얼이었다.
통화를 끝낸, 덩치가 급하게 달려오고는 내 차에 몸을 실었다.
“출동한다는데예.”
“그래?”
“예! 이럴 때는 정의의 대한민국 경찰을 믿어야지예. 안 그렇습니꺼?”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정의감에 투철한 경찰.
근데, 그 경찰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야.
자기 안위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같은 인간인 거지.
“…….”
한참이 지났다.
10분이 넘어가고, 20분이 넘어 가는데도 경찰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와 안 오지? 분명히 온다 캤는데.”
역시 이럴 줄 알았다.
신고를 받은 담당관은 출동을 지시했을 것이고, 대량 마약 유통 건이라 상부에 보고가 갔을 거다.
그때, 뇌물을 받은 누군가가 움직였겠지.
허위 신고라고,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고.
괜히 청과물점이나 뒤지지 말고 순찰이나 한 바퀴 더 돌라면서 말이다.
상하관계가 확실한 조직이 경찰이다.
상부에서 출동하지 말라고 하는데, 투철한 정의감으로 청과물점을 쳐들어올 경찰은 없다.
이런 정황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아따마. 너무 안 오네. 제가 한 번 더 전화하고 올께예.”
“아니야. 안 올 거야. 몇 번을 신고해도 절대 안 와.”
주철수가 미리 손을 써 뒀으니, 올 일은 없다.
이제 공권력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가 움직여야겠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
SA시큐리티가.
난 곧장 핸드폰을 들었다.
“부장님. 긴급 상황입니다.”
-긴급?
“네. 주철수가 마약을 밀수했어요. 이거, 우리가 처리해야 합니다.”
-뭐? 마약? 하! 이 미친 새끼들이 사람들 인생을 몇 명이나 조지려고 그딴 걸 밀수해. 어디야?
“가락시장 근처에 있는 청과물점입니다.”
-알겠다. 애들 전부 데리고 갈게.
“예!”
치밀한 작전을 세우고 할 여유가 없다.
저 마약은 절대 유통되어서는 안 된다.
라세흠 부장의 말대로 저게 유통되는 순간,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끊을 수 없는 중독의 길을 걷게 되는 거다.
한국이 마약으로 물든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덩치야. 돼지야.”
“예! 행님.”
“너희들은 택시 하나 잡아타고 저기서 나오는 트럭 있으면, 바로 쫓아가라. 단 한 상자라도 유통되면, 그땐 돌이킬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니까 쫓아가서 막아.”
“알겠슴니더! 몸으로라도 막을게예.”
“그래.”
보통은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일반적인 사안이 아닌지라, 덩치와 돼지가 어떤 방식으로든 막아 내야 한다.
“어? 벌써 한 대 나오는데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보카도 상자를 실은 트럭 한 대가 밖으로 나왔다.
덩치가 거칠게 문을 열고 나가며, 나를 바라봤다.
“연락하긋슴니더.”
덩치가 나가고, 돼지도 밖으로 향했다.
“전 미리 택시 잡고 대기하고 있을게예.”
“그래. 부탁한다.”
“부탁이 뭡니까? 행님. 당연히 해야지예. 저도 연락드리긋습니더.”
둘이 밖으로 나가고, 난 핸들을 꽉 잡았다.
‘이번엔 힘들 수도 있겠어.’
저 청과물점 안에 조폭들이 진을 치고 있을 거다.
이번만큼 중요한 거래는 한 치의 실수도 있으면, 안 되기에 조직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모여있을 게 뻔했다.
라세흠 부장과 나를 포함해 15명.
우리가 인간 병기 수준이지만, 물량에는 장사 없다고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건…….
‘마종석 이사.’
잔챙이들이야 어찌어찌해 보겠지만, 마종석 이사는 급이 다르다.
외국 용병 출신인 그놈은 우리처럼 프로고, 그가 데리고 있는 조직원들도 같이 일하던 용병으로 알고 있다.
우리와 동급으로 쳐야 하는 놈들이 최소 5명 이상 있다는 말이다.
‘제기랄…….’
우리 측에서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
그만큼 마종석 이사가 이끄는 조직원들은 급이 달랐다.
우리도 괴물이지만, 저쪽에도 괴물이 있다.
그뿐 아니라, 엄청난 쪽수까지.
만약, 거기다 총기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우리의 필패다.
라세흠 부장과 직원들이 아무리 괴물 같은 무력을 자랑해도 용병이 쏘는 총알을 피할 수는 없었다.
“X발!”
연달아서 핸들을 쳐 댔다.
반드시 막아야 하는 마약 유통이다.
하지만, 그걸 막다가 자칫하면 우리 측에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상황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다.
“이대로 막무가내로 쳐들어가야 하나?”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더 냉정해져야 한다.
“머리를 써야 해. 머리를…….”
이대로 무고한 희생을 만들 수는 없다.
생각하자.
분노에 잠식되지 말고, 머리를 차갑게 하자.
저놈들에게 피해를 주고, 우리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해서…….
“어?”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목적만 이루면 되잖아?’
지금 나의 목적은 저 안에 있는 조폭들과 마종석 이사의 일망타진이 아니다.
마약 유통을 막는 것.
아보카도 안에 들어있는 마약이 전국으로 빠져나가는 걸 원천 봉쇄하는 거다.
그 목적만 이루면 된다.
난 곧장, 핸드폰을 들었다.
“부장님.”
-지금 가고 있다. 5분 안에 도착한다.
“아니요. 급하게 올 필요 없습니다.”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대신, 제가 말하는 것 좀 준비해서 와 주십시오.”
-……뭔데?
“화염병요.”
-화염병? 데모할 때 쓰는 그거?
“네. 최대한 많이 만들어 주세요. 불바다를 만들 정도로요.”
-!!
“전 여길 완전히 불태워 버릴 겁니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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