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8
007화
월요일. ‘메디슨 포스터’의 그래프는 다시 상한가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전과는 좀 다르다.
이때까지는 시작하자마자 상한가를 기록해서 거래량 하나 없이 꼭짓점에서 놀았었는데, 오늘은 한두 번씩 상한가가 풀린다.
“정리하자.”
주식이라는 건, 욕심의 산물이다.
상한가가 풀리고 거래가 발생한다는 말은, 그 욕심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는 말이다.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다.
모 아니면 도 같은 위험한 도전을 할 만큼 난 어리석지 않으니까.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HTS에서 경쾌한 소리가 울리고 내 계좌를 확인했다.
방금 정리한 20,000주로 16억 2,000만 원을 벌었고, 지난 시간 외 거래에서 6억 9,000만 원을 벌었다.
그리고 원래 가지고 있던 시드머니까지 합하면…….
‘29억 1,000만 원.’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현금이 2억이었다.
여기저기 대출을 받아서 6억까지 만든 건 빼고, 단순히 내가 가지고 있던 현금을 기준으로 하면 15배에 가까운 수익을 만들어 냈다.
“하……!”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라니.
작전주 작업할 때는 대주주들 섭외하고 증권사, 브로커 등 여러 놈들한테 밑밥을 뿌린 후, 갖가지 방법으로 상한가를 만들어 냈었다.
작전이 틀어지지 않게 매일 작전주와 관련된 인간들을 감시했었고.
그런 수고에 비하면, 이번 수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과도 같았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게, 이렇게 큰 힘이구나.’
아버지가 왜 못다 이룬 걸 이루고 돌아오라고 한 건지 알 거 같다.
내겐 미래를 알고 있다는 엄청난 힘이 있다.
이 힘을 활용하면, 엄청난 격차가 있는 주철수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이루지 못한 것. 그걸 해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일반인이라면 허공에 하이파이브라도 날릴 정도로 많이 벌었지만, 이거론 턱도 없다.
나이트클럽을 고작 30억 정도에 매입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나이트클럽을 인수하고 나서도 문제다.
내부를 클럽으로 개조해야 하고 홍대에 유명한 DJ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
그리고 물주들에게 어필할 확실한 게 필요하다.
소위 말하는 수질.
남자는 아름다운 여성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아무리 강남 청담동에 잘 나가는 클럽을 만든다고 해도 이쁜 여자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물주들이 돈을 푸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이게 밤 문화의 기본 생리였다.
이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음…….”
소파에 기대며 생각에 잠겼다.
최소 100억은 있어야 나이트클럽을 인수하고 클럽으로 변모할 수 있을 텐데…….
‘메디슨 포스터’라는 확실한 방법은 이미 한 번 써먹었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뭐가 있을까?”
떠오르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이건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상한가와는 정반대되는 방법이라 수익에 한계가 있는 거였다.
“그래도 이 방법이 확실하긴 해.”
고민은 또 다른 고민을 낳는다.
괜히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대차 거래’라는 100%의 확실한 방법으로.
***
“어서 오세……. 어? 그 새끼네. 혀 짧은 새끼?”
‘영광대출’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건들거리는 김 군이라는 놈이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3억을 빌린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
이자까지 쳐서 갚아 주려고 난 이곳에 왔다.
“비켜.”
캐리어를 끌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김 군이란 새끼는 여전히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보다.
“어이. 씹새야. 말 좀 길게 하자. 어?”
후……. 성실한 채무자한테 시비를 걸어오네.
어차피 기선 제압이 필요한 상황이니…….
너 좀 맞자.
퍽!
명치에 주먹을 꽂았다.
김 군이 허리를 반으로 접고는 고통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지, 헉헉! 대며 명치를 부여잡았다.
난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뺨을 때렸다.
짝!
“내가.”
짝!
“돈 갚으러 왔는데.”
짝!
“욕을.”
짝! 짝! 짝!
“들어야겠냐?!”
얼굴이 팅팅 부을 정도로 뺨을 갈겼다.
코와 입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소리를 듣고 사장과 경리가 황급히 뛰어나왔다.
“뭐야! 이 새끼야!”
고함을 치는 사장에게 눈을 흘겼다.
“돈 갚으러 왔는데, 여기저기서 새끼라고 하네. 하……. 야! 나 그냥 가?”
그렇게 말하며 캐리어를 툭툭 쳤다.
“3억 3,000만 원. 한 달 안에 10프로 이자까지 챙겨 오는 채무자는 나밖에 없지 않아?”
“…….”
“좀 앉을게.”
응접 소파에 앉아 경리를 쳐다봤다.
“손님 왔으면, 커피 정도는 내주죠.”
“네? 아……. 네.”
다리를 꼬며 여유롭게 앉아 있으니, 사장이 맞은 편에 와서 앉았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런 표정 좀 짓지 마. 너까지 맞고 싶은 거 아니라면.
“이자까지 쳐서 현금으로 가져왔다.”
“하! 이 새끼 봐라. 그냥 재밌는 새끼가 아니라, 희한한 새끼네.”
그래. 너한테는 희한해 보이겠지.
나도 사채 판에서 놀 때, 이런 놈은 한 번도 못 봤거든.
다들 날짜를 어기거나, 제때 못 갚아서 사정사정하는 것만 봤지.
“나 네 새끼 아니니까. 그딴 소리는 적당히 하고. 계약서나 가져와.”
“야…….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주둥이 제대로 안 놀릴래?”
반말로 나가자 기분 나쁜가 보구나.
음……. 그럼, 더 기분 나쁘게 해 줄게.
짝!
난 사장의 뺨을 후려갈겼다.
동시에 경리에 내온 커피도 얼굴에 들이부어 버렸다.
“아악!”
고온에 찐하게 타셨구만.
뜨거운 커피가 얼굴을 적시자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장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혹독하게 하냐면…….
“내가 너희 사채하는 새끼들을 너무 잘 알아서 도저히 존대를 못 하겠다. 저번엔 아쉬운 마음에 했지만, 지금은 안 되겠어.”
“으윽.”
“고리를 200%, 300% 해 먹으면 일반 서민들이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냐? 돈 못 갚으면 직장가서 깽판 부리고 집에 가서 들이 눕고 괜히 시비 걸어서 쥐어패고. 결국, 재산이란 재산은 다 털어 가야 끝나는 거잖아?”
“으……. 으…….”
“빌리는 놈도 잘한 건 아니지만, 빌려 주는 새끼가 개새끼라 걔네를 욕할 수가 없네.”
“이……. 썅!”
사장 놈이 화가 많이 났나 보다.
품 안에 있던 칼을 꺼내서 나를 찌르려 어깨를 당겼다.
야. 우리 중간에 있는 테이블 안 보이니?
팍!
테이블을 밀어 버리며 사장의 정강이를 작살 냈다.
“끄아악!”
이제 얼굴은 안 아프지? 정강이가 더 아플 거야.
나도 맞아 봐서 아는데, 거기만큼 아픈 곳이 몇 없거든.
난 그의 칼을 뺏어서 휙휙 돌렸다.
“사시미네. 너 건달 생활 오래 했구나.”
보통 작은 나이프로 위협하는 정도로만 들고 다니는데, 이놈은 달랐다.
잘 벼려진 사시미칼이 번뜩이고 있었다.
“게다가 칼 쓰는 데 주저하지도 않고 바로 찌르려는 거보니까,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네.”
“너……. 뭐야?”
“뭐긴, 채무자지. 돈 갚으러 온 채무자.”
“…….”
“너 어디서 생활하다 왔냐?”
“…….”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사장 놈이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음……. 이거 오랜만에 하는 건데, 잘 될지 모르겠네.
난 놈의 손을 가져와 테이블에 올렸다.
그러고는 칼을 들어 손가락 사이의 공간을 반복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나이프 게임이라는 건데, 학교 다닐 때 볼펜으로 자주 했었다.
바뀐 거라곤 볼펜이 사시미칼로 바뀌었다는 거지.
“뭐, 뭐 하는…….”
“가만히 있어라. 손가락 잘린다.”
“……야!”
왜 소리를 치고 그래? 사람 놀라게.
“악!”
중지의 살갗이 베였다.
네 잘못이다. 난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
“……남서방파.”
“어디?”
“남서방파 행동대장 밑에 있었어. 이거 좀 그만해!”
남서방파라…….
서울 남쪽에 자리 잡은 조직이었다.
주철수의 강남파 아래로 흡수된 조직.
‘조직이 흡수되면서 나온 놈이네.’
조직의 대가리가 다른 조직 밑으로 들어가면, 당연히 그 조직은 사라진다.
그때, 생활하던 건달들은 두 가지 선택지를 강요받는다.
적당한 퇴직금을 받고 조직을 나오든지, 아니면 흡수한 조직에 들어가 건달 생활을 이어가든지.
영광대출 사장은 전자에 속했다.
“왜? 주철수 밑에서는 일 못 할 거 같아서 나왔어?”
“?!”
“눈 크게 뜨지 마. 놀랄 일도 아니잖아. 주철수가 강남 바닥 꽉 잡고 있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너……. 뭐야? 경찰이야?”
“훗. 경찰? 경찰이면 이렇게 하겠냐?”
경찰이었지. 한 번도 경찰 대우는 받아 본 적이 없지만.
뭐, 아무튼.
“말해 봐. 왜 나왔는지? 주철수 밑에서 어깨 힘주고 다니는 게 더 간지날 거 아냐? 밑에 딸린 식구들한테 대우받으면서 살면 될 걸, 왜 나와서 힘들게 사채 놀이나 하고 있어?”
“주 회장님은…….”
“……?”
“……두렵다.”
조폭 생활도 제법 한 놈이 두렵다는 말을 꺼낸다.
주철수가 그런 인간이었다.
같은 조폭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악마와도 같은 인간.
좋게 말하면 카리스마가 있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사리사욕을 위해 뭐든지 하는 개새끼다.
난 고개를 꺾으며 사장 놈에게 말했다.
“이 생활 이제 끝내고 싶지 않아?”
“……뭐?”
“내가 끝내게 해 줄게. 마지막으로 한탕 할 수 있게 해 줄 테니까 끝내라고.”
“그게 무슨…….”
난 ‘메디슨 포스터’를 대차 거래할 거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쉽게 말해서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한다는 말이다.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미래는 황운석 박사 줄기세포주가 붐을 일으키고, 반대로 줄기세포 논문이 사기로 결론 나면서 주가가 바닥을 친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메디슨 포스터’의 하락은 예정되어 있다는 말이다.
줄기세포주를 대표하는 ‘메디슨 포스터’는 황운석 박사의 악재를 피해 갈 수 없으니까.
‘메디슨 포스터’의 하락은 확정이다.
그럼, 공매도로 이득을 보는 루트를 사용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할 수 없으니, 똑같은 방식으로 사용되는 대차 거래를 이용할 생각이다.
공매도처럼 대차 거래도 주식의 가격이 내려가면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었다.
10,000원짜리 주식이 5,000원이 되면 50%의 수익을 가진다.
1,000원이 되면 9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상한가를 연속으로 맞으며 500%의 수익을 얻은 것과는 달리, 수익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난 그 자금을 이 사장 놈에게서 빌려 오려 한다.
일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적당한 이윤을 떼 주고 아예 이 바닥을 떠나게 만들 생각이다.
나쁜 놈들은 한 놈이라도 빨리 없어지는 게 좋으니 말이다.
난 씨익 웃으며 사장 놈을 바라봤다.
“너 얼마나 있냐?”
자. 이제 통장을 털어 볼 시간이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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