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305
306 ? 괴력난신 #6
“그 검은 바다라는 게 대체 뭔데?”
내 물음에 에어리올이 주변을 슥슥 살폈다. 그리고는 마치 이걸 말해도 되나 안 되나 고민하는 듯하다가 결국 천천히 입을 연다.
“괴물 뱀의 둥지야.”
“괴물 뱀의 둥지?”
“쉿! 목소리가 너무 커! 이, 이 근방에 있을 수도 있다고! 자기 얘기를 하는 줄 알면 나올 수도 있단 말이야!”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둘러보는 에어리올에 나도 하는 수 없이 목소리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귀신 얘기를 하면 귀신이 주변에서 엿듣고 있고, 뱀 얘기를 하면 뱀이 나온다는 건 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미신 같은 것이니까, 이 녀석의 과민반응이 이해가 가긴 한다.
“그래서 그 괴물 뱀의 둥지라는 게 뭔데?”
“몇 년 전이었어.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에, 괴물 바다뱀이 이 인근의 바다 동굴에 둥지를 지은 거야.”
바다뱀인가.
“그런데 문제는, 녀석이 뿜어내는 독기가 너무 강해서 그 동굴 근처의 바다가 아무도 다가갈 수 없을 정도라는 거지! 예쁜 바닷물이 검게 물들 정도라니까?”
나는 바다에 사는 뱀을 떠올려 봤다.
다큐멘터리를 종종 봤던 나는 바다에 코브라보다 10배 이상 강력한 독을 지닌 뱀들이 산다는 걸 들은 바가 있다. 모든 종류의 바다뱀이 치명적인 독을 지니고 있다고 했었던가?
하지만, 이 주술과 마법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괴물 바다뱀이라고 불릴 정도면 보통 녀석은 아닐 게 분명했다. 다이맥스 바다뱀인가.
존나게 커다란 바다 뱀. 아니, 구렁이.
존나 큰 바다 구렁이이가 동굴에 몸을 웅크린 채 주변을 전부 뱀술로 물들이고 있는 장면을 떠올려 본다. 오우, 스벌. 끔찍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라 곧 그만 두고 만다.
과연 그런 녀석이 동굴에 터를 잡고 살고 있으면 강력한 독기 때문에 바다가 검게 물 들어도 이상하지 않겠지.
그때 내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패러노이가 한 마디 했다.
“핫산 님, 어쩌면 대예언자라는 녀석이 말했던 예언이 바로 이걸 뜻하는 것인 모양입니닷…! 바다뱀을 쓰러트려서 바닷물을 정화하는 것입니닷…!”
패러노이가 말한 것 치고는 상당히 정답에 근접해 있는 느낌이었다. 나 역시 그것 외에 다른 가정 같은 것은 생각나는 게 없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그런 우리 이야기에 에어리올은 코웃음을 쳤다.
“그 녀석을 쓰러트려? 불가능한 이야기야. 우리 트리탄님께서도 녀석이 있는 동굴을 바위로 봉인하는 것에 그쳤단 말이야.”
“그게 진짜냐?”
“그래! 대양의 용자인 트리탄님도 고전을 면치 못한 상대인데, 너희가 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흠-.”
나는 잠깐 고민에 잠겼다. 트리탄이라는 녀석은 바다의 절대자인 넵튠의 외아들이다.
괴력난신이라는 멋진 칭호도 있고, 30명 가까이 되는 하렘 멤버도 지니고 있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상당히 강하고 포악한 녀석일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녀석이 겨우 동굴 입구를 바위로 막는 것으로 끝났다니. 그렇다면 바다 구렁이의 위험도가 얼마나 높다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한참 바다 구렁이의 위험도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에어리올이 몇 마디 이었다.
“녀석의 맹독은 바닷물을 검게 만들 정도야! 트리탄님 조차 독기에 비틀거리셨을 정도라고! 정말 엄청나게 강한 상대라니까!”
그에 패러노이가 답한다.
“겨우 독에 당하다니, 트리탄이 별거 아닌 녀석인 거 아닙니까…? 우리 핫산 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바시키르 꿀벌들에게 온몸이 뒤덮여도 눈 하나 깜짝하시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분이신 것입니닷…!”
“바시키르 꿀벌이라면 케레스 여신의 심부름꾼들을 말하는 거야?”
“그렇습니닷…!”
“거짓말, 그놈들 벌침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는 바다 아래까지 소문이 나 있어! 그 녀석들에게 쏘이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게 말이 돼? 지느러미 없는 녀석들은 허풍이 심하다니까!”
“거짓말이 아닙니닷…! 핫산 님은 트리탄 같은 망나니보다 굉장한 분인 것입니닷…! 그리고 그 오른팔인 저 패러노이 역시 굉장합니닷…!”
님프 두 녀석이 시끄럽게 싸우기 시작해서 나는 정신이 없어졌다.
이대로 님프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댄다면 정말 괴물 뱀인지 뭔지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것 같아서 나는 짝-하고 박수를 쳐 주의를 끌었다.
“자, 아무튼 에어리올. 너한테는 계획이 있다고 했잖아. 바다를 푸르게 만들 계획. 아직 그게 뭔지 얘기 안했는데 말이야.”
“아, 맞다. 그래, 아무튼 검은 바다는 우리 인어들과 트리탄 님께 있어서 큰 골칫거리야. 지금은 동굴 주변 해수만을 검게 물 들였지만, 그 영역이 퍼져가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까!”
“그래서?”
“그래서 나는 계획을 세웠어! 바다를 푸르게 만드는 거지!”
“아니, 그 방법이 뭐냐고.”
“몰라! 이제부터 알아 봐야지! 아무튼 성공만 하면 트리탄님 역시 날 다시 보시게 될 거야! 아무튼 이게 내 계획이야!”
아니, 스벌. 저걸 계획이라고 볼 수가 있을까? 내가 이걸 뭐 어떻게 말해줘야 하지 싶었을 때 패러노이가 흐흐-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이 녀석, 계획도 없이 큰 소리만 떠들어대는 것입니닷…! 역시 바다의 님프들은 다 바보들입니닷…! 물고기보다 멍청한 것입니닷…! 트리탄이라는 녀석도 멍청할 게 분명합니닷…!”
“뭐라고!? 이, 이게! 나보다 더 멍청하게 생긴 주제에! 트리탄 님을 모욕하지 마!”
*
*
*
저녁이 되어서 우리는 숙소로 잡은 여관에 모였다.
루나도 엘프리데도 모두 피곤에 찬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온 종일 도시를 돌아다니느라 힘이 든 모양이다.
내가 물었다.
“뭐 알아낸 건 있어?”
“아니, 딱히 없었어. 핫산은?”
“우리는 좀 알아낸 게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은데 말이야.”
나는 주머니에서 손톱만큼 작고 딱딱한 무언가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것을 바라보는 루나와 엘프리데의 눈이 큼지막하게 커졌다.
“와! 눈물 진주잖아? 이거 엄청 구하기 힘든 건데! 어디서 났어?”
루나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물방울 모양의 작은 진주를 올려놓고 이리저리 흔들어 봤다.
그에 나는 아까 전 패러노이와 우리가 해변가에서 괴상한 인어를 만났다는 점과, 인어에게 들었던 바다뱀에 대한 이야기를 대강 적으로 해 주었다.
“트리탄과 바다뱀이라-.”
내 설명을 들은 히폴리테가 계속되었던 침묵을 깨고 작게 침음을 했다.
히폴리테의 손에 들려 빙글빙글 흔들어지는 나뭇잔 안에 흑갈색 보리주가 자그마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모습이 제법 흉흉하게 보인다.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거짓말은 아닌 것 같던데요.”
“하긴, 나도 근처를 탐문하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근방의 어부들에게서 기형적인 물고기가 계속해서 잡혀 걱정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었지. 독기로 오염된 바다 때문이었나. 아무튼 상당히 큰 수확이군.”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쉬이 알아냈을 정도의 정보면 다른 녀석들 또한 알아차렸을 게 분명하다.”
히폴리테의 말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우리가 쉽게 알아냈을 정도의 정보라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는 다른 녀석들 또한 우리가 알아낸 것을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이렇게 여유롭게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누군가는 예언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그에 조바심을 느꼈는지 루나가 말했다.
“그럼 우리도 지금부터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이렇게 여유롭게 있어서 되나? 다른 녀석들이 공적을 빼앗아 가면 어떻게 해!”
다만 히폴리테는 후흐-하고 작게 웃을 뿐이다.
“조급해 할 거 하나 없다. 트리탄이 상대하기 어려워 동굴 입구를 바위로 막는 것에 그쳤다하지 않았나.”
“그게 무슨 상관인데!”
“트리탄이라면 나 역시 종종 들어본 바가 있는 강자. 그 녀석이 쓰러트리는 것을 포기했을 정도면 다른 녀석들에게도 그리 쉽게 토벌 당하진 않을 거다.”
“흐음-.”
히폴리테는 그렇게 말했지만 루나는 납득할 수 없는 것처럼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길 따름이다.
“그래도 날고 기는 녀석들이 다 모였을 텐데. 이렇게 여유롭게 있다가는 결국 빼앗기게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나는.”
“너무 섣불리 움직이는 것도 좋지 않다. 위험한 일이 될 테니까.”
의견이 좀처럼 하나로 모이질 않았다.
각기 생각과 개성들이 유별나서 서로를 설득하고 의견을 모으는 게 쉽지가 않은 느낌.
나는 문득 30명이 넘는 하렘을 구성하고 있다는 트리탄이라는 녀석에 대해 궁금해졌다.
30명이 넘는 여자들.
한 마디씩만 해도 30마디.
존나 시끄러울 것 같다. 정신도 하나 없겠지.
이름은 다 기억하고 있을까?
하렘이라기에 트리탄이라는 놈이 무척 부럽고 한 편으로는 재수 없게 생각도 들었는데.
그 30명이나 되는 여자들을 모두 자신의 아래에 아우르고 통솔하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하니 갑자기 굉장히 대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30명이나 되는 하렘의 주인이라고 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나는 분명 피라냐에게 약점을 보인 물고기처럼 물어뜯겨 너덜너덜해질 것이 분명했다.
나로 말하자면 루나와 히폴리테와의 관계만으로도 벌써 여기저기 얻어터져서 넉다운이니까 말이다.
대체 많은 여자를 거느리고 조율할 수 있는 비법이 뭘까?
강력한 신의 후계자쯤 되면 남다른 비법이 있는 건가?
한 번 만나보고 싶다.
탁-.
그때 누군가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소리에 나는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입가에 맥주 거품을 묻힌 엘프리데가 오랜만에 입을 연다.
“남들에게 어려운 일이라는 소리는, 우리에게도 어려운 일이 될 거라는 소리 아냐? 그 괴물 바다뱀이라는 녀석을 우리가 쓰러트릴 수 있긴 해?”
엘프리데의 말 또한 지극히 정론이었다. 때문에 루나도 히폴리테도 이야기를 멈추고 그저 음식을 입에 넣으며 침묵에 잠길 뿐.
어쩐지 분위기가 침울해지는 것 같아서 내가 뭐라도 한 마디 해야 할 듯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까 해변에서 만났던 인어 에어리올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내일, 일단 검은 바다가 어디인지 안내를 해준다고 했으니까. 날이 밝으면 배를 빌려서 출발하지 뭐. 직접 가서 한 번 보고 결정하면 좋을 테니까 말이야.”
“핫산 님의 의견이 백번 옳은 것입니닷…! 과연 현명한 지혜가 준비되어 있는 차세대 지배자의 품격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입니닷…!”
언제나처럼 내게 아부해오는 패러노이의 동조가 나름 먹혀 들어간 것일까? 방금까지 아귀가 맞지 않는 톱니처럼 헛 돌고 있던 분위기 또한 조금은 느슨히 풀어지는 듯했다.
그리하여 다음 날.
“내가 바로 이 배, 고르고르 호의 선장 고르고르요.”
우리는 이른 아침 부둣가에 가서 놀고 있는 배를 한 척 빌렸다.
“다른 배들보다 크기는 작지만, 그만큼 속도는 빠르지. 바람이 불지 않는 무풍의 지대에서도 저장되어 있는 바람의 마법으로 먼 거리까지 갈수가 있소.”
잘은 모르겠는데, 배 후면에 기묘한 마석이 장착되어 있어서 배의 아랫면에서 바람을 분사해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는 모양이었다.
마법으로 만든 전동 모터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되는 걸까?
크기는 돗단배보다 크고 요트보다 살짝 작은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일행들이 짐을 내려 놓고 앉을 만한 공간 정도는 넉넉해서 나름 안정감은 있다.
“하루 빌리는데 50실버는 제법 비싸군.”
“그만큼 내 실력은 출중하오. 30년간 바다 위에서 사고 한 번 일으키지 않은 건 이 고르고르 밖에 없을 테니 말이오. 자, 아무튼 짐들 이리 주시오.”
그렇게 배에 탑승한 일행들.
배를 묶어두었던 쇠사슬과 닻을 올리자 이윽고 고르고르 호가 바다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한다.
“핫산 님! 저, 저 패러노이가 물 위에 떠 있습니닷…! 마침내 지상을 떠나 바다마저 발아래에 내놓고 만 것입니닷…! 저는 모든 뭍의 님프들보다 위대한 몸이 되었습니닷…!”
배를 처음 타보는 것인지 패러노이는 무척 신이 나서 선상의 난간에 매달려 바다를 내려다 봤다.
솨아아-하고 갈라지는 물길이 무척이나 신기한 것인지 입을 다무는 것도 까먹고 쉴새 없이 조잘대기까지 했는데, 그 옆에서는 루나가 그 말을 잘 받아주었다.
“배 타는 거 오랜만이다! 이데오페에서 대륙으로 넘어올 때 이런 배를 타고 한 달 정도 걸렸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
루나와 패러노이는 이 뜻밖의 뱃놀이가 무척 신이 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히폴리테와 엘프리데 쪽은 그리 텐션이 높질 않다.
히폴리테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검과 방어구를 손질하고 있을 뿐이고, 엘프리데의 경우에는-.
“으으, 으….”
배 멀미를 심하게 하는 것인지 영 상태가 좋아보이질 않았다. 그러고 보면 엘프들은 이렇게 큰 물가를 무서워한다고 했었던가? 배를 타는 것조차 이렇게 고역을 느낀다니.
우리 파티의 가장 큰 화력을 담당하고 있을 엘프리데가 영 맥을 못쓰는 걸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때 선장이 물었다.
“어디로 모셔다 드리면 된다고 했소?”
그에 나는 어제 인어 에어리올과 헤어질 때 나누었던 대화들을 떠올렸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었더라.
“일단 무슨 뭐, 개모양 바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요.”
“아, 그 개바위 암초를 말하는 게로군. 거기서 누굴 만나기로 했다니. 거기엔 딱히 사람이 있을만한 곳이 아닌데 말이오.”
“일단 가 보쇼. 늦었을지도 모르니까.”
“알겠소.”
이 선장은 우리가 가서 만나려는 것이 인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겠지. 인어는 바다의 님프. 때문에 사람들 앞에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하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 개바위 암초인지 뭔지에 다가갔을 때.
나는 그 위에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는 인물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만나기로 했던 인어는 온데간데없고, 웬 물고기 비늘처럼 기이한 유선형 모양의 쫙 달라붙는 잠수복 같은 것을 입고 있는 남자가 바위 위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내 귀염둥이 에어리올이 만났다는 남자가 너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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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님프들은 귀여운 인형도 만들고, 스팸도 먹는 훌륭한 일자리를 갖게 된 것입니닷…!!!
307회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