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33
00133 #6 – 일하면 지는 거다 =========================================================================
#6 – 일하면 지는 거다(20)
역병의 성소는 악신의 부재로 인해 붕괴되었다.
딱히 넴루드의 개인자산이라 부를 것도 없었고.
우리는 무너지는 성소를 뒤로한 채 인간계로 귀환했다.
“그대여! 몸은 무사한가!”
‘괜한 기우야. 네 남자는 그리 약하지 않다고?’
“물론 이제는 내 남자지만! 베에!”
발드 마이저가 장난스레 혀를 내밀며 도발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셀레나는 버벅거리며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했다!
“무, 무, 무, 무슨 해괴한 소리를!?”
“뭐긴. 언약이기는 해도 제대로 지팡이랑 결혼까지 한 사이인데. 심지어 아이까지 있다고?”
“거짓말! 지팡이와 뱀파이어가 관계를 맺는다고 아이가 생길 수는 없네! 아무리 본녀가 대미궁에서만 살아서 상식이 부족하더라도 그런 거짓말에 속을 만큼 어수룩하진 않다!”
아, 역시 다른 사람이 보면 저렇게 보이겠지.
발드 녀석도 성격이 참 고약하다니깐.
절대로 질 수 없는 싸움인지라 입이 아주 헤벌레 벌어졌다.
저렇게까지 노골적인 표정을 지으면 몰라볼 수가 없지.
셀레나도 뭔가 꺼림칙한 기색을 느낀 모양이었다.
“뭔가, 그 기분 나쁜 웃음은.”
“그야, 여기 있는 걸. 나와 지팡이의 아이가.”
“서, 설마! 그 아이가!?”
셀레나는 진심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저렇게나 장성한 마녀를 아이로 두었을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구나.”
애써 태연한 척해도 굉장히 목소리가 떨리고 있네.
그보다 뭐냐.
고작 저 사이즈에 장성이라는 표현을 쓰다니.
넴루드의 성장력을 너무 낮게 평가하는 거 아니냐!?
‘아직 성장기야. 한참 더 클 거라고?’
“으음…! 저기에서 더 커진단 말인가..!”
‘못해도 두 배는 더 커질 거라고?’
“그렇게나 많이!?
‘내 아이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셀레나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다가 주저앉았다.
안색까지 창백하게 질렸네.
놀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나 쇼크를 받을 줄은 몰랐네.
‘…….’
역시 착각이 아니었나.
아까부터 줄곧 신경 쓰였던 게 있는데.
얜 어째서 루시의 가슴을 보면서 놀라고 있는 걸까.
‘저기, 셀레나? 내 아이는 루시가 아닌데…?’
“뭣이? 그럼 대체… 헉!”
셀레나는 떨리는 손으로 발드 마이저의 배를 가리켰다.
“임신?”
‘그럴 리가 있냐! 아이템은 생식기도 정자도 없다고!’
“그럼 대체 어디에 아이가 있단 말인가.”
‘발드가 제대로 안고 있잖아.’
“…혹여 저 누더기를 말하는 것인가?”
……우와.
사실이기는 한데 급격히 불쌍해진다.
저거 분명 어쩔 수 없이 걸치고 다녔던 이불이잖아.
‘누더기이불을 두르고 있는 아이야. 낯가림이 심해서 이불을 뒤집어쓰지 않고는 제대로 돌아다닐 수 없어.’
“저, 정말로 아이가 있었단 말인가…”
‘갑작스러워서 놀란 건 알겠지만 지금은 좀 참아줘. 궁궐에 돌아가거든 나중에 제대로 설명해줄 테니까. 발드랑 아이, 루시도 전부 지쳐서 휴식이 절실한 상황이거든.’
궁궐까지 돌아가는 길에는 미리 준비된 마차에 탑승했다.
뭐라 말을 꺼내기도 찝찝한 분위기.
적막을 깨트린 것은 누더기이불을 뒤집어쓴 넴루드였다.
“배, 배고파아아..”
“여자아이였는가. 앙증맞은 목소리구나.”
셀레나가 품에서 갈색의 단백질 바를 꺼냈다.
“아이야. 부족하나마 이거라도 먹지 않겠느냐.”
“주, 주세요!”
“후훗. 깜찍하기도 해라.”
발드는 미워해도 아이까지 미워할 수는 없다는 건가.
셀레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누더기 이불의 아래로 단백질 바를 내밀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먹이를 건네받은 넴루드.
와구와구 거리며 먹어치우고는 탄성을 내질렀다.
“머, 먹었다…”
‘…무슨 의미의 탄성이야, 그거?’
“썩지 않았어.. 제대로, 제대로 먹을 수 있었어..!”
오옷, 패시브 스킬의 저주에서 벗어난 건가.
역병의 악신에서 세 단계나 떨어졌고.
반신, 초월지경을 거쳐서 절정지경까지 내려왔으니 자동적으로 진행되는 부패속도도 떨어질 만하다.
결과적으로는 잘된 노릇이군.
이제는 넴루드도 평범한 일상생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헤에. 그렇게 맛있는 건가요.”
“루시 양도 하나 먹어볼 텐가?”
“네. 추격생활을 오래해서 어지간한 건 뭐든 먹어요.”
셀레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단백질 바를 건넸다.
-퐁삽 : 아. 생각났다!
-츳키 : 뭐가?
-퐁삽 : 저거. 설X열차에 나온 프로틴 바잖아!!
-묵제 : 뭐 시발!?
-쓰레기 : 그거 분명 바퀴벌레를… 읍읍!
하이퍼 넷에 돌아다니는 영화는 어차피 거기서 거기.
갤러리들이 말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금방 눈치 챘다.
분명 벌레를 갈아서 만든 음식이 아니냐는 물음일 거다.
“우엑! 맛없어요!”
“재정이 궁핍해서 맛은 어쩔 수가 없구나.”
‘맛 이전에 재료가 무진장 신경 쓰인다만!?’
“재료? 루세트가 말하기로는 알지 않는 편이 좋다던데.”
‘넣었네! 그 녀석이라면 틀림없어 넣었어!’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아이템이라서 진심으로 다행이다!
“저, 저 먹을 수 있어요! 주세요!”
역병의 악신이었던 넴루드 입장에서는 소화가 되는 거면 뭐든 좋겠지.
썩지 않는 게 어디냐는 생각일 거다.
평소에 목으로 넘기는 게 썩어버리는 음식물이니만큼, 단백질 바만 해도 고급 스테이크처럼 만족스럽겠지.
재료는… 음.
아마 말해도 쟤는 상관없겠다만, 루시와 셀레나의 반응이 심히 염려되니 함구하도록 하자.
“그대는 대체 어느 틈에 이만한 아이를 낳았는가. 그보다 아이템이면서 무슨 수로 아이를 잉태시킨 겐가?”
괜한 오해를 받아도 성가실 뿐이겠지.
딱히 비밀인 것도 아니고.
셀레나에게는 솔직하게 넴루드의 정체와 역병의 성소에서 벌어졌던 사태를 모두 설명해주었다.
“…본녀도 상식이 부족한 편이라고는 생각했다만, 저 뱀파이어에 견줄 바는 못 되는 구나.”
“헤헤. 내가 좀 그렇지?”
“칭찬이 아니다!”
“그럼 결투 신청이냐!”
‘네 리액션은 의미를 모르겠다, 진짜.’
모쪼록 넴루드가 이전처럼 심히 위험한 상태인 것도 아니고.
그럭저럭 괜찮지 않을까.
그런 취지의 변호를 해보았는데, 셀레나는 인상을 구기며 일침을 가했다.
“역병의 마녀를 어찌 해결하러 갔건만, 역병의 대마녀를 데려온 꼴이 아닌가. 이래서야 문제가 더욱 커졌을 뿐이지 않나?”
‘어… 그러네?’
“하아. 그대란 자는 정말이지 하나만 보고 둘은 생각할 줄을 모르는구나. 중요한 때에는 제대로 활약하니 안심 이다만 어째서 이런 부분에서는 항상 실수를 저지르는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정식주인을 내버려두고 멋대로 약혼을 해버리다니.”
‘어쩔 수 없었는걸. 발드의 진심을 들으니 참을 수 없어졌다고 할까.’
“그럼 정식주인인 본녀와는 언제 혼례를 치룰 텐가?”
이건 또 무슨 소리죠.
“본처를 정한다면 본녀인 게 당연하지 않은가.”
“잠깐! 그 얘기는 그냥 듣고 넘어갈 수 없겠는데. 지팡이랑 먼저 약혼한 건 내 쪽이라고!”
“그건 그대가 남몰래 둘만 있는 곳에서 저지른 짓이지 않은가! 어차피 약혼 따위, 정식 결혼은 아니니 결혼식을 먼지 치른 쪽이 정실부인이 되는 걸세!”
“말도 안 돼! 난 아이도 있다고!”
“양자이지 않은가! 게다가 본녀는 지팡이와 섹스도 두 자릿수를 넘게 해왔다네!”
잠깐, 스톱…… 이미 늦었군.
성에 개방적인 건 좋다만 이런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아무리 나라도 다른 사람의 앞에서 수백차례 잠자리를 즐겼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건 부끄럽다고.
갤러리야 뭐.
한두 번 내 행위를 관람하는 게 아니니 익숙해졌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란 말이다!
“나, 사생아 되는 거…?”
‘오해 받을 소리는 그만 둬! 이미 충분히 곤란하다고!’
“우우. 넴루드, 곤란한 아이…?”
‘버리는 일 없으니까, 그런 걱정은 그만 둬. 너희도 애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아? 서열정리는 나중에 하라고.’
격한 반발을 예상했지만 셀레나는 의외로 순순히 물러났다.
역시 아이의 존재 때문일까.
그보다는 넴루드의 빈복한 생활상을 듣고 동정하는 것 같지만.
모쪼록 사이좋게 지낸다면 나도 여러모로 안심이다.
적어도 다이스 게임 내에서의 분쟁은 사그라진 거 아닌가.
“하아. 정말이지, 터무니없이 손해를 본 기분이니라. 본녀는 얼마나 그대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정작 당사자는 혼약자에 아이까지 데려오다니…”
완전히 불만이 가신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셀레나도 넴루드는 마음에 드는 눈치이고.
아마 시간이 지나면 머지않아 해결될 갈등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저런 지저분한 거죽때기를 뒤집어쓰고 있어도 되는가?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면 그리 위생적으로 보이지는 않다만.”
셀레나의 말대로 누더기 이불은 누가 봐도 유해해 보이는 물건이었다.
‘슬슬 그 누더기 이불, 버려도 되지 않아?’
“싫어! 이거, 내 유일한 재산!”
‘그건 꽤나 여러 가지 의미로 서글퍼지는 발언이네… 이불 정도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걸로 사줄 테니까 그냥 바꾸지 그래?’
“안 돼! 이거, 비싸요!”
아니, 누더기 주제에 비싸봤자 얼마나 한다는 건데.
당장 포인트 상점에서 10p만 지불해도 실크로 짠 이불을 살 수 있잖아.
애초에 누더기 아이템 같은 건 판매 자체도 안한다고.
하지만 그건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다.
“이거, 드래곤 가죽으로 만든 이불!”
넴루드가 이불의 재질을 밝히는 순간, 우리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라고!?’
“저 허름한 누더기가…”
“구멍까지 뚫린 쓰레기 같은 게…”
‘드래곤 가죽이라니, 납득이 가질 않아!’
의문은 의외로 간단히 해소되었다.
“악신의 권능에도 부패하지 않는 거. 드래곤 뼈와 가죽으로 만든 항마력 덩어리뿐이니까..”
하긴, 뭘 걸쳐도 다 부패하거나 썩어버릴 테니까.
평범한 이불이면 거적때기는커녕 실오라기도 남지 않겠지.
응?
아니 잠깐만.
그럼 뭔가가 이상해지잖아.
‘너… 옷도 드래곤 갑옷으로 입고 있니?’
“넴루드는 옷 없어..”
““뭐어!?””
넴루드의 폭탄발언에 채팅방까지 연쇄폭발 해버렸다.
-폐급페도 : 옷ㅇ벗어?
-쓰레기 : 고의적 오타ㅉㅉ
-참피 : 와타시도 헐벗은 데챠아아앗!
-퐁삽 : 시발 참피가 헐벗어봤자 극혐이잖아
-위원장 : 흠흠! 흠흠흠! 엣헴엣헴!
아니, 현실적으로 없는 게 당연하기는 한데.
그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불 아래로는 나체였다는 거잖아.
아이가 아니었다면 참으로 바람직한 상황이라 생각했겠지만, 넴루드는 외관부터 후요랑 막상막하로 어리니까.
이런 걸로 흥분해도 인성만 쓰레기가 될 뿐이다.
예스 로리 노터치의 원칙에 입각해서 신속히 장비를 조달해줄 필요가 있다.
“내친김에 목욕도 시켜야겠어. 깜찍한 여자아이라도 씻지 않으면 매력이 떨어지는걸!”
“모, 목욕 싫어어!”
‘아. 줄곧 말하기 민망해서 참고 있었는데. 확실히 냄새가 심하긴 하지. 저대로는 역병의 대마녀 이전에 안 씻어서 병걸릴 것 같다고.’
결국 넴루드를 돌보는 건 발드 마이저가 책임지고 전담하도록 결정했다.
고위법무관인데 그럴 시간이 나냐고?
어차피 이 녀석, 근무 중에도 일하지 않고 부하들에게 전부 떠넘기고 있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연적이기는 해도 아이는 돌봐야한다는 생각에 셀레나도 도와주려는 모양이고, 여차하면 털보나 후요와 함께 어울려도 육아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다.
뭔가 궁궐이 탁아소가 되어가는 생각도 든다만, 기분 탓이겠지.
결국 사서 고생한 꼴이기는 해도 나름 보람은 느껴졌다.
지팡이를 바라볼 때마다 헤실헤실 웃는 발드 마이저도 좋고, 이따금 이불 아래로 느껴지는 시선이나 슬그머니 지팡이를 잡는 고사리 같은 조그마한 손의 촉감도 좋다.
급한 위기도 넘겼고, 마녀 관련 퀘스트도 클리어 했다.
이제 남은 건 해피엔딩뿐인가.
느긋하니 창밖을 내다보며 여운에 잠기던 도중이었다.
-알파고 : 개복치. 30초 내로 로그아웃 할 것. 귀여운 15세 미소녀 알파고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종보스가 떴다.
-프랑 : 사망플래그ㅊㅋ
-퐁삽 : 일하면 지는 법이지ㅉㅉ
-다스 : 양다리도 아니고 세 다리네요. 그것도 본처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랑 살림을 꾸리다니, 이건 글렀죠.
-구아악 : 갸아악 구아아악
-쓰레기 : 인과응보다 쓰레기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과연 나는 오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게임 저장 후 종료.’
피유웅.
캡슐 안의 전원이 소등되며 시야가 어둠에 잦아들었다.
“으악!!”
희끗한 뭔가를 보고 몇 차례 눈을 깜빡이다가 비명을 질렀다.
순간이나마 정말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반투명한 캡슐의 창문 너머.
소름끼칠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이 빤히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는 알파고.
잠시 뒤에는 나를 죽일지도 모르는 미소녀였다.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갸아악 구아아악!
A : 랜덤가챠가 선택되면 어떻게 랜덤으로 선출되냐구요? 랜덤가챠 전용의 시트지를 생성하고, 번호에 따른 결과값을 수작업으로 일일히 제작해서 주사위를 굴려야겠지요.. 무척이나 안습한 노가다가 예상됩니다. ㅠㅠ
Q : @본처는 알파고 첩은 구아악이여야 합니닷!
A : 구아악의 포지션은 첩보다 자택경비원(…)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Q : @작가님은 수락한다음10%더블을 먹이실거라 믿음! / @선택지에 대한 패널티를 보여주기위해 발드는 죽이고 신은 졸지에 엄마없는 딸이 될것같다!
A : 제게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모든 주사위롤은 다이스 갓의 의지대로…(책임회피)
Q : @작가님 오버워치 하나무라에서 6디바가 유행인가요? 얼마전에 당해서 ㅋㅋ 바로 털림
A : 유행은 아닙니다. 다만 이따금 고수들이 각각의 맵에서 기이하면서 강력한 빌드를 들고 오면, 얼떨결에 한번씩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지요. 직접 해보면 무척이나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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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오늘은 기력이 고갈되어서 재밌는 글을 쓰지 못한 것 같군요.
으으.
알파고 버프로 분발하겠습니다..
오늘도 선추코 및 쿠폰, 많은 성원과 애정에 감사드리며
후기는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
즐거운 하루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