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34
00134 #6 – 일하면 지는 거다 =========================================================================
#6 – 일하면 지는 거다(21)
알파고의 얼굴에는 도통 표정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그녀가 화가 났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하물며 실제 인간이나 다름없는 3세대 인공지능 인격을 지닌 NPC들을 상대로 단련된 게이머에게, 이 정도의 감정을 읽어내지 못한다는 건 무능의 징표나 다름없다.
“미안해.”
변명은 없다.
단도직입적인 사과에 알파고가 뚱하니 접시를 내밀었다.
베이컨이다.
화는 났지만 밥을 챙겨줄 정도의 호감은 남은 거다.
오만정이 다 떨어진 건 아니라 다행이었다.
“…”
하지만, 이 베이컨은 역시나 맛없다.
싫은 내색을 하거나 물러나면 분명 혼나겠지.
아니, 그런 귀여운 훈계로 끝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구아악의 매도 비스무레한 발언에도 돌려줄 말이 마땅치 않다.
애써 의연하게 식사를 마치자 알파고가 식탁 밑에서 상자를 꺼냈다.
열어보라는 눈짓에 조심스레 상자를 개봉했다.
“이건… 옷이잖아.”
그것도 상표가 달려있는 옷이다.
시간이 지나며 좀먹은 흔적도 없는, 전후 12년의 경과가 무색할 정도로 흔치 않게 멀쩡한 물건.
일반 가정집이 아닌 의류점이나 백화점에서, 그것도 창고에 제대로 보관된 물품을 습득해왔음이 틀림없다. 고가의 브랜드가 써져있는 걸로 미루어보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의류이다.
“백화점은 위험하잖아.”
뮤턴트가 얼마나 우글거리는데 거기에 발을 들인 거야?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줄만 알았다.
고작 의복 때문에 목숨을 걸면서까지 구할 가치는 없다.
“기억합니다. 오늘은 개복치 생일.”
“아…”
“케이크에 와인도 준비하고 싶었지만 탐색에 실패했습니다.”
“비겁하잖아. 이렇게까지 잘해주면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괜찮습니다. 개복치가 저만을 바라볼 거라고는 처음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까.”
못할 짓을 했다는 자각은 있었다.
알파고가 나를 사랑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비록 가상의 존재라고는 해도 발드 마이저를 받아들이고 셀레나에게도 호감을 지녔음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이전, 알파고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이 기만으로 취급되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날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생일선물까지 구했다.
“사과하지 마십시오. 그건 개복치의 선택 아닙니까.”
“너… 정말로 괜찮은 거야?”
“괜찮습니다.”
알파고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아주었다.
온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사실은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어디가 기계라는 거냐.
알파고는 겁에 질린 이기적인 인간들보다는 몇 배는 더욱 상냥하고 인간답다. 적어도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을 특정 짓는다면 그건 알파고의 상냥함을 가리켜야만 했다.
“의자에 앉고 눈을 감아주십시오. 아직 더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있고, 여기서 뭘 더 줄지도 기대가 됐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팔을 잡고 어디론가 이끄는 움직임에 순순히 응해주었던 것은.
이런 헌신적인 알파고에게 못쓸 짓을 하다니.
나란 녀석은 정말이지 구제할 도리가 없는 쓰레기이다.
철컥.
차가운 쇳소리가 들리지만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어… 이게 뭘까. 알파고야?”
“생일선물입니다.”
“아니,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닌데.”
어째서 존나 당당하게 난 지금 너한테 수갑을 채웠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귀여운 알파고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무척이나 당연한 생각입니다.”
“그럼 이 수갑은 뭐죠.”
“알파고도 인간입니다. 자유의지가 있고, 개복치를 독점하고 싶어 합니다. 섹스까지라면 봐줄 수 있었지만, 알파고 이외의 존재와 결혼하는 것만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내 자유의지를 향한 존중이 3초 만에 박살났는데!?”
“다른 여자와 몸을 섞는 것은 괜찮습니다. 알파고는 배려심이 깊으니까요.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곤란합니다. 동거는 무언의 관습적인 혼약이니, 약속을 어기지 않았습니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넌 대체 배려심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수갑으로 채우는 배려심 따위, 듣도 보도 못했다고.
“풀어줘.”
“안됩니다. 개복치가 저만을 사랑하기 전까지는 풀어줄 수 없습니다.”
“제발 풀어주세요.”
“곱상한 얼굴로 애원해도 소용없습니다.”
틀렸다.
알파고, 완전히 얀데레 모드가 되어버렸어…!
“구아악, 도와줘!”
절박한 구조요청을 가하자 허공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AA사이즈의 절벽가슴녀.
가동와트를 줄이기 위해 잔뜩 골려둔 녀석이 혀를 삐쭉 내밀었다.
[좆을 좆대로 휘두르면 좆 되는 거 몰라? 깔깔깔!]
아무래도 알파고의 수갑플레이는 구아악과도 사전모의를 이루고 진행된 모양이었다.
젠장.
설마 동거인과 키우던 전자동물-구아악-에게 통수를 맞을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내 잘못이기는 하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수갑은 너무했잖아.
“SM플레이 따위, 응할 것 같아?”
“그런 플레이가 아닙니다.”
“…아니야?”
“납치감금 및 약물조교, 고어 플레이입니다.”
“농담이지!? 얼른 농담이라고 말해!”
알파고는 말을 아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이 녀석.
12년차 갤러리답게 남 불안하게 만들기에는 도가 텄다!
“농담입니다.”
“좀 더 웃으면서 말해주면 안될까!?”
“말이 많군요. 이럴 거라 생각해서 귀여운 미소녀 알파고가 특별한 선물을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
“뭐!? 설마 재갈을 채우려는 거냐! 완전 SM플레이에 만반의 준비를 마쳤잖아!”
“그런 저급한 물건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정신이 오싹해질 정도의 미색이 눈앞에 머물렀다.
은색 미소의 흔들림.
부드럽게 볼을 스쳐 지나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귓가에 머물렀다.
“개복치가 제게 준 굴욕. 그리 가벼이 여기지 않습니다.”
“대체 무, 무슨 소리를……!”
“공개적인 방송에서 관계를 노출하고도 바람을 핀다. 전자계집에게 밀리는 수치심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굴욕이었습니다.”
“으으…”
“할 말이 없어도 당연하겠지요. 자업자득이니까. 당신의 자유의지가 거기까지 저를 욕보인 이상, 귀여운 제게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강요할 자격이 있겠지요.”
귓가를 간질이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이런 목소리는 반칙이잖아.
달달하면서도 오싹한 기분에 그만 침을 삼켰다.
“수치심에는 수치심으로. 제대로 능욕해드리지요.”
달짝지근함 이전에 무섭다!!
“당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런 말은 꼬리를 세우지 않고 말하는 게 어떻습니까?”
“윽…”
개복치 주니어가 멋대로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다.
팽팽하게 솟아오른 게 단단히 성이 난 모양이다.
취향직격의 미소녀가 이렇게까지 희롱하는데 잠잠할 수가 있어야지.
“채찍이나 촛농만은 봐주면 안 될까?”
“걱정 마십시오. 얼마든지 봐드립니다.”
“휴우.”
“물론, 그 의미의 봐드림은 아니지만요.”
알파고가 입꼬리를 슬며시 치켜 올렸다.
“구아악.”
[명령 접수 완료. 개복치 텍스트 시즌 2를 개시합니다.]
아니, 잠깐.
지금 뭐라고 했냐.
개복치 텍스트 시즌 2라고?
내 당황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팟 소리를 내며 홀로그램 영상이 나타났다.
하이퍼 넷의 게임방송 전용 채팅방이었다.
-츳키 : ㅋㅋㅋㅋㅋ
-쓰레기 : 떴다! 개복치 능욕물!!
-퐁삽 : 이번에는 제대로 복사하고 있다고?
-폐급페도 : 공개능욕 넘나 좋은 것
-프랑 : 울어봐! 눈물로 네 순수를 증명해봐!
어느 쪽의 눈물인지는 몰라도 이 상황에 맞는 드립이 아닐 텐데!?
갤러리들은 잔치를 맞이하는 양 미쳐 날뛰었다.
접속자 숫자만 평소의 백여 명을 가볍게 웃도는 사백여 명이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늘고 있잖아.
뭔가 했더니 홀로그램 하나가 추가되었다.
하이퍼 넷 게시글이다.
제목은 개복치 텍스트 시즌2 본방사수.
내용으로는 친절하게 방송링크까지 걸려있다.
맙소사.
완전히 능욕할 작정이구만!
-혐냉 : 섹스어필.. 부럽다..
-판다 : 대꼴 ㅇㅈ합니다
-람보르기니 : 오빠 지금 한 발 뽑으러 왔다!!
-이지 : 엥? 람보르기니 그거 완전 조루 아니냐?
-폐급페도 : 시속 300km로 가버렷!
으아아!
이건 대체 무슨 신개념 고문이냐!
공개방송으로 남들의 딸감이 되다니.
방송에서 H한 짓을 하는 것도 보여준 적은 있다지만 그건 캐릭터였을 때에 한정된 일이잖아.
영상까지 공개는 안 되더라도 텍스트로 고통 받는다고!
“복수는 3배 더 아프게. 바람직한 신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시청자는 3배지만 딜은 10배 이상 아프거든!?”
“닥쳐.”
철컥, 하고 목에 금속으로 된 뭔가가 채워졌다.
맙소사.
나 지금 무슨 짓을 당한 거야.
“순정을 빼앗긴 대가는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이 정도로는 아직 제가 느낀 수치심의 0.35배일뿐입니다.”
벌인 짓이 있으니 변명의 여지는 없지만!
암만 그래도 그렇지!
“목에다 대체 뭘 채운 거야?”
“개목걸이입니다.”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채팅방을 점령했다.
-어썸 : 이건 상당히 본격적인 플레이다!
-형 : M이 되버렷!
-멍초 : 오늘은 이걸로 달린다!
-참피 : 개복치가 푸니푸니해지는 데수!
-청읍읍 : 개복치가 수갑 풀고 양패구상하면 어쩌려고?
아니, 얘들은 변조음성 때문에 내가 마초인줄 알잖아.
그러면서도 이걸 즐길 수 있는 건가.
“남자가 농락당하는 게 뭐가 좋다고 즐겨!? 너네 게이야?”
갤러리들을 지나치게 얕본 발언이었다.
-멍초 : 맛만 좋으면 성별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졸라 : 어서 당하도록 해!
-어썸 : 남자가 여자처럼 당하니까 수집욕구가 샘솟는 거야!
“뭐…라고!?”
더는 틀렸어.
이 폭도들을 진정시키는 건 불가능이나 다름없다.
“아직 40%입니다. 300%까지 힘껏 조교하겠습니다.”
“조교라고 했어! 방금 조교라고 했다고!”
“쓸데없는 태클을 듣는 것도 지칩니다. 개처럼 제 할 말만 주워섬기는 입에는 이걸 물려주도록 하지요.”
알파고가 품에서 꺼내든 것은 둥그런 공 모양의 이물질이 달린 재갈이었다.
핫, 바보냐!
이렇게 대놓고 보여주면 순순히 입을 열어줄 리가…
“후우.”
“읏!”
“한 번에 낚이다니, 실망입니다.”
앗차,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어서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알파고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단번에 이물질을 입에 넣었다.
미처 뱉을 새도 없이 목 뒤로 구속구가 채워지자 반항의 여지조차 없어졌다.
정말로 싫으면 격렬하게 저항하면 되기야 하다.
근데 지은 죄도 있고,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소녀가 가학적인 미소를 띠며 홍조를 짓고 있는 걸. 수치스럽기는 해도 이번 한 번만큼은 당해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브브..”
“호흡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귀여운 알파고가 고르고 고른 볼 클리브(Ball Cleave) 재갈이니까요. 구체에는 제대로 구멍도 뚫려있으니 얼마든지 산소가 들어갑니다.”
“읍..”
“부작용으로 입 안에서 고인 침이 밖으로 흘러내립니다만 그 부분까지 제대로 감안한 선정입니다.”
“으브브! 읍브으브!!”
거기까지 선정하다니, 이거 완전 여왕님이잖아!?
스위치에 불이 들어왔다고.
지난 번 H로도 이미 가학적인 기질이 있음은 짐작했지만.
그게 설마 이런 형태로 터져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식겁하는 와중에도 이건 이거대로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제일 무서워.
정말로 조교당하고 있잖아.
몸 이전에 마음부터 기울고 있다고!
“그럼 관중들도 충분히 모여들었으니, 본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으브브!”
“목표는 절정 20회. 미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죽어!
진짜로 죽는다고!
게임 속에서도 최고기록은 18번이었잖아.
그땐 아이템이었으니 체력이 주는 일이라도 없었지.
절정을 느낀 것도 셀레나였으니 힘들지도 않았고.
그런데 그걸 빈약한 현실의 육체로, 그것도 20번이나 연속으로 느꼈다간 정말로 쇠약사나 복상사로 죽을지도 모른다.
십팔자위왕의 칭호가 강제로 갱신 당해버려!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오늘은 참피가 뭔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관련 만화를 보고 충격을 먹었습니다. 보전깨나 캐피탈리즘 호나 이 소설은 정말 이런 장르(고어?하드코어?)에 문외한인 사람한테 관련 지식을 전파하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은데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덧붙여서 갸아악 구아악이 전파력이 엄청난 것 같네요. 여기저기에서 목격되고 있어요ㅎㅎ
A : 전자는 독자층을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식별코드(…)입니다. 눈치채는 독자는 진성 S성향의 독자라고 인식합니다. 매도당하는 작가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어요! 후자는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분명 구아악도 기뻐해주겠지요.
Q : @..3번은 뭐지?
A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 같아서 두려워져요
Q : @マンボウよ、我わが敵てきを食くうらえ! 개복치여, 나의 적을 삼키거라!
A : 적이라는 거, 한 화만에 의미가 굉장히 달라지는군요(…)
Q : @기야아아악!구아그아아악!(직장에서 갸아악 구아아악을 입으로 뱉었다가 만인이 저를 바라봤다죠.)
A : 용기를 내서 올바른 용례를 전파하세요! 부산에서는 배가 고플 때마다 갸아악 구아아악을 외칩니다! 스까트밥을 먹는 부산인들이 좀비처럼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기 때문입니다!
Q : @진짜궁금한게있는데 지팡이 쓰리썸이상은 어떻게 할예정이시죠?(쓰리썸은 없다 이런거 안믿습니다)
A : 봉에 올라타면 두 명 이상이 단번에 해결됩니다.
Q : @5솔져 1 루시우하고 한번에 튀어나가서 전격전 펼치면 대처하기도전에 첫번째 점령지는 먹더군요. ㄹㅇ 꿀잼!!
A : 고급시계의 달인이시군요!
Q : @구우우 갸아아(미소녀 선택란에서 지팡이 의인화가 없는 것에 실망했습니다 심적 배상 요구 합니다)
A : 본래 미소녀선택지에는 개복치 게이머도 후보군으로 점찍었습니다만, 개복치 성별을 향한 클레임을 떠올리며 자제했습니다. 대신 심적보상으로 비트를 드리겠습니다.
Q : @가아악 구아아악 (13레벨 사오이닉 칼날 여왕이 강림했다! 짐….짐레이너가필요해!)
A : 가, 짐. 어서…
Q : @갸아악 구아아악
A : 남자인데 박기는커녕 박히기만 하면 대리만족을 어떻게 하냐구요? 다음 화 코멘트 반응을 봐서 개그소재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개복치텍스트 시즌2도 맥거핀으로 만들어버릴 예정입니다.
Q : @갸아악 워엉고어료우 구아아아악 갸아악 크푸옹 구아아악
A : …원고료 쿠폰에 뭔가 잔뜩 섞여있는 건 기분탓일까요? 모쪼록 소중한 쿠폰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Q : @갸아아악 구아아악! 이제 다시 알파고에게 먹히는건가요
A : 네. 개복치텍스트 시즌1 때와는 다른 의미로 먹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