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232
00232 #외전 05. 개복치 데드엔딩 컬렉션(2) =========================================================================
#외전 05. 개복치 데드엔딩 컬렉션(2)
1회차 플레이는 정말 눈 뜨고 복기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튜토리얼 던전의 첫 번째 잡몹인 토끼를 상대로 뇌진탕에 걸려서 죽었다고.
무슨 놈의 판정이 뜰 때마다 펌블이며, 실패해야 할 것들은 거짓말처럼 죄다 성공해버린다.
“이건 사기야! 주사위에 조작이 가해진 게 틀림없어!”
고로 2회차 플레이에서는 옵션을 조정해서 모든 행위에 주사위 판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했다.
순수한 육체의 성능만으로 겨루는 컨트롤 게임!
운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플레이이다!
-낭자아이 : 과연 설욕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퐁삽 : 몇 초안에 죽을까
-쓰레기 : 그래도 두 번째인데 5분은 넘기겠지
갤러리들의 응원(을 빙자한 저주)에 사기가 하락했다!
“아 진짜. 이번엔 다를 거라고.”
마침 직업도 근접전투계열인 [쌍검 사용자]가 떴다.
능력치도 나름 준수하게 나왔는걸.
근력 14, 체질 8, 민첩 30, 통찰 5, 지능 16, 내성 21이다.
-낭자아이 : 왜케 웃프냐ㅋㅋㅋ 초 허접ㅋㅋㅋ
아니, 이 능력치가 뭐가 어때서!
“이것도 1회차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그땐 근력 5, 체질 15, 민첩 4, 통찰 9, 지능 8, 내성 13이었잖아.”
나름 진지한 항변이었지만 갤러리들은 빵 터져버렸다.
-퐁삽 : 엌ㅋㅋㅋ 얼마나 마음의 상처가 됐으면 그걸 다 외웠엌ㅋㅋㅋ
-쓰레기 : 안타까운 새끼ㅋㅋㅋㅋ
-낭자아이 : 울지 마! 힘내라고 와트 줄게!
정말?
와트 주는 거야!?
“감격이야! 나 게이머 첫 수입이라고!”
이땐 진심으로 기뻐서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아마 얼굴까지 붉혔던가.
얼굴도 모르는 갤러리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다고, 남자든 여자든 분명 저 갤러리와는 첫 눈에 보자마자 사랑에 빠질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의가 만땅이었다.
-퐁삽 : 오오. 얼마나 줄 건데?
-쓰레기 : 낭자아이가 주는 걸 1잼의 기본단위로 삼자
-낭자아이 : 헤헹. 그건 꽤 영광인데?
“에이, 너무 부담 갖지 마. 마음이 고마운 거니까.”
-낭자아이 : 그래? 그럼 부담을 좀 덜어볼까.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저 채팅로그가 농담인 줄 알았다.
부담을 좀 덜면 얼마일까.
1000와트에서 100와트 정도로 낮춘 거겠지?
『[낭자아이]님이 1와트를 전송하였습니다.』
택도 없는 망상이었다.
“1와트…라고!?”
어이!!
부담은 눈곱만큼도 안 보이잖아!
너무 버렸다고.
마음은 고맙지만.
마음밖에 느껴지지 않아!
-쓰레기 : 공식화폐 1와트ㅋㅋㅋㅋ
-퐁삽 : 1잼 = 1와트 알찬공식 성립!
-낭자아이 : 먄ㅋㅋㅋㅋ 나두 와트가 없엉ㅠㅠ
으으.
분하지만 없는 살림에 선물을 준 게 어디냐.
“좋아! 1와트만큼 더 힘내겠어!”
총합능력치도 1회차의 54에 비하면 2회차는 94에 달한다.
무려 40이나 뛰었다고.
심지어 지난번의 가장 치명적인 걸림돌이었던 민첩 능력치 4는 무려 30으로 폭등!
이제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거나 죽을 일은 없다!
나는 심기일전하여 영광스러운 2회차 플레이의 첫 발을 내딛었다.
우르르
그리고 바닥이 푹 꺼지며 날카로운 죽창트랩을 향해 추락했다.
“으아아!”
어떻게든 구조 판정을!
구조 판정은 없는가!
가만.
모든 주사위 판정은 옵션으로 손수 전부 다 껐었잖아?
참혹한 진실을 마주함과 동시에 날카로운 죽창도 내 머리와 정면으로 마주하였다.
퍼억
실로 허무한 2회차의 죽음이었다.
-낭자아이 : 1와트어치 분발 엄청 약해ㅋㅋㅋㅋㅋ
-퐁삽 : 와 미친; 첫 걸음에 함정이 뜨냐ㅋㅋㅋㅋ
-쓰레기 : 꿀잼 오졌다ㅋㅋㅋㅋㅋ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허탈한 신음을 내뱉자니 갤러리들이 우려섞인 위로를 해주었다.
-낭자아이 : 이거 받고 힘내!
[[낭자아이]님이 1와트를 전송하였습니다.] [[퐁삽]님이 1와트를 전송하였습니다.] [[쓰레기]님이 1와트를 전송하였습니다.]그제야 비로소 나는 확신하였다.
이 녀석들은 악마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모니터 너머에서 조롱하는 게 아니라면, 이놈들은 악마보다 더한 악당들이다.
“으으. 아직이다! 이번 건 운이 나빴을 뿐이니까!”
누가 봐도 운이 나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지.
그래도 2회차의 돌연사는 나름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함정의 존재!
이전이라면 염두에 두지도 않았을 새로운 위험요소를 깨달은 것이다.
다이스 게임의 재가동에 드는 와트나 머리가 관통당하는 고통을 떠올리면 실로 값비싼 수업료였지만 개죽음으로 단단히 빡친 나는 두부의 고통마저도 잊고 게임에 접속했다.
“이거다!”
3회차의 능력치는 압도적이었다.
근력 22, 체질 35, 민첩 24, 통찰 21, 지능 25, 내성 23.
총합능력치만 자그마치 150이다.
1회차의 54나 2회차의 94에 비하면 한층 더 급증했는걸.
“보였다!”
함정은 가뿐하게 간파해서 지나치고.
“죽어라!”
토끼는 우월한 능력치에 힘입어 주먹으로 두들겨 패서 죽였다.
“하하! 한 번 나를 죽인 사망플래그는 더 이상 나를 위협할 수 없다!”
갤러리들도 눈물겨운 1회차와 2회차 플레이를 기억하고 있기에 놀라운 성장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낭자아이 : 믿기지 않아! 벌써 3분이나 숨 쉬고 있어!
-퐁삽 : 대단한 기적이야! 이 기세면 고블린까지 상대할 수 있을지도!
-쓰레기 : 보통 튜토리얼 던전에서는 1데스도 안 뜨지만ㅋㅋㅋ
아 정말.
그건 불가항력이었다고.
“그래도 이번에는 실력으로 몰아붙일 테니까! 장차 공략파 게이머가 될 이 몸의 실력을 잘 봐두라고!”
마침 피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몬스터들이 있다.
좋은 실전상대가 되겠어.
조잡한 단검을 든 고블린이 세 마리라.
“기껏해야 이족보행 토끼만큼 약한 녀석들! 단숨에 무찔러주마!”
나는 자신만만하게 고블린 세 마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단검에 허벅지와 종아리, 허리를 베였다.
“으악! 아파!”
“케륵케륵!”
“이 자식들, 협공이라니 비겁하다! 정정당당하게 1대1로 싸우자!”
몬스터가 내 말을 알아들을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헌데 웬걸.
고블린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두 마리가 뒤로 물러선다.
“케륵케륵!”
홀로 전열에 남은 고블린은 낄낄 웃어대며 혀를 내밀고 조롱하거나 얄밉게도 엉덩이를 씰룩거렸다.
완전히 얕보고 있네.
하지만 1 대 3이 아닌 1 대 1이라면 순수한 능력치에서 결코 고블린 따위에게 뒤처질 리가 없다!
“우와아아악!”
우선은 기선제압이다.
단단히 숨을 몰아쉬고 고함을 내지르자 고블린이 움찔했다.
“하하, 봤지? 저거 방금 쫄았어!”
신이 나서 갤러리들에게 자랑하고 있자니 고블린이 눈을 희번뜩 치켜뜨며 손 안에서 단검을 빙그르르 돌렸다.
휙휙
손등을 타고 흘러내리는가 하면 손가락 사이로 쉭쉭 움직이는 게 교활한 뱀의 움직임이 떠오를 정도였다.
“케르륵!”
한바탕의 손장난 끝에 고블린은 흰자만 보이도록 눈을 까뒤집으며 단검을 혓바닥으로 핥았다.
……시발.
저게 뭐가 고블린이야.
-낭자아이 : 고블린 뭔데 저리 쌔ㅋㅋㅋㅋ
-퐁삽 : 단검술 지린다;
-쓰레기 : 이거 튀어야 되는 거 아냐? 쳐발릴 것 같은데
그래도 고블린은 체구도 작고, 근육도 별로 없다.
빼빼마른 몸만 봐도 감이 온다.
공격력이나 단검을 다루는 기예는 제법일지 몰라도 일단 한 대 갈겨버리면 픽 죽는 약골이다!
“우아아아!”
나는 허벅지에 단검이 꽂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단번에 고블린의 양팔을 붙잡았다.
“끝났다, 개자식아!”
빠각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고블린이 쓰러졌다.
바닥을 기는 녀석의 목을 발로 짓밟아 부수고는 남은 두 놈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손짓했다.
“다 덤벼!”
35나 되는 체질능력치 덕분에 칼에 맞아도 별로 아프지가 않았다.
우월한 능력치에 힘입어 터프한 공격일변도를 고집하자 이리저리 단검을 휘두르던 고블린들도 맥없이 전멸했다.
“하하! 성공이야! 드디어 제대로 된 몬스터를 잡았다고!”
갤러리들도 대단히 의외라는 듯이 감탄했다.
-낭자아이 : 5초 만에 순삭당하지 않다니… 뭔가 괴리감이 느껴져…
-퐁삽 : 이건 우리가 알던 개복치가 아니야…
-쓰레기 : 상남자 포스 미쳐;
이것이 파워! 이것이 힘!
나는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다른 고블린 무리도 여유롭게 격파했다.
그렇게 격파한 무리의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다른 고블린 무리를 격파했고, 다시금 격파한 무리의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고블린 무리도 격파했다.
…이쯤 되면 끝이 보이겠지.
그렇다.
고블린들은 존나 밑도 끝도 없이 계속해서 들이닥쳤다.
“시, 시발.. 이건 디펜스 게임이 아니라고…”
결국 181마리에 달하는 고블린들을 해치운 끝에 나는 고블린들의 합격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했다.
-낭자아이 : 바보야! 공략 좀 보고 해!
대뜸 링크를 던져주기에 확인해봤다.
하이퍼 넷에 올라온 다른 게이머의 튜토리얼 던전 공략이다.
보통 공략 같은 건 귀중한 정보라서 잘 공개하지 않는데 튜토리얼 던전은 너무 쉬우니까 갤러리들의 소비거리나 되라며 선심 써서 올린 정보라고 한다.
“…굴욕적이야.”
물론 멍청하게 오는 몬스터랑 무작정 치고 받기만 했던 나로서는 이런 공략도 감지덕지였다.
몬스터 사냥.
이것만 해도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팁이 즐비했다.
고블린들은 워낙에 최하급 몬스터인지라 조금이라도 부상 입은 몬스터가 있거든 고기 한 점이라도 뜯어먹으려고 모여든다고 한다.
그건 동족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게이머가 자리만 뜨면 동족의 시체를 먹기에 바쁠 거라고 한다.
-퐁삽 : 안 싸워도 될 걸 사서 고생하고 죽은 거네?
-쓰레기 : ㅂㅅ ㅋㅋㅋㅋㅋ
-낭자아이 : 바보야! 멍청아!
으으.
워낙에 멍청하게 플레이 했으니 매도당해도 할 말이 없다.
“이번엔 다를 거다!”
4회차의 능력치는 이전만큼 뛰어나지는 않았다.
근력 12, 체질 11, 민첩 28, 통찰 25, 지능 28, 내성 14.
총합능력치 합계는 118이다.
3회차의 150에는 못 미쳐도 1회차의 54나 2회차의 94보다는 높은 수치였다.
무엇보다도 이전처럼 무식하게 난전을 벌일 생각이 없었기에 나는 교전은 최소한도로 피하고, 가급적 조심스럽게 튜토리얼 던전을 탐색하는 데에 주력했다.
“압도적으로… 편하다!”
공략을 보고 나니까 뭔가 장르가 달라진 기분이야.
돌연사도 없고, 디펜스도 없다.
이제야 겨우 나는 다이스 게임의 진면목을 보는 건가.
-퐁삽 : 으음… 픽픽 죽어나가지 않는 건 아쉽지만.
-쓰레기 : 이건 이것대로 괜찮을지도.
-낭자아이 : 두근두근거려!
던전 탐험은 이것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음습한 동굴.
어두컴컴한 길을 헤매며 순간의 판단력과 기지로 전투상황을 모면하거나 속전속결로 해치운다.
‘마침 고블린이 한 마리인가. 저 정도야 가뿐하지.’
나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는 조심스레 거리를 좁혔다.
“키릭!”
들켰다.
이럴 때는 주저하지 않고 덤벼들면 된다.
단검 한 방 정도가 박히는 것만 무시하고 목을 따버리면 단숨에 승부는 끝장날 거다.
“악!”
하지만 고블린의 일격은 그냥 참기에는 너무 아팠다!
-낭자아이 : 띠용?
-퐁삽 : 뭐야. 아까는 존나 찍혀도 잘 참았잖아
-쓰레기 : 알았다! 능력치가 조루 되서 고통도 세진거야!
이런 젠장…!
그런 이유가 있을 줄이야!
“우랴아아아!”
하지만 고블린을 대체 몇 마리나 상대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놀랄 정도로 아프기는 했지만, 공격의 일부는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다!
나는 분명하게 허리를 향해 파고드는 단검을 피해 뒤로 세 걸음을 물러섰다. 충분한 간격이었고 반격까지 고려한 최적화된 거리였다.
하지만 발을 헛디뎠다.
자빠진 내 위로 고블린이 단검을 들고 올라타며 엎치락 뒷치락 단검을 뺏기 위한 몸부림을 벌였다.
“허억… 헉…”
결과는 상처뿐인 승리.
고블린 하나를 잡았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중상을 입었다.
-낭자아이 : 와… 보스몬스터 레이드 보는 줄ㅋㅋㅋ
-퐁삽 : 박진감 ㅇㅈ한다!
-쓰레기 : 존나ㅋㅋㅋ 컨트롤 구려ㅋㅋㅋㅋ
그만둬…
나도 이제 스스로가 허접이라는 자각을 갖기 시작했다고.
“이거, 이대로 가면, 진짜 죽어…”
걷기만 해도 출혈데미지로 죽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힘들어.
시야가 일렁거리면서 상하좌우로 갈라지는 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태이상까지 걸린 것 같다.
-쓰레기 : 힘내! 응원의 의미로 1와트를 줄게!
-퐁삽 : 그만뒄ㅋㅋㅋ
-낭자아이 : 복치야! 옆을 봐! 비밀통로야!
감겨가는 눈으로 힘겹게 벽을 짚으며 비밀통로에 진입했다.
반쯤은 정신을 놨지.
그냥 길이 있으니까 간다는 느낌으로 다 죽어가며 걷고 있자니 대뜸 갤러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퐁삽 : 오오! 대박이다!
-쓰레기 : 황금상자야! 튜토리얼 던전에서 제일 좋은 거다!
-낭자아이 : 이열! 개복치가 기연을 얻다니!
아아.
나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분명 보물상자에도 급이 정해져 있다고 했었지.
황금상자는 현재까지 발견된 보물상자 중에서 제일 좋은 거다.
발견 확률이 극악하다고 했는데 이게 얻어걸렸네.
“포션이나 나오면 좋겠다…”
전설의 검이나 이런 거 떠도 의미가 없잖아.
출혈과다로 죽는다고.
억울해서 일주일은 접속 못할 거다.
“끙..차”
힘겹게 상자의 뚜껑을 열자 안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오오.
안을 들여다보니 골드가 깔려있고 단검이나 방어구, 포션까지 없는 게 없다.
명절맞이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
무엇보다도 출혈과다인 내게 포션보다 절박하게 필요한 아이템도 없었다.
“으으. 상자가 너무 커..”
내용물이 많아서 그런지 꺼내기도 보통 일이 아니다.
상자를 뒤집어서 내용물을 빼야 되나.
낑낑대며 기어 올라가서는 체중을 실어 상자를 내리 누르던 도중이었다.
“어어..”
상자가 기울기 시작한 뒤에야 깨달았다.
이거, 이 각도로 떨어지면 내가 상자 밑에 깔리잖아.
시발.
이건 아니야.
필사적으로 상자 반대편에 체중을 싣기 위해 움직이다가 그만 발을 헛디뎠다.
“으악!”
쿵! 달칵!
볼썽사나운 소리와 함께 엉덩이부터 상자 안으로 착지해버렸다.
으으.
가뜩이나 단검에 베인 상처가 쓰라리다.
심지어 손까지 위로 자세가 고정된 탓에 포션을 짚고 싶어도 짚을 수가 없다.
“앞이 안 보여.”
-퐁삽 : 아까 착지하면서 상자 뚜껑 닫힘
뭐야.
아깐 엄청 빛났었잖아.
그보다 이건 어떻게 여는데.
“으아아… 나가고 싶어…!”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지만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상자 안의 장비아이템과 상자 벽 사이로 엉덩이부터 내려간 ‘V’자로 몸이 고정되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팔을 뻗어도 상자 천장이 닫질 않는다.
-쓰레기 : 이겤ㅋㅋㅋ 뭐하는 거얔ㅋㅋㅋㅋ
-퐁삽 : 기연에 갇혀죽음ㅋㅋㅋㅋ
-낭자아이 : 읔ㅋㅋㅋㅋ
갤러리들의 폭소를 짜게 식은 눈으로 노려보던 도중이었다.
“히익”
뭔가 느껴졌다.
축축하고 기분 나쁜 뭔가가 허리를 핥았다고.
조금 지나니 착각인가 싶을 정도로 감각이 사라졌지만 두려움은 역으로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시발 꺼내줘.
제발 누가 날 좀 꺼내줘…
애타게 애원했지만 당연히 튜토리얼 던전의 숨겨진 비밀통로의 끝에 있는 보물상자가 열리는 일은 없었다.
4회차 플레이.
나는 무려 보물상자에 갇혀서 사망하는 굴욕적인 업적을 달성했다.
그 날 이후로 일주일간은 쇼크로 접속을 하지 못했지만.
이때의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내가 갇혔던 보물상자가 미믹(Mimic)이라는 몬스터였다는 사실도, 게이머 최초로 재수도 없게 미믹에게 산채로 잡아먹히는 체험을 했다는 사실도.
심지어.
나의 기상천외한 데드엔딩 컬렉션은 이천 회차가 넘도록 계속되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 작품 후기 ============================
*팩트> 넴루드는 알파고 다음으로 귀엽습니다.
*팩트> 낭자아이는 넴루드 다음으로 귀엽습니다.
*팩트> 후요는 낭자아이 다음으로 귀엽습니다.
*팩트> 개복치는 후요 다음으로 귀엽습니다.
*팩트> 츳키는 개복치 다음으로 귀엽습니다.
*팩트> 최초의 히로인이었던 셀레나는 얼굴도 잘 안비추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