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53
00353 #15 – 셸터(Shelter) =========================================================================
#15 – 셸터(Shelter)(10)
놀이공원을 초토화시키는데 커다란 일조를 한 주범일당인 빙정과 하지, 미노스.
그들을 발견한 것은 놀이공원 내에서도 그나마 상태가 온전한-반파되었을 뿐인- 내성 안에서였다.
놀러왔다가 괜히 재난에 휩쓸려버린 몬스터들은 잔뜩 침울해져서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 주머니를 풀고 있었다.
문제의 주범들은?
벽난로 옆의 벽에 나란히 밧줄에 묶여서 매달려있다.
자신들도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자각하고 있는지 얌전히 반항하지 않고 묶여있네.
“헛! 마왕님이 오셨다!”
“마왕성이 파괴된 것에 분명 진노하실 거야!”
붕대를 칭칭 감은 미라와 거대 고슴도치가 쭈뼛거리며 물러서자, 다른 보스몬스터들도 얼굴이 싹 굳어서는 길을 열어주었다.
무슨 사형식이라도 열어야 될 것 같은 분위기네.
벽에 걸린 세 얼간이들도 흡사 죽음을 각오한 것처럼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벌벌 떨고 있다.
“엄중한 벌을 내릴 것은 당연하나, 그 전에 자초지종을 묻겠다. 대체 어떤 사고를 쳤기에 마왕ㅅ… 아니, 놀이공원이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역시 누가 봐도 놀이공원보다는 마왕성에 어울리는 비주얼이었군.
지금은 용사에게 함락당한 마왕성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참담한 몰골이지만 말이다.
“마왕의 지엄한 명을 받들겠다.”
공손한 어조로 반말하는 걸 보아하니 아직 정신은 덜 차린 것 같은데.
존댓말이라는 개념 자체도 없는 몬스터에게는 갈군다고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포기했다.
“일련의 사건은 미노스가 이갈이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뭣이 어째?”
“이갈이 말이다. 미노타우루스들은 단단한 이를 갈아내면 한층 더 단단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놀이공원의 관광객들을 덮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어쩔 수 없었다.”
“그럼 대체 무엇에 이를 갈았단 말이더냐.”
“성벽 위로 굴러다니는 불타는 수레바퀴다.”
이 녀석이다!
이 녀석 때문에 이런 개 난장판이 벌어진 거였어!
“이갈이에 도전한 것은 좋았지만, 불이 뜨겁다며 미노스가 수레바퀴를 후려쳤다. 선로를 이탈한 수레바퀴는 마왕성 내부를 종횡무진 질주하며 모든 시설을 때려 부쉈다.”
“하…….”
“지면은 갈라지고 공포의 집이 무너지는 소동을 막고자 본인이 창격을 가했다. 하지만 수레바퀴는 너무 튼튼했다. 튕겨나가서 자이로드롭과 충돌하고 탑이 기울었다.”
이 녀석도 글렀어!
이 녀석도 세트로 잘못했구먼!
“당황한 보스몬스터들이 뛰어다니다보니 땅이 갈라지고 해자의 용암이 지상으로 분출되려고 했다. 하여 그걸 막으려고 빙정이 용암을 모조리 얼렸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구나.”
“얼린 건 좋지만, 온도가 너무 낮아서 접근하기만 해도 몸이 얼어붙었다. 덕분에 마왕성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져서 모두 재난에 휩쓸리거나, 내성으로 대피했다.”
와… 어떻게 한 놈도 제대로 수습한 녀석이 없냐.
그래도 사태는 분명하게 파악했다.
미노스 녀석이 사고를 치고, 그거 뒷수습한다며 두 녀석이 덩달아 연쇄사고를 저지르고 말았군.
그럼 어쩔 수 없지.
가볍게 사형을 선고하는 수밖에.
‘죽어라! 이 쓸모없는 녀석들!’
“잠깐.”
가차 없이 사형을 선고하려는 나를 셀레나가 만류하였다.
“이들을 죽인다고 공국이 입은 엄청난 재정적인 손실과 놀이공원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는 것은 아닐세. 게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설원지대 어딘가 에서는 놀이기구들이 질주하고 있지 않겠는가.”
‘끙. 그거야 그렇지.’
“누군가는 이 일에 대한 뒷수습을 감당해야 하네.”
‘일단 난 싫음.’
“모두가 책임을 회피한다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재상 루세트의 과로사와 내무장관 켄이치의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심장마비밖에 없을 걸세.”
묘하게 구체적이라서 더 소름이 돋네.
게다가 있을 법하잖아.
심지어 이것이 아크위저드 클래스, 대현자 급의 통찰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끔찍하다.
“게다가 이런 대형사고를 저지르고도 죽음으로 편안하게 안식을 선사하는 것은 너무나 자비로운 처사가 아닌가. 본녀는 어엿한 마왕으로서 저들에게 죽느니만 못한 고통스러운 체벌을 가하고자 한다네.”
‘뭔가 생각해둔 거라도 있는 건가?’
“놀이공원을 탈주한 놀이기구. 그것들을 전부 회수해오는 것을 벌로서 부여할 것이니라.”
처음 들을 때는 이게 뭐가 벌인가 싶은데, 막상 듣다보니 수긍이 갔다.
“어떠한 방해가 닥치더라도 이들은 쉴 수 없다. 죽음조차도 놀이기구를 회수한 뒤에나 허락된 것이니라. 설령 국가 차원의 방해가 온다고 해도 말일세.”
어디까지나 설명이 그렇다는 거지, 실상은 진짜 끔찍하다.
대륙 전역을 떠도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놀이기구를 쫓아가서 피해지역을 가로지르고, 각국의 조사단을 돌파하며 놀이기구 추적을 거듭해야만 한다.
임무가 길어질수록 온갖 국가의 정예병력과의 교전은 거듭될 것이며, 대륙 방방 곳곳에서 특급 모험가나 용병들이 이를 저지하고자 몰려들겠지.
몬스터도 예외는 아니다.
자기네 주거지를 박살낸 물건을 세상에 풀어버린 자가 나타났다고 하면 당장 쫓아가서 멱을 따려고 하겠지.
그 모든 시련과 역경을 딛고,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아득한 시간을 넘어선다면, 다음은 대책 없이 싸돌아다니는 반영구적인 자체 동력 기관을 지닌 놀이기구를 제어해야 한다.
심지어 그걸 끌고 다시 놀이공원까지 오려면 그때까지 거친 일을 다시 되풀이해야만 하겠지.
그것도 단순 돌파로 그쳤던 길을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한 온갖 군단과 대군을 상대로 돌파해가면서 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투르비쳬 공국이나 신생마왕군이 해를 겪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네. 이들은 뜬금없이 놀이기구를 탈취하려고 테러를 저지른 범죄자들이라 공표할 걸세.”
‘우와… 진짜 곱게는 못 죽겠네.’
“어떤가. 그대는 본녀의 의견이 마음에 드는가?”
그걸 말이라고 하나.
‘완전 끝내주는데. 지금 당장 보내버리자.’
그렇게 세 얼간이들은 죽을상이 되어서 집 나간 놀이기구들을 찾아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몬스터들 사이에서의 불교 전파?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
저런 불량스러운 신자들 따위, 있어봤자 민폐일 뿐이라고.
오히려 공국 내에서 사라져주는 편이 고마울 지경이다.
“이걸로 반은 해결되었구나.”
‘반이라니?’
“책임은 저들에게 덮어씌우면 그만이지만, 파괴된 시설은 어떻게든 복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도 이처럼 황당한 이유로 재난에 휩쓸릴 걱정 없는 내구성을 갖춘 걸로 말이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같은 일에 두 번 당하는 건 게이머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수치나 다름없지.
그마나 관광객들이 보스몬스터들이었기에 망정이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놀이공원에서 이딴 소동이 벌어졌으면 만 단위의 관광객들이 떼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절대자들이 작정하고 공격을 퍼부어도 거뜬할, 최악의 경우에는 초월자의 공격조차도 일정 수준은 감당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 필요가 있겠어.’
“동감이네.”
‘그럼 힘내봐. 응원은 해줄게.’
셀레나가 떫은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뭐라고?”
‘당연히 니가 만드는 거 아니었어? 원래도 거의 혼자서 만들었잖아.’
“본녀에게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아무리 대지마법에 조예를 지닌 본녀라고 해도 초월자의 공격조차도 견뎌낼 정도의 놀이공원을 만들어낼 자신은 없다네.”
‘역시 그렇겠지… 그밖에도 문제가 산적해있고.’
가장 큰 문제는 건축에 필요한 재료를 구매하는데 필요한 포인트가 없다는 점이다.
포인트 상점에서 비행정이라는 터무니없이 비싼 녀석을 구매한 이후로, 내 남은 포인트 잔고는 처참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귀중하기 짝이 없는 LP(Legend Point)를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금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값비싼 재질을 물처럼 퍼부어서 시설을 만들어야 해. 그것도 이왕이면 우리쪽 돈을 들이지 않고서! 인건비조차도 주지 않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자가 달리 있을 리가 없다.
“드워프! 건축의 달인들을 임금도 없이 노예처럼 부려먹겠다는 건가!”
리페일은 대놓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면박을 주었다.
“그런 수치스러운 짓을 하면서 세계평화를 논하다니, 어불성설이다. 불합리한 노예계약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아니, 잠깐. 누가 대가도 없이 부려먹는대? 임금을 주지 않을 뿐이지, 다른 걸 이뤄주면 그만이잖아.’
“탐욕스러운 드워프 일족에게 돈보다 더한 것을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놈들이 욕망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종족이라는 건 일찍이 수많은 종족전쟁을 거치며 몸소 확인해왔다.
다른 아인종들은 생존이나 복수, 구 마왕군의 회유, 선동, 잔혹한 기질 따위로 인해 전쟁을 벌였지.
그렇지만 드워프만큼은 원천적으로 침략사유가 달랐다.
인간들이 축적한 부와 재산을 노리고, 병신 같은 짓만 골라서 해도 나름 말귀는 알아듣는 인간들을 광산노예로 부려먹고자 침략을 개시한 것이다.
탐욕.
그들에게 있어서 욕망이란 정제해야 하는 금속이 아닌, 더욱 거세게 열기를 올리며 삶에 충실하기 위한 제련도구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드워프들이 뭣 때문에 그리 욕망의 노예처럼 구는지를 생각해봐.’
“못 돼 처먹어서?”
‘…그것도 맞기는 한데, 기본적으로 고전적인 클리셰가 있잖아.’
리페일이 도통 감을 잡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너 모험가잖아.
어째서 이런 클리셰를 모르는 건데.
“드워프 일족의 수장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았는가? 악마군에 딱히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았는데…”
괜스레 옆에서 같이 얘기를 듣고 있던 셀레나만 혼란스러워했다.
악마의 상식으로는 고전적인 클리셰라는 게 그런 건가.
정상적이라는 단어와는 백만 광년쯤 떨어진 두 사람한테 보통사람들의 상식을 기대한 내 잘못이 크다.
‘답은 드래곤이다. 드워프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탐욕스럽고, 세상 모든 것을 지배하에 두어야만 한다고 믿는 초월종. 놈들의 수탈을 받기 때문이지.’
“그럼 인간들의 부를 이용해서 공물을 바치고자 하는 것인가?”
‘그럼 탐욕이 앞서는 게 아니라 생존본능이 앞선다고 하겠지. 공물은 원 없이 바치고 있는데, 맨날 삥 뜯기다 보니까 지들도 삥 뜯는 입장이 돼보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단순명쾌한 내 답변에 리페일이 허탈해하였다.
“실로 불손한 무리로구나. 약자의 입장에 처했으면서 다른 이를 돕기는커녕 스스로 악행을 저지르는 행위를 본받고자 하다니.”
‘동기는 이해가 되지만, 용서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고로 조금 더 골치 아픈 방법을 동원해서 이 사태를 해결할 거야.’
“가만. 드워프 족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서 그들의 조력을 얻는다고 했으니, 그대가 생각하는 설마…!”
리페일은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드래곤을 때려죽이고 드워프들이 탐욕을 부리지 못하게 하려는 거로군!”
‘틀렸다! 그딴 미친 짓을 저지를 수 있을까보냐!’
“그럼 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
언령마법을 구사하는 드래곤을 무슨 수로 때려잡아.
걔들은 레이드보스도 아니라고.
월드보스라고 불러야지.
심지어 놈들은 항마력이 일정수준 이하인 상대는 단숨에 시금치로 바꿔버릴 수도 있는 미친OP(Over Power) 몬스터이다.
싸움 같은 거 걸었다간 가볍게 사망 내지는 세계멸망이라고.
그런 참상을 감당할 자신은 추호도 없었다.
‘드래곤이 삥을 뜯고 다니기는 하지만, 의외로 이런 녀석들은 나이가 어리고 경지가 낮아서 아직 물욕이 충만한 놈들이야.’
“그런가.”
‘그러니 우리에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나는 진지하게 마왕성을 재건하고 드워프들을 영입할 수 있는 두 가지 비책을 알려주었다.
‘드워프 광산을 영역으로 삼은 드래곤을 찾아가서.’
“찾아가서?”
‘이천 년만 늙게 만들어주거나, 경지를 상승시켜준다.’
리페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는 미치광이가 틀림없다.”
아니, 왜!?
이보다 좋은 방법이 어디에 있다고!
“그렇기에 더욱 마음에 드는군. 그 비책, 틀림없이 그대의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위기이겠지.”
‘너, 설마…’
“검사 리페일. 이 검과 목숨은 오직 그대를 지키기 위해 간직해왔으니. 이번 여정, 부디 함께하고자 한다.”
멋지게 말하고는 있는데, 해석하자면 ‘동반자살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같이 가드림ㅇㅇ’라고.
이상하잖아.
어떻게 생각해도 미친 건 네 쪽인 걸!
그래서 더 좋은 거지만!
“……이 답도 없는 바보들 같으니라고.”
괜스레 셀레나만 금방이라도 현기증에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
니다♥
– – – – –
[Q & A 코너 (2/5)]Q : @부모없는 22세기에 모친드립이라니…켄이치 정도야 갈굴수 있는거 아니에요?! 왜 애 기를 죽이고 그래!! 빽!!
A : 답은 라인하르트가 폭주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Q : @켄이치에겣 휴식을 / @이 개같은 세상에 안식을!(켄이치)
A : 오늘자 5참째에 휴식과 안식을 드렸읍니다
Q : @낭자아이가 추가된 개복치 텍스트를 기대하며 쿠폰 13장을 지급하도록 하지 댓가로 하드한 플레이를 요구한다!!
A : 하하하, 작가는 대가성 쿠폰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요! 이 쿠폰은 덧없이 작가의 사리사욕을 위해 쓰도록 하겠습니다!
Q : @ 메테오 떨어지는데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선 트롤러. 못지나간다. 등장하나요. 후요후요~
A : 못지나간다는 요양중입니다. SAN치가 너무 낮아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