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58
00358 #15 – 셸터(Shelter) =========================================================================
#15 – 셸터(Shelter)(15)
드래곤을 유인하기 위해 필요한 진상품.
슈바인드브가 꺼내든 물건은 상당히 낡은 고문서였다.
‘갑자기 웬 책이냐.’
“현역용사로 활약하던 무렵, 구 마왕군의 거점에서 입수한 서적이다. 비밀서고 내에서도 상당히 은밀한 곳에 숨겨진 책이었으니 가치는 적지 않다고 본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대박일지도 모르겠네. 책 내용은 뭐냐. 네가 들고 다닐 정도면 대단한 무술서이겠지?’
슈바인드브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모른다.”
‘모르는 거냐!?’
“알다시피, 나는 문자를 익힐 여유가 없는 삶을 살았다. 근래 들어서는 동화책 한 권은 자력으로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기에는 언어지식이 부족하다.”
‘후요한테 보여줬으면 알 거 아냐.’
“마왕군이 작정하고 숨겨두었던 비밀서적이다. 불손한 내용이 들어있을지 어찌 알고 함부로 보여주겠는가.”
셀레나도 그의 의견에 동조하였다.
“현명한 판단이다. 저 서적은 높은 확률로 세간에서는 [금서]라고 불리는 물건이겠지. 범인은 함부로 접해서는 안 될 금단의 마도서라면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미칠 수 있다.”
확실히 그런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정보는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도 같다.
상당히 오랜 시간 다이스 게임을 했으니 완전히 처음 듣는 정보는 극히 드문 편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했던 플레이 중에서는 금서와 접촉할 일이 없었고, 애초에 수상한 물건은 전부 파티원들에게 넘기거나 다른 조력자들에게 판매했기에 직접 읽어본 경험은 없다.
‘대체 얼마나 흉흉한 내용이 적혀있으면 읽는다고 미칠 수가 있는 거야?’
“고위 흑마도사가 직접 집필한 금서의 경우에는 방대한 정보나 소실되어서는 안 될 강력한 마법을 주로 다룬다고 알고 있네. 문서로 남기는 것만으로는 고등한 지식을 한 권의 책에 모두 담아내기 버겁거나, 소실될 우려가 있어서 매우 특수한 절차를 거치지.”
‘특수한 절차?’
“그대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 자아를 지닌 에고를 깃들게 만드는 방식이지. 소위 말하는 [비전서]의 개념으로 보아도 무방하네.”
‘아아. 그런 느낌인가.’
금서라는 말에 조금 헤맸지만 비전서와 비슷한 물건이라면 다소는 그 정체에 대해서 유추해볼 여지가 있다.
리페일도 검주급의 실력에 올라설 정도로 검을 다루었던 만큼, 비전서라는 말에 무언가 떠오른 점이 있는 모양이다.
“유명한 검가에도 가문검술을 총망라한 비전서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 듣기로는 선대 가주들의 검술을 환영마법으로 비전서에 심어두었다고 한다.”
‘그거 나도 본 적 있는데.’
“뭣, 정말인가!”
‘검가의 검술을 익히지 않은 외부인인 주제에 감히 비전서를 넘봤다면서 엄청나게 얻어맞았지.’
“갑자기 현실감이 넘치는 경험담이 되었군.”
미묘한 표정으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내 검술재능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검 휘두르는 모습 봤어!? 안 봤으면 속단하지 마! 그냥 그 비전서가 유독 깐깐했을 수도 있잖아!’
“일전에 직접 말하지 않았던가. 오백 번이 넘도록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윽.’
“범재 수준의 재능만 있어도 생사의 격전을 그토록 오랜 기간 겪었다면 능히 초월지경에 발을 들이는 것도 노려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그대가 검이 아닌 지팡이라는 것은, 필시 검술재능이 압도적으로 미천했기 때문이겠지.”
‘그 정도로 허접하지는 않거든!?’
허접하지 않다고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모쪼록 비전서와 금서의 특징은 명백하다.
계기가 무엇이 되었든, 어떠한 방식으로 조치를 취했든 간에 강력한 자아와 고강한 경지에 오른 실력자의 에고가 깃들어있다는 거지.
이런 책은 자격 없는 자가 읽었다간 대단히 높은 확률로 미치거나 죽기 십상이다.
‘후요가 읽지 않은 건 납득했어. 그렇다고 모든 의문이 해소된 건 아냐. 그렇게 중요한 책이라면 용사파티에 소속된 마법사가 한 번쯤은 확인했을 법도 하단 말이지.’
슈바인드브는 물끄러미 책을 내려다보며 고민했다.
“듣고 보니 이 책의 감정을 파티원들에게 맡겼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평소에도 가지고 다닐 정도면서 그런 중요한 기억을 까먹은 거냐!?’
“대체로는 책의 정체를 밝히는 데에 실패했고, 그나마 정체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던 파티원도 입에 담기를 꺼려했었다. 뒤숭숭한 분위기였으니 선뜻 떠오르지는 않았지.”
구 마왕군에 정면으로 맞설 정도로 실력 있는 용사파티가 대부분 감정에 실패하고, 그나마 감정에 성공한 파티원조차 정체를 밝히지 않을 정도라니.
어째 갈수록 책의 정체가 미심쩍어진다.
실력으로 미루어보자면 그 용사파티에 소속된 마법사도 결코 셀레나보다 밑줄일 것 같지 않으니, 함부로 감정을 해달라며 셀레나에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특급에 해당하는 내 감별스킬로도 정체를 간파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이 서적의 내용이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곤란하네.
귀중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정체가 뭔지를 모르니 원.
‘아니. 굳이 정체를 알 필요는 없잖아?’
“음?”
‘애초에 목적은 드래곤을 유인하기 위한 보물을 선별하자는 거였고. 이 정도로 수상한 물건이라면 적당히 소문만 곁들이면 드래곤이라도 혹할 것 같은데.’
슈바인드브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읽을 수 없는 책이라면 정체라도 알아보자는 생각이었다. 드래곤에게 진상하는 것은 좋으니, 이왕이면 내용물의 정체에 대해서는 들어보고 싶군.”
‘잊지 않고 부탁할게.’
“그러면 우승자는 내가 되는 건가?”
어… 그러네.
분명 지혜대결 같은 걸 했었지.
그래도 둘 중에 한 명이 우승한 건 아니니까, 아예 제 삼자인 슈바인드브의 승리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겠지.
“본녀가 저 딸바보만도 못하다니…!”
“모험가 치고는 진귀한 전리품을 입수했다고 생각했건만… 전대용사라니. 허들이 너무 높잖아.”
기꺼이는 개뿔.
전혀 승복하지 못하고 있다!
“맞아요! 후요 건 아직 보지도 않았으면서!”
‘아아. 그렇지. 후요가 있었군!’
슈바인드브가 엄청나게 선전한 이상, 딸인 후요 또한 무언가 굉장한 걸 꺼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털이 수부룩한 남정네에게 지는 것보다는 귀여운 아이에게 지는 편이 두 사람에게도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겠지.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에는 위안과는 별개로 애보다 못한 지혜를 지닌 꼴이 되겠지만 말이다.
“저는 이걸 드릴게요.”
후요는 옷 아래에 꽁꽁 감춰두었던 목걸이를 풀었다.
아이가 지니기에는 확실히 값비싼 물건이네.
평소에는 이런 게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으니,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물건인지는 누구라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마법적인 처리는 가해지지 않았구나.”
“목걸이의 재질 또한 그리 가치 있지는 않은 잡철이다.”
셀레나와 리페일은 엄청나게 진지한 표정으로 목걸이를 감정했다.
아이를 상대로 뭐하는 거냐.
경쟁자 취급하며 진지하게 상대하지 말고 어른다운 모습을 좀 보여주라고.
아니 그보다.
저걸 눈으로 본다고 재질까지 알 수 있는 거냐!?
‘목걸이의 재질이 잡철인 건 어떻게 알았어?’
“코볼트 광산에서 사냥해본 경험이 있다면 광물과 몬스터의 상관관계는 쉬이 익힐 수 있지. 모험가의 상식이라는 거다.”
‘보통 그런 거 신경 쓰지도 않는다고. 그런 상식이 있을까보냐.’
그만한 지식과 눈썰미가 있다면 굳이 모험가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
당장 마법사 학회에 몬스터 관련 논문을 써내도 될 지경이잖아.
역시나 알파고가 롤 모델로 삼을만한 대단한 박물학(博物學)이다.
“…….”
“슈바인드브.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는구나.”
“설마 저 목걸이가 남아있었을 줄이야.”
모처럼 걱정해주고도 깔끔하게 무시당한 셀레나가 짐짓 불만스레 눈살을 찌푸렸지만, 슈바인드브의 관심사는 완전히 후요가 꺼내든 목걸이에 향해있었다.
눈에서 불길이 일렁거린다.
어찌나 뚫어져라 쳐다보는지 목걸이를 꺼낸 후요가 긴장하며 두 손으로 목걸이를 꼭 움켜쥐며 덜덜 떨 정도였다.
“후우.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겠지.”
이내 긴장된 표정을 풀고는 후요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화난 게 아니었던 건가.
오히려 지금의 그의 표정은 마치 쓸쓸함을 느끼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대체 목걸이의 정체가 뭐길래 그래?’
“알리샤의 목걸이다.”
‘알리샤라면 분명… 네 아내였던 구 마왕군 간부였었던 여자의 이름이군.’
잘게 떨리는 눈만 보더라도 감회가 무척 복잡해 보인다.
“도망생활을 거듭하던 도중, 언제부터인가 목걸이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조차도 괴로워서 버렸다고 생각했건만… 설마 후요가 알리샤의 유품을 지니고 있었을 줄이야.”
솔직한 마음으로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이 녀석, 애 아빠잖아.
후요가 이 나이가 먹도록 알리샤의 목걸이를 따로 챙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는 건, 육아를 완전 쌩 양아치처럼 했다는 말밖에 안 된다.
알리샤는 마왕군과 용사파티 모두로부터 함께 도망치던 도중, 후요를 낳고는 자신은 목숨을 잃었다고 했었다.
그 말인 즉, 그는 후요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와 만나기 전까지 그녀를 제대로 돌보지도 않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로 안타까운 사연이구나. 물건은 외형보다는 거기에 깃든 추억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기 마련이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별한 부모를 잊지 않다니, 실로 장하다.”
후요의 위축되었던 몸이 조금이나마 풀어졌다.
두 사람의 칭찬을 받자 미약한 기대를 담아 슈바인드브를 올려다보는 모양이다.
정말이지, 딸 바보에 아빠바보라니깐.
“아, 아빠는.. 후요 혼낼 거예요?”
“멍청한 녀석.”
“윽.”
“어째서 너를 혼내야한단 말이냐. 잘못은 모두 이 못난 아비가 저질렀거늘.”
“……!”
눈물만 흘리지 않을 뿐이지, 슈바인드브는 두 눈을 꼭 감으며 후요를 꼭 안아주었다.
“그럼 후요는 어머니의 하나뿐인 유품을, 그것도 폭력성향이 짙던 막장시절의 슈바인드브가 직접 버린 물건을 몰래 숨겨올 정도로 소중히 여겼으면서 지금 꺼냈단 말인가…!”
“실로 사랑스러운 아이이다.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군.”
“크윽… 본녀도 후요의 굳은 마음을 본받아서 지팡이를 진상품으로 고를 수밖에 없겠군.”
그만둬, 이 악마야!
감동 받는 건 좋은데 왜 갑자기 날 도매급으로 끌고 가냐.
뒷감당도 못할 소리만 빽 내뱉고 있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우승자는 슈바인드브다. 그런 소중한 물건을 진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후, 후요는 괜찮아요! 아빠가 착해졌으니까!”
‘엽기적인 제출사유와는 별개로, 애초에 드래곤한테는 그냥 평범한 목걸이일 뿐이라고.’
결국 진상품은 슈바인드브의 금서로 결정되었다.
“그럼 이제 소문만 퍼트리면 되겠군.”
‘그러네.’
“자. 서둘러서 소문을 퍼트려보도록 하세!”
의욕적인 셀레나의 외침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이쯤 되니 제 아무리 둔감한 셀레나라도 눈치를 챌 수밖에 없다.
“지팡이여.”
‘응.’
“소문은 어떻게 퍼트리지?”
‘그야 누군가는 드래곤 레어 근처에 찾아가서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 것처럼 보물에 대한 얘기를 재잘거려야지.’
“결국 드래곤을 유인하기 위해서 드래곤 레어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대체 지금까지의 대결에 무슨 의미가 있었던 겐가!?”
너랑 리페일이 안 싸우게 된 의미가 있는데요.
-낭자아이 : 엉망진창 파티ㅋㅋㅋ
-소마 : 출발하자마자 목적 상실ㅋㅋㅋ
-옷아람 : 뭐하는 거야 얘네들ㅋㅋㅋ
소문을 퍼트리자고 우리 발로 가는 건 정말로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이었다.
결국 내가 기억하는 정보를 토대로 조인족 십여 마리를 동원해서 드래곤 레어 인근에 조인족들을 보내 소문을 퍼트리는 전략을 구사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 파티가 하는 일이 뭐지.
만담 담당인가.
위화감이 하나도 없어서 슬프다.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잘보고갑니다. 1참이군요. 내일은 오늘못한거 합쳐서 9연참은 되겠죠?
A : 작가의 개그력이 고갈되어욧
Q : @갸아악 구아아악 구아악이 열악한 복지환경에서 쥐어짜내지다 도주해버리다니 이 모든건 작가가 잘못한것이다! 구아악의 구아악권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작가는 구아악 다섯을 매일 쓰지 먈고 넷만 로테이션시켜 5일에 한번씩 휴식을 취하게 해줘야 했다!! 오 20%를 쉰다니 그거 완죤 꿀 아닙니까 요즘은 주 7일 일하는 시댄데
A : 이미 탈주한 구아악입니다!
Q : @정신병은 시련이 아니야! 동정비치만큼 쓸모없는 거라고 못지나간다가 잘생겼다는 소리만큼 어이없네
A : 히틀러 닮은 사람을 독일총리로 선출시키는 것처럼 어이없는건가요!
Q : @개인적인 욕망에 의거해 슬슬 개복치 텍스트든 게임내든 h씬이 보고싶습니다 작가님한테 떼쓰믄 안되는데 .. 개인적으로 욕망이 들끓어버려어리 언제쯤으로 계획 하는지 힌트라도 주실수 있으신지요 ? 설마하니 h씬 이벤트여부나 내용(예:복상사?!)도 다이스갓이 정하는건 아니겠죠.. 잘보고갑니다. 오늘도 향기로운 쿠폰(두장)을 받으소서
A : H씬에서까지 주사위를 굴리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복상사 판정으로 완결이라니, 작가가 느닷없이 조기완결을 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아요!
Q : @한편…뿐이라니!! 비냉이 그대와 함께하리라!
A : 비냉도 사람이야 사람!
Q : @작가님이 오늘 1참 하신 것은 내일 5참 재시전을 하기위한 준비운동!
A : 5참은 모르겠고, 개그력은 충전했습니다!
Q : @후요의 사탕은 드래곤도 춤추게 한다.. 라는 속담 없습니까
A : 없습니다.
Q : @근데 가장 쌘게 컨트롤마스터 위대한 검주인데. 개인 실력으로 보면 풍술사랑 컨트롤 마스터랑 비등한거에요?
A : 엄근진하게 분류하자면 초월지경 내에서도 단계가 있습니다. 루드비히는 대략 2단계, 컨트롤마스터는 5단계 쯤 갔겠네요. 물론 개복치 세계관 기준입니다.
각자 자신의 세계에서 상대가 난입자로 들어왔다면, 루드비히의 승률은 65%, 컨트롤마스터의 승률은 90% 가량이라고 생각합니다.
Q : @ 후요: 도와주세요 달님 헤헷~ 하면 달님이 드래곤 멱살잡고 끌고 올꺼임. (본드레곤이라거나 본드레곤 같은것…넘나 다이어트 햇음)
A : 이 예시에는 후요 특유의 귀여움이 부족하군요! 565점 드립니다!
Q : @에잇 재밌는 소설은 쿠폰이나 받아라!
A : 큭! 이 쿠폰에 맞서려면, 더 재밌어지지 않으면 안 되겠어…!
Q : @…..아니 저멤버들소지품중 가장 비싸고 값진거는 개복치본인이잖아….마나 무한으로 사용가능한 마법지팡이;;
A : 흔한 사망플래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