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96
00396 #외전 14.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2) =========================================================================
#외전 14.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2)
일련의 이벤트를 마치고 빈둥거리며 휴식을 취하던 도중.
한 갤러리가 건의사항 란에 흥미로운 요청을 남긴 것을 발견하였다.
전부터 종종 들어오는 요청이기는 했지만 그때는 생계가 급급한 나머지 그런 플레이를 할 여력은 없었지.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무려 츳키의 금수저 클럽 회원이 될 자격인 보유자산 오천만 와트조차도 넘긴 상태가 아닌가!
이래저래 와트를 소모하느라 지금은 오천 만을 살짝 밑지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셸터에서 곧 받을 지원금을 감안하면 나 역시 엄연한 금수저. 잠깐의 여유 정도는 부릴 여력이 있다!
“좋다. 그 소원, 이루어주마!”
자신 있게 외치는 내 모습에 알파고가 음습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때의 개복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자신에게 닥칠 불운한 미래를…”
“기분 나쁜 나레이션은 그만 둬!”
“늘상 있는 일 아닙니까? 참고로 저는 개복치가 1시간 이내에 사망한다에 1만 와트를 걸 예정입니다.”
“내 생존시간으로 도박 하지 마!”
“1시간 이내에 사망해주시면 배당금의 일부를 떼어드리겠습니다.”
“승부조작도 하지 마!”
악성향 갤러리들과 곧잘 어울리던 탓에 알파고도 나쁜 물이 잔뜩 들어버렸다.
으으.
성격이 짓궂은 정도는 참을 수 있다지만 그 이상은 곤란하다고. 따지고 보면 알파고의 도S적인 성적 취향도 갤러리들의 영향을 받아서 생긴 거 아닌가.
아니 잠깐.
그럼 갤러리들은 평소에도 내가 채팅방만 열어놓고 잠들거나 게임에 몰두할 때에 나에 대해서 그렇고 그런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는…?
그만.
본능적으로 이 이상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간 결코 도달해서는 안 될 심연에 닿아버릴 것 같다.
-개복치 : 당첨 축하해. 이번에 특별 모드로 개복치(물고기)플레이를 해보기로 결정했어.
-사리면 : 현명한 판단이야. 분명 재밌는 사망씬이 될 거라고 기대할 게!
-개복치 : 일단 사망이 전제되는 거냐!?
당사자도 여러 가지 의미로 기대하고 있고.
슬슬 방송을 시작해도 될 것 같다.
“특수모드도 꽤 간만에 곧잘 사용하게 되는 구나.”
한동안은 이거 신청하는 사람도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일전에 켄이치를 원 없이 잠자게 해준 이후로 부쩍 건의사항이 늘어나고 있다.
개복치x컨트롤마스터의 BL을 보고 싶다거나 셀레나가 남자로 TS되는 플레이를 보여 달라는 둥, 도저히 수렴할 수 없는 엽기적인 요청이 대부분이기는 해도 말이다.
“솔직히 이거 빼곤 고를 수 있는 것도 없었지…….”
남자 게이머랑 BL을 찍거나 기껏 초절미소녀로 태어나서 남자로 TS당하는 셀레나와 어울리는 것보다는 그냥 내가 개복치(물고기)가 되는 편이 낫지.
괜히 미적거리면 더욱 끔찍한 요청이 들어올지도 모른다.
나는 신속하게 조건문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조건문을 입력하십시오.』
『타입 직접진행. 대상 개복치.』
『소원의 내용은 게이머가 개복치(물고기)로 플레이하는 것. 이상의 조건문이 맞는다면 [Yes]를, 아니라면 [No]를 선택해주십시오.』
『[Yes]를 선택하셨습니다.』
『게이머의 직접진행 타입. 개복치(물고기) 플레이를 시작합니다.』
조건문의 입력은 언제나 그렇듯이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이것으로 갤러리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소원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는 누구도 모르는 법이다.
소원을 빈 갤러리도.
게임을 진행하는 당사자인 나조차도 말이다.
화면이 암전되고 잠시 고요한 침묵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기묘한 감각과 함께 플레이가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근데 뭐야.
화면이 하나도 안 밝아지잖아.
-프랑 : 이런 시발. 심해면 어두워서 아무 것도 안 보이잖아!
-소마 : 미친ㅋㅋㅋㅋㅋ
-구아악 : 갸아악 구아아악
뭔가 물고기는 부단하게 움직이며 먹이를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갓 태어난 새끼 상태에서부터 시작하기라도 하는 건지 몸이 움직이는 감각이 들지가 않는다.
표류하고 있잖아.
기대한 것은 코미디였는데 정작 실제로는 극사실주의적인 생존물이 되었다고.
“부그르르”
아이템일 때와는 다르게 말도 할 수 있기는 한데.
그게 사람 말도 아니다.
전음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상황이 더 열악하군.
‘이거 두 번 할 짓은 못되겠군.’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면 시리즈물처럼 간간히 특수모드로 개복치(물고기)가 되어보는 것도 어떨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건 단기 플레이로 끝내야겠다.
둥실둥실
물살을 따라 떠다니면서 간간히 얻어걸리는 먹이를 집어삼키자니 몸이 성장하는 게 느껴졌다.
나름 게임이랍시고 성장속도는 제법 빠른 것 같다.
아니, 가만.
어디선가 이런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래, 바로 그거였다.
‘물고기 키우기!’
자기보다 작은 크기의 물고기는 온 몸으로 부딪혀서 뼈조차 남기지 않고 잡아먹고, 자신보다 덩치가 큰 물고기랑 부딪히면 역으로 뼈도 못 추리고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게임!
설마 이걸 다이스 게임에서 하게 될 줄이야.
심지어 3D라니.
이런 기괴한 플레이를 온 몸으로 체험해보는 날이 올 거라고는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갤러리들이 생각한 게임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프랑 : 예전에 개복치 키우기라는 게임도 있지 않았나?
-쓰레기 : 그거 뭐만 하면 돌연사하는 거였잖아
-소마 : 물살이 너무 세서 놀란 나머지 돌연사하는 데드 엔딩도 있지 않았던가? ㅋㅋㅋㅋㅋ
아무리 재수가 없는 나라고 그런 비참한 죽음을 겪을 리가 없잖아.
진짜 개복치도 아니고.
근데 지금은 진짜 개복치잖아…?
‘시발. 빨리 성장해야 해. 덩치가 커지면 그런 걸로 죽지는 않을 거야.’
닥치는 대로 주변의 먹잇감을 포식하자니 급격히 체구가 불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거대한 파오후가 되는 기분이군.
포만도 시스템도 없는지 먹는 대로 고스란히 소화되는 몸 덕분에 포식행위에 전념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프랑 : 뭔가 실루엣이 커지는 것 같기도 한데.
-쓰레기 : 잠깐. 쟤 뭐 먹고 있는 거야?
-살인전차 : 플랑크톤이라도 먹고 있겠지
-쓰레기 : 아니. 개복치는 원래 알을 엄청나게 낳잖아
-프랑 : 그런 건가?
갤러리들이 두서없이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설명충이 나타났다.
-스피드웻건 : 설명하지! 개복치는 어류 중에서 가장 많은 알을 낳는 물고기이─지! 곤충 중에 가장 많은 알을 낳는 호주박쥐나방이 2억 개 가량을 낳지만 개복치는 무려 3억 개의 알을 낳을 수 있다! 그럼 설명을 마친 설명충은 쿨하게 사라지도록 하지!
-퐁삽 : 쟨 진짜 12년간 저 컨셉 꾸준히 밀어오는 구나
-쓰레기 : 나도 쓰레기컨셉 12년 간 밀어왔는데
-퐁삽 : 넌 그냥 본성이 쓰레기라 그런 거고^^
-쓰레기 : 싸우자 개객끼야
설명충이 나오건 말건 자기들끼리 싸움이 붙었다.
허허.
평소처럼 개판 오 분 전인 상태로군.
-알파고 : 오오..
무슨 기대를 하는 채팅을 올리는 거냐.
못 낳아.
그렇게 많이 못 낳는다고.
애초에 난 암컷도 아니잖아.
애를 낳는 거면 알파고 네 쪽이다.
휴머노이드라서 그것도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애초에 3억 마리나 되는 아이들을 키울 자신은 있는 거냐.
발드 마이저라도 그 숫자는 무리일 것 같은데.
틀림없이 양육비로 파산해버릴 거라고.
『축하합니다! 체구가 10cm가 되었습니다!』
『스킬 [헤엄치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포식자들을 피해 도망 다니며 적극적으로 먹이를 찾아 섭취하십시오. 개복치는 성체가 되기 전이 가장 취약하지만 한 번 성체가 되면 바다의 포식자로 군림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런 시스템인건가.
성장하면 사냥터가 개방되고, 강력한 몬스터들을 피해 약한 몬스터들을 잡아먹으며 성장하는 것이군.
아니 가만.
그럼 방금 전까지 내가 먹은 먹이는 뭐였지.
플랑크톤이라기에는 뭔가 걸리는 게 있는데.
스피드웻건이 아까 개복치는 한 번에 알을 3억 개나 낳는다고 했으니 같은 자리에 있었던 알을 먹어치운 것인가!?
‘뭐 내 형제들도 아니고. 알게 뭐야.’
미소녀 여동생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형제자매라고 해도 전부 개복치잖아.
어류에게 가족애를 느낄 만큼 엽기적인 감수성은 없고, 설령 그런 감수성이 내게 있다고 해도 다른 개복치들은 형제자매고 뭐고 일단 살기 위해서 다 먹어치우려 들었을 거다.
그러니까 내가 나쁜 게 아니야!
살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거였다고!
‘해류도 뭔가 슬슬 익숙해지는 것 같네. 특수모드 플레이여서 그런가.’
동기화율을 높이면 감각이 예민해져서 보다 신속하게 적응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기는 바다 속이다.
언제 다른 물고기한테 산 채로 잡아먹힐지 모르는 곳에서 감각 동기화를 높였다간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단련된 사망플래그 감각으로 계산해보자면… 이쯤에서 상위사냥터를 찾아가겠답시고 설쳤다간 높은 확률로 굉장한 녀석과 맞닥뜨려 즉사하겠지.’
가만히 해류에 몸을 맡기며 주위의 동태를 살피기를 얼마간.
아니나 다를까.
거대한 무언가가 공간을 짓뭉갤 기세로 입을 쩍 벌리며 해수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휴. 움직이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내심 그렇게 안도하는데 묘하게 몸이 끌려가는 느낌이 든다.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흡입력이 점점 강해지네.
시발.
뭐야 이거.
나 지금 잡아먹히고 있는 거냐.
사이즈가 고래 사이즈라고.
이건 너무하잖아!
물고기 키우기에서도 이런 대괴수 같은 사이즈의 놈들은 후반부에나 나왔다고.
-알파고 : 죽으면 안됩니다. 좀 더 힘내주세요.
-묵제 : 이걸 알파고가 응원을?
-알파고 : 30분 전에 죽으면 알파고가 상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옷아람 : 상금을 위한 선량함 코스튬이었음ㅋㅋㅋ
-사이언스킬러 : 코스튬 ㅅㅂ ㅋㅋㅋㅋㅋ
제길.
기어이 날 다이스 토토 따위에 이용하다니.
제대로 배당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살아주겠다…!
‘스킬 발동! 헤엄치기!’
『스킬 [헤엄치기]를 발동합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강력한 흡입력에 의해 거대 생물체의 뱃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쓰지도 못할 거면 왜 있는 거야, 스킬은!?
으으.
분하고 억울하지만 결국 나는 거대괴물의 뱃속에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그런데 이거.
내 생각보다도 사이즈가 훨씬 더 크다.
적당히 자리를 잡고 버티니까 위장까지 내려갈 일도 없네.
가만.
이거 그냥 여기에서 버티면 꿀 빠는 거 아닌가?
먹이는 거대괴물이 계속 먹어줄 거고.
그냥 여기서 기다리다가 먹을 수 있는 것만 낚아채면 되는 거잖아.
위험도도 낮으면서 성체가 될 때까지 자라나기에 이보다 적합한 환경도 흔치 않을 것이다.
완벽한 공략지점.
이보다 좋은 장소는 있을 수 없다!
『You Died…』
근데 갑자기 죽어버렸다.
“아니 왜!?”
갤러리들도 영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소마 : 머지??
-영점일톤 : 머야 머야???
-위원장 : 왜 죽음???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플레이 데이터 로그이다.
캡슐과 연동된 컴퓨터에는 게임 내에서 등장한 시스템 메시지만 따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
플레이 데이터 로그를 찾아서 사망원인을 확인해봤다.
『고래의 입 안에서 나는 악취로 인해』
후각내성이 없어서 돌연사한 거냐.
미친.
그딴 거 어떻게 기르는데.
『스트레스 게이지가 최대치가 되어서 돌연사!』
뭐 시발.
그딴 거 못 들었다고.
심해라서 인터페이스도 안 보였잖아.
-사리면 : 뭔가 실망스럽네. 한 번만 더 죽어주면 안 돼?
-개복치 : 될 것 같냐?
-사리면 : 50만 와트 쏴줄게.
당연히 되지요 고객님.
나는 기꺼이 특수모드를 조작해서 다시 접속했다.
그리고 시작 3분 만에 다시 사망했다.
“대체 뭐가 문제야!?”
시스템 로그는 사망원인을 보여주었다.
『플랑크톤의 목 넘김이 좋지 못해서 돌연사!』
이런 엽기적인 사망원인은 본방을 할 때에도 흔치 않았다.
시발.
플랑크톤도 제대로 못 삼켜서 죽는 게 말이 되냐.
좋아, 결심했다.
개복치(물고기) 플레이는 두 번 다시 하지 않겠어…!
============================ 작품 후기 ============================
알파고와 플랑크톤의 하드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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