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46
00046 #2 – 개복치 더 데스티네이션 =========================================================================
#2 – 개복치 더 데스티네이션(3)
이삿짐 직원이 꿀잠을 자는 사이, 나는 채팅을 켰다.
새삼스레 달리 할 일이 있겠어?
하소연이나 해야지.
“여기 츳키 있냐.”
-낭자아이 : 없음
단호박이네.
그보다 너는 잠도 안자냐.
진짜 낭자아이 없는 때를 본 적이 없네.
알파고 못지않은 AI의혹 갤러리 중 한 명이다.
“츳키가 이삿짐 직원 불렀더니 뮤턴트 백 마리 달고 옴.”
-낭자아이 : ㅋㅋㅋㅋㅋ
-참피 : ㅋㅋㅋㅋㅋ
-침략자 : 그렇군.
“너네 너무 신나하는 거 아니냐!?”
갤러리들은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는 듯이 떡밥에 편승했다.
전에 본 뮤턴트가 어떻다, 자기가 뮤턴트랑 1 대 17로 싸웠다하는 썰이다.
누가 봐도 구라잖아.
맨손으로 트럭 해체하는 놈들하고 1 대 17?
장기 해체당하기 딱 좋은 소리다.
다이스 게임 캐릭터처럼 이능을 발휘하면 모를까.
그런 거 상식적으로는 절대로 무리지.
“뭐 아무튼 간에. 지금 직원 우리 집에서 자고 있음.”
이 사람도 목숨 걸고 왔는데 뭐라고 구박할 수도 없고.
급한 처지에 이사만 뒤로 미뤄진 셈이고.
이거 되게 심란하네.
아무래도 근시일 내에 이사 가기는 어렵지 싶다.
잡담에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츳키가 나타났다.
-츳키 : 방금 소식 들음. 사고 나서 이사 실패했다며?
“죽은 사람 없는 게 다행이지. 직원 한 명 맞지?”
-츳키 : 다섯 명인데.
오 마이 갓…….
네 분이나 순직한 거냐.
장난 아니잖아.
괜히 나 때문에 죽은 것 같아서 미안해진다고.
-츳키 : 무장 강도랑 총격전하면서 경비요원 둘 죽고 두 명은 배신 때렸다더라.
뮤턴트랑 하나도 관계없잖아!
-츳키 : 어쨌든 의뢰 받은 이상 임무완수 못한 건 내 쪽 실수지. 책임지고 구조팀 보내줄게.
게이머와 갤러리 간의 정이 이렇게 나오기도 하네.
배 째라고 무시해도 되는 일인데 구조팀까지 보내준다니.
나 조금 감동했을지도 모르겠다.
-츳키 : 이주일 뒤에.
근데 이주일이 뭐요?
“너무 길잖아.”
-츳키 : 인력이 딸려서 어쩔 수 없음.
그거야 그렇겠지.
전쟁 때문에 사람이 오죽 죽었어야지.
요즘은 인력만큼 귀한 게 없는 시대이다.
22세기 기술력에 의지한 A.I 테크놀로지야 있다.
근데 설비랑 자재를 못 구한다.
공장이고 뭐고 방사능 천지에 뮤턴트가 들끓는 걸.
아주 없는 건 아닌데 그만큼 귀한지라 A.I는 발전소 금수저라도 보유량이 적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웃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다.
지금은 만들기도 어렵고, 관리하기도 힘드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공돌이들은 덕분에 살맛 좀 난다더라.
“그럼 나 이주동안 뮤턴트 집 앞에 풀어놓고 지내야 되냐”
-츳키 : ㅇㅇ
때리고 싶다.
츳키를 격하게 때리고 싶다!
졸지에 전기소모 속도만 가속 붙게 생겼네.
이제 와서 달리 어떻게 할 방법도 없지만.
갑작스레 생긴 군식구를 어찌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적어도 세 번은 생사를 넘나들고 온 사람인데 잠을 깨우기도 미안하고.
일단은 게임이나 하면서 스트레스나 풀자고 생각했다.
간단한 메모를 남겨놓고는 다시금 다이스게임에 접속했다.
***
낯선 천장이다.
…느닷없이 말하니까 좀 황당한데 정말로 낯선 천장이다.
게임 종료하면서 분명 세이브를 했던 것 같은데.
또 버그라도 일어난 건가.
정말 질릴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게임이다.
이거 절대로 올해 안에 메인서버 터진다.
‘그래서… 이건 또 뭘까.’
투르비쳬 공국 내이기는 한지 창밖으로 눈발이 사납다.
이거 외출했다간 얼어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보아하니 뜬금없는 멀리던지기로 들판까지 날아간 나를 누군가 주워온 모양이다.
근력 30 이하는 들지도 못할 것 같은데.
제법 한 가닥 하는 인간이라도 있는 건가.
……격하게 인간이기를 바란다.
몬스터한테 들려 다니고 싶지는 않다고.
악마는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지만 몬스터는 다르다.
걔들은 멍청해서 날 칼처럼 다뤄댈 게 분명하다.
“고로롱..”
뭐지.
같은 방 안에서 숨소리가 들려오는데.
유심히 주변을 살펴보니 침대 이불이 약간 부풀어 올랐다.
설마 여기에 사람이 있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작은데.
발육부진인 150cm의 셀레나보다도 20cm는 더 작다고.
“음냐..”
죽부인이라도 채워 넣었다고 믿고 싶었지만 사람이었네.
제길.
상대의 정체가 뭐건 알게 뭐람.
적당히 불행한 사건을 일으킬 때까지 날 도와줄 상대면 충분한걸.
‘일어나라.’
전음이 들리지 않은 걸까.
다시금 재촉하듯이 전음을 넣어보았다.
“후아아아으으… 아빠 1분만 더 잘게에에…”
오, 좋은 느낌.
이 목소리는 틀림없는 여자다.
-낭자아이 : 이거, 미인이다!
-퐁삽 : 연령은 16세 이하로 추정!
-알파고 : 신장크기와 발성상태로 미루어보아 체중 41kg. 오차범위 ±0.2.
목소리만으로 거기까지 알 수 있는 거냐!?
새삼 갤러리들의 능력이 두려워진다.
뭐 내 입장에서도 유익한 정보였지만.
그보다 꽤 어린 애 같네.
왠지 모르게 장난기가 올라와버렸다.
‘깨어나라 용사여.’
이불 너머로도 흠칫 놀라는 게 느껴졌다.
이거 재밌네.
조금만 더 해볼까.
‘운명의 날이 도래했다. 나를 붙잡으라.’
“누구세요…?”
이불 너머로 빼꼼 고개만 내미는 소녀.
볼살이 귀여운 앳된 얼굴이다.
험악한 전사들뿐인 북방에서 이런 아이가 있을 수 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의 행운이다.
내 감식안에 따르면 이 아이는 매력 50은 가뿐히 돌파했다!
‘지팡이다.’
“에고아이템!”
‘똑똑하구나. 상으로 포도맛 사탕을 주마.’
『포도맛 사탕을 1p에 구매하셨습니다.』
지팡이 끝에서 툭 떨어지는 포도맛 사탕.
데구르르 구르는 사탕을 보던 아이가 울상을 지었다.
포인트 상점이 잘못했네.
센스 없기는.
사탕은 포장지에 감싸진 채로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
‘울지 말거라 용사여.’
“그치마안…”
‘타이밍에 맞춰서 새로운 사탕을 받아 보거라.’
아이는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팡이 앞에 쪼르르 달려와 앙증맞은 손을 내미는 게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만 심장이 쿵쾅거렸다.
완전 귀엽잖아.
이 아이를 절대로 울리고 싶지 않아.
지켜주고 싶다.
결혼은 몇 년 뒤에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난 생명체가 아니잖아?
인간이 되고 싶어.
어째서 난 아이템으로 태어나버렸는가.
찰나의 순간에 사랑과 기대, 절망과 허무를 거듭 느꼈다.
“와아! 감사합니댜!”
그런 다채로운 감정의 격변도 아이의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니 말끔히 사라진다.
크으으.
그래, 바로 이거야.
난 이 날을 위해 이때까지 살아왔던 거였어.
내 인생에 이처럼 충족감이 드는 순간은 한 번도 없었다.
혀 짧은 소리도, 사탕을 오물오물 굴리며 헤실 거리는 표정도 최고다.
뭔가 삶의 의미를 깨우쳐버린 기분이야!
-낭자아이 : 와. 이 큥한 기분은 뭘까.
-소마 : 저 아이를 위해 아침밥을 만들어주고 싶어…
-묵제 : 치유된다… 일생의 고질병이었던 중2병이 사라지고 있어…
셀레나가 귀여운 미소녀라면 이 아이는 귀여움 그 자체.
그냥 화신이다!
결국 아이가 사탕을 다 먹을 때까지 나는 갤러리들과 한 마음이 되어서 침묵을 지켰다.
행복한 관람시간이 끝난 뒤, 아이가 호기심어린 얼굴로 물었다.
“지팡이님. 제가 용사가 될 수 있나요?”
‘물론!’
오히려 네가 아니면 곤란하다.
날 다뤄도 좋을 용사는 이 세상에 오직 너밖에 없다.
용사의 의미가 달라진 것 같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지금 중요한 건 이 아이를 놓치면 안 된다는 사실뿐이다!
“저… 역시 안 될 것 같아요.”
어째서!?
방금 전까지 무지 하고 싶다는 표정이었잖아.
뭐가 네 고민이냐.
고민의 원인을 철저하게 박살내주마!
“저 몸이 약해요. 아빠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돈을 벌지 않으면…”
…아이의 건강이나 아버지를 박살낼 수는 없겠네.
그보다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이 아이는.
암만 봐도 열셋 이하잖아.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라고.
그렇다고 용사처럼 몬스터 학살하고 다닐 나이도 아니지만.
아무래도 아이를 설득하려면 아이의 아버지와 단도직입적으로 대면해야겠다.
‘아버지를 불러오렴.’
역시 다짜고짜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같은 건 무리겠지?
평생 행복하게 키울 자신이 있다고 할까.
그런 두근거리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울음소리가 들렸다.
뭐야.
이거 아까 그 아이 목소리인데.
잠시 후, 우는 아이를 한 손에 짊어진 남성이 나타났다.
“뭐야? 새벽부터 지팡이가 어쨌다고?”
“거짓말 아녜요!”
“멍청한 년! 저건 내가 설원에서 주워온 거다. 운석하고 같이 내려온 지팡이니까 틀림없이 고급 장비일거라고. 먼지 하나 안 남게 반들반들하게 닦아놔!”
…우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살의를 느끼는 대상은 처음이다.
이 녀석 아버지 맞아?
아이한테 거침없이 윽박질을 하고 있잖아.
‘멈춰라 인간.’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나는가본데.
네가 주워온 게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지.
‘나는 에고 아이템. 어린 아이에게만 힘을 빌려주는 전설등급 지팡이다.’
“진짜잖아. 맙소사. 에고 아이템? 전설등급? 크하하! 드디어 대박을 건졌군! 넌 아주 비싼 값에 팔아 치워주지!”
…아니, 이게 아닌데.
뭐야.
네 옆에 어린 아이 있잖아.
왜 팔려는 건데.
그냥 날 저 아이가 잡을 수 있게 해!
아이를 나에게 넘기라고! 빼애액!
-낭자아이 : 아. 알았다.
-묵제 : 뭐가?
-낭자아이 : 개복치가 저 애 임시주인으로 삼으려는 듯.
-묵제 : 그럼 지금 애 아빠랑 교섭하려던 건가.
-낭자아이 : 그렇지. 저 개복치가 [교섭]을 하려고 하네.
어째서 교섭에서 강조효과 넣는 거냐.
꼭 절대로 실패할 것처럼.
이번 회차에서는 의외로 교섭 실패한 적 없거든?
‘네 아이는 선택받은 용사다. 나는 반드시 아이와 함께 있어야만 한다.’
너도 사내라면 [운명]이라는 말의 울림을 알겠지.
가슴을 뜨겁게 하는, 사내라면 피할 수 없는 격변의 기회!
그런 기회가 네 자식에게 찾아온 거다.
뭐… 여자아이지만.
아무튼 이 아이는 양보할 수 없다!
“푸헿. 요 코찔찔이 꼬맹이가 용사라고? 차라리 내가 용사라는 게 더 그럴싸하군. 애초에 바윗덩어리까지 달린 주제에 무슨 수로 내 아이가 널 들고 다니는데. 곡괭이질을 해도 안 떨어지는 바위가 달려있다고.”
끄응.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이 아이를 향한 내 마음만큼은 진심이라고!
‘날 드는 거야 몸종이 하면 된다. 마침 넌 아이의 아버지이지 않은가. 아이를 대신해서 존귀한 나를 대신 나를 기회를 주겠노라. 위대한 용사의 모험에 동행하는 것을 일생의 영광으로 생각해라!’
애 아빠는 멍청한 얼굴로 날 보다가 푸헿헿 거리기 시작했다.
으엑 더러워.
침 튀잖아, 이 망할 수컷아.
셀레나가 뽀득뽀득하게 닦아준 몸이 더럽혀진다고.
“용사 같은 허울 좋은 소리에 넘어가는 건 벽촌의 무지렁이 농부밖에 없다. 누굴 바보로 생각 하냐? 저 아이가 피와 살이 튀는 전투를, 인간의 악의와 흉성이 들끓는 모략을 넘나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진심으로?”
용사에 대해 굉장히 현실적인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데.
일개 애 아빠 주제에 보통내기가 아니군.
아무래도 적당히 말로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할 수밖에 없겠군.’
“지팡이 주제에 뭘 하겠다고?”
‘[교섭]이다!’
교섭은 랜덤 선택지로도 할 수 있지.
드래곤조차 감쪽같이 속아 넘긴 선택지를 일개 촌부가 맞설 수 있을 리 없다.
목표는 원 플러스 원.
아이를 임시주인으로, 애 아빠를 지팡이 셔틀로 데리고 다니는 거다!
『교섭을 시작합니다.』
『승리조건 : 아이와 아이 아빠가 파티원이 된다.』
『패배조건 : 아이와 아이 아빠 중 한 사람이라도 파티원이 되지 않는다.』
뭔가 불행이 어쩌고 했던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아이를 손에 넣고 말겠다!
승부다, 애 아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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