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84
00084 #3 – 만수무강하소서 여왕 폐하 =========================================================================
#3 – 만수무강하소서 여왕 폐하(14)
백설공주가 기절한 직후, 셀레나를 시켜 그녀를 회수했다.
그런데… 이쪽도 어째 상태가 만만치 않다.
밑으로 웅덩이가 고이다 못해 냇물이 흐르고 있잖아.
“하아… 그대가 이토록 상냥한 인품을 지니고 있었다니.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가슴이 뜨거워지는 구나. 어떤가. 본녀와도 한 번 즐기고 가는 게.”
그거 완전 좋은 생각인데요.
다만 때가 좋지 않았다.
셀레나는 언제든 품고 싶은 여자지만 더는 여유가 없다.
‘숲에서 난쟁이가 돌아오고 있어.’
약쟁이와 살인범.
바위를 부수며 사라졌을 때 우세를 점한 건 살인범이었다.
그렇다고 살인범이 확실하게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둘 중 어느 쪽이 이겼을지는 모른다.
만약의 경우, 약쟁이가 살아남았다면 앗차하는 순간에 모든 게 끝나고 만다.
경계심을 키우며 주시했지만 괜한 기우였었다.
살인범은 검에 묻은 피를 휘릭휘릭 털어내며 다가왔다.
“공주는?”
“보다시피. 완벽하게 공략했다네.”
“나도 약쟁이를 죽였다. 목을 베어냈으니 후환은 없다.”
다행히도 양쪽의 공략은 모두 성공했다.
이걸로 한 시름은 덜었다.
셀레나는 내친김에 바로 행위에 돌입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렇다고 행위를 즐길 만큼의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오두막의 난쟁이들은 더욱 강하다. 디스크나 약쟁이와 달리, 나보다도 강한 놈이 둘이나 더 있으니까.”
‘무력으로 결판을 낼 생각은 없었어.’
“그거 참 다행이군.”
이곳에서 받은 퀘스트를 완료하고 본 차원으로 귀환하려면 12공주를 제거해야만 한다.
그런데 매번 이런 식이면 아무리 나라도 한계가 있다.
아니, 오히려 나니까 한계가 있지.
정상적인 루트로 충분한 무력을 갖춘 뒤에 정식 퀘스트를 맞이해 차원의 틈에 진입한 게 아니니까.
다른 게이머라면 미친 듯이 칼부림을 해대며 일곱 명의 위대한 검주를 다 때려눕히고 공주를 강간하든 어쩌든 한 다음에 제거했겠지만.
뭐 그렇지.
내 성정이나 실력에 그런 플레이가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살인범. 너는 공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
“어려운 질문인데.”
‘어렵다고?’
이건 또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답변이었다.
난쟁이는 당연히 공주를 좋아하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일곱 명이 하루씩 번갈아가며 월화수목금토일로 공주랑 즐길 리가 없잖아.
물론 이 녀석들의 왜곡된 성욕을 고려하면 공주를 좋아한다기보다는 공주의 몸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공주는 한 번, 우리를 배신했었다.”
‘배신이라고?’
“아아. 공주는 왕비의 음모를 피해 숲까지 도망쳤다가 오두막에서 우리들과 함께 살아왔다. 그러다가 마녀로 분장한 왕비에게 독사과를 받아먹고 영원히 잠드는 저주에 빠졌지.”
이거 다 아는 얘긴데.
동화는 공동교육 받을 때 다 뗐다고.
대충 흘려들을 내용은 거르고 핵심부분만 들었다.
“왕자에게 구출 받은 뒤, 공주는 본래 살던 성으로 돌아가 왕비에게 복수를 마쳤다. 그 뒤로는 모든 게 끝이었지.”
‘과연. 난쟁이 따위는 새까맣게 잊었다는 건가.’
“그래. 공주는 우리의 헌신과 우정을 모두 저버렸다. 그런 주제에 정작 낯선 차원에 넘어오니 다시금 우릴 찾아오더군. 뻔뻔한 낯짝을 보니 참을 수 없어져서 이번에는 우리도 대가를 요구했다.”
그게 바로 섹스인가.
하긴 난쟁이들도 여간 상실감을 느낀 게 아니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일곱 놈이 하나같이 위대한 검주급으로 강해질 수 있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분명 공주를 향한 그리움과 원망을 못 견뎌 나날이 검술을 수련하고 세상과 등진 채 살아왔겠지.
어렵게 갈 거 없이 쉽게 보자면 왜곡된 사랑이라는 거다.
‘그래서. 공주가 약에 찌든 몰골이 되어도 방관해왔었나?’
“그랬었지. 오히려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은 어떤가.’
살인범은 수염을 씰룩거렸다.
마치 정곡을 찔렸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내가 엿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나?”
‘당연하지. 위대한 검주 정도 되는 녀석들이 요란한 칼부림도 없이 한 시간이나 잠잠하게 있을 리가 없잖아.’
“재수 없는 녀석.”
수염에 가려진 입가는 보이지 않았지만 두 눈만은 확실하게 보였다.
일그러진 인생에 대한 회한이 가득히 담겨 있었다.
“후회한다. 우리들 난쟁이는 선사하지 못했던 진정한 행복을 인간도 아닌 마왕과 에고아이템이 선사했다니. 수치심을 느낄 여지조차도 없더군. 그녀에게 있어서 우리들은 마왕보다도 못한 존재였다는 거겠지.”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달라지면 된다.’
“속죄 같은 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하나? 이래보여도 우리는 이곳 차원에서 수백 년 이상을 살아왔다.”
백설공주가 수백 살 먹은 괴물처럼은 안 보이는데.
-알파고 : 차원의 법칙.
-퐁삽 : 아아. 여기서는 나이를 안 먹는 듯.
확실히 차원마다 법칙은 천차만별이었지.
어떤 차원은 [1년에 한 번, 세계가 리셋 된다]이기도 하고.
그에 비하면 [나이를 먹지 않는다] 정도는 별로 대수로울 것도 없다.
실제 나이가 어떻건 간에 서로가 교감을 나눌 수만 있다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셀레나만 해도 정확한 나이는 모르는 판국인데.
그러니 나이가 어떻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고 하는 건 정말로 아무래도 상관없는 하찮은 문제였다.
‘공주는 자신의 인생을 되찾고자 한다. 그녀를 도와라.’
“너를 도와라, 겠지. 대체 무슨 속셈이냐.”
‘동화 속에서 강제로 끌려나온 공주들을 죽일 것이다.’
살인범의 두 눈에 살기가 어렸다.
“그걸 나보고 납득하라는 말이냐.”
‘영생은 축복이 아니다. 영원히 고통을 느낄 뿐이지. 공주를 옆에서 지켜보았던 너라면 알고 있을 텐데?’
“…….”
‘당장 죽이지는 않을 거다. 그녀는 다른 공주들을 죽이기 전까지는 미끼로 활용할 거니까. 그리고 너는 검이 되는 거다.’
“네놈…….”
간단한 해결책이다.
백설공주를 통해서 다른 공주들과 접선을 꾀한다.
만남이 이뤄지면?
그대로 난쟁이들을 암살자처럼 부려서 다른 공주들을 몰살시킨다.
위대한 검주인 난쟁이들에게 암살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의 부탁을 들어주세요.”
백설공주가 힘없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공주. 이들은 당신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고?”
“쾌락 역시 제가 바란 건 아니었죠.”
“…….”
공주는 난쟁이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안았다.
작은 체구 탓에 난쟁이는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이처럼 보였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살인범을 향해 공주는 속삭였다.
“당신들을 용서할게요.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해주세요.”
“…바보구나. 너는 그 시절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그래요. 저희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죠.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돌아가는 거예요. 모든 이야기가 끝났던 그 시절로.”
“너는… 그걸로 괜찮은 건가? 이야기의 끝은…”
“죽음은 두렵지 않아요. 제게 있어서 두려운 건 영원히 여러분에게 용서받지 못하는 삶뿐이니까요. 잊어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로, 미안해요…….”
눈물을 지으며 참회하는 백설공주.
살인범도 눈시울을 붉히며 그녀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 이런 의미였는가.
하긴, 동화 같은 거.
이야기가 끝나면 모두에게 잊힐 뿐이다.
분명 죽겠지.
그래도 진정으로는 그래야만 마땅했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 따위, 영원한 행복으로 끝날 리가 없다.
영생은 고통과 광기로 가득 찬 것이니까.
게이머인 나는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이야기는 언젠가는 끝내야만 하지.’
그러나 열두 번째 공주, 사악한 사령술사 무간다가 끝나버린 동화 속의 공주들을 부활시켰다.
그 때문에 이야기는 끝났는데도 모두가 낯선 차원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일그러진 광기와 추악한 본능에 사로잡힌 채로.
마치 오늘날의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한가롭게 빵이나 구울 때가 아니었군.”
“대장…!”
살인범은 다급히 공주의 품에서 벗어나 검을 쥐었다.
난쟁이 대장을 비롯한 남은 난쟁이 셋.
그 전원이 언제부터인가 오두막을 벗어나있었다.
“날 죽이기 전에는 공주에게 털끝하나 대지 못한다!”
“어림없는 소리를.”
대장은 주방장 모자를 벗고 김이 오르는 접시를 내밀었다.
“공주를 지키는 건 우리들 모두의 몫이 아닌가.”
“!!”
대장의 뒤로 난쟁이들이 고개를 불쑥 들이밀며 말했다.
“혼자만 멋진 척하다니, 비겁하잖아.”
“왕자에게 멋진 역할은 전부 빼앗겼던 때와는 다르다고?”
“그걸 위한 수련이었으니까. 공주가 저렇게까지 우리를 위해준 이상, 금수처럼 은혜를 무시하고 살아갈 수는 없지.”
바보 같은 녀석들.
진즉에나 좀 이럴 것이지.
공주와 난쟁이들이 신파극을 찍는 동안, 셀레나는 난쟁이 대장이 들고 있던 접시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요리했었지, 쟤.
무슨 요리인가 싶더니 빵이 있었다.
…그냥 평범한 식빵이다.
“빵인가?”
“틀렸다! 토스트다!”
“…빵밖에 안 보인다만.”
“잘 보라고! 사이에 토핑이 들어가 있지 않은가!”
빵 사이에는 빵 밖에 안 보이는데요.
“…구운 빵?”
“정답이다!”
시발.
빵 사이에 구운 빵을 끼워먹는 게 뭐가 토스트야.
그냥 빵 세 개잖아.
토핑의 의미는 알고 있는 거냐.
공주가 난쟁이들 버리고 도망갈 만하네.
이런 더럽게 맛없는 요리만 먹다보면 분명 미쳐버릴 거야.
맛없는 토스트를 우물거리며 울상 짓는 셀레나가 안쓰럽다.
안 먹고도 살 수 있는 아이템이 되서 행복하다.
“동료들의 죽음은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지. 이 또한 그들의 과오인 것을. 우리 역시 죄 값을 치르기 위해서라면 이 한 목숨, 아낌없이 바치겠다.”
다행스럽게도 난쟁이 전력이 더 이상 감소할 일은 없었다.
그거야 좋은 일인데…….
방금 뭐라고 했냐.
동료들이라고?
“디스크 녀석이 죽은 건 진작 알고 있었다. 애초에 몸뚱이가 돌이 됐는데 어찌 몰라보겠나.”
‘그럼 왜 모르는 척을 한 거냐.’
“망할 꼰대새끼가 말대꾸하고 간섭하는 게 성가셔서. 잘 뒤졌다고 생각했지.”
살인범은 심히 공감한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디스크 녀석 어디까지 인망이 없었던 거냐.
아니 잠깐.
이거 이렇게 다 까발리면 공주가 눈치 채잖아.
“저도 눈은 있거든요?”
에에엑.
다 들켰던 거냐!?
완전 잘 속였다고 내심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애초에 돌이잖아요. 삽입하면서 얼마나 아팠었는데.”
……의지력이 아니라 고통으로 쾌락을 견뎠나보다.
돌이켜보니 이거 완전 미친 짓이었네.
그보다 들켰으면 얘는 왜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던 거야?
“당신이 말했잖아요.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저를 돕겠다고. 그런 분을 어찌 곤란하게 할 수 있겠어요.”
크으으.
백설공주의 사려 깊음에 감동했다.
셀레나와는 다른 의미로 정복욕구가 샘솟잖아.
“그러니 연기 같은 건 이제 그만하셔도 되요. 애초에 디스크를 연기하려면 꼰대질부터 해야 되는 걸요.”
‘……참고로 묻겠다만 그 꼰대질이라는 게 대체 뭐야?’
“니미,,, 쉬펄,,,, 새끼덜,,,,,,”
그쪽의 꼰대였냐!
-낭자아이 : 난쟁이 꼰대력 ㅆㅅㅌㅊ
-좆리롶 : 쉬펄,,, 돈도 못 버는 난쟁이가,,, 어딜 감히,,,
-쓰레기 : 아 진짜. 꼰대냄새 안 나게 해라ㅡㅡ
살인범이랑 칼질할 때는 멀쩡하더니.
알고 보면 진짜 꼰대처럼 말하는 새끼였네.
공주의 얼굴로 저런 끔찍한 말을 하게 둘 수는 없지.
못돼 먹은 성대모사는 그만두게 했다.
뭐 솔직히 디스크좀비 연기하는 거 귀찮았는데 잘됐네.
‘근데 백설공주랑 난쟁이는 있으면서 왕자는 왜 없지?’
“거대모기한테 먹혔어요.”
난쟁이 녀석들, 꼴좋다고 구경했을 게 눈에 훤하다.
‘뭐 됐어. 지나간 일은 모두 잊고 공략이나 짜보자.’
미끼와 무기가 동시에 입수된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기존의 군대와 백설공주, 여기에 네 난쟁이들까지.
적절한 작전만 세울 수 있다면 일거에 모든 공주들을 제거할 수 있다.
그래.
앞으로 한 번.
단 한 번의 계략만 세우면 된다.
이 혼돈의 카오스스러운 공간을 벗어날 날이 머지않았다!
============================ 작품 후기 ============================
보시다시피 나머지 기타등등의 공주는 한 번에 퉁쳐서 처리할 계획입니다.
그럼… 어느덧 선작 4천을 돌파했군요.
대망의 네 번째 미소녀는 [미소녀선택문]으로 선정하고자 합니다.
다음 보기 중에서 미소녀가 되길 원하는 캐릭터를 한 명만 선택하시면 됩니다.
물론 당장 선택받지 않아도 모든 캐릭터는 언젠가 미소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결과는 이미 압도적으로 보이지만요…
아. 투표 모집기간은 다음 화가 업로드되기 전까지 입니다.
집계가 편하도록 번호를 코멘트에 먼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알파고 ← 선택 시 추가로 알파고 이벤트 조기등장.
2. 낭자아이 ← 선택 시 추가로 낭자아이 이벤트 조기등장.
3. 츳키 ← 선택 시 추가로 츳키 이벤트 조기등장.
4. 후요 ← 선택 시 추가로 후요 이벤트 조기등장.
5. 무장요원 <- 선택 시 추가로 단역 엑스트라에서 조연급으로 비중 확대.
6. 백설공주(New!) ← 선택 시 추가로 단역 엑스트라에서 조연급으로 비중 확대.
7. 랜덤가챠(New!) <- 선택 시 추가로 보기에 없는 랜덤미소녀가 작중에 신규 등장.
구아악은 없습니다.ㅎ
작중 이벤트가 하나도 없었다구요!
여러분의 선추코와 쿠폰, 정성어린 서평과 맞춤법 교정(…), 그리고 많은 애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화는 다시금 약을 복용하고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