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4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54화>
시작되는 것들(2)
쿠쿵! 쿠쿠쿵!
땅이 울리며 던전의 붕괴가 가속되기 시작했다.
미궁의 재해인 빈샤드의 핵이 부서진 탓에 더 이상 섬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후우, 후우우.”
나는 숨을 몰아쉬며 먼지로 변해 사라지는 데클라인을 응시했다.
아직도 방금 내가 사용했던 검로가 머릿속에 선명했다.
‘간발의 차였어.’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만약 새로운 초식을 순간적으로 익히지 못했다면 상당히 고전했을 게 분명했다.
[원래 실전은 무엇보다 가장 큰 경험이 되지. 특히 강자와의 싸움은 그래.]그란세시아의 말이 맞았다.
나는 늘 실전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
덕분에 목숨이 위험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빠르게 이 정도 수준이 될 수 있었으니…… 상관없나.
“클레이, 역시 대단하네요. 잠시 안 볼 때마다 순식간에 성장하시다니.”
다른 마족들과의 전투를 끝낸 리야가 다가와 말을 걸었지만, 나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솔직히 내가 강해진 건 여러 요인이 있었다.
누구보다 뛰어난 스승이라 할 수 있는 그란세시아가 있었고, 그녀로 인해 통찰안을 사용할 수 있었다.
거기에 마리아를 통해 24시간을 낭비 없이 활용할 수 있었으며, 온갖 기연을 떡칠하여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거다.
‘대체 제국에서 뭘 하고 온 거야?’
리야가 강해졌다는 사실은 이전의 전투로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이번 마족들과의 전투로 그녀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용언만이 아니다.
마법의 실력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상승해 있었다.
‘거의 8클래스…… 맞지?’
[용의 피가 있으니 마법을 익히는 거야 숨 쉬는 것만큼 쉽겠지만…… 그래도 엄청나네.]‘와.’
기존에 리야의 경지는 6클래스였다.
하지만 제국으로 떠난 몇 달 사이 8클래스가 되어 돌아왔다.
이게 말이 되나?
[괜히 천재와 미치광이는 한 끗 차이라는 게 아니지. 쟤는 그 두 가지에 전부 걸쳐 있다고 생각하지만.]이번만큼은 그란세시아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8클래스는 일반적인 마법사들이 이룰 수 있는 한계치에 가깝다.
검사로 치면 소드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라고 해야 하려나.
“아무튼 다친 곳은 없지?”
“네. 전 멀쩡하답니다.”
그런 것 같기는 했어. 예의상 한번 물어봤을 뿐이지.
데클라인과 싸우느라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리야와 마족들의 전투는 싸움이라기 보단 학살에 가까웠으니까.
8클래스의 마법사가 용언까지 사용하며, 드래곤의 신체 능력을 지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마왕으로 추측되는 자의 마기는 아직 거리가 있었다.
지금이라면 메르사야를 타고 이동하면…….
“리야?”
거기까지 말하던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말에도 리야와 모네, 그리고 마리아가 전혀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멈춰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춰 버린 것처럼.
“……뭐야?”
거기다 멈춘 건 그녀들만이 아니었다.
붕괴되던 빈샤드도 고요해지며 멈춰 있었다.
그제야 나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던 돌이 공중에서 멈춰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란세시아?”
거기다 그란세시아로부터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 또한 이 기이한 현상에 영향을 받고 있는 거겠지.
오직 나만이 이 이상한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조화지?”
세상이 멈춰 있었다.
어디를 봐도 정지된 세계가 눈앞에 있었다.
나를 제외하고 움직이고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마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건 하나다.
이 기이한 현상을 일으킨 자가 지금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존재라는 것.
나는 제노바를 강하게 움켜쥐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른 동료들을 버리고 갈 수도 없을뿐더러, 내가 빈샤드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상대가 먼저 도착할 게 뻔했으니까.
쿠우웅!
빈샤드의 천장을 부수며 무언가가 떨어진 건 바로 그때였다.
“역시 그렇군.”
잿빛 머리칼에 갈색 피부를 가진 사내.
훤칠한 신장에 번듯한 외모를 지닌 그는 딱 봐도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검의 주인은 벨루스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건가?”
상위 종족 중 하나인 마족.
놈은 그런 마족들의 정점에 위치한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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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드 덴달로스>
나이 : 258세
성별 : 남성
작중 역할 : 마왕, 여덟 번째 재해(악역)
보유 능력 : 흑천패검(10성), ……, ……, 미래 예지, 재해화
특이 사항 : 마계의 지배자이자, 여덟 번째 재해.
마계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왕.
마재(魔災)로 각성하며, 세트람이 멸망하여 신의 힘이 약해진 때를 노려 지상을 침략한다.
그러나 천하칠검과 파비안의 힘을 잘못 예측한 그는 끝내 패배하게 된다.
현재는 변화된 미래로 인해 발생할 사태를 대비하여 계획을 미루어 두고 있는 상태.
천하칠검 중 두 자루를 지니고 있으며, 그 힘으로 이세계의 존재를 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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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마왕……!’
녀석의 설정은 무척 휘황찬란했다.
보유한 능력도 많았으며 그중에서는 미래 예지라는 사기적인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마왕이 원작과 다른 행동을 한 건 그 때문인가.’
파비안의 행보를 내가 대신 걷게 되며, 그에게 보이는 미래는 바뀌었을 터다.
그러니 당연히 그의 행동도 원작과 달라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세계의 존재를 억제하고 있다는 건 무슨 뜻이지?’
걸리는 건 그것만이 아니다.
변화된 미래로 인해 발생할 ‘사태’라니.
“내가 누구인지 아나, 검의 주인?”
“알다마다. 그 정도의 힘을 지닌 마족이라고 한다면…… 마왕 정도겠지.”
그는 내 대답에 낮게 웃었다.
“단순한 짐작으로 떠드는 게 아닌 것 같군. 하긴, 검의 주인으로 선택된 자이니 그럴 만도 한가.”
나는 그런 녀석의 태도에 의아해졌다.
아무리 봐도 나와 싸우고 검을 탈취하기 위해 온 건 아닌 것 같았으니까.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궁금한가?”
“아니라면 거짓말이겠지. 너라면 분명…….”
“너를 죽이고 검을 회수하리라 생각했다고? 뭐, 그런 걸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방금 전 우리가 처치한 마족들의 사체가 있었다.
“하나 이 정도면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을 뿐.”
“가능성?”
“인간. 분명 너는 얼마 전까지 나약할 뿐인 존재였다. 나는 알고 있지. 네가 카인젤 왕국과의 전쟁에서 베일을 쓰러트렸을 때부터 말이야.”
그렇게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그렇게 경계하지 마라. 그냥 알고만 있었던 거다. 그 후에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왜지?”
“너무 약해서.”
“…….”
“솔직히 나는 네가 검의 주인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베일을 쓰러트릴 당시의 너는 너무 나약했고, 이 정도로 강해질 줄은 몰랐지.”
말 그대로 베일을 쓰러트렸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인트반에 이어 몇 번이나 우리와 얽혔고, 그쯤 되니 나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더군. 계획에 방해가 되니 죽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거기까지 말하다 말을 멈췄다.
나는 그때 녀석의 시선이 내 오른손에 머물렀다 떨어지는 걸 놓치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미래에 나타나게 될 존재를 생각하기에도 바빴으니까.”
“그 미래에 나타날 존재라는 게 뭔데?”
내가 묻자 녀석은 웃는 얼굴 그대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비밀이다. 아직 알려 줄 수 없지. 중요한 거래 수단이거든.”
“거래 수단?”
“그래. 물론…… 올바른 거래 상대인지, 내가 도박을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자인지 알아봐야 하겠지만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똑바로 직시했다.
“나는 두 자루의 천하칠검을 가지고 있다.”
마왕은 그렇게 말하며 양손을 좌우로 펼쳤다.
그러자 두 자루의 검이 나타나며 그의 손에 잡혔다.
“시간검 벨루스와 봉인검 씰핀. 무슨 능력을 지녔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래.”
예상대로 봉인검 씰핀은 마왕의 손에 있었다. 그런데 설마 시간검 벨루스까지 마왕에게 있을 줄이야.
‘지금 시간을 멈춘 게 바로 벨루스의 능력이로군.’
더불어 내가 공간검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은 건 씰핀의 힘이었을 것이다.
봉인검의 힘이라면 그 정돈 간단할 테니까.
“거래를 한다는 건 무슨 뜻이지?”
“그건 마계에서 알려 주마. 우선은 인사 차 왔을 뿐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거래할 게 있다면 그냥 여기서 끝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마음을 담아 바라보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마계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 최대한 신중해야 하지. 이제부터 너는 세트람을 꺾고, 마계에 당도해 너의 가치를 증명해라. 그럼 나 역시 너와의 거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마.”
그 순간 놈의 몸에서 마기가 흘러나와 나를 휘감았다.
전신을 옥죄는 놈의 마기에서 느껴지는 힘은 분명 나보다 한참 윗줄에 이르러 있었다.
하지만…….
“내가 왜?”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뭐?”
“내가 왜 너에게 가치를 증명해야 하지?”
지금의 대화를 통해 나는 확신했다.
녀석은 지금 나를 죽이지 못한다고.
녀석의 최우선은 마계였다. 그리고 놈의 대화를 통해 내가 마계에 어떤 방법으로든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해 보였다.
놈이 설정대로의 성정을 지니고 있다면, 지금은 반드시 날 살려 둘 터였다.
무엇보다 시모사의 눈과 관련한 내 추측대로라면 더더욱.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어차피 마계에는 갈 거다. 그 검 두 자루를 전부 가지러 가야 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당장은 놈을 이길 수단도 없을뿐더러 준비도 되지 않았다.
뭣보다 세트람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알겠냐?”
“…….”
마왕의 얼굴이 굳었다.
나는 그런 녀석의 얼굴이 제법 유쾌해졌다.
‘마리아가 말했지.’
상인은 담력이라고.
거기다 거래를 하려면 상대와 대등한 위치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두렵더라도 겁내선 안 된다.
“……좋다. 기대하지. 어차피 오늘은 인사를 하러 왔을 뿐이니 말이다.”
참 예의 바르기도 하지.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지나친 도발을 할 생각은 없었던 터라 조용히 놈을 응시했다.
“아, 그래. 하나 좋은 소식을 알려 주마.”
“좋은 소식?”
“이제부터 마족들은 세트람에서 손을 뗄 거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나를 직시했다.
“물론 당분간이지만.”
즉, 당분간 개입하지 않을 테니 그사이에 세트람을 처리하라는 거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 고맙네.”
“참으로 건방진 놈이군.”
녀석은 그렇게 말했지만 내게 쉽사리 손을 대지는 못했다.
잠시 불쾌한 얼굴로 나를 응시하던 마왕은 이내 이곳에 나타났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멈췄던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클레이?”
멍하니 서 있자, 그런 내가 이상했는지 리야가 말을 걸었다.
그녀는 방금 누가 이곳에 왔다 갔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벨루스 개사기네.’
[응? 뭐가? 잠깐, 그러고 보니 마기가 안 느껴지네?]‘방금 마왕 왔다 갔다.’
[……뭐?]당연히 그란세시아는 크게 경악했다.
그녀의 입장에선 방금 전까지 느껴지던 마기가 갑자기 사라진 거니 당연했다.
[와, 그게 말이 되는 능력인가?]지금까지 천하칠검은 하나같이 사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시간검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솔직히 지금의 나로선 도무지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악마의 재해라…….’
하지만 녀석의 태도는 내가 꺾어야 할 적이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직 설정에는 ‘악역’이라고 나와 있었지만, 그건 앞으로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것이었다.
녀석은 미래 예지를 통해 무엇을 보았으며, 어째서 내게 거래를 청하고자 했던 건가.
‘……마계에 가면 알게 되겠지.’
우선은 세트람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마족이 개입하지 않는 지금이라면, 세트람을 무너트릴 절호의 기회나 마찬가지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