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381
381화
“심장 삼촌, 지금 뛰세요!”
다정한 행복이 얼음 링을 인지하지 못해 당황하던 불꽃심장을 도왔다.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던 벤딩이도 다람을 따라 무사히 얼음 링을 넘겼다.
이후로도 플레이어들은 총 세 번의 줄넘기를 했다. 단순하게 보면 쉬운 패턴이지만, 불꽃심장이나 벤딩이처럼 눈이 침침한 플레이어에겐 여러모로 곤욕인 패턴이었다.
더욱이 패턴이 반복될수록 링에 추가 속력이 붙는 듯했다. 몸이 둔한 사람들은 타이밍을 맞추기 꽤 힘들어 보였다.
“방금 패턴, ‘얼음 링’으로 명칭 하겠습니다. 지팡이 충격으로 총 세 번 파동을 보내며, 점프로 회피할 수 있습니다. 닿는 순간 빙결 5초. 동시에 방어력 비례 대미지가 가해지니, 뒤로 도망가지 말고 바닥 주시하면서 뛰어넘으세요.”
비교적 간단한 패턴 설명에도 리디안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이제 겨우 패턴 하나가 밝혀졌을 뿐이다. 다음엔 어떤 극악한 패턴이 나올지 모른다. 손에 땀이 나도록 스카디를 쥔 리디안은 보스의 손 움직임을 눈여겨봤다.
딜러들에게 둘러싸인 눈꽃 여왕은 오른손으로 가볍게 허공을 휘저었다. 그에 바닥에서 하얀 구슬이 퐁퐁 솟아났다.
눈송이처럼 부드러운 질감은 순식간에 성게처럼 뾰족하게 변해 사위로 질주했다.
날카로운 눈 구슬에 볼을 긁힌 플레이어들에게서 따끔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눈 구슬 공격은 범위 구분 없이 전체를 강타했고 1초의 짧은 빙결을 걸었다. 잠깐 기다리면 곧장 풀리는 수준이지만, 빠른 괴자는 그 사이에 두 명을 풀어냈다.
“아. 이거 은근히 신경 쓰이네.”
회복 스펠이 난무하는 가운데 ANG 길드의 세인트, 추장은 ‘지독한 추위’ 디버프를 자꾸만 의식했다. 레이드에 익숙지 않은 추장은 고정 디버프가 불편할 따름이었다.
고정 디버프로 인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HP는 페페와 이모탈, 보리알, 캐티스가 전담해 회복했다.
2군에도 전체 회복을 담당하는 세인트들이 있어, HP 관리는 몹시 안정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작은 디버프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도 보스 피가 깎이긴 하네?”
2군 다크 템플러로 함께 온 노네임이 신기한 듯 중얼거렸다. 부정적인 노네임은 이번 레이드 도전이 어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같은 파티에 속한 하츠는 그에 찡그려 웃으며 말했다.
“C 구역인데도, 헬하임 A 구역 상대하는 것 같아요. B는 엄두도 못 내겠어요.”
“전원 80 레벨 이상에 신규 장비 올 세팅해야 B나 A에 도전할 수 있으려나……?”
노네임은 짐짓 진지하게 훗날을 떠올려봤다. 만만치 않은 C 구역 난이도에 하나둘 혀를 내두르던 때였다.
스킬 쿨타임을 계산하며 분주히 뛰어다니던 로그 뚱이가 돌연 얼음 안에 갇히고 말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뚱이는 영문도 모른 채 투명한 얼음 안에서 바보처럼 눈만 끔뻑였다.
“뭐지? 뚱이 님, 왜 갇힌 거야? 함정 패턴?”
“신성한 축복!”
드림드림이 서둘러 해제를 시도했지만 뚱이를 가둔 얼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뚱이가 좁은 얼음 안에 갇혀 초조하게 시간을 재는 동안, 간부들은 전조 없이 나타난 함정 패턴에 연신 갸웃했다.
그 사이, 또 다른 사람이 얼음에 갇혔다. 마찬가지로 보스를 치고 뒤로 빠지던 딜러, 개복치였다.
연달아 또 얼음이 되어버리니, 움직이던 딜러들이 겁을 먹고 주춤거렸다.
그 짧은 정적은 플레이어들에게 은근한 불안감을 안겼다. 전체적으로 경직된 모습에 보다 못한 신사가 재빨리 외쳤다.
“함정 패턴입니다! 보통 뭔가를 밟거나 건드려야 작동하니, 발밑을 살펴주십시오!”
정신 차린 플레이어들이 서둘러 바닥을 살폈다. 얼마 안 가 매지션 벨벳루즈가 바닥 곳곳을 가리켰다.
“저기! 저쪽이요! 바닥에 뭐가 빛나요! 저거 밟으면 발동하는 거 아닐까요?”
그 말대로 일부 표면 위로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그러나 해가 떠 있는 설원에서 하얀색이 반짝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플레이어들은 긴가민가한 눈으로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하지만 신사의 생각은 달랐다. 벨벳루즈는 늑대 동굴 레이드에서 바르그 찾기에 지대하게 공헌한 인물이었다. 신사는 벨벳루즈의 눈썰미를 믿고 재빨리 지령을 내렸다.
그에 바바리안 색시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곰 같은 발을 반짝이는 지면에 살포시 얹은 순간, 색시의 몸은 투명한 얼음에 잠식됐다.
간부들은 골치 아픈 함정 패턴 등장에 짧게 야유했다.
“이동 중인 분들, 바닥 반짝이는 부분 주의하세요! 함정 패턴입니다! 발견한 분들은 죽사막 트랩처럼 대응하되, 밟지 말고 근처에 표시해주세요!”
신사가 당부했지만, 플레이어들로선 당혹스러웠다. 말이 반짝이었지,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는 찾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한편 갇혀 있던 뚱이와 개복치, 색시는 재빨리 재료 아이템을 꺼내 발밑에 떨어트렸다. 눈썰미 좋은 벨벳루즈와 그 외 인물들도 공격을 중단한 채, 곳곳을 돌아다니며 반짝이는 표면을 찾았다.
“함정 추정되는 표면 오른쪽에 재료 아이템 놓을게요! 그 근처만 피해 다니면 될 것 같아요!”
하얀 바닥 위로 전문 직업 재료 아이템이 중구난방으로 널브러졌다. 보기엔 산만했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표시된 재료 덕분에 딜러들도 안심하며 다시 움직였다.
예고 없는 함정 패턴에 잠시 주춤했지만, 플레이어들의 발 빠른 협동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함정에 갇혔던 플레이어들도 풀려났다.
지속 시간은 1분으로 확인됐고 플레이어들은 함정을 대비해 재료 아이템을 따로 준비했다.
그 사이 보스는 사위 전체 공격인 얼음 가시와 눈 구슬을 수시로 사용했다.
날카로운 눈 뭉치가 흩어짐과 동시에 회복 스펠을 외우는 리디안의 목소리도 커졌다.
“어, 어? 뭐야?”
앞쪽에서 고레벨 스킬을 잔뜩 쏟아붓던 마제스티가 당황했다. 회심의 일격인 비스트 피스트를 꽂아 넣으려던 찰나, 보스인 눈꽃 여왕이 빙그르르 회전했기 때문이다.
춤을 추듯 가벼운 보스의 걸음에 달라붙어 있던 딜러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경계하던 순간. 여왕은 설풍처럼 사라지더니 별안간 햄스터의 앞에 나타났다.
“뭐야, X발!”
놀란 햄스터가 반사적으로 괴성을 내질렀고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여왕은 아무런 타격 없이 자세를 낮춰 햄스터를 향해 우아하게 입김을 불었다.
눈에 보일 정도로 파란 냉기가 분사됐다. HP를 떨어트리는 대미지는 없었으나 햄스터는 냉동 인간처럼 깡깡 얼어붙고 말았다.
“신성한 축복!”
신축팀이 서둘러 반응했지만 얼음은 해제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해제 불가 사태에 세인트들의 속이 타들어 갔다.
한편 딜러들은 순식간에 사라진 보스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마치 브륀힐드를 보는 듯, 간 떨어질 듯한 순간 이동이었다.
탱커와 근거리 딜러들은 온갖 욕을 짓씹으며 전력 질주했다.
“입김 패턴으로 명칭하겠습니다! 순간 이동으로 플레이어 1인 빙결! 해제 불가!”
햄스터를 얼린 보스는 그대로 몸을 돌려 근처에 있던 호드라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 호드라는 물러서지 않고 창대를 움켜쥐며 자세를 잡았다.
리디안은 호드라가 받을 대미지에 긴장했지만, 마침 근처에 가까이 있던 자토가 뛰어 앞을 가로막았다. 자토가 멋지게 방패를 들어 올려 지팡이를 막은 순간, 1군 탱커들이 우르르 도착해 어그로를 넘겨받았다.
“흠. 레벨 높아질수록 까다로워지는 건 맞지만… 그래도 순간 이동을 밥 먹듯이 하면 곤란한데.”
인원이 많고 자리가 넓은 만큼, 백검은 보스의 활동 범위를 걱정했다. 탱커들에게 둘러싸인 보스는 몇 번의 얼음 가시를 흩뿌리다 순간적으로 지팡이를 높게 쳐들었다.
그에 멀리 떨어진 네 방향 끄트머리에서 눈에 띄는 마법진이 반짝였다. 소환진을 확신한 리디안은 반사적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몇 초가 지나 등장한 건 나스 평야의 네임드, 얼음 요정 네 마리였다.
“어? 잡몹들 아니고 갑자기 네임드?”
일반 몬스터를 대비하고 있던 2군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끽해야 근처일 줄 알았는데. 요정이 소환된 곳은 정말 멀리 떨어진 대각선 끝이었다.
난감하게도 마법형인 얼음 요정의 사거리는 긴 편이다. 그 때문에 나스 평야를 사냥할 때 보이지 않는 요정의 공격에 허둥지둥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만약, 지금 네 방향에서 요정이 동시에 눈보라를 시전하면 중앙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몬스터의 특성은 이미 사전에 공지된 내용이었다. 그랬기에 모두가 위험성을 직감했고 테두리와 근접한 플레이어들이 각지로 나뉘어 힘껏 달렸다.
그를 조롱하듯, 요정들은 딱 3초가 지나자마자 동시에 눈보라를 시전했다.
“피 3천 안 되는 사람들 후방으로 달려요!”
신사의 외침과 동시에 찬바람을 업은 눈보라가 플레이어들에게로 휘몰아쳤다. 살을 에는 듯한 날카로움은 공격 대미지로 바뀌어 HP를 갉아 먹었다. 하나도 아닌 넷의 동시 공격에 체력이 낮은 플레이어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용식이 님이 사망하였습니다.] [녹두 님이 사망하였습니다.] [체리보이 님이 사망하였습니다.]이트와 번갈아 가며 회복을 외우던 리디안은 안타깝게 탄식했다. 강력한 공격이 동시에 들어오니 여신의 손길이 닿을 틈도 없었다.
“야호! 살았다!”
이모탈과 보리알이 사망자를 살릴 무렵, 그 와중에도 다람은 살아남았다며 눈치 없이 깔깔거렸다.
어이없어 하면서도 리디안은 다람의 HP가 높아진 것에 마음속으로 감사했다.
레이드 진행의 첫 사망을 안겨준 요정 넷은 즉시 도착한 플레이어들에 의해 마크됐다. 탱커에게 고정되어 더 움직이지 못할 테니, 눈보라 공격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참상을 지켜본 신사는 한동안 고민하다 재빨리 조를 편성했다.
“지금부터 4인 1조 호명하겠습니다. 호명된 조는 중앙 중심으로 해당 위치 주기적으로 순찰하며 네임드 소환에 대비해주시길 바랍니다. 자토, 민초단, 양말, 앵두군 한 시. 적혈구, 녹두, 미도리샤워, 나쵸 다섯 시. 보보, 노네임, 지울리아노, 코헤이 일곱 시. 물리학자, 체리보이, 검은양, 낙루 열한 시!”
호명된 플레이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새로운 조합에 고갯짓으로 끄덕 인사한 그들은 배정받은 루트를 돌며 다음 소환을 대비했다.
“원거리 딜러분들은 요정 등장 시, 우선하여 처리 부탁드립니다.”
네임드라는 등급 때문에 처리가 늦어지자 신사는 추가적인 지원까지 지시했다. 그 바람에 하이 랭커가 일부 빠져 보스의 HP가 주춤했다.
리디안은 그 체감이 확연히 느껴져 잠시 당황했다. 그럼에도 레이드는 빠진 포지션 없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인원을 많이 데려온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보스 피 89%!”
오늘은 샤봉이 보스의 HP 알리미를 자처했다. 후방에서 각자의 할 일에 집중하던 플레이어들에겐 희소식이었다. 귀 얇은 노네임은 벌써 10%를 떨어트렸다는 소식에 가능하겠다며 눈을 빛냈다.
그 순간, 보스가 한걸음 물러나 지팡이를 가로로 들어 전방을 방어했다. 그러다 냉소하며 두 걸음 더 뒤로 물러섰다.
곧 보스의 발밑에서 푸른 얼음벽이 솟아 사면을 방패처럼 감쌌다. 얼핏 보기엔 보스가 얼음 안에 갇힌 것 같았다.
“뭐야? 방어막인가?”
타격이 무효가 되자 소환수를 물린 버베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들의 공격도 전혀 먹히지 않는 상태였다.
반대로 얼음벽 너머의 보스는 얼음 가시와 눈 구슬 공격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플레이어들을 타격하고 있었다. 그에 약이 오른 스타일리쉬가 화살을 연타로 날렸다.
“타이머!”
리디안과 몇몇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머리 위를 가리켰다. 30이었던 숫자는 40으로 늘어났다가 39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49로 늘어났다.
유심히 지켜보던 핑크푸크가 서둘러 외쳤다.
“무적 패턴 같습니다! 우리가 공격하면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