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224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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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genio라는 개념이 처음 대두(擡頭)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이다.
···바사리는 자신이 집필한 저서(뛰어난 화가, 조각가, 건축가의 삶Le Vite de’ più eccellenti pittori, scultori, e architettori)를 통해 당대 사람들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를 신divino에 비유했고 그를 통해서 천재라는 개념이 자리잡았다고 저술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학자들은 예술가형 천재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 르네상스라 언급하며 미켈란젤로를 그 예시로 들어보인다.
한 사람이 천재genio라는 개념을 대변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일인가.
비현실적 일이 무엇인지 감이 안 온다고 싶을 때는 미켈란젤로가 단신으로 펼쳐놓은 것을 봐라. 그게 바로 비현실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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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 왕자는 타조알의 형태를 닮은 돌을 홀린 듯 쳐다보았다. 그러다가도 아슈라의 눈동자는 타조알 같은 대리석을 별로 무겁지 않다는 듯 들고 있는 강석을 향해 쪼르르 굴러갔다.
타조알 아니, 대리석을 쳐다보는 강석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작품을 향한 열망어린 눈빛뿐만이 아니었다. 그 너머의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뭔가 다정해. 아슈라 왕자가 침을 꿀꺽 삼켰다. 뭔가 평소의 강석에게서는 볼 수 없는 눈이었다. 그래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으으음. 아슈라 왕자가 양 미간을 좁히고 얼굴을 조금 더 들이밀었다.
그 순간. 문이 조금 더 열려지며 기울어진 상체를 버텨내고 있던 아슈라의 손바닥이 미끄러졌다.
“으앗?”
놀란 아슈라 왕자가 손으로 바닥을 짚어서 균형을 유지했다. 꿈뻑꿈뻑. 나 방금 얼만큼 큰 소리를 낸 거지. 빠른 상황 판단을 위해 머리를 재빠르게 굴리는데 탁, 소리와 함께 무거운 돌이 어디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분명 돌을 내려놓는 소리였다.
들켰구나.
깨달음과 동시에 따스하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아슈라 왕자의 머리 위로 내려떨어졌다.
”(일어나셨습니까?)“
특이한 이탈리안 악센트가 가미된 낮은 목소리의 영어. 강석이었다. 아슈라 왕자가 들려오는 목소리를 쫓아 고개를 들어올렸다. 강석의 적갈색 눈동자가 아슈라 왕자를 담고 있었다.
“(으응···갑자기 내가 잠에 들어버렸네.)”
“(배가 고프시진 않습니까? 뭐라도 드셔야 하지 않겠어요?)”
“(어어···)”
강석은 아슈라 왕자에게 다가왔다. 아까 보았던 타조알은 강석의 어깨너머, 저기 위에 손으로 먼지를 닦은 흔적이 있는 선반에 놓여져 있었다. 아슈라 왕자는 나가자며 자신을 이끄는 강석의 손에 잡혀 천천히 움직였다.
시선은 여전히 그곳에서 떼내지를 못한 채였다.
아슈라 왕자가 눈으로 계속 그곳을 쫓자 전등 스위치를 끄려던 강석이 시선을 내렸다.
“(뭐 궁금한 거 있습니까?)”
“(나의 친구. 저 타조알을 닮은 대리석은 뭐야?)”
뭔데 그렇게 다정하게 쳐다보냐, 저거 보듯 나를 쳐다봐라,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아슈라 왕자는 뒷말을 삼키며 강석을 쳐다보았다.
강석은 잠깐 타조알을 쳐다보는가 싶더니 다시 아슈라 왕자를 이끌고 방을 나왔다. 1층 서재 겸 창고방을 나오는 내내 수행원들은 그저 조용히 아슈라 왕자와 강석이 하는 행태를 지켜보기만 했다.
강석의 시선이 잠깐 제가 잡은 아슈라 왕자의 손목에 닿았다. 아슈라는 왜 그러냐는 듯 강석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미간을 좁혔다.
”(저 대리석에 어떤 심각한 사건이 연관되어 있는 건가?)“
“(아닙니다.)”
갑자기 얘기가 왜 거기로 튀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강석이 남은 손으로 뒷목을 긁적였다. 그리고는 아슈라 왕자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문을 닫았다.
아슈라 왕자는 강석의 손이 닿았던 손목 부근을 바라보다가 슬쩍 뒷짐을 지었다. 손목이 다른 것에 닿아 오염되지 않게 주의하면서, 아슈라 왕자는 다시 강석을 올려다봤다.
둘의 걸음은 부엌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석이 불쑥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린 건, 부엌의 조명을 켜고 냉장고 문을 열면서였다.
“(할랄 인증 받은 한우를 사놓았습니다.)”
“(진짜?)”
너에게 그런 섬세함이 있었나. 제 몸에 있는 섬세함은 모두 작품 만드는데 써버린 줄 알았더니! 아니면 이건 설마 섬세함이 아니라 친구에 대한 배려심?
아슈라 왕자가 감동했다는 표정으로 수행원들을 돌아보았다. 보아라. 이게 내가 친구에게 받는 대우다! 아슈라 왕자는 눈을 반짝거리며 수행원들을 쳐다보았다.
타조알 대리석을 향한 궁금증은 죄다 사라져버렸구나. 수행원들이 아슈라 왕자의 신나하는 얼굴을 바라보며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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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의 입이 다시 열린 것은 아슈라 왕자가 한우를 다 먹어갈 때 쯤이었다. 겨울철을 준비하는 다람쥐마냥 고기를 양 입에 우겨넣고 신나게 씹어대는 아슈라 왕자를 바라보던 강석이 컵을 내려놓았다.
“(아까 그 대리석은 예전에 선물받은 겁니다.)”
“(누구한테?)”
“(아버지한테요.)”
아버지의 꿈은 조각가였다. 아버지께서는 많은 것은 줄 수 없더라도,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려고 하셨다. 한 면이 손바닥만한 정사각형 대리석을 선물받은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입시 미술 학원에 다니면서 조각가의 본질을 잊으면 안 된다면서 대리석을 선물해주셨다. 아버지가 열심히 모은 돈으로 선물해주신 대리석은 공사장에서 굴러다니는 그런 대리석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조각용 대리석.
강석은 그 대리석을 손에 쥔 순간부터 아주 애지중지 쓰다듬었다. 언젠가 이 돌로 조각을 해야지 하면서 대리석을 사포로 정성스럽게 쓰다듬었지. 함께해온 세월만 6년이었다.
”(···그렇구나. 아버지가 주신 대리석이라 그래서 그렇게 다정하게 쳐다본 거였어.)”
“(뭐···)“
”(그나저나 굉장히 특별한 대리석 같았는데 무슨 돌이야? 저번에 카라라 채석장에서 루나 대리석을 샀다고 했었는데 그 돌로 를 만들고 남은 대리석인가?)”
대리석이 반짝거리는 게 심상치가 않았었다.
범상치 않은 대리석인 게 분명했다.
나도 하나 사야지.
강석이 좋아하는 대리석 같으니 그걸 잔뜩 사놓고 강석을 불러들이는 거다. 대리석을 눈앞에 들이밀면 기분이 좋아져서 작업을 할지 누가 알아. 아슈라 왕자는 야심차게 계획을 세워갔다. 그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건, 강석의 대답이었다.
“(그냥 평범한 대리석입니다.)”
“(평범한 대리석? 그렇다기엔 불빛에 보석처럼 돌이 반짝거리고···)”
아슈라 왕자가 고기를 포크로 콕콕 집으며 말을 흐렸다.
강석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부정이었다. 진짜로 평범한 대리석이었다. 아버지가 돈을 모아서 조각용 대리석을 사주셨지만 비싸고 특별한 대리석은 사주지 못하셨다.
다음에는 더 좋은 걸 주시겠다고 했지만 집안 사정은 좋아지지 않아서 그 대리석이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 되었다. 강석은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약간은 누런끼에 흠집도 이리저리 가있는 정사각형의 대리석. 강석은 매일같이 학교를 끝마치고, 학원을 다녀온 뒤에 대리석을 끼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사포를 용돈을 모아 사들이며 대리석을 반짝반짝 닦았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조각용 대리석은, 사포로 문대기만 해도 깎여나간다는 것을.
강석은 그러면서도 사포를 문지르는 걸 멈추지 못했다.
그냥 만지던 것이 기쁠 때, 슬플 때, 화가 날 때, 뭐가 잘 안 풀릴 때, 여러가지 의미와 함께 기회를 제한하고 사포로 알을 쓰다듬듯 매번 쓰다듬었다. 그렇게 대리석은 점점 깎여나갔다. 정사각형의 대리석은 점점 줄어들어 타조알 같은 형태가 되었다.
“(···대리석은 사포로 수개월을 닦으면 광채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건 나도 아는데···)”
그렇게 천연진주처럼 빛이 흘러내리는 대리석이 흔한가. 그냥 흔해빠진 대리석으로 그런 광채가 날 수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아슈라 왕자는 눈을 깜빡이며 식사 전에 보았던 것을 떠올렸다. 그게 그냥 평범한 대리석을 사포로 닦아서 만든 광채라니.
도대체 얼마나 닦으면 그렇게 되는가. 아슈라 왕자가 그 세월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진짜 진주구나. 진주처럼 오랜 세월이 쌓이고 쌓여 또 다듬어진 대리석이니까 그렇게 아름다운 빛을 품게 되는 거지. 아슈라 왕자가 깨달음을 얻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그러면 그 대리석은 갑자기 왜 보고 있던 거야?)”
심상치 않은 눈빛이었다. 그리고 하얗게 머리 위에 먼지가 내려앉을 정도로 손이 닿지 않는 외진 곳. 선반에 먼지가 닦인 흔적이 남을 정도로 오래 그곳에 있었던 것 같았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강석이 성북동 저택으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그 이전부터 그렇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런 대리석을 갑자기 꺼낸다면 이상하지 않나.
뭔가 있다. 아슈라 왕자가 알려달라는 듯 강석을 향해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작품을 만들거면 내가 사버릴 테다. 아슈라 왕자가 눈에서 빔이라도 쏠 기세로 강석을 바라보았다.
강석은 그런 아슈라 왕자의 시선을 슬쩍 피해 허공을 응시했다.
아슈라 왕자는 포크로 만든 고기 꼬치를 입에 넣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석은 잠깐 침묵했다가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대리석 가지고 뭐하겠습니까. 조각 만드는 데 쓸려고 하는 거죠.)”
“(저 작은 타조알 같은 대리석을 가지고?)“
강석이 그 타조알만으로 조각상을 만든다면 그건 그것대로 특별하다. 아슈라 왕자가 큼지막한 작품들이나 거상만 좋아하는 강석이 작은 조각상을 만드는 거냐며 눈썹을 들썩였다. 강석은 고개를 내저었다.
”(뭐, 그것만 쓰진 않을 거 같고요.)“
쓰일 데는 정해놓았다.
”(무슨 조각을 만드려고?)“
”(···사실 조각을 만든다기보다 공간을 만들 생각입니다. 거기에 조각을 놓으려는 거고요.)“
강석이 콜라를 마셨다. 탄산이 터지며 목이 따가울 정도로 시원해졌다.
”(공간? 뭐? 무슨 공간? 작업실? 이번에도 미술관? 뭘 만드려고 그러는데?)“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이요.)“
”(어디다가? 뭐에 쓰려고?)“
”···..“
”석이?“
”············“
”(나의 친구야?)“
왜 대답을 안하는 거야. 아슈라 왕자가 강석을 재촉하듯 바라보았다.
그러나 강석은 대답하지 않고 침묵했다. 어차피 만들게 되면 그때 알게 될 거다. 강석은 들썩거리기 시작하는 아슈라 왕자를 뒤로 하고, 허공을 응시했다.
허공을 응시하고 있자하니 아주 예전 기억이 천천히 강석을 이끌었다. 그래. 작년에 대중에게 공개되어서 인기를 끌고 그 공간처럼.
한번에 4명, 매주 100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던가? 강석이 왜 인기있는지 모르겠는, 목탄 냄새가 나는 그 공간을 떠올렸다.
피렌체의 메디치 예배당 지하.
옷장 아래 숨겨진 다락문을 열고 들어가면, 석탄이 가득 차 있는 방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이 하나 나온다.
그리고 그 계단을 밟고 올라가 두꺼운 석고벽을 두 번 제거하면 방이 하나 나타난다.
‘길이 10m. 너비 3m. 높이 2.5m의 아주 작은 방이 말이지.’
500년 전,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을 쫓아내었던 공화정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노여움을 산 뒤에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분노를 피해 숨어지내던 공간.
정말 보잘것 없는 공간이다. 그곳이 인기있는 이유가 뭐겠나. 과거를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했다. 사람들이 그곳에 머물려고 난리를 치는 이유는 알만 하다.
그건 그 방에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그렸다고 추정되는 소묘들이 있어서였다.
단순히 문장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지만 위대한 작가의 작품이 있는 공간은, 인기가 많아진다.
보러 가고 싶어지는 공간을 만드는 방법은 그래서 간단하다. 최고의 작품을 놓는 거다. 보러가고 싶어지는 작품을 말이다.
그게 그 공간을 귀하게 만드는 최고로 간단한 방법이었다. 물론, 이번에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강석이 만들려는 것은 단순히 인기만 많아서는 곤란했다. 아니. 인기만 있으면 오히려 좋지 않았다. 인기가 많으면서도, 한가지 더.
한가지를 더할 작정이었다.
225. 타고난 예술적 능력을 가지고 세상을 구원하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