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60
60
* * * *
강석은 어느새 의자에 앉아있었다.
하얀 햇빛이 조각상을 막아선 유리벽 앞, 높다란 간이 의자에 앉아있는 강석에게로 쏟아졌다.
강석의 뒤에는 5.7미터가 넘는 조각상이 서 있었다.
그는 마이크를 붙잡은 채,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청중에게 조용히 읊조렸다. 마이크를 타고 스피커를 통해 강석의 낮은 목소리가 전시 4실을 울렸다.
“아버지는 언젠가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좋은 재능을 물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조각가가 직접 이렇게 작품을 설명하는 건, 전시회 개막식만의 묘미였다. 그렇지만 모두가 이렇게 집중해서 바라보는 건, 개막식이라고 해서 당연한 게 아니었다.
그게 꽤 설레었다.
별다른 의미를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듯, 이미 강석 자신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걸 다 전달받았다는 듯이. 약간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짜릿했다.
별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의미가 통하는 것.
직시하는 것만으로 감정을 느끼는 것.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 영원한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자신의 재능을 또다시 세상에 펼친 강석이 사람들을 바라보다, 아버지를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버지는 남들의 배 이상으로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강석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괜히 자신도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버지.
당신께서는 저에게 좋은 재능을 물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셨죠.
뒤에 서 있는 거대한 조각상과 똑 닮은 아버지를 바라보며, 강석은 오랫동안 속에서 삼키고 있었던 말을 대중 앞에서 꺼내놓았다.
“아니요, 아버지.”
강석은 제 아버지의 말을 단번에 부정했다.
사랑받는 가정은 당연한 게 아니다.
돈이 많이 들고 그만큼 다시 회수할 거란 보장도 없는 예술을 응원하는 가족은 많지 않다.
모든 부모가 재능이 없음에도 계속하라 말해주고, 자신이 많은 것을 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특별하다.
“당신이 저에게 주신 것을 보세요.”
당신은 저에게 꿈을 주셨고, 당신은 저에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나갈 수 있는 자세를 주셨고, 당신은 저에게 꿈을 꾸며 살아가도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셨습니다.
“정말 거대하고, 정말 엄청나지 않나요.”
이어지는 뒷말에 결국 강현도의 고개가 숙여졌다. 그것이 절대 미안함에 숙여지는 고개가 아니라는 것에 강석의 입술도 호선을 그렸다.
그때서야 사람들이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채고 조각상과 강현도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함성을 보냈다. 손뼉을 쳐대는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선물을 받은 것처럼 눈시울을 붉힌 채 기뻐했다.
강석, 강석, 강석!
그리고 격려의 함성은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조각가의 등장을 향한 환호로 뒤바뀌어갔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 뜨거운 함성과 열기가 지속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용기 있게 카메라를 목에 두른 한 명이 손을 들어 올렸다. 기자였다. 그는 이미 바닥에 양반다리를 한 채, 노트북을 무릎 위에 들어 올린 채였다.
무릎 근처에서 들어 올린 손이었지만, 워낙에 필사적이어서 강석은 눈길을 안 줄 수가 없었다.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질문을 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했는지 기자의 입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서 아버님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를 조각하신 겁니까?”
비장하게 물은 것치고는 별거 아닌 질문이었다. 아버지를 향한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대리석을 조각했냐라. 강석은 콧등을 긁적였다.
“아뇨.”
일단 입에서 나온 것은 부정이었다.
“그냥······,”
강석은 전생에도, 이번 생에도 한평생 무언가를 조각할 의도를 가지고 조각한 적은 없었다. 하늘에 맹세코, 그러하였다.
“조각을 하려고 보니까 대리석 안에서 아버지의 등이 보였습니다.”
“······!”
“그래서 조각했습니다.”
그 안에 계속 있는 건, 답답하실 것 같아서요. 강석이 평이한 어조로 덧붙였다. 참으로 동화적이고 낭만적인 표현이었다.
기자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저런 낭만적인 표현을 해버리니 다음으로 준비했던 본 질문을 입에 올릴 수가 없었다.
‘작품이 얼마에 팔리면 좋겠냐는 질문을 어떻게 해.’
이건 대단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감히 이 조각상이 얼마에 팔리면 만족스럽겠냐는 말은 하지 못했다. 현대의 작품이 가격으로 가치가 논해 지곤 하던 것을 떠올리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이 작가에게도 자랑스러운 일일 것이 분명한데. 기자는 어째서인지 함부로 작품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 실례로 느껴졌다.
조각가가 이렇게 존경하는 아버지를 담은 이 작품에 감히 어찌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었다.
‘그나저나 겨우 열아홉이라 들었는데 왜 이렇게 마주 보는 게 힘드냐······.’
기자는 식은땀이 제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다.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가 조용히 짧은 질의를 마친 뒤.
강석의 시선이 카메라를 든 다른 사람들에게로 흘러갔다. 더 궁금한 게 있냐는 뜻이었다. 항상, 질문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강석은 얼마든지 물어보란 태도로 편하게 그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뒤이어지는 질문은 없었다.
전시실 안에 기자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쉽사리 질문했다가 선을 넘어버리면, 역풍을 맞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조회수가 올라간다면야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손을 들어 어그로라도 끌어보기엔 저 고등학생의 최고 주가가 여기가 아닐 것 같았다.
앞으로 더 유명해질 사람과 굳이 초면에 초를 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조용히 강석이 양해를 구하고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출구 쪽으로 걸어가는 걸 지켜만 봤다.
그렇게 천천히 그와 그의 아버지가 전시실을 빠져나간 뒤.
기자들은 그제야 조용히 양반다리를 하고 노트북을 꺼내거나, 재빠르게 전시실 출구를 향해 걸어나갔다. 당장에라도 자기가 본 것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이는 카메라 플래시부터 빠르게 끄고 유리막 너머의 작품을 찍기 위해 렌즈를 끼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시실을 찾은 일반인들의 핸드폰 역시 카메라 어플을 켜라, SNS를 켜라, 코코아톡을 켜라, 바쁘게 움직여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사이로, 조각상 를 한참 동안 감상하던 사람들의 행렬이 유리벽 쪽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조용히 이런 작품을 보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꽃다발과 초콜릿을 유리벽 앞쪽에 갖다 댔다. 그러면서도 꽃다발과 초콜릿이 라는 이름을 가리지 않게 하려고 위치를 조정하는 걸 잊지 않았다.
열아홉 조각가 강석의 첫 대리석 조각상 는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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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강채영은 양손 가득 들린 간식들이 식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한쪽을 자꾸 돌아봤다. 블룸미술관 전시4실과 연결되어있는 출구가 그 시선 끝에 닿았다.
“왜 이렇게 안 나와?”
앞타임이 나오던 것에 비해 다소 느렸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강채영이 걱정스럽다는 듯 앞머리를 훅훅 불었다. 당장에라도 출구를 통해 전시4실로 역행해 들어갈 기세였다.
그때였다.
출구를 열고, 두 명의 인영이 빠져나왔다.
교복과 정장.
강석과 강현도였다.
“오빠! 아빠!”
강채영이 쏜살같이 날아가듯 달려갔다. 강석 쪽을 향해서였다. 강현도도 반가웠지만, 오랜만에 보는 강석이 더욱 반가워서였다.
그 사이.
간식을 강석의 품에 안기는 강채영의 옆으로 백명희가 불쑥 튀어나와 강현도를 바라봤다.
“당신. 왜 그렇게 눈가가 붉어요? 어머, 눈 충혈된 것 봐. 어머. 이거 뭐야. 울었어요?”
처음에는 평이했던 백명희의 어조가 높아질수록 그녀의 눈도 토끼처럼 커져갔다.
“아빠. 울었어? 왜?”
강채영도 놀라서 강현도를 쳐다봤다. 누가 울렸냐는 표정이었다. 강현도가 아니라며 당황하여 손을 내저었다. 구구절절 설명하기엔 너무 길어서였다.
“오빠. 오빠는 알지?”
“그래. 석이 네가 말해봐라. 이 양반이 갑자기 왜 울어?”
제가 울렸다고 할 수는 없어서 강석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눈이 토끼만 해져서 자신을 바라보는 백명희와 강채영을 보니 문득 어깨너머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사람들이 소란스러운 이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
화목한 가족.
평화로운 세상.
강석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행복했다.
* * * *
강석의 대리석 조각 가 블룸 미술관 전시 4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뒤.
세상은 당연한 수순처럼 발칵, 뒤집혔다.
[고등학교 3학년에게 문 열었던 ‘블룸’에 다녀오다! “이건 이럴 수밖에 없었다.”] [예술은 죽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혜성 “강석” 등장!] [조각상 연일 경매시장 뜨겁게 울려··· “경매사들 매일같이 블룸 문 두들기며 맡겨달라 성화?”]평소에는 조회 수도 얼마 나오지 않고 뒤로 묻혔을 기사들이 [지금 많이 보는 뉴스 기사] 순위로 탑재되었고, 인기 검색어 순위권으로 블룸 미술관과 , 그리고 강석이 툭하면 올라와 댔다.
마치 르네상스 시대가 다시 부활한 것 같은 대리석 조각상에 연일 사람들의 순례길이 이어졌다. 기술이 발달했다지만, 범접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 그곳에 있었기에.
저 바티칸과 피렌체를 찾지 않아도 르네상스를 볼 수 있다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블룸은 놀이공원보다 사람이 밀리는 때아닌 호황에 정신이 없다며 전시4실에 대해서만큼은 100% 사전예약제를 다시 내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불만 없이 그를 따랐다. 반복해서 보겠다고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부터 줄 대신 서주기, 그리고 예의 없는 관람객 등등.
여러가지 불만사항이 폭주하는 와중에 예약제가 부활한다니 사람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물론, 평소 블룸 미술관의 한정 인원보다 몇 배는 많은 예약인원을 받아주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그렇게 블룸 미술관이 루브르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인기에 기쁨의 비명을 지르는 동안.
강석과 조각상의 모델이 된 강현도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눈처럼 불어났다.
강석의 어머니, 백명희는 오늘도 그 인기를 실감하는 중이었다.
“음. 음. 뭐 그렇지?”
이제 여름이 다가와서 그런지 오후 6시가 넘었는데도 하늘은 새파랬다. 사람들이 기웃거리며 [석이 가구점]을 바라보다가 지나쳤다. SNS에서 강석의 부모가 운영하는 가구점이라는 소리를 듣고 찾아온 사람이 분명했다.
백명희는 등을 돌렸다.
거리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을 위치였다.
눈 앞에는 달력이 있었다.
7월 5일.
벌써 블룸 미술관에서 청화 예술 고등학교 졸업 전시회가 열린 지 일주일이 지난 상황이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이 관심과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식었다가 다시 불이 붙은 인기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백명희의 입꼬리는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즐거움이었다. 어찌 아들이 이토록 관심을 받는데 즐겁지 않을 수 있으랴.
요즘 온 가족의 얼굴엔 웃음꽃이 질 날이 없었다.
그때였다.
ㅡ 그래서 석이 엄마, 내 말 맞다는 거지? 그 지금 리모델링 하고 있다는 르네상스 쇼핑몰 8층.
“응?”
ㅡ 거기 벽화 말이야. 그것도 자기네 아들이 그렸다는 거지? 응?
벌써 같은 질문만 여섯 번째였다. 백명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질문이 들어오면 망설이지 말고 사실대로 다 말해버리라는 아들의 특명이 있었다.
“그렇대도. 우리 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우리 아들이 그린 거야.”
ㅡ 어머머. 어머 어머. 어머머머! 세상에···! 그럴 줄 알았어. 자기네 첫째가 그렇게 옛날부터 그림을 잘 그렸었잖아. 내가, 막 꼴등이니 뭐니 막 사람들이 어? 민지 엄마가 그래도 내가 뭔가 평가에 착오가 있었을 거라고. 어! 내가 유일하게 편을 들었어요, 내가.
“으응.”
다시 시작된 입담에 백명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수준이었다. 영양가 없는 대화를 들으면서도 백명희의 시선이 굳게 닫힌 작업실 문으로 향했다.
남편이 작업실에 틀어박힌 걸 겨우 빼내었다 싶더니, 이제는 아들과 남편이 같이 작업실에 틀어박힌 지 일주일째였다.
한마디로 졸업전시회 개막식 다음 날부터 쭉이었다. 매일매일 식사 때마다 고기를 먹이고는 있다만, 배가 고프진 않을까 또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ㅡ 그래서 석이 엄마···
백명희가 뚫어져라 문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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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명희가 걱정하는 것도 모른 채, 강석은 정신을 집중하고 드라이버를 돌리고 있었다. 마지막 조립 단계였다.
아버지 강현도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목이 말라오는 걸 꾹 참았다. 조금의 방해도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둘의 앞에는 의자가 존재했다.
강현도는 백명희가 좋아하는 화사한 톤의 메쉬 소재 의자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맛을 다셨다.
– ‘아버지. 작업실 좀 써도 돼요?’
– ‘그래라? 근데 뭘 하려고?’
일주일 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랜만에 가구점 작업실을 쓰겠다는 아들에게 흔쾌히 허락하면서도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강석은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작업실이 꽤 여러 개가 있었다. 이번에 전시4실에서 대리석 작업이 완료된 다음 관장이 감동 받아 미술관 공실에 작업공간을 새로 하나 만들어줬다고 알고 있었고, 유리공방에도 강석의 작업공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알고 있었다.
겨우 나무만 다루는데 적합한 가구점 작업실보다야 다른 데가 작업하기엔 더 편할 게 뻔했다.
왜일까?
역시 자신과 있고 싶어서?
귀끝이 붉어진 강현도가 입에서 나오는 말을 기다렸다.
– ‘의자요. 만들어 드리기로 약속했었잖아요.’
– ‘진짜 만들어주려고?’
– ‘예. 아버지 것부터 만들고, 제거랑, 어머니 거랑, 채영이 것도 만들어보려고요.’
그리고 언제나 강석은 자신을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었다. 강현도는 사랑스럽다는 얼굴로 강석을 바라보면서도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붙잡고 말했다.
– ‘천사 같은 우리 아들. 고맙구나. 하지만 이번엔 너희 어머니 의자부터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
그럴 리는 없지만, 사람의 서운함이란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거였다.
아무리 착하고 상냥하고 마음씨 넓고 예쁜 백명희라도 거대한 조각상을 만든 다음에 강석이 또 아버지 의자부터 만들어버리면, 삐쳐버릴지도 몰랐다.
자신만이 아들을 애지중지 키워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매일 강석의 교복을 빨고, 말리고, 다리고, 강석을 응원해온 것이 자신만이 아니었으니까. 강현도는 흔쾌히 백명희 것부터 만들라고 종용했다.
– ‘그렇네요. 조언 고마워요, 아버지.’
강현도는 웃어 보였다.
메테우스 에어갓 메탈릭을 받았으니 그 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러지 말걸.’
강현도는 눈앞에 인체가 닿은 부분을 메쉬 소재를 만든 작은 의자를 바라보며 후회했다. 제 체형에 맞춘 의자도 아니건만. 조립하기 전에 대보았던 헤드레스트의 촉감이 잊히지가 않았다.
‘그 엄청난 편안함···’
메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것처럼 강현도가 의자를 바라보았다.
헤드레스트, 등받이, 좌판, 다리, 시트의 높이, 촉감, 엉덩이 골반을 감싸는 굴곡, 헤드레스트와 의자가 닿는 높이, 좌판의 크기, 그 어느 것 하나 백명희에게 안 맞춘 것이 없었다.
백명희를 한 번 안아보더니 순식간에 인체 해부도를 그려대고, 의자를 스케치하기 시작한 강석의 묘기는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도대체 못하는 것이 뭘까.
헤드레스트의 촉감을 떠올리며 강현도가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강석이 수제작한 헤드레스트와 목이 맞닿은 다음부터 메테우스 에어갓에 옵션으로 끼워 넣은 헤드레스트로는 이제 더는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다.
역체감이었다.
어서 백명희 것을 만들고, 제 것을 만들어주었으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의자를 조립하는 강석을 바라보는 그때.
끼익, 끼이익. 끽.
“···아.”
강석이 짧게 입을 벌렸다.
“됐다.”
완성을 예고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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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는 이런 말을 남겼다.
❝건축 구조의 골격은 인체의 사지와 관련이 있다. 그 때문에 인체 조각상을 제대로 만들 줄 모르거나, 해부학을 모르는 사람은 건축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해부학을 모른다면 더더욱 그럴 거다.❞
미켈란젤로의 판단으로는, 건축은 인체에서 출발한다. 그는 건축을 하려면 인체에 고취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인체의 형태를 빚을 줄 아는 사람만이 건축에도 거장이 될 수 있는 법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자, 그럼 미켈란젤로의 말대로라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인체 해부학으로서는 따를 자가 없는 미켈란젤로가 만든 의자는 대체 어떤 느낌일까?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의자는 작은 건축이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의자란, 그들 건축가의 스타일과 철학과 기술을 집약해놓은 작은 건축물로 쳐야 했다.
작은 건축물이라 불리울 만큼 우리를 오래도록 지탱해야 하며, 우리의 몸과 가장 오래 맞닿고, 하루에 가장 오랜 시간을 사용하는 가구.
의자.
그것을 만약에 미켈란젤로가 만들었다면···?
단언컨대, 최고의 안락함이 그곳에 있을 터였다.
61. 7월 5일의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