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7)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7화
하이에나들 (1)
“크아아아아!!”
수풀 속에서 앤트혼 여섯 마리가 동시에 뛰쳐나왔다.
유독 두 마리의 덩치가 큰 것을 보면 ‘엘더’도 섞여 있는 모양.
“흐읍.”
짧게 호흡하며 움켜쥔 창에 힘을 더했다.
정신을 왼쪽 가슴 쪽으로 집중시켰다.
-우우우웅!
성흔이 푸른 빛으로 타오른다.
강렬한 힘이 전신에 들끓는다.
“크르륵!”
왼쪽에서 날카롭게 파고드는 엘더 앤트혼 한 마리.
이신혁에게 전승받은 창술대로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였다.
-콰직!
“키이이이익!!”
창대를 엘더 앤트혼의 아가리에 쑤셔 넣는다. 날카롭게 벌어진 턱이 창대를 부러트릴 기세로 짓씹었다.
“어딜!”
콰드득!
창대를 비틀며 동시에 발뒤꿈치를 내려찍어 앤트혼의 머리를 짓뭉갰다.
총알에도 뚫리지 않았던 앤트혼의 갑주가 간단한 발길질에 박살 나며 움푹 파였다.
‘좋아.’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전신의 근육이 살아 숨 쉬는 듯 꿈틀거린다.
“키르르륵!”
뒤쪽에서 덮쳐오는 앤트혼의 공격을 가볍게 허리를 숙여 피하며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가는 앤트혼의 뒷다리를 붙잡았다.
“끼익?!”
당황한 듯 몸부림치는 앤트혼.
“흐읍!”
붙잡은 앤트혼을 그대로 무리 쪽에 집어 던졌다.
키에에에엨!
포탄처럼 날아간 앤트혼이 다른 앤트혼들과 부딪히며 바닥을 뒹굴었다.
‘역시 일반적인 1성 각성자와는 육체 스펙부터 차원이 달라.’
앤트혼 한 마리의 평균 몸무게는 80kg 내외.
황소자리의 각성자가 아니고서야 쌀 두 포대기에 달하는 무게를 한 손으로 들어 포탄처럼 집어 던지는 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아직 1성에 불과한 각성자라면 더더욱.
‘괴물 같은 건 육체 스펙만이 아니지.’
거문고자리의 성흔의 진짜 힘은 마력을 통해 성흔을 발동시켰을 때였다.
-파직, 파지직!
왼쪽 가슴에 강렬한 빛무리가 뿜어져 나오며 푸른 뇌전이 전신에 타올랐다.
“…아직 그때처럼은 안 되는 건가.”
베가에게 축복을 받았을 때.
푸른 뇌전이 폭풍처럼 주변에 휘몰아쳤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무슨 3일 굶은 피카츄가 10만 볼트를 쓰는 것마냥 쬐끄만 뇌전이 몸 주변에 튀어 올랐다.
“쯧.”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
애초에 이 뇌전을 축복을 받았을 때처럼 거대하게 키우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던가.
“크르륵!”
“키아아아아!”
뒤엉켜 나뒹굴던 앤트혼들이 잔뜩 분노에 찬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잡생각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전투에 집중해야 할 때.
뇌리에 새겨진 이신혁의 움직임을 따라 사납게 창을 내질렀다.
* * *
끈적한 습기가 가득한 숲속.
수풀이 타올라 만들어진 공터에 검게 타들어간 엔트혼들의 시체가 나뒹굴었다.
메케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캬, 이게 다 얼마냐?”
오진은 시체를 뒤적이며 채취한 성유석을 자루에 담았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자루에서 느껴지는 묵직함.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기분 좋은 묵직함이었다.
‘한 80만 원어치 정도 되려나?’
3시간 정도의 사냥만으로 80만 원.
심지어 파티도 없이 들어온 거라 돈을 나눌 필요조차 없다.
이제까지 목숨을 건 똥꼬쇼를 펼치며 하루 20~30만 원을 벌었던 것이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
“이러니 다들 각성자 된다고 난리를 치지.”
언젠가 뉴스에서 성좌에게 선택받기 위해 성소(星所)로 향하는 게이트 앞에 모여 매일같이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심정이 조금 이해가 됐다.
‘각성자 사망률 보면 마냥 좋은 건 아니지만.’
뭐 어떤가.
원래 돈은 목숨보다 값진 법이다.
“그나저나… 확실히 성흔 수련은 실전이 최고라는 말이 맞았네.”
파직, 파지직!
오진은 손끝에 가볍게 뇌전을 만들어내며 눈을 빛냈다.
고작 3시간 만에 성흔으로 뇌전을 만들어내는 게 꽤 자연스러워졌다.
‘이게 내가 빠른 건가, 아니면 다 이 정도 하는 건가를 모르겠네.’
거문고자리의 성흔을 지닌 다른 각성자가 없어 정확히 비교해볼 수가 없었다.
손끝에 만들어 낸 뇌전을 작은 공 모양으로 만들며 빙글빙글 돌리던 오진은 이내 몸을 돌렸다.
‘뭐, 나중에 알게 되겠지.’
오진은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 누군가가 그와 파티를 맺었다면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경악했을 것이다.
원래 성흔의 ‘격’이 높을수록 위력은 강한 대신 숙련도를 올리기 어려워지게 된다.
황도 12궁의 사도만 해도 성흔을 발현시키는데 몇 날 며칠이 걸리는데, 북극성의 사도인 그가 고작 몇 시간 만에 자유롭게 성흔을 발현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
━하지만.
그는 그 말이 되지 않는 일을 해냈다.
자신이 이질적인 존재라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 채로.
“어디, 그럼.”
오진은 가늘게 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다.
창은 등에 메지 않은 채 손에 쥐었다.
‘확실히 앤트혼들의 움직임이 이상하긴 해.’
보통 엘더를 중심으로 무리를 꾸리는 것과는 달리, 오늘 마주친 앤트혼 무리는 엘더가 둘 이상 같이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즉, 엘더를 통솔하고 있는 ‘상위종’이 존재한다는 의미.
“어디 처박혔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젠데….”
직접 찾아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았다.
“혹시 몰라 미리 챙겨와서 다행이네.”
오진은 슬링백의 지퍼를 열어 네모난 혈액 팩을 하나 꺼냈다.
그가 상처를 입은 척 연기를 하거나 할 때 유용하게 썼던 일종의 ‘사업 도구’였다.
‘사람 피가 아니라 돼지 피긴 하지만.’
아마 문제없을 것이다.
앤트혼이 사람과 동물을 가려서 먹지는 않으니까.
-촤악!
혈액 팩을 뜯어 바닥에 뿌렸다.
근처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숨겼다.
-사락, 사락, 사락!
‘그렇지.’
피를 뿌리고 잠깐 기다리자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앤트혼 무리가 몰려드는 것이 보였다.
숫자는 대략 20여 마리.
그 중심에는━
‘찾았다.’
호랑이만한 덩치를 지닌 검은 외피의 앤트혼이 있었다.
붉은 외피를 지닌 일반적인 앤트혼들과는 한눈에 봐도 차이가 명확한 앤트혼.
협회에서 추측한 대로 변종이 나타난 것이다.
‘빠르게 끝낸다.’
아무리 거문고자리 성흔의 힘이 강력하다고 해도 스물이 넘는 숫자를 상대로 장기전을 펼치는 건 어려우리라.
속전속결.
늦어도 3분 안에는 변종을 처리해야 한다.
“쓰읍.”
나무 위에 선 채 짧게 호흡을 들이킨다.
두근.
심장이 맥동하며 짜릿한 전율이 등골을 타고 퍼진다.
왼쪽 가슴에 새겨진 성흔이 빛을 뿜는다.
-파직!
타오르는 푸른 뇌전.
그리고━
‘…뭐지?’
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듯 순간적으로 시야가 어둡게 물들었다.
짙은 어둠 속에서 보이는 건 변종 앤트혼의 모습뿐.
‘여기가 이렇게 어두웠었나?’
모르겠다.
생각을 이어가기에 앞서, 몸이 먼저 움직였다.
-타닥!
나무를 박차고 날아오른다.
창날을 아래로 향하고 전신의 무게를 담는다.
파지지지직!!!
창날에 뇌전이 맺힌다.
불꽃처럼 일렁이는 푸른 뇌전에는 전과 달리 거무스름한 어둠이 뒤섞여 있었다.
[《낙뢰(落雷) Lv1》를 발동합니다.]콰
자
자
자
자
작
!
!
!
유성처럼 떨어진 뇌전의 창.
변종 앤트혼의 등을 꿰뚫은 창이 바닥까지 파고들었다.
살점이 타들어 가는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엥? 뭐야?”
한 방?
진짜 한 방에 뒤진다고?
회심의 기습이었다고는 하지만 설마 ‘변종’ 앤트혼이 고작 한 방에 즉사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오진은 되려 당황했다.
“끼이이잉!!”
“크허헝!”
변종이 죽자 주변을 둘러싼 앤트혼들이 혼란에 빠져 뱅글뱅글 제자리를 돌다 이내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 야! 잠깐만!!”
설마 이렇게 쉽게 앤트혼 무리가 와해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던 오진은 도망치는 앤트혼들을 쫓지도 못한 채 다급히 외쳤다.
“튈 거면 성유석 토하고 튀어 이 새끼들아!!!”
앤트혼 한 마리에서 나오는 성유석은 대략 2만 원 정도.
무려 와퍼 세트 3개에 달하는 값비싼 돈이었다.
“제길!”
퍼석!
창을 뽑아 들고 뒤쫓으려 했지만 워낙 깊숙이 땅에 박힌 탓에 쉽게 뽑히지 않았다.
결국,
“끄응.”
오진은 한숨을 내쉬며 추적을 포기했다.
‘아깝긴 하지만 뭐, 변종을 잡았으니.’
변종이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니 변종의 성유석이라면 최소 백만 원 이상 챙길 수 있을 것이다.
“흐흐흐.”
생각만 해도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성유석을 채취하기 위해 몸을 돌린 순간,
-파직!!
“크윽!”
왼쪽 가슴에 찌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다급히 고개를 내리니 거문고자리의 성흔이 강렬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 이거 설마….’
치이이익!
빛을 뿜어내고 있던 성흔의 옆에 한 획(劃)의 선이 더 그어졌다.
-띠링!
[‘거문고자리의 성흔’이 2성으로 격상합니다!]맑은 방울소리와 함께 눈앞에 떠오른 푸른 메시지창.
“허.”
오진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일주일은커녕 하루 만에 2성에 도달하게 될 줄이야.
‘이게 말이 되나?’
성흔의 마력이 차고 넘치기에 빠르게 오를 거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하루 만에 2성이 되다니.
“이거 일주일 뒤엔 3성이 되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사기극이고 나발이고 머리를 쥐어짤 필요도 없다.
일주일 만에 3성에 도달하는 건 진짜 회귀자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사실 2성만 해도 말이 안 되는 속도다.
‘보통 2성 되는데 6개월 정도가 걸리니까.’
물론 그건 성흔의 마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경이로운 속도였다.
“2성이라.”
가볍게 창을 쥐어 휘둘렀다.
후웅! 훙!!
가볍게 휘둘렀을 뿐인데도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확실히 1성이었을 때보다 한층 더 몸이 기민해지고, 강력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좋아.’
이 정도면 오늘 성과는 충분하다.
“후딱 채취하고 돌아가 볼까.”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변종의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오늘은 일반 와퍼 말고 기네스 와퍼란 걸 주문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며.
-부스럭.
그때, 근처의 수풀이 흔들렸다.
‘뭐지?’
도망친 놈들이 미쳤다고 돌아올 리가 없는데.
날카롭게 눈을 뜨며 창을 쥐었다.
“오, 뭐야? 외피가 검잖아?”
“휘유~ 형씨! 그거 변종 잡으신거유?”
수풀 속에서 나타난 건 험악한 인상의 2인조.
거칠게 해진 갑옷 사이로 잔뜩 부풀어 오른 근육이 보였다.
“와우, 아무리 앤트혼이라 해도 변종을 혼자 잡다니, 형씨 실력이 보통이 아닌데?”
“우린 사냥개자리의 3성 사도들이유. 만나서 반갑소잉~”
둘은 생긴 것답지 않게 친근하게 웃으며 오진에게 다가왔다.
오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새끼들.’
딱 봐도 좋은 의도로 접근하는 게 아니다.
솔직히 편견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저런 아스팔트에 갈아버린 듯한 면상을 지니고 강도가 아니라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범죄다.
‘3성이 이런 저급 게이트에 올 리도 없고… 변종을 노리고 온 건가.’
그렇다면.
변종의 시체를 해체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가만히 넘어갈 리가 없었다.
원래 각성자란 것들은 손바닥 뒤집듯 강도가 되고는 하니까.
“으음….”
다가오던 사내 하나가 살짝 허리를 숙이더니 킁킁 냄새를 맡았다.
마치 사냥개가 먹잇감을 추적하는 듯한 모습.
“휘유, 이거 변종 잡으시는데 마력을 엄청 쓰셨구만.”
“흐흐. 그럼 좀 지치지 않았겠슈?”
“그치? 여기에 무슨 4, 5성 각성자가 올 것도 아니고.”
둘이 작은 목소리로 숙덕거렸다.
‘안 들어도 무슨 말 하는지 알겠다 이 머저리들아.’
오진은 쯧, 혀를 찼다.
“근데 이거 생각하니 좀 이상한데? 아까 쩌~기서 우리가 앤트혼 무리 하나 쓸어버렸거든? 거기서 도망치던 놈들 주워 먹은 거 아냐?”
“어허, 그렇게 된 거였슈? 이거, 이거 안 되겠네유.”
둘은 검을 뽑아 들며 씨익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역시.’
강도 새끼들이 맞다.
‘…이건, 어쩔 수 없군.’
오진은 한숨을 내쉬며 재빠르게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 것도 모르고 그만!!”
“응?”
“뭐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무릎을 꿇은 오진의 모습에 오히려 두 사내가 당황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진은 납죽 엎드린 채 두 손을 싹싹 비볐다.
“드, 드리겠습니다!!!”
“크하하하하!! 이거 말이 아주 잘 통하는 청년이었구만유!”
한 사내가 웃음을 터트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오진을 지나쳐 바닥에 널브러진 변종의 시체로 다가가려 했을 때━
“아, 그걸 주겠다는 게 아니라.”
창을 쥐어 사내의 등을 거칠게 찔렀다.
갑옷이 박살 나며 날카로운 창이 그의 몸을 관통했다.
“커헉! 컥!!”
“돌아가신 너네 어머니에게 안부 전해 드리라고.”
“제길!”
다른 사내 하나가 다급히 검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사내를 꿰뚫은 창을 빙글 돌려 검을 막았다.
인간 꼬치 방패가 된 사내가 비명을 내질렀다.
“어, 어어?”
퍼석!
검을 휘두르던 관성을 막을 수 없었는지 사내는 동료의 머리통을 두 쪽으로 쪼개버렸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야!!!”
오진은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두 눈을 부릅뜬 채 비명을 질렀다!
“동료를 죽이다니!!!”
“이, 이런 빌어먹을!!”
“이 모습을 돌아가신 너네 어머니가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시겠어!!!!”
“닥쳐 이 새끼야!! 우리 엄마 아직 멀쩡히 살아계시는데 뭔 소리야!!”
“거짓말하지 마!!!”
사나운 일갈을 내질렀다!
“내가 너네 어머니 돌아가시는 걸 직접 봤는데 어디서 구라를 쳐!!!”
“아니 X발 뭔 개소리야!!! 살아계신다고!!!”
“현실을 받아들여!!”
“뭘 받아들이라는 거야 이 미친 새끼야!!”
“네 어머니는 돌아가셨어!! 이미 이 세상에 없다고!!!”
이건 거짓말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