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움직이는 자들 (1)
하민아를 잡을 수 있도록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해 준 쪽하고 협력하겠다.
다른 조건은 필요 없다.
그렇게 흑룡회와 백림맹 양쪽에 말해 두긴 했지만, 일단 오늘 숙소는 흑룡회 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미 숙소를 확보해 놨으니 거기서 묵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게 유선비의 말이었다.
뭐 그 정도는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강유진은 흑룡회에서 준비해 준 숙소에서 묵게 되었다.
‘그런데…….’
강유진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넓은데?’
흑룡회에서 준비해 준 숙소는 초고층 건물의 최상층부에 있었다.
커다란 유리벽을 통해 주위의 야경이 한눈에 다 보였는데, 100층이 넘는 높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조금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다.
‘처음부터 이 숙소였던 걸까, 아니면 유진평이나 유선비가 여기로 바꾼 걸까.’
어이가 없을 정도로 너무 넓은 내부를 탐색해 보니, 계약자용 트레이닝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흑룡회에서는 최고의 숙소를 마련해 준 것이다.
‘근데 이렇게 높은 곳에 있으면 밖을 돌아다니기 어려울 것 같은데…… 아니, 그걸 노리고 여기다 재우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벨 소리가 들렸다.
거실로 나가 보니 벽에 붙어 있는 액정 화면에서 여자 얼굴이 보였다.
“강유진 님, 주무시기 전에 준비 좀 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준비?”
“야식도 가져왔습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그러고 보니 아까 유선비가 냉장고에 있는 식음료는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그거하고는 별도로 음식을 보내 준 걸까.
강유진은 별생각 없이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 줬다.
“실례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여자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들어왔고, 하나같이 노출도가 높은 옷을 입고 있었다.
일단 술병과 음식 같은 게 담긴 바구니를 들고 있기는 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강유진 님을 잘 모시라는 장시원 님의 지시를 받았습니다.”
“……장시원?”
여기서 왜 장시원의 이름이 나오는 걸까.
“부담 갖지 말고 편한 시간 보내시라는 게 장시원 님의 말씀이셨습니다.”
대표로 보이는 여자가 그런 얘기를 하는 사이, 다른 여자들이 테이블에 술과 요리를 세팅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의아해하고 있자, 그녀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 소파에 앉으시죠.”
“어…….”
일단 차려 놨으니 먹기는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시키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여자들이 양옆에 앉기 시작했다.
“……?”
“자, 강유진 님…… 한잔 먼저 올리겠습니다.”
대표로 보이는 여자가 술병을 치켜들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반대편에 앉은 여자가 은근한 손길로 강유진의 허벅지를…….
“나 샤워 다 했어, 자기야.”
바로 그때.
소파 뒤쪽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
요염한 외모를 지닌 사람이었다.
알몸에 목욕 가운 하나만 걸치고 있는 상태였는데, 물기를 제대로 닦지 않았는지 가운이 몸에 달라붙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 모습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자, 가운 앞섬이 열리면서 그 속살도 드러났다.
그런데…….
“나, 남자?”
“흐음?”
당황해 하는 여자들을 보면서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기야, 이 여자들 뭐야?”
“야식 배달부.”
“아, 그렇구나?”
그는 웃으면서 소파 쪽으로 다가와 강유진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수고했어요. 이제 그만 가 봐요.”
“……!”
친근한 태도로 강유진의 상체를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며, 여자들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라고 떠들어 대면서 도망치듯 순식간에 나가 버리는 그녀들을 보면서, 남자가 의기양양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후후. 젖비린내 나는 꼬맹이들 같으니라고.”
“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강유진은 인상을 쓰면서 고개를 돌렸다.
“이게 뭐냐고, 달기.”
그 순간, 남자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요사스럽게 빛났다.
“어머, 어떻게 눈치채셨어요?”
“냄새가 나더라고.”
“이상하네. 이렇게 샤워까지 했는데.”
킁킁거리며 샤워 가운을 들춘 순간, 그 모습은 요염한 미남이 아니라 그동안 익히 보아 왔던 달기의 모습으로 변했다.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여기는 중국, 제 고향이거든요? 여기 있어서 안 될 이유가 있을까요?”
“아니, 왜 이곳에 있냐고. 애초에 여기에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저런 여자들도 유유히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보안 시스템이에요. 제가 숨어 들어오는 건 누워서 떡 먹기죠.”
“아니, 아까 내가 내부를 둘러볼 때는 분명히 없었는데…….”
말 그대로 여우에 홀린 기분이었다.
“좀 더 환영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직접 나서서 강유진 님의 위기를 구해 줬는데.”
“무슨 위기?”
“……순결의 위기?”
“뭔 소리야?”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달기는 소파를 넘어 강유진 옆에 앉았다.
“우리들의 주인님의 메시지를 전달해 드릴게요.”
“주인님?”
“무명의 왕 말고 다른 분이 있겠어요?”
“……!”
그 이름을 들은 순간, 강유진은 등을 꼿꼿이 펴고 바로 앉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달기가 순간적으로 꼴불견이라는 듯이 눈을 흘겼다.
“일단, 그분은 강유진 님이 현명하게 잘 대처했다고 생각하고 계세요.”
“뭐?”
“흑룡회와 백림맹 양쪽을 이용해 하민아를 찾게 만든 거 말이에요. 덕분에 여러모로 일이 수월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
그 말을 듣고, 강유진은 감동했다.
이렇게 직접적인 칭찬을 들을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비록 달기를 통해서 들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감동적인 건 감동적이었다.
“그러니 강유진 님은 다른 일을 진행하시면 돼요.”
“다른 일…….”
“그리고!”
달기가 자기 손을 가슴에 올려놓으며 미소 지었다.
“이번에는 중국 출신인 제가 곁에서 서포트를 해 드릴 거랍니다!”
“……당신이?”
“네. 석태준 님보다, 이죽헌 님보다, 주민하 님보다 믿음직스럽죠? 이제 강유진 님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그렇게 떠들어 대는 달기를 보면서, 강유진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당신도 하민아를 찾으러 가도 되는데.”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환영하는 태도를 보여 주시면 안 되냐고요.”
달기가 김빠진다는 태도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사실은 그분도 저한테 정보 수집을 맡길 생각이었는데 말이죠. 이 나라는 저 같은 요괴에 대한 대비책이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이라…… 중요한 시설 같은 곳에 아무 생각 없이 숨어 들어갔다간 주술 트랩이 발동해서 빠지직! 순식간에 여우 전기구이가 되어 버릴 거예요.”
여우 전기구이…… 전기구이 통닭 같은 걸까.
“제 나름대로 서포트를 하겠지만, 하민아 쪽은 기대하지 말아 주세요. 그 부분은 흑룡회와 백림맹에 기대하시죠.”
“별 도움이 안 되네.”
“어멋, 너무하셔라.”
달기가 웃으면서 말했다.
“앞으로 강유진 님은 이곳 상하이를 중심으로 활동하시게 될 거예요. 기본적으로는 강유진 님 혼자서 움직이겠지만, 혼자서 대처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경우에는 제가 끼어드는 일도 있겠죠.”
“…….”
달기의 술법은 매우 강력하다.
평범하게 몸싸움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강유진 혼자서도 문제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달기가 있으면 든든하긴 할 것이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시나리오의 보스 역할까지 했던 무시무시한 요괴니까.
‘배신하지 않고 계속 그분께 충성을 바쳐 주기만 한다면…… 든든하긴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강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달기.”
“왜 그러시죠?”
“저쪽 말이야.”
강유진은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까부터 계속 불이 나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거지?”
“흠흠. 잠시만요.”
달기가 창문 쪽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봤다.
“아…… 몬스터가 나타난 것 같은데요? 빈민가 쪽이라 계약자들이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중국 계약자들은 철저히 이익만을 추구해요. 돈이 안 되는 일은 잘 하지 않죠.”
그러고 보니 마태수에게서도 들은 적이 있다.
중국은 정부가 멀쩡히 남아 있기 때문에 계약자들이 자기 이득만을 쫓는 경향이 있다고.
예를 들어 한국의 팔부중들은 자기들이 수도권의 민간인들을 지킨다는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 이건 그들이 정부 대신 민간인들을 ‘통치’하고 있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계약자들에게는 이런 생각이 별로 없다. 그들이 민간인들을 지키는 건 그걸 통해 정부나 민간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흑룡회 같은 조직도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같은 형태가 되어 있다.
“달기.”
“네.”
“나 혼자서 대처하기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준다고 했지?”
“방금 전에 그렇게 말했죠. 도움이 필요하세요?”
“그래.”
그렇게 말하며 강유진은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커다란 창문을 열어젖히자, 높은 층이라서 그런지 엄청난 바람이 들이닥쳤다.
“저기, 강유진 님? 지금 뭐 하시려는 거죠?”
“여기서 뛰어내려도 문제없게 해 줄 수 있지?”
“……네?”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기가 귀찮아.”
100층이 넘는 높이다.
엘리베이터가 오는 걸 기다리는 것도, 그걸 타고 1층까지 내려가는 것도 귀찮다.
“저, 저기. 잠깐만요.”
“안 돼?”
“후우, 정말 막무가내네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달기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요. 서포트해 준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 이봐요! 벌써 뛰어내리면 어떻게 해요!”
달기가 다급히 소리치는 걸 들으며, 상하이의 밤하늘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재미있는 나라야.’
고층 빌딩이 즐비하여 10년 전 못지않게 번영하고 있는 중심가가 있는 반면, 몬스터가 나타나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빈민가가 있다.
정부가 존속되고 있어 국가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 계약자들은 기업처럼 행동하며 철저히 자기 이익만 추구한다.
그런가 하면 이념 때문에 정파와 사파로 나뉘어 서로 적대하고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강유진은 지금 그 중심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어디서든…… 내가 할 일을 해야지.’
목적지는 불타는 빈민가.
그곳에서 몬스터를 쓰러뜨린다.
누가 시키지 않았더라도, 그분의 계약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
수많은 모습을 지닌 땅에서, 강유진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 * *
“모래바람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렇군요!”
지금 나는 벨리알과 함께 사막을 걷고 있었다.
다만 사막이라고는 해도 이곳은 중국의 한가운데다.
예전부터 산업화의 영향으로 땅이 황량해진 상태였는데, 판데모니움과의 전쟁에서 피해를 입어 완전히 사막이 되었다고 한다.
“저기인 것 같군요!”
“어서 가자……!”
우리는 사막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컨테이너를 하나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것 참…… 이런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게 후회되는군요.”
“동감이야.”
주거용으로 개조된 컨테이너인지 유리창이 있었다.
창문 밖에서 끊임없이 몰아치는 모래바람을 감상하면서 우리는 옷에 묻은 모래를 털었다.
“꼭 이런 곳에서 만나야 했던 건가?”
“남들 눈을 피해서 만나자고 했으니까요.”
“확실히 남들 눈을 피하기에는 좋겠지만…… 다른 곳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런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자, 모래바람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낙타를 타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온 것 같군요.”
“…….”
잠시 후, 낙타에서 내린 사람이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왔다.
얼굴을 감싸고 있던 두건을 벗자, 찰랑거리는 붉은색 머리카락을 지닌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 드러났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벨리알.”
그녀는 벨리알을 보고 깍듯이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소개해 드리죠, 김무명.”
벨리알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소개했다.
“판데모니움 주화파(主和派)의 일원인…… 그레모리 공작입니다.”
그레모리.
판데모니움 72악마의 56번으로, 26개 군단을 지배하는 여성 악마.
그녀는 예로부터 인간에게 우호적인 악마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판데모니움에서도 벨리알과 마찬가지로 인간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레모리.”
“저야말로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무명.”
정체불명의 인간 나부랭이 앞에서도 그레모리는 예의 바른 태도였다.
벨리알처럼 속마음이 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예의 바른 성격 같았다.
“그레모리, 시간이 별로 없으니 바로 본론부터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벨리알.”
그레모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쳐다봤다.
“김무명…… 판데모니움에서는 극동 방면을 3개의 지역으로 나눠서 관리하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시지요?”
“네,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여기 중국 동북부가 극동 제1지역으로서 가장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극동 제2지역은 한반도 북부, 제3지역은 만주 및 연해주다.
“제2지역과 제3지역에는 72악마 중에서 뽑힌 사령관이 한 명씩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제1지역에는 저 그레모리를 비롯해 세 명이 배치되어 있지요.”
“…….”
“또 다른 한 명인 72악마의 43번 사브나크 후작은 주전파도 주화파도 아닌 중립적인 악마입니다. 하지만…….”
그레모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머지 한 명…… ‘왕’의 지위를 지닌 72악마의 32번 아스모데우스는 주전파의 거물입니다.”
“아스모데우스…….”
아스모데우스는 벨리알 못지않게 유명한 악마다.
구약성경 토빗기에서도 등장하는 유서 깊은 악마로, 소위 ‘7대 죄악’에서는 색욕을 상징하는 악마로 취급된다.
“그리고 아스모데우스는 하민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건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입니다만, 아스모데우스는 인간들 사이에 숨어 있는 하민아와 협력하여 본격적인 군사 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본격적인 군사 행동.
그것은 베이징 등 중국 동북부를 차지한 뒤 침략을 멈췄던 판데모니움이…… 다시금 중국 전토를 지배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부탁입니다, 김무명.”
그레모리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벨리알에게서 들었습니다. 매우 뛰어난 지혜를 가진 인간이면서…… 성좌에게 큰 신뢰를 받고 있는 분이라고.”
“…….”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당신뿐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레모리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성좌들을 움직여서, 아스모데우스와 하민아를 막아 주십시오.”
악마들을 지배하는 강대한 마신들 중 한 명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밑바닥 계약자에 불과했던 나한테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