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폭풍 (4)
– 그 자식, 대체 뭐 하는 놈이야?
– 신무당파에 이어 백림맹 본부까지, 이렇게 순식간에 괴멸시키다니!
– 판데모니움의 비밀 병기 맞지?
– 계약자는 아니야. 관측기로 아무리 눌러 봐도 아무것도 안 떴어.
– 그럼 악마라는 건가?
– 판데모니움이 키운 인간일 가능성도 있지.
– 그게 가능한가?
– 아, 맞다. 사도를 보내서 접촉해 보는 건데.
– 좋은 생각이긴 한데, 그 상황에서 접근할 사도가 있겠어?
– 그래, 그놈 하는 걸 보니 사도도 순식간에 죽여 버릴 수 있을 것 같더라.
– 하여간 너무 강했어.
– 나도 공들여 키운 계약자 한 명 잃었다…… 이 원수를 어떻게 갚지?
채팅방에 올라오는 발언들을 보면서, 금각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백림맹 본부에는 B급 성좌 ‘금색과 은색의 동자’의 계약자도 있었다. 금각과 은각이 가장 아끼는 계약자라서, 조만간 성좌무구의 최대구현까지 허락할 예정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죽어 버렸다.
– 내 계약자들도 정사대전에서는 한 명도 안 죽었는데, 이번에 신무당파와 백림맹 본부가 괴멸되면서 거의 다 죽었어.
– 너는 중국 정파 쪽에 계약자가 많았으니까…….
– 그런 성좌 꽤 있을걸?
– 아마 대일통회와 산해연합도 이번에 타격 많이 받았을 거야.
– 그래, 특히 대일통회가 타격이 컸겠네. 거기는 완전히 백림맹 위주였잖아.
– 이거 상대적으로 사파 쪽이 우세해지는 거 아냐?
– 지금 그런 거 따질 때야?
– 그래, 내일은 사파 쪽 조직이 습격당할지도 모른다고.
채팅방 분위기는 평소와 달리 어두웠다.
다들 중국과 인연이 많은 성좌들인데, 거기서 자기 계약자들이 많이 죽었기 때문이다.
평소처럼 ‘와, 재밌었다!’ 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 그놈, 설마 하민아가 만든 개조 인간인 걸까?
– 강유진처럼?
– 그렇게 보는 게 맞지 않을까.
– 근데 강유진보다 더 강한 거 아닌가?
– 그래, 사이온지 케이토보다도 강해 보였어.
– 강유진이 싸워도 승산이 없어 보이는데.
– 에이, 그래도 강유진이 각성 스킬 한번 날려 주면 죽을 텐데.
– 그놈이 그걸 모를까? 대책이 있을 것 같은데.
– 그게 대책을 세운다고 되는 건가?
–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면 되지.
– 그놈도 접근전 위주인 것 같은데.
지금까지는 ‘그래도 강유진이라면 이길 수 있겠지!’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동안 터무니없는 강적들을 쓰러뜨려온 실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 이건 그 S급 성좌가 나서야 해.
– 그래, 무명의 왕이 어떻게 해 주지 않을까?
– 무슨 수로?
– 한국에서 원군을 불러온다든가.
– 그걸로 되겠나?
– 강유진을 더 강하게 만들면?
– 아, 그게 그나마 가능성 있겠다.
“형님!”
“왜?”
옆에서 동생인 은각이 금각을 불렀다.
“방금 이 얘기,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강유진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거?”
“네, 그거요.”
“……그렇지.”
강유진은 아직 성장할 여지가 있다.
중국에 와서 꽤 성장했지만, 무공도 더 배워야 하고 내공도 더 쌓아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야.”
“시간이요?”
“판데모니움의 소체가…… 충분한 시간을 줄까?”
“아…….”
만약 그 소체가 지금 당장 상하이로 쳐들어온다면…… 그걸로 끝이다.
“그리고 강유진 성격도 생각해야지.”
“아, 엄청 성급한 성격이죠…….”
“아마 지금쯤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걸.”
한국에서 활동했던 걸 생각해도 항상 그런 식이었다.
“그놈 붙잡아 놓고 수련시키려면 꽤 고생할 거야.”
“……동감입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금각과 은각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너는 그놈을 이기지 못해.”
“그건 당신이 판단할 일이 아니야.”
강유진은 김무명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내가 싸울 거니까, 내가 판단해. 당신은 당신 일이나 잘 해.”
“네 판단이 정확하리란 보장이 없지.”
“당신 판단은 정확하다는 거야?”
“그놈이 싸우는 모습, 직접 보기는 했어?”
“당신은 봤다는 거야?”
“그래.”
“…….”
정말일까.
강유진은 의구심을 가졌다.
“달기한테도 들었겠지만, 그놈은 너보다 강해.”
“……이봐, 김무명.”
인상을 찡그리면서 다시 말했다.
“지금까지 나는 나보다 강한 놈들하고 계속 싸워 왔어.”
“…….”
“하지만, 나보다 강하다고 해서 물러서지는 않았어.”
그렇다.
사진, 이현제, 천상운, 페넥스, 케이토 등…… 상대방이 더 강하다고 해서 싸움을 피하지는 않았다.
“당신 방식이 어떤지는 몰라.”
물론 김무명은 자기보다 강한 상대 앞에서는 일단 뒤로 물러서는 성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강유진이 존중해 줄 이유는 없다.
“나는 내 맘대로 할 거야.”
“하지만, 그게 그분의 지시라면?”
“……뭐라고?”
그분의 지시.
존경하는 S급 성좌 ‘무명의 왕’의 지시라면 무시할 수는 없다.
“정말이야?”
“그래.”
“나를 설득하려고 그분의 이름을 팔아먹는 거라면, 가만 안 둘 거야.”
“조금만 생각해보면, 내가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
강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김무명을 노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말로는 ‘그분의 지시’라고 하면서 그냥 자기 생각을 얘기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방은 성좌들도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이 남자가 거짓말을 해도 들통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내 말이 바로 ‘무명의 왕’의 말이라고 생각하면 돼.”
“…….”
그 말을 듣고 강유진은 더 불쾌감을 느꼈다.
건방지기 그지없는 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야, 김무명.”
“뭐지?”
“두 번 다시 그런 소리 하면 가만 안 두겠어.”
“……?”
김무명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무명, 당신은 그분의 뭐야?”
“뭐라니…… 그야…… 계약자지.”
“그럼 계약자답게 행동해. 내 말이 ‘무명의 왕’의 말이다? 그딴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
그렇게 말하자 김무명은 무척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이 남자는 자기 주제를 모르는 건가.
“그런 생각 버려. 알겠어?”
“아, 그래…… 조심할게.”
풀죽은 표정을 지으며 김무명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강유진, 그럼 일단 내 의견이라고 생각하면서 들어 봐.”
“그래, 말해 봐.”
“네가 강적에게도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모습 자체는 참 좋아. ‘무명의 왕’도 그 부분을 높이…… 아니, 나도 그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그런데?”
“하지만 말이야, 강유진.”
김무명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지난번에 제갈금을 잃었던 걸 생각해 봐.”
“……!”
제갈금.
그 이름을 들은 순간, 강유진은 가슴속 한구석이 쩌릿해지는 걸 느꼈다.
“네가 더 강했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
“그건…….”
“내 말이 틀려?”
“…….”
이건 김무명 말이 맞다.
강유진이 더 강했다면…… 제갈금이 희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강유진, 너는 이미 혼자가 아니야.”
“…….”
“많은 사람들이 네 주변에 있어. 네가 이기면 많은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겠지만, 거꾸로 네가 지면 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돼.”
“……그래서?”
“단순히 생각해. 더 강해지면 된다고 말이야.”
김무명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다행히 여기는 강해지기에 딱 좋은 곳이야. 너를 단련시켜 줄 흑룡회의 삼존도 있고, 대영단이니 뭐니 하는 영약들도 구할 수 있어.”
“…….”
“조금만 기다리면서 실력을 쌓아. 그다음에 그놈하고 싸우면 돼.”
“하지만…….”
“뭐지?”
“그사이, 그놈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면?”
그게 문제였다.
이미 신무당파와 백림맹 본부가 괴멸되었다.
준비를 하는 동안 그놈이 다른 곳을 습격하고 다니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건 걱정하지 마.”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김무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사대전, 원만하게 마무리되는 거 봤지?”
“그건…….”
지난번 정사대전 때, 김무명은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강유진은 양위정 등만 쓰러뜨려 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모르지만, 정사대전은 중지되고 정파와 사파는 화합했다.
“나를 믿어. 네가 수련을 마칠 때까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그놈을 막아 낼 테니까.”
“당신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말했잖아. ‘무명의 왕’의 계약자라고.”
“…….”
신기한 기분이었다.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느끼면서도,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이 남자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삼존이 올 거야.”
“삼존이…….”
“뒷일은 그 사람들한테 맡길 테니, 너는 수련이나 해.”
그렇게 말하고, 김무명은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이 자리를 뜨려 했다.
“이봐, 김무명!”
“뭐지?”
“당신 정말로…… 그분하고 가까운 사이인 건가?”
“……그래.”
김무명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내 말대로 하면…… 그분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거야.”
“……알겠어.”
일단 이 남자를 믿어 보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강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 * *
“강유진을 설득한 모양이군요.”
강유진과 헤어진 나에게, 어둠 속에서 벨리알이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가능한 겁니까?”
“뭐가?”
“강유진 없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그자를 막아 내는 것 말입니다.”
“아, 그거.”
나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불가능해.”
“…….”
“그놈은 우리들 중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적이야. 피해 없이 막아 내는 건 불가능해.”
아마 그놈은 지금 자기 실력을 시험해 보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날은 신무당파를 습격하고 어느 날은 백림맹 본부를 습격하고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아마 다음에도 적당한 세력의 본거지를 습격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계약자들을 상대로 자기 실력을 테스트해 본 뒤 유유히 사라질 것이다.
“많은 계약자들이 죽을 거야.”
“…….”
“그러니 강유진한테는 얘기하지 말아야 돼. 수련에 집중하게 해.”
“괜찮은 겁니까?”
“뭐가?”
“사실을 알면 강유진은 당신을 원망할 텐데요.”
“……어쩔 수 없지.”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 그놈을 쓰러뜨릴 수 있는 계약자는 이 중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간을 벌어야 한다.
강유진이 더 강해져서, 그놈을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을 얻을 때까지.
“내가 미움받는 건 상관없어.”
“…….”
“그녀석이 승리를 거두는 게 더 중요하니까.”
김무명으로서도 강유진과 양호한 관계를 맺고 싶다. 그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이 있다.
“어쨌든…… 검토해 봤어?”
“네.”
벨리알이 경직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역시 그 남자는…… 판데모니움 극동 제1지역 사령관 아스모데우스입니다.”
그렇다.
신무당파와 백림맹 본부를 괴멸시킨 그는 평범한 소체가 아니다.
“하민아가 아스모데우스의 육체를 소체로 개조했거나, 아니면 아스모데우스에게 소체의 육체를 제공한 거겠죠. 자세한 건 모르겠습니다만.”
“……마신급 악마와 소체 기술의 결합인가.”
이건 최악의 사태였다.
최강의 악마인 마신급 악마.
최강의 인간을 만드는 소체 기술.
이 두 가지가 결합한 것이다.
“결코 용납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김무명.”
까득.
벨리알이 이를 갈았다.
“아스모데우스는 감히…… 그분이 될 생각인 겁니다.”
아스모데우스가 몸소 소체가 되었다는 것.
그건 단순히 아스모데우스가 강화되었다는 게 아니다.
그것은 바로…… 아스모데우스 스스로 루시퍼가 되려고 하고 있다는 얘기다.
* * *
그날 밤.
상하이에서 발족한 정파와 사파의 ‘연맹’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판데모니움의 괴인을 임시로 ‘천자마(天子魔)’라 부르기로 했다.
악마들 중 으뜸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와 거의 같은 시간대에 아스모데우스의 군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무당파를 잃은 후베이성은 악마 군단을 막아 낼 힘이 없었다.
판데모니움의 본격적인 침략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