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8
8화 성좌 스킬 (3)
“아니, 그렇게 강하면 말을 하셨어야지~!”
끊임없이 몰려나오는 해골들을 1시간 동안 상대한 뒤.
처음에 강유진을 홀대했던 사람들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자자, 이것 좀 마시세요. 이것도 드시고!”
“우리가 뒤풀이하려고 사 온 거니까, 같이 먹자고요!”
강유진은 그들이 권하는 음식들을 거절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자극적인 음식들이다.
한 입 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형씨는 왜 그렇게 강한 거요? 무슨 특별한 수련이라도 했나?”
“다 위대하신 분의 가호가 있기 때문이지.”
“아, 계약한 성좌 덕분이라는 거요?”
“그렇지.”
주위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성좌…… 아니, 성좌님. 알림창에 이름이 안 나오던데?”
“맞아. 뭔가 이상하더라니까. 보통은 성좌 누구누구, 라고 성좌명이 표시되잖아?”
“내가 알기로 알림창에 이름이 안 나온다는 건, 뭔가 특별한 방식으로 성좌명을 숨겼거나, 아예 성좌명이 없는 상태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건데.”
“성좌명이 없는 성좌도 있나?”
“……나는 몰라.”
옆에서 따라 준 술잔을 만지작대며 강유진은 말했다.
“광대도 이름 없는 분이라고 부르더군. 나도 그렇게 부르고 있어.”
“이름 없는 분…….”
“그분의 도움을 받았기에 나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 아까 그 해골 공룡? 공룡 해골? 하여간, 그 뼈다귀와 싸울 때도 그분이 힘을 내려 주셔서 이길 수 있었지.”
“호, 혹시 아까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언데드 사우루스를 박살 냈던 것도…….”
“그것도 이름 없는 분이 나에게 힘을 부여해 주신 거야.”
“저, 정말입니까?”
“그렇지. 그분은 이 세계 밑바닥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모든 이들의 수호자야.”
술을 들이켜면서 강유진은 지난번에 광대에게서 들었던 말을 입에 담았다.
“그분이 보살펴 주고 계시니까, 나는 두려움 없이 싸울 수 있었던 거지.”
“호, 혹시.”
스킨헤드가 침을 삼키며 말을 걸어왔다.
“그 성좌님하고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습니까? 어떻게 하면 그 성좌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죠?”
“글쎄.”
“뭐, 뭔가 힌트 좀…….”
“그분을 향해 강렬히 기도하면 응답해 주시는 것 같기도 하다만.”
“정말입니까?”
“아까 그 뼈다귀와 싸울 때도, 나는 그분에게 마지막으로 힘을 달라고 기도했었지.”
“기도…….”
“너희들도 한번 기도를 올려 봐. 이번에 인연이 생겼을 수도 있잖아. 그리고 그분은 항상 나를 지켜보고 계시니까, 지금 기도하면 목소리가 닿을 거야.”
그 말을 들은 계약자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어, 어떻게 해 볼까?”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해 보자고.”
그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인 뒤, 먹던 걸 내려놓고 기도를 시작했다.
“이름 없는 분, 이름 없는 분…….”
“믿나이다, 믿나이다…….”
“저랑 계약해 주십시오, 이름 없는 분…….”
많은 사람들이 두 손을 모아 열심히 기도를 하는 모습은 나름대로 장관이었다.
“뭔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어느새 옆에 와 있었던 광대가,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디 갔었냐.”
“저도 일이 많습니다. 당신한테만 붙어 있을 수는 없다고요.”
“네가 말한 해골 괴물을 쳐부수고 이 마을에 평화를 되찾아 줬어. 이것도 이름 없는 분이 인도하신 거겠지?”
“아니, 여기는 일정 시간 간격으로 언데드 몬스터가 출현하게 세팅되어 있는 지역이거든요. 평화는 무슨.”
광대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코인은 많이 얻었죠?”
“아까 싸우는 도중에 뭔가 글자가 잔뜩 뜨던데.”
“왼손으로 공중에 이렇게 문양을 그려 보세요. 그러면 상태창이 뜰 거예요.”
광대의 손짓을 흉내 내자, 정말로 공중에 온갖 글자들이 떠올랐다.
“오른쪽 위에 코인이라고 되어 있고 숫자가 적혀 있죠?”
“330만이라고 되어 있네.”
“……대단하네요. 그중 100만은 복수자의 왕이 던져 준 금액이지만.”
100만은 복수자의 왕이 MVP 보상으로 걸어 두었던 코인이다.
“그리고 히든피스를 발동시켰던 ‘금편의 태사’가 언데드 사우루스를 쓰러뜨리는 걸 보고 100만을 던져 줬고…… 나머지는 다른 성좌들이 던져 준 후원금이겠네요.”
“큰돈인가?”
“크죠. 제법 오랜 기간 동안 놀고먹어도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니까요.”
“다 이름 없는 분의 보살핌 덕분이군.”
“에휴…….”
뭐가 불만인지 광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일단 코인이 생겼으니 옷부터 갈아입읍시다.”
“옷?”
“그 너덜너덜한 옷을 계속 입고 다니게요? 앞으로 계약자로서 싸울 거면 보호 장비 정도는 입읍시다. 저 사람들처럼요.”
“흠…… 어떤 게 있지?”
“일단 지금의 강유진 님이라면…… 이 100만 코인짜리 방호복을 입으시죠. 올 블랙의 라이더 슈트 스타일이라 잘 어울릴 거예요.”
광대의 손에서 갑자기 새카만 옷이 출현했다.
딱 봐도 질겨 보이는 재질의 전신 슈트였다.
“…….”
“너무 비싼 것 같으면, 50만 코인짜리도 있는데요…… 30만 코인짜리도 있고.”
“그거보다 더 좋은 건 없나?”
“네?”
“100만 코인짜리보다 좋은 거 없냐고.”
“150만 코인짜리하고, 200만 코인짜리가 있는데요.”
“200만 코인짜리로 줘. 지금 330만이나 있으니까.”
“……성좌는 엄청 짠돌이인데 계약자는 씀씀이가 헤프네요.”
“뭐?”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면도기는 없어?”
“무슨 편의점인 줄 아시나…… 있긴 한데요.”
“서비스로 하나 줘. 수염 좀 깎게.”
“어휴.”
* * *
관측기로 강유진과 49호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잘 진행됐어.’
강유진은 저주받은 마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 줬다.
언데드 사우루스, 그것도 대형 육식 공룡을 상대로 조마조마한 장면을 연출하다가 일격에 박살 내는 모습을 보여 줬으니, 관전 중이던 성좌들도 만족스러워했을 것이다.
‘백작에게 입소문 좀 내 달라고 부탁했던 것도 효과적이었어.’
이번 퀘스트는 내가 개최한 게 아니고, 홍보비를 써 봤자 의미 없다.
그보다는 백작을 통해 ‘주목할 만한 성좌가 있다.’라는 소문을 퍼뜨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백작 스스로 그 얘기를 하고 다닌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퀘스트 추가 보상을 걸어 줬을 뿐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나서지 않는 백작이 그런 짓을 했다는 소식이 다른 성좌들의 귀에 들어갔고, 발 빠른 성좌들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금편의 태사가 히든피스를 발동시켜 준 것도 좋았고.’
관측기 설정을 여기저기 건드려 보다가, 어떤 성좌가 관전하러 왔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퀘스트를 관전하는 성좌들을 확인하던 나는 S랭크 성좌 ‘금편의 태사’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금편의 태사는 가끔씩 끼어들어서 이벤트나 퀘스트 난이도를 팍 높여 버리는 성좌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
내가 기대한 대로 금편의 태사는 히든피스를 발동시켜 난이도를 확 올려놔 버렸고, 강유진이 활약하기 적당한 환경이 마련되었다.
‘성좌들, 아주 만족스러워했지.’
다른 계약자들에게 무시당하던 초라한 행색의 남자가, 갑자기 나타난 거대 괴물에게서 사람들을 지켜 내고 엄청난 활약을 한다.
충분히 드라마틱한 이야기였고, 그 결과는 성좌들이 보내온 메시지와 후원금으로 나타났다.
물론 작은 규모의 초보자용 퀘스트였고, 관전하던 성좌의 숫자도 적었기 때문에 엄청난 후원금이 쏟아진 건 아니지만, 첫걸음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상태창을 열어, 나의 근원력을 확인했다.
내가 S급 성좌가 되면서 부여된 근원력은 1억 5000만 포인트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을 진행하면서 몇 백만 정도 되는 근원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 내 근원력은 1억 5043만 포인트였다. 오히려 플러스가 되어 있던 것이다.
‘강유진이 활약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클라이맥스 때 나를 경배하라고 외쳐서?’
49호의 말에 따르면 근원력은 성좌의 위상이 높아져도 늘어난다고 한다.
어쨌든 내 계약자인 강유진 덕분에 내 근원력이 늘어난 것 같았다.
‘이 근원력…… 앞으로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성좌로서 큰일을 하려면 근원력이 꼭 필요할 것이다.
최대한 근원력을 늘려야 한다.
‘백작은 근원력이 어느 정도 있을까? 10억? 100억?’
지금은 큰 차이가 있겠지만, 언젠가는 따라잡고야 말겠다.
그런 거창한 생각을 하면서 관측기를 조작했다.
어떻게 된 건지 강유진 주위에서 계약자들이 나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이름 없는 분, 이름 없는 분…….
“저하고도 계약해 주세요, 제발!
“이제 D급 성좌는 필요 없어요. 부디 S급 성좌의 가호를 저에게도……!
예전의 나하고 비슷한 소리를 하고 있는 계약자가 있어서 쓴웃음이 나왔다.
머리를 빡빡 민 남자였다.
‘몸도 좋고, 물리 공격 타입 같은데.’
계약자에는 크게 세 가지 타입이 있다.
물리 공격 타입, 마법 공격 타입, 특수 능력 타입이다.
물리 공격 타입은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로, 몸이나 무기를 사용해 힘을 쓰면서 싸우는 타입이다.
강유진도 현재는 물리 공격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 확인 좀 해 볼까. 안 그래도 강유진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테스트를 해 보고 싶었어.’
나는 성좌 스킬, [근원 통찰]을 스킨헤드에게 써 보려고 했다.
[근원 통찰]은 근원 각성 시 어떤 각성 스킬을 얻게 되는지 미리 보여 주기 때문이다.나는 화면에서 스킨헤드를 터치한 채 정신을 집중했다.
‘근원 통찰.’
그러자 스킬이 발동되는 감각이 느껴졌고, 동시에 근원력이 소비되었다.
‘다시 또 마이너스네. 입맛이 쓰다.’
이미 강유진한테도 한 번 쓰긴 했지만, 근원력 200만 포인트가 훅 빠져나가 버렸다.
만약 여기다가 [근원 감화]까지 쓰면 추가로 400만 포인트가 빠져나간다.
성좌 스킬을 아무한테나 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테스트는 이걸로 끝내야지…… 어라?’
나는 눈을 의심했다.
내 눈앞에는 스킨헤드의 예상 각성 스킬이 표시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이상했다.
[각성 스킬 ‘비닉 통찰(庇匿洞察)’]* 개요 : 모든 이벤트, 퀘스트의 히든피스 정보를 취득한다. 단, 고위 존재가 숨겨 놓은 히든피스는 판정에 성공하여야 취득할 수 있다.
* 기타 : 쿨타임 24시간.
‘히든피스의 정보를 취득한다고?!’
히든피스는 이벤트나 퀘스트를 만들 때 숨겨 놓은 요소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아까 금편의 태사가 언데드 사우루스를 출현시킨 것도 그 히든피스를 활성화시킨 것이다.
숨겨진 요소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상도 크다. 히든피스 정보가 비싸게 거래될 정도다.
‘이런 스킬이 있어도 되는 건가?! 아니, 잠깐.’
원래 각성 스킬은 산전수전을 겪은 계약자가 깨달음을 얻은 뒤에나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저 스킨헤드가 이런 숨겨진 요소를 파헤치는 것에 천부적인 적성이 있어, 온갖 히든피스를 밝혀내는 것에 일생을 바친다면 이런 스킬을 얻게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단지 내 성좌 스킬을 쓰면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각성 스킬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충분히 성장한 다음이라면 그리 가치가 크지 않겠지만, 아직 미숙한 단계에서는…… 엄청난 가치가 있는 스킬이야.’
강유진의 각성 스킬 [일체 분쇄(一切粉碎)]는 물체의 절대 취약점을 파악한 뒤 최적의 타격을 가하는 물리 공격 스킬이었다.
물리 공격 타입에게는 매우 유용한 스킬로, 실제로 현재 강유진의 힘으로는 절대로 쓰러뜨릴 수 없었던 언데드 사우루스를 격파하게 해 줬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물리 공격의 연장선일 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스킬은 아니다.
하지만 이 [비닉 통찰]은 계약자의 생활 자체를 바꿔 놓을 수 있는 스킬이다.
온갖 숨겨진 요소를 ‘독식’하면서 승승장구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 녀석이 각성 스킬을 개인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면…….’
만약 이 스킨헤드가 [비닉 통찰]을 사용하여 파티나 길드, 군대, 국가를 이끈다면 어떻게 될까.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지금 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저놈을 미리 제거해 버린다.’
만약 저 스킨헤드가 근원 각성을 하여 [비닉 통찰]로 큰 힘을 얻게 된다면, 앞으로 내가 진행하려고 하는 일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아직 실력이 부족한 지금 시점에서 미리 제거해 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둘째, 그냥 내버려 둔다.’
근원 각성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절정고수가 되고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야 가능한 것이다.
저 스킨헤드가 나중에 근원 각성을 할 확률은 1퍼센트 미만일 것이다.
그냥 내버려 둬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셋째…… 포섭해서, 내 것으로 만든다.’
저 스킨헤드를 강유진처럼 내 휘하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앞으로 내가 일을 진행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강유진처럼 나를 믿고 따르는 존재로 만들 수 있느냐는 점이다.
기껏 각성시켜 놓았는데 내가 원하는 것하고 다른 행동을 취한다면 나만 손해다.
‘어떻게 할까.’
나는 생각에 잠겼다.
물론 답은 뻔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