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58)
658화. 시련의 탑 30층, ‘요틀레암 협곡’ (1)
수리부엉이와 1인2닭.
오랫동안 함께 시련의 탑을 오르던 시청자들이다.
“시그니엘에서의 일은 미안하게 됐어. 우리도 선택의 여지가… 하아. 아니다. 결국엔 우리가 선택한 거긴 하지. 괜히 변명하는 것도 쪽팔리네. 미안.”
2닭이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다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이 한 짓이 창피하긴 한 모양이다.
그래도 고대룡 에드온과 드래곤들이 에덴을 침공했을 당시 꽤나 큰 도움을 줬다고 들었다. 수리부엉이 역시 2닭 덕분에 허무의 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괜찮습니다. 지나간 일을 걸고넘어지자면 끝도 없는 법이니까요. 게다가 앞으로의 일을 대비하려면 여러분 한 명 한 명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앞으로 최선을 다해서 도움이 되도록 해볼게.”
“우리 진혁이가 참 많이도 성장했군. 게임이었을 때 배신자는 레고 머리 뽑듯 사지를 인수분해 해버리겠다고 펄펄 날뛰던 게 생각나는데 말이야.”
이 양반이 언제적 이야기를….
“크흠흠! 그거야 혈기왕성하고 철 없을 때 이야기죠. 그것보다 에덴 쪽은 여전히 안으로 파고들 방법이 없는 건가요?”
진혁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지난 번 전쟁에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승리했지만, 딱 하나.
에덴에서는 고대룡과 드래곤들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워낙에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수리부엉이는 천사들이 도망칠 시간을 버는 게 한계였던 것이다.
결국 에덴은 놈들의 손에 넘어갔고 침략자들을 막는 일종의 거대한 요새가 되어버렸다.
“드래곤들과 우리엘이 모든 루트를 완전히 봉쇄시켜버린 것 같더군. 병력 증강도 대폭되었고. 6개월 동안의 보수로 인해 난공불락의 성이 되어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확실히 까다롭긴 하겠네요.”
고대룡과 에덴의 적대 천사들도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숙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페시스와 천유성과 함께 요틀레암 협곡으로 가는 게 급선무.
거기서 네크로노미콘에 관한 핵심 단서를 확보한 뒤, 그 다음에 드래곤들에게 점령당한 에덴을 탈환하는 게 순서였다.
무엇보다 일부러 드래곤 로드의 선출식과 ‘용맹의 왕관’을 확보하기 위해 반 년이란 시간을 기다리지 않았는가?
적의 방비가 튼튼해질 거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는 범위 내였다.
“계속해서 동향을 주시해주세요. 특히 그 남자에 관한 정보가 있으면 최대한 모아주시고요.”
“알겠네.”
수리부엉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운영자들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며 단서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아직까지 정체가 전혀 파악되지 않는 최후의 적을 알아내기 위해서.
좋아.
일단 할 일은 다 정해진 것 같고….
“움직여 볼까.”
진혁이 반 년의 공백을 끝내고 탑 공략에 복귀했다.
* * *
“아아아악!”
콰앙! 쾅! 쾅!
주위에 보이는 가구며 고가의 도자기와 장식품들이 마구잡이로 박살났다.
헐떡이는 호흡과 붉게 달아오른 목덜미.
생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전신을 집어삼켰다.
“…….”
“…….”
옆에 서 있는 양복 입은 경호원들이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고개를 숙였다.
어찌 숨 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지금 눈앞에 있는 상대의 기분에 아주 작은 불씨라도 더했다간, 마정석 정제소든 성유물이 보관되어 있는 컨테이너 안에서든 시체가 되어 굴러다닐 텐데?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광그룹’의 둘째 딸. ‘서정희’.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까지 모두 움켜쥔 신흥귀족의 일원으로서 현대에서는 천외천의 위치에 올라 있었다.
막말로 사람을 죽이고도 당당히 무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는 게 자신이란 말이다.
그런데.
바로 어제 신라 호텔에서 웬 듣도 보도 못한 놈들 때문에 치욕을 겪었다.
“그 자식들. 뭐 하는 놈들인지 알아냈어?”
한참이나 분을 삭이던 서정희가 물었다.
그러자 뿔테 안경을 쓴 차가운 인상의 남자가 대답했다.
“이름은 강진혁이라는 자입니다. 격투기 아마추어 활동을 했던 기록과 BJ활동을 했었던 기록이 있긴 합니다만, 그 외에 특별히 눈에 띌 만한 건 없었습니다.”
“하. 그런 근본도 없는 천민이 날 건드린 거야? 감히 날? 어이가 없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한다지만 요즘 것들은 겁이 없어도 너무 없어. 다른 놈들은?”
“눈여겨봐야 할 건 테레사 드 로렌시아와 유연화입니다. 둘 다 한 번쯤은 들어보신 이름일 겁니다.”
유럽의 로젠베르크 가문.얼핏 기억이 나긴 한다.
거기에 있는 딸들 중 하나가 각성을 해서 제법 실력이 있다고 했긴 했는데….
설마 그 중에 하나일 줄이야.
유연화 역시 한국에서 나름 명망 높은 유천영의 외손녀였다.
시련의 탑이 등장하고 나서는 그리 큰 활약을 하지 않아 눈여겨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일반인들은 아니란 소리였다.
“특이한 조합이긴 하네.”
“예. 그 외에도 저희 애들을 상하게 한 남자는 한국대 의대에 재학 중인 천유성이란 자이고. 마찬가지로 대학생인 이태민. 외국 범죄 이력이 있는 멜레나란 붉은 머리의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자가 안경을 고쳐쓰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서정희가 재촉하고 나서야 남자가 무겁게 말을 이었다.
“은발 머리의 외국인들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아예 없다고? 이름이든 나이든 국적이든 아무것도?”
“……죄송합니다. 국정원까지 닦달을 해봤습니다만, 그쪽도 모르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24시간이란 시간밖에 없었다곤 하나 한국 최고의 정보력을 가진 이들이 먼지 한 톨 캐내지 못 하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서정희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약간은 찜찜하긴 했지만, 그렇다 해서 미천한 천민들이 범한 무례를 그냥 넘어갈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만약에 위험 인물이었으면 어떤 식으로든 큰 사건에 엮였었겠지.’
그런데도 듣도 보도 못했다는 건 단순히 정보의 공백이 있었다고 봐야 할 거다.
불안감이 눈 녹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신 잔혹한 복수심이 타올랐다.
반드시 사지를 자른 뒤 돼지우리에 집어넣어야만 체증이 조금이라도 가실 것만 같았다.
“됐어. 어차피 어중간한 놈들을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진짜 실력자들을 보내면 자신들의 그 알량한 능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건지 깨닫게 될 테지. 준비는 어떻게 됐어?”
“예. 이미 실력 있는 자들을 선별해 두었습니다. 저희에게 은혜를 입은 적 있는 대형 길드의 랭커들과 일처리 깔끔하기로 유명한 용병 그룹으로요.”
“아, 저번에 그 팀이야?”
“예. 그 멤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아. 그 녀석들이라면 확실하지.”
서정희의 얼굴에 대번에 화색이 돌았다.
항상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팀이니 문제 없이 일을 처리할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현재 놈들이 있는 위치다.
다른 건 몰라도 강진혁과 천유성.
그 둘만은 처리해야 했다.
서정희가 한 줌의 보석을 꺼내들고 난로 쪽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쌓여 있는 장작 위로 보석들을 후두둑 쏟았다.
순간.
화르륵!
난로에서 푸른 빛의 불꽃이 솟구쳐 올랐다. 몇 초 뒤 불길 속에서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이 나타났다.
무려 30층대의 거주자.
거대 세력에 소속된 티탄 족 여신 ‘헤카테’였다.
마녀들에게 힘을 주는 주신으로 각종 마술과 사령술에도 능통해 ‘마녀들의 신’이라는 이명 또한 가지고 있었다.
“저번에 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요새 자주 보게 되는구나.”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꼭 버릇을 고쳐줘야하는 놈이 나타나서요.”
“정말, 인간들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니까. 뭐, 나로서야 저번에처럼 충분한 제물만 준다면야 손해 볼 일은 없다만.”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루아침에 없어지더라도 상관없는 인간들은 쎄고 쎘으니까요.”
“그럼, 어디 말해보거라. 이번엔 누굴 찾아줄까?”
“강진혁. 그리고 천유성이라는 남자 둘입니다. 이곳에서 안 보이니 아마 탑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워낙 넓다 보니 찾는 게 쉽지 않더군요.”
“가, 강진혁? 그 능글맞게 실실 웃고 있는 남자?”
화르르륵… 화르르륵!
불길이 미친 듯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렇습니다. 혹시… 알고 있는 인물입니까?”
기억이 지워진 건 현대의 인간들뿐.
거주자들에게는 아직까지 올림포스를 폐허로 만들고 주신들 중 절반을 쓸어버린 악몽이 영혼까지 새겨져 있었다.
헤카테가 전신을 파르르 떨었다.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고 바로 옆에 진혁이 찾아 올 것만 같았다.
‘이 미친 인간이 지금 누굴 잡으려고 누굴 찾는 거야?’
죽으려고 전신에 기름을 부은 다음에 화염방사기를 가지고 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제물이 필요하긴 한데.’
무려 100명.
마녀들에게 있어 신선한 육체의 인간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세력 간에 연합이니 뭐니 하며 갈수록 희생양을 찾기 힘들어진 지금이라면 더욱더 말이다.
‘뭐, 위치 정도야 상관없겠지.’
그 괴물을 상대로 암살자들을 보내봤자다. 거대 신화가 작정하고 죽이려 해도 실패했던 게 강진혁과 고인물 코퍼레이션이라는 집단이었으니까.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정말로 극악의 확률이라도 진혁이 죽게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아.’
탑은 다시 혼란스러워질 테고. 예전처럼 올림포스라는 막강한 세력을 등에 업고 날뛸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디 보자…. 아하. 그 분은… 아니, 그 자는 지금 현재 30층 ‘요틀레암 협곡’이라는 곳에 있다. 인간들이나 거주자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니 접근하려면 그럴 듯한 이유를 가지고 가는 게 좋을거야.”
“감사합니다. 제물은 저번의 그 장소로 바로 보내도록 하죠.”
서정희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 * *
26층에서의 회동이 모두 끝나고 자정이 다 되어갈 무렵.
[시련의 탑 30층 ‘요틀레암 협곡’에 입장하셨습니다.]짧은 안내음과 함께 몇몇 사람들이 나타났다.
진혁과 천유성 페시스. 그리고 엘리스와 프레이 베헤모스였다.
“빌어먹을. 조용히 단 둘이서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뭐 이리 주렁주렁 꼬리를 달고 온 거냐?”
천유성이 불평을 늘어놨다.
“시끌벅적하면 좋잖아? 게다가 넌 목적만 달성하면 멤버 숫자야 상관없는 거 아니였어?”
“그건 그렇지만…. 아무튼 협곡은 반드시 클리어 해야 한다.”
“걱정 마. 네가 징징거리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니까.”
“지, 징징거리긴 누가 징징거린단 말이냐!”
“예예. 아무렴 우리 위대하신 검성이 그런 소리를 하신적은 없겠죠. 다 제 잘못입니다. 예.”
천유성이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이미 진혁은 양쪽 귀를 막아버린 지 오래였다.
“여길 다시 오게 됐네요.”
페시스가 복잡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제국 제일의 탐험가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실패해버린 유적. 아무리 애를 써도 끝을 볼 수 없었던 쓰라린 추억을 맛보게 해준 곳이 바로 이 협곡이었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보자 2달 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
프레이는 무표정하게 명령을 기다렸고.
“흥.”
엘리스야 어딜 가든 새초롬한 얼굴로 여왕님 포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나, 나는 왜 부른 건데? 조용히 살고 싶은 연약하고 힘없는 소녀가 불쌍하지 않아?”
뿔이 잡힌 채로 질질 끌려온 베헤모스가 울상을 지었다.
“넌 이번 언약 때도 혼자 밥값 못했으니까. 이제라도 할 일을 좀 해야지.”
“아니, 나도 아포칼립스를 이끄는 재앙인데 내가 밥값을 하려면 너부터 공격해야… 아악!”
따악!
‘툼그레이브의 오른팔’을 사용한 진혁이 무지막지한 꿀밤을 날렸다.
베헤모스의 머리에 아기 주먹만 한 혹이 생겼다.
“무단 결근의 대가가 뭔지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줄까? 아니면 그냥 얌전히 시키는 걸 할래?”
“여,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래야지.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든 건데, 짤리기 싫으면 개같이 구르고 또 굴러야 될 거다.
천유성이 주위를 살피다가 물었다.
“조금만 있으면 밤이 될 텐데, 바로 움직일 건가?”
“아니, 어차피 지금 들어가봤자 헤매기만 할 거야.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하면서 각을 좀 보자고.”
요틀레암 협곡에 있는 정령들과 친밀도를 쌓는 게 첫 번째 공략법. 협곡의 끝을 보려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