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26
726화. 50층 ‘아자토스의 궁전’ (3)
수많은 끈들이 전신에 연결된 외형.
“…….”
눈을 감은 채 다양한 분신들을 다루고 있던 니알라토텝의 얼굴이 미미하게 떨렸다.
자신이 있는 층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이변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
아직 플레이어들은 에덴의 성벽은커녕 그 아래에서 허덕이기 바쁜데?
그나마도 말이 좋아 30층대 공략이니 뭐니 날뛰는 거지. ‘슈에뜨’라는 자신의 분신이 없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설마.
생각을 하던 니알라토텝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쳤다.
만에 하나라도 50층에 들어올 수 있는 침입자가 있다면. 그건 단 한 명뿐이었다.
[‘뒤틀린 뿌리’가 침입자들의 위치를 찾습니다.]어디냐.
어디에서 질척이며 간을 보고 있느냔 말이다!
인간 따위는 50층의 가장 바깥쪽에서도 어차피 몇 시간도 살아남기 힘들 테지만, 그래도 들어온 벌레는 바로 찍어눌러버려야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현재 침입자들이 있는 위치는 ‘아자토스의 궁전’입니다.]이어진 메시지에 니알라토텝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뚜두둑….
뚜둑!
몸에 이어졌던 끈들이 모조리 뽑혀나갔다.
지금 중요한 건 탑과 현대에 있는 화신체들 따위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액체로 변한 몸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뿌리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형체를 갖췄을 땐 자신의 속을 몇 번이고 뒤집어놨던 징글징글한 인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
“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진혁이 모습을 갖춘 니알라토텝을 바라봤다.
기괴하게 생긴 2m 크기의 외형이었다.
“미친 짓을 많이 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건 상상의 범주를 아득히 초월하는 종류로군요.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기어들어온 겁니까?”
“알다마다. 평생을 쿨쿨 잠만 자는 놈이 사는 거처잖아.”
“……네크로노미콘을 통해 꽤나 많은 것을 알아냈나봅니다. 그래. 그래서 이토록 깊숙이까지 들어올 수 있던 거였군요.”
무언가 납득한 듯 니알라토텝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분노의 감정이 조금씩 흥분과 호기심으로 변질되어가는 게 느껴졌다.
네크로노미콘이라는 책이 얼마나 대단하고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직접 실감하고 있는 탓이리라.
그러다 시선이 청하에게 향했다.
“묘족이라…. 이곳에 온 건 묘족 아니, 47층 전체의 뜻인가요?”
“그, 그게….”
청하가 말을 더듬거렸다.
“됐습니다. 어차피 주제 파악을 못하는 피조물은 이 탑에서 살아갈 자격이 없겠죠.”
순간.
오싹하고.
공기가 변했다.
“우선 사지를 자른 뒤에 책부터 빼앗아보도록 할까요.”
니알라토텝이 나무줄기로 만든 지팡이로 지면을 내리쳤다.
우우웅!
물이 파동을 그리며 넓게 퍼져나갔다.
“커억! 케엑….”
“으으으….”
청하와 안드리아가 호흡을 하기 위해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저 마력을 조금 내비친 것만으로도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다. 지금까지도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는 게 한계였지만, 이건 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바로 그때.
[잃어버린 언어 – ‘다섯 마리 염소의 노래’가 발동됩니다!]끼이이이…!
고막을 찌르는 불협화음이 니알라토텝의 마력에 끼어들었다.
끔찍했던 무게감이 덜어지며 공기가 부드럽게 완화되었다.
“내 능력을… 상쇄시킨다고?”
니알라토텝도 꽤나 놀란 눈치였다.
이건 놈으로서도 처음 경험해보는 것일 테니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손 안 대고 코 풀고 싶은 건 알겠는데, 고작 지팡이가 가진 능력만 사용해서 끝내려고 하는 건 너무 도둑놈 심보 아닌가?”
“고작 한 번 막았다고 그리 뿌듯합니까? 이건 인사 대신일 뿐. 전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투웅!
지팡이가 다시 한 번 수면을 두드렸다.
화르륵!
7개의 보라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아니, 피어오르려 했다.
더욱 화력을 키우려던 니알라토텝이 갑작스레 영창을 멈췄다.
“왜, 대놓고 공격하진 못하겠어?”
진혁이 비아냥이 가득 섞인 말을 내뱉었다.
공격할 수 있을 리가 없겠지.
니알라토텝쯤 되는 녀석이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했다간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도 뻔했으니까.
“설마… 알고서 날 이곳으로 불렀다는 겁니까?”
“지금 상황에서 그게 중요해? 핵심은 그 녀석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너와 나 모두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는 거야. 너도 아자토스의 잠에서 깨어나는 건 달갑지 않겠지?”
“설령 그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당신들이 이곳을 자유롭게 배회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겠대? 그저 전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일을 잘 마무리 지어보자는 거지.”
“굳이 혓바닥을 놀리시는 걸 보니 하고 싶은 제안이라도 있나 보군요.”
“술래잡기. 내가 잡히면 이 책을 넘길게. 반대로 무사히 이 궁전에서 빠져나갈 경우 추격을 포기해. ‘아자토스의 이름’을 걸고.”
50층의 존재들에게 있어 아자토스의 이름은 절대적인 것.
그의 이름을 걸고 하는 모든 약속은 반드시 이행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다.
“재밌군요. 이곳에서 날 상대로 술래잡기라니.”
“맞아 우리가 압도적으로 불리하겠지. 그래서 핸디캡 하나 정도는 받아야겠어.”
진혁이 니알라토텝이 들고 있는 지팡이를 가리켰다.
“그건 바닥에 내려놔. 보아하니 그것 가지고 장난질을 많이 칠 수 있는 것 같으니까.”
궁전 밖에서 이 녀석에게 들켰다간 애초에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었을 것이다. 태고의 힘을 이용해 전력을 펼친다면 지금의 힘으로는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만 했으니까.
‘부캐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3번뿐. 그건 지금보다 더 중요한 순간을 위해 아껴둬야 해.’
다행히도 일단 궁전 안에 들어온 이상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니알라토텝 역시 아자토스가 잠에서 깨어나는 건 절대로 막고 싶은 일.
단순히 ‘불쾌하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멸해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놈도 아자토스가 깨어나지 않는 선에서 침입자를 정리하고 싶을 것이다.
그 모든것을 읽어낸 진혁은 이런 판을 만들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야.’
아자토스가 잠에서 깨어나선 안 된다는 대전제와. 네크로노미콘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
두 개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걸 니알라토텝이 절대로 포기할 리 없다.
“좋습니다. 받아들이죠.”
니알라토텝이 고민도 하지 않고 제안을 수락했다.
하기야. ‘뿌리’를 가지고 있는 이상 어디로 도망치더라도 순식간에 잡을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선 거겠지.
궁전 전체를 자유자재로 옮겨다닐 수 있는 특성상 술래잡기는 이미 승자가 결정된 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팡이가 없다 해도 뿌리의 힘을 이용할 수 있는 권능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게 실수야.’
지팡이가 니알라토텝의 손을 떠나는 순간. 진혁이 숨겨두었던 패를 꺼냈다.
[‘브라함의 반지’가 개방됩니다!] [고유성창 ‘개벽의 계시록’-‘블러드 텔레포트’가 발동됩니다!]“이렇게 하면 된다는 거지!?”
조금 전 니알라토텝이 흘린 피 한 방울을 통해 공간 전이를 한 엘리스가 지팡이와 함께 진혁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워낙에 찰나의 순간이었기에 니알라토텝이 반응하지 못했다.
“잘했어.”
엘리스에게 지팡이를 건네받는 진혁이 곧장 또 다른 고유성창을 사용했다.
[고유성창 ‘잔류월광’이 발동됩니다!]츠츠츠….
진혁의 몸이 12명으로 나뉘었다.
물론, 가짜 네크로노미콘 역시 11개를 준비해두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죠…?”
니알라토텝이 진혁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보면 몰라? 지금부터 술래잡기를 시작하려고 하잖아?”
“고작 제 지팡이와 분신만으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꽉 잡아!”
니알라토텝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린 진혁이 안드리아와 청하에게 외쳤다.
[‘뿌리의 숨결’에 접속합니다.] [마력이 동기화됩니다.]“말도 안 돼!”
완전히 허를 찔린 니알라토텝이 고함을 질렀다.
‘뿌리’의 권능은 오롯이 니알라토텝만이 사용할 수 있는 힘.
심지어 최상급 신격인 슈브니구라스나 요그소토스마저도 이 통로를 이용할 순 없었다. 하지만, 진혁은 불가능이란 대전제를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쿠쿠쿠쿠쿠쿠!
12개의 분신들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버렸다.
***
쿠웅!
시야가 바뀌었다.
찰랑이던 물결은 완전히 사라졌고. 넝쿨들로 뒤덮인 통로가 나타났다.
‘성공이다.’
뿌리를 통해 각기 다른 곳으로 이동한 진혁이 터져나오는 함성을 애써 속으로 삼켰다.
니알라토텝을 불러 미끼를 던지고 놈의 지팡이를 얻는 것.
그게 단시간 내에 이곳에서의 목적을 모두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엘리스와 안드리아와 청하도 잘 이동했겠지?’
동료들은 다른 임무를 수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니알라토텝으로서는 누구를 쫓아야할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신이 아닌 내 본체도 쫓아야 하고. 네크로노미콘도 포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
우선순위를 파악하느라 고민하고 있는 1분 1초가 이쪽으로서는 소중했다.
콰앙!
진혁이 자리를 박차고 달렸다.
“분명 이쯤 어딘가에 있을 텐데….”
궁전 자체가 거대한 미로이긴 했지만, 다행히도 몇 가지 장소는 기억하고 있었다.
여기서 왼쪽으로 돌아 다시 오른쪽으로.
툭.
코너를 돈 진혁이 똑같이 생긴 수많은 방들을 건너뛰었다.
얼핏 보면 비슷비슷하게 생겼지만, 고인물만이 알아볼 수 있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열쇠 구멍의 모양’.
불빛으로 비춰보면 암모나이트 형태의 빙글빙글한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 방이 존재했다.
“……여기!”
매의 눈으로 살피던 진혁이 어느 방 앞에서 멈췄다.
그래. 틀림없다.
여기가 바로 아자토스의 성유물들을 보관해둔 창고다.
‘떨리네….’
진혁이 미친 듯이 고동치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
아자토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기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격이 다른 19개의 성유물들이 존재했다.
다른 건 몰라도 3번 ‘부유하는 흑안(黑眼)’과 15번 ‘차원 브레이커’만큼은 여기에 온 이번 기회에 반드시 봉인시켜야 한다.
아자토스가 그 2개를 전부 사용할 경우엔 승산이 0%였으니까.
마지막 19번까지 봉인하면 베스트일 테지만, 지금 수준으로는 힘들겠지.
그러니 우선은 할 수 있는 무기들이라도 봉인시켜둬야 한다.
“에투라크라.”
[‘잃어버린 언어’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창고 외부에 펼쳐진 결계가 일부 해제됩니다!]철컹!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좌우로 열렸다.
*
같은 시각.
콰직! 우드득….
“빌어먹을 이놈도 아니란 말이냐.”
잔류월광으로 만들어진 분신 중 하나를 처리한 니알라토텝이 더욱더 혼란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만에 하나라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뿌리에 구멍이 생겨버린 탓에 추격이 조금 늦었다. 반 박자 늦게 가장 진짜라고 생각하는 흔적을 쫓았지만, 벌써 2번째 분신만 사냥한 게 고작이었다.
‘당연히 침실 쪽을 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건가.’
최우선 목표는 아자토스가 잠들어 있는 곳.
무언가 장난질을 칠 거라면 그곳이 가장 유력할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진혁의 분신체들은 2명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침실과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니알라토텝이 ‘뿌리의 기억’을 읽습니다.]가장 위협적인 엘리스 역시 진혁으로 추정되는 놈 중 하나와 함께 고속으로 이동 중이었다. 목적지는 ‘태고의 기억’들이 보관되어 있는 기억 보관소 쪽이다.
‘역시 진조랑 함께 움직이는 게 진짜인가.’
기억보관소 역시 절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비밀들이 잠들어 있는 장소였다.
여전히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찜찜함이 뇌수에 눌어붙어 있었지만, 니알라토텝은 현재 놓여진 단서들을 토대로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공간이동이 이루어집니다.]니알라토텝이 다시 한 번 뿌리를 통해 녹아들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를 잡기를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