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34
734화. 버림 받은 자들의 마을
녹색 수정과 보석들이 가득한 산.
그린 일족의 레어가 밀집되어 있는 장소는 평화로우면서도 고고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치이익!
그런 그린 일족의 영역에 검은 불꽃을 간직한 존재가 찾아왔다.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그린 놈들이 사는 곳입니다.”
에드온을 따르는 베디미온과 살라시드가 고개를 조아렸다.
“용언을 중첩시켜 만든 결계인가.”
에드온이 희미한 녹색 파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드래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용언.
그 중에서도 여기에 펼쳐져 있는 건 차원이 다른 종류였다.
역대 그린 일족의 장로들이 시대에 시대를 거듭해 만들어둔 일종의 공간 왜곡장이었다.
당연히 허락받지 않은 침입자들은 이곳에 발을 디딘 순간 어딘지 모를 장소에 갇힐 터. 이것 하나만으로도 그린일족의 레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외부의 침입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거주자나 신격들에 국한된 이야기.
콰드득!
고대룡인 에드온에게 있어 드래곤들이 펼쳐둔 용언은 잠시 발을 묶어두는 것조차 불가능한 수준에 불과했다.
산산히 부서진 결계의 파편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곧바로 그린 일족의 레어가 모인 장소가 나타났다.
피노누아.
그린 일족을 이끄는 드래곤이 에드온을 맞이했다.
“한창 전쟁을 치르고 있으셔야 할 분께서… 이 먼 곳까지는 어쩐 일이십니까?”
진심으로 묻는 것은 아니다.
그 목적이 너무나 뻔히 보였으니까.
“쓸데없이 간을 보는 것은 취향에 맞지 않으니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에드온이 최후의 제안을 건넸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로드 자리를 포기하고 계획에 동참해라. 여기서 엇나갔다간 그깟 로드 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일족 전체를 멸하겠다.”
이건 협박이 아니다.
협박은 어설프게 힘을 가진 이들이 더 큰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짖어대는 것이고.
지금 에드온이 하는 말은 담담하게. 그저 앞으로 벌어질 일을 말해주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건 곤란한 요구군요.”
피노누아는 에드온이 내민 최후통첩을 그대로 걷어찼다.
뒤에 있는 나머지 그린 일족들도 조금 겁먹었을 뿐.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전부 죽겠다는 말이로구나.”
“글쎄요. 그거야 두고 봐야 알겠죠.”
츠츠츠….
피노누아가 폴리모프 형태를 풀고 본신으로 되돌아갔다.
“크오오오!”
“크르르….”
나머지 일족들도 마찬가지로 폴리모프를 풀었다.
“건방진.”
“감히. 누구 앞에서 반기를 드는 것인가!”
베디미온과 살라시드가 즉시 불경한 자들에 대한 응징을 가하려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10서클의 멸룡(滅龍)마법이 캐스팅되었다.
“나서지 말거라.”
에드온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화르륵.
무시무시한 겁화가 솟구쳤다.
지면을 따라 일직선으로 퍼지는 흑염(黑炎).
숲이 비명을 지르며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내 손으로 드래곤을 죽이고 싶진 않았거늘.”
작게 한숨을 내쉰 에드온이 마력을 끌어모았다.
피할 수 없게 된 싸움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끝을 내고 원래 있던 전장으로 복귀하는 게 최선이리라.
파츠츠…!
에드온의 손에 흑염으로 이루어진 화살들이 나타났다.
본체로까지 돌아갈 필요도 없다.
이 화살 몇 발이면 충분하다.
파아앙!
3발의 화살이 가장 먼저 피노누아에게 향했다.
용언으로 만들어진 실드가 0.1초만에 피노누아를 감쌌다.
물론.
퍼퍼퍼퍽!
용언으로 만들어진 최강의 실드로도 화살을 막는 건 불가능했다.
3발의 화살이 실드를 박살내고 그대로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런데 화살이 드래곤 스케일을 꿰뚫기 바로 직전.
촤와아아아!
무언가 끼어들었다.
황금빛을 머금은 물줄기가 범람했다.
거짓말처럼 증발해버린 흑염의 화살.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지, 진짜로. 잘 지켜줘야 해요. 믿습니다. 진짜로!”
덜덜 떨면서도 연신 범람하는 파도를 갈무리한다.
물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플레이어.
엘더갓의 사도 장보경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우우웅!
형언할 수 없는 빛줄기들이 순차적으로 쏟아졌다.
[엘더갓… 의 의체가 현현합니다.]“당신은….”
언제나 여유롭던 에드온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긴장감이 멤돌았다.
아우터 갓들에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다고 알려진 최강의 세력.
50층을 양분하는 또 다른 존재의 파편이 장보경의 몸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으윽….”
장보경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사도의 위치에 있다고 한들. 그리고 엘더갓이 지닌 힘의 일부를 이어받는다고 한들. 그 힘의 편린은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일.
그렇기에 몸에 무리가 가는 건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이유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삼라를 망라하는 태고의 힘이 눈앞에서 펼쳐지기 시작했으니까.
***
같은 시각.
무사히 강을 건너온 진혁과 연합 측은 서둘러 임시 거점을 만들었다.
천만다행으로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체력과 마력 소모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
원래의 목적지까지 가기에는 무리라는 뜻이다.
“최대한 휴식을 취하게 해주세요.”
“알겠다.”
“그대 덕분에 또 한 번 위기를 넘겼군.”
“같은 편이라서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세삼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말이지.”
각 신화의 신격들이 진혁에게 와서 저마다 한 마디씩 건넸다.
흔히하는 인사 치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진혁이 없었다면 절반 이상이 그 강에서 뼈를 묻었을 것이다.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다들 당황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해준 덕분이죠.”
“겸손하기까지 하군.”
“자네를 리더로 정하길 잘했어.”
“크하하하! 예전하고 많이 바뀌었구만.”
“하하하.”
진혁이 멋쩍게 웃었다.
“…….”
“…….”
“주인이 저럴 리가 없는데.”
“그보다, 저 신이란 놈들 저딴 연기에 낚인다고?”
“오랜만에 봐서 그래. 우리처럼 매일 붙어 있는 게 아니니까.”
“모기모기.”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속한 멤버들과 정령수들만이 흐린 눈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이미지는 적당히 만들어놨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굴려야겠어.’
진혁의 머릿속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노예들을 굴릴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놈들도 슬슬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거다.
회심의 일격이 빗나갔으니 당연히 안달이 날 수밖에.
‘한 방 먹이려면 지금이 제격이야.’
장보경을 통해 에드온이 그린 일족을 처단하러 갔다는 걸 들었다.
고대룡이라는 최대전력의 공백.
그리고 그 최대 전력이 엘더갓들에 의해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진 타이밍은 그리 자주 찾아오는 게 아니다.
엘더갓의 권능을 이어받은 장보경이라면 적어도 에드온을 하루 정도는 묶어둘 수 있을 테니까.
진혁의 시선이 텐트 한 가운데 있는 지도로 향했다.
에덴의 모든 거점들이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는 전략 지도. 가브리엘이 알려준 중요 정보들과 라파엘과 우리엘의 성향 등이 첨언되어 있었다.
어디보자.
현재 상황에서 가장 아프고 괴로워할 만한 곳이….
……찾았다.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몇몇 장소들을 유기적으로 공략한다면 피해를 극대화시킬 수 있으리라.
“자, 일단 배부터 좀 채우고 쉬도록 하죠. 움직이는 건 밤이 될 겁니다.”
‘이세계 식당’을 통해 만든 따뜻한 스튜와 덥힌 술.
과일과 치즈 그리고 견과류까지.
원기회복과 영양보충에 최적화된 식단이 마련되었다.
워낙에 경지에 오른 음식 솜씨다.
심지어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즐기던 그리스의 주신들마저도 진혁이 만든 요리를 허겁지겁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맞다 테레사 씨.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진혁이 햄스터처럼 두 볼 가득 음식을 오물거리고 있는 테레사를 불렀다.
“으읍…읍! 꿀꺽! 네, 네에!”
테레사가 한 걸음에 달려왔다.
“흩어지기 전에 테레사 씨한테 부탁해야 할 게 하나 있어서요.”
“물론이죠. 뭐든지 말씀만 해주세요!”
“피를 한 방울만 얻을 수 있을까요? 그냥이 아니라 ‘타락’한 상태에서의 피가 필요합니다.”
“아… 네. 가능해요.”
진혁이 테레사에게 유리병 하나를 건넸다.
테레사가 망설임없이 검을 뽑았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났는지 진혁을 바라봤다.
“저….”
“네?”
“이번 일이 다 끝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사실 계속해서 하고 싶었는데… 더 늦으면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서요.”
사망 플래그가 물씬 나는 말을 서스럼없이 내뱉는다.
성녀만 아니었다면 도중에 입을 막아버렸을 것이다.
‘보증은 아닌 것 같고. 필요한 성유물이라도 있는 건가.’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히는 걸 보니 꽤나 곤란한 말을 하려는 게 틀림없었다.
“알겠습니다.”
진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피가 담긴 유리병을 돌려받았다.
그렇게 밤이 깊었다.
구름이 달빛을 받아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할 무렵.
다수의 그림자들이 거점에서 빠져나왔다.
툭.
구름 위를 가볍게 밟고 순식간에 사라진 신형.
진혁이 노린 곳은 변경에 있는 ‘버림받은 자들의 마을’이었다.
“평범한 마을 같은데… 굳이 왜 여기를 노린 거야?”
옆에 있던 엘리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긴 그냥 마을이 아니라… 아니 그것보다. 넌 동쪽에 있는 호수로 가라니까 왜 이쪽으로 온 거야?”
“그, 그치만…! 여긴 무섭단 말이다! 신성력을 펑펑 쓰는 날개달린 놈들이 잔뜩 있는데, 고귀한 이 몸이 성불이라도 해버리면 계약자는 좋겠느냐?”
한껏 최강인 척 할 때는 언제고.
혼자 가라고 하니까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이네.
진혁이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 젓자. 엘리스가 더욱 발끈했다.
“알았다. 가면 되지 않느냐! 나중에 짐이 죽으면 울지나 말거라!”
저건 삐진 거다.
저대로 가게 냅두면 최소한 한 달 동안 반지 안에서 안 나올 기세다.
“아니다. 같이 가자.”
“짐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거지?”
“아니야. 정말 네가 필요해서 그래.”
“엣헴! 그래도 뭘 좀 알긴 아는구나. 천사들 역시 신성력에 상극인 짐이 두렵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시 기분이 좋아진 엘리스가 진혁의 옆에 꼭 붙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게 무엇이지? 저런 작은 마을 같은 건 연합 측 아무 세력한테나 맡겨도 10분이면 정리가 끝날 것 같은데?”
겉으로 보이기엔 그리 보이겠지.
하지만. 저건 단순한 마을이 아니다.
에덴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 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힘.
‘신성력’.
그 원천이 담긴 신성석을 제조하는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저 마을이다.
헤븐즈 도어에 버금가게.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은밀하게 펼쳐진 결계와 방어 마법들이 보였다.
그에 걸맞는 방비 또한 갖춰 뒀겠지.
‘잘 위장하긴 해뒀는데, 하필이면 나한테 걸린 게 죄야.’
세상에는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게 존재하는 법이다.
“이거 뒤집어 쓰고. 최대한 조심해서 따라와.”
진혁이 검은색 후드를 꺼내 엘리스에게 건넸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하얀색 기체가 들어가 있는 작은 보석도 추가했다.
“이건 먹어야 되고.”
“으윽. 고약한 냄새가 난다. 후드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건 또 무엇이냐?”
“신성력이 들어 있는 신성석이야. 이걸 먹어야 마을에 가서도 들키지 않으니까 잔말 말고 먹어.”
“……알겠다. 먹으면 되지 않느냐. 먹으면.”
궁시렁대긴 했지만, 엘리스가 마지못해 보석을 입에 넣었다.
우우웅!
눈부신 빛이 엘리스와 진혁의 몸을 감쌌다.
‘시스템 조작’을 통해 약간 손을 봐둔 신성석은 엘리스에게 최대한 덜 피해가 가는 선에서 은폐의 기능을 제공해 줄 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고위급 천사가 있다면 바로 들통나긴 하겠지만.
진혁과 엘리스가 바로 마을로 향했다.
⁕
크기가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입구의 경비는 꽤나 삼엄했다.
중무장한 에덴의 천사들이 정문 앞에 빼곡이 모여 있었다.
게 중에는 에덴의 청소부라 불리는 중형급 환수도 있었고.
“과연, 계약자 말대로 흔한 마을은 아닌 모양이구나.”
“그냥 뚫기에는 너무 일이 커질 것 같고… 여기 어디에 뒷길이 있을 텐데….”
진혁이 여기저기 틈을 찾고 있을 때였다.
오!
때마침 좋은 걸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