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4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4화 –
그리고 나는 고민했다.
이 쓰레기들을 굳이 내 논으로 끌고 갈 이유가 있을까?
답은 당연히 ‘없다.’였다.
‘다른 인력을 구하면 되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조용히 차게 식은 얼굴로 물러가려던 때였다.
“어?”
레온이 날 발견했다.
은발에 적안을 한 그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검지로 날 척 가리켰다.
나는 그의 은발 적안을 보고 마음이 쓰렸다. 은발 적안이라는 이유 하나로 내 마음에 최애로 자리했던 그였다.
내 최애가 저런 캐릭터였나?
내가 캐 해석에 실패했던 건가?
이런 비참할 데가.
“취했나? 웬 여자가 보이네.”
“뭐? 여자? 어디! 어디!”
대머리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날 보고 어머, 어쩜! 하는 제스처를 했다.
“드디어 우리 미식 모임에도 여자 회원이!”
아닌데요, 그거.
갑자기 시장판이 된 그들 사이에서 레온이 비척비척 일어섰다.
꼬치를 한쪽 손에 든 채 휘청이며 내게 다가온 그에게선 진한 술 냄새가 풍겼다.
나는 악시온을 슬쩍 뒤로 숨겼다.
“누구쇼?”
레온이 귀를 후비며 물었다. 나는 무표정하게 답했다.
“아무것도 아닌데요.”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내가 헛것을 보고 있다고?”
“네.”
“에이, 농담도.”
그가 양 꼬치를 내밀었다.
“회원 가입?”
“거절.”
나는 칼같이 되받아쳤다.
내 말에 레온이 깨갱, 하는 얼굴로 눈을 아내로 내렸다.
“진짜로?”
“네.”
그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양 꼬치도 덩달아 아래로 내려갔다.
“아, 가입비 모아서 마법 화덕 하나 장만해야 하는데.”
그가 중얼대는 사이, 그가 들고 있던 양 꼬치로 뻗어 나간 손이 하나 있었다.
악시온의 작은 손이었다.
“아부부! 우아!”
“응? 먹고 싶다고?”
“우웅!”
“좋아!”
겁도 없이 악시온의 입가로 양 꼬치를 내미는 레온의 손을 찰싹 내리쳤다.
“좋긴 뭐가 좋아!”
잔뜩 취한 그의 손은 쉽게 떨어져 나갔다.
양 꼬치가 바닥으로 투둑 떨어졌다.
“아앗, 내 양 꼬치가!”
“이제 한 살 된 애한테 양 꼬치는 무슨.”
은발 적안이 앞에서 생생히 움직이는 모습이 퍽 신기했지만, 그건 0.1초 정도의 감상이었다.
술 냄새를 폴폴 풍기며 휘청이는 흑매의 단장 따위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주군이 어디 영애 하나 도우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때 내가 등장한 이후 이쪽으로 이목이 쏠린 틈을 타, 몰래 양 꼬치를 모두 흡입하던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말했다.
아까 소금을 맞던 남자였다.
그러자 사라지고 있는 양 꼬치를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대머리가 “으응?” 하며 눈알을 데룩데룩 굴렸다.
“아!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뭐야, 단장인 나는 왜 몰라?”
레온이 바닥에 떨어진 양 꼬치를 주워 흙먼지를 호호 불으며 불평했다.
“그야 넌 꼬치 굽는 실력으로 단장이 되었으니까 그러지. 끼히히.”
누워서 뒹굴뒹굴 굴러가던 기사 한 명이 답했다.
“아, 맞다. 그랬지.”
레온은 무심히 답하고는 주워 올린 양 꼬치를 뜯어 먹었다.
난 악시온의 눈을 가렸다.
마음 같아서는 귀도 막고 싶었다. 내 손은 왜 두 개뿐인가.
“그럼, 전 이만.”
“어어……?”
나는 이만 그들에 대한 관심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저 쓰레기들은 눈앞에서 빨리 없애고, 내가 지니고 있던 흑매에 대한 이미지를 어서 지켜야 했다.
저것들은 흑매가 아니라 다자르의 말대로 그냥 쓰레기였다.
‘쓰레기들이 있을 건데. 그중에 재활용할 만한 애들 적당히 꾸려 보든가.’
재활용?
난 눈앞의 남자들을 쭉 훑었다.
아까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양 꼬치를 몰래 흡입하고 있던 게 결국 들켜서 몰매를 맞고 있었다.
맞으면서 앗흥 거리는 그를 남자들은 썩어 문드러진 표정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수차례 밟았다.
“이 새끼, 일부러 그러는 거 맞지?”
“죽어. 죽으라고, 새끼야.”
재활용할 쓰레기는 없었다.
“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나. 우리가 좀 바빠서.”
이만 돌아가겠다고 이별의 뜻을 건넸는데, 귓구멍이 막혔는지 뒤늦게 원치 않는 거절을 레온이 내뱉은 것은 그때였다.
레온이 다 먹은 꼬치를 바닥에 던지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저기 적혀 있는 거 보이죠? 미식 모임. 우리 모토가 월루라서. 못 도와줄 것 같은데.”
아, 월루는 월급 루팡이라는 건데, 혹시 아시나? 하고 덧붙인 그가 헤헤 웃었다.
다시 말하지만, 재활용할 쓰레기는 없었다.
“아, 네. 고맙습니다.”
못 도와준다니.
그거참 정말 고맙네.
* * *
쓰레기장을 재빨리 벗어난 나는 악시온을 꼬옥 안고 후다닥 달렸다.
우리가 머물게 된 별관에 도착하자마자 외쳤다.
“할아범! 잠깐 악시온 좀 데리고 있어 봐!”
“예에?”
붕어즙을 들이마시고 있던 칼이 놀란 얼굴로 악시온을 받아 안았다.
급히 안느라 날아간 붕어즙이 창문에 찰싹 붙었으나 그걸 신기해할 여유는 없었다.
나는 발가락에 잔뜩 힘을 주고 주먹을 꾹 쥔 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쓰레기장을 마치 인력 소개소처럼 소개해 준 미친 사돈 녀석을 향해서.
시종 몇의 멱살을 잡아 알아낸 정보대로 그는 집무실에 있었다.
“이봐요!”
“뭐야?”
커다란 창문을 활짝 열어 둔 채, 그 위에 다리를 길게 뻗고 걸터앉아 있던 그는 퍽 여유로워 보였다.
그의 입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기다란 담뱃대가 삐끗했다.
“왜? 하늘이라도 무너졌나?”
그가 추락하는 담뱃대를 잽싸게 잡고 하늘을 살폈다.
겨울바람을 타고 부드럽게 나부끼는 하얀 커튼이 저 난폭한 인간과는 어울리지 않게 예뻤다.
하지만 그 언밸런스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나는 헉헉 숨을 몰아쉬었다.
여기까지 쉬지 않고 달렸더니 숨이 찼다.
내쉬고 들이쉬는 숨에 따라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하늘은, 허억, 무슨…….”
내 최애가 무너져 내리긴 했지. 나는 속으로 투덜대며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그가 창문에서 훌쩍 뛰어 내려오더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그의 주변에는 시종이 거의 없었다.
공작 정도 되는 직위라면 방 곳곳에 시종들이 대기하고 있어야 할 텐데.
내가 방문을 쾅, 열고 들어와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그는 오롯이 혼자였다.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날 내려다보았다.
“하늘이 아니면, 땅이라도 꺼졌나?”
“모르는 척하지 말아요.”
“뭘?”
“저 쓰레기들이요. 저기서 무슨 재활용할 인력을 구해요? 다른 인력 구해 줘요!”
“아아.”
그가 이제 알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아아아주 난처하다는 듯 눈썹을 늘어뜨렸다.
그러고는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걸 어쩌지.”
“?”
어쩐지 불안해졌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뼈가 도드라지는 긴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살며시 올리고는 빙빙 돌렸다.
“시아스터에는 사용인이 그리 많지 않거든. 최소한의 인력만 두고 있어서 말이야.”
“그래서요?”
설마. 난 어설프게 웃었다.
“가문 특성상, 되도록 외부 인력은 들이지 않고 있고.”
“…….”
“고로, 힘쓸 인력들은 저놈들밖에 없단 말이지.”
“…….”
“잘해 봐.”
그가 낄낄 웃었다.
나는 문득 아까 전 흑매 기사단의 대머리가 쥐고 뿌렸던 소금을 미치도록 쥐고 싶었다.
저 얄미운 얼굴에 촤악 촤악 뿌려 주면 조금이나마 분이 가라앉을까.
“술 먹고 논에서 뒹굴 것 같은 저 사람들을 데리고 논을 만들라고요?”
“싫으면 혼자 일하든가.”
“혼자서 논을 어떻게 만들어요! 그럼 교육받으러 온다는 인력이라도 붙여 주든가요.”
내 분노에 찬 외침에 그가 친절하게 답했다.
“걔들은 시아스터가의 사람들이 아니잖아. 황실 인력을 네 종처럼 부릴 생각이야?”
“윽.”
하다못해 공작령에 속한 평민들이라도 인력으로 부리고 싶었지만. 초월자들의 가문은 다른 귀족 가문과 달리, 영지민들을 두지 않았다.
‘균열’을 지키는 업을 지녔기에 황실에서 작위를 받긴 했지만, 대륙을 지켜야 하는 사명을 지닌 그들에게 영지민들까지 책임지는 건 부담이 되기 때문이었다.
‘하아.’
이 미친 사돈 녀석은 전생에 나랑 원수라도 되었던 걸까.
내게 불만이라도 있는 걸까.
이건 나란 존재에 대한 크나큰 도전이었다.
불콰하게 취해 제집 안방처럼 연무장 바닥을 뒹굴며 온몸을 바쳐 바닥의 먼지를 쓸고 다니던 비렁뱅이들이 머릿속을 부유했다.
그들을 떠올린 나는 콱,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